노래하는 페미니즘 My Little Library 8
박준우 지음 / 한길사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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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녹음한 작품으로는 1997년에 발표된 앨범 <A Story>도 있는데,

이 앨범에는 당시 비틀스 팬들에게 들었던 야유와 비난을 언급하는

<Yes, I'm a Witch>도 수록되어 있다.

작품은 "너희들이 이야기하듯 나는 죽여야 하는 마녀가 맞다.

난 당신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안 쓴다.

내 목소리는 진실이며 당신들을 위해 죽지 않는다"라는 가사로 채워져 있다.

43p

나는 참, 팝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다. 저자가 이쯤이면 알겠지, 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조차도 사실 잘 모른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노래 중에 아는게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전해졌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팝의 메시지는 페미니즘, 다양성, 상상력, 관용에 대한 것이다. 재즈부터 자넷 잭슨, 힙합과 마돈나, 비욘세까지. 팝의 가사와 역사에 그들이 늘 전달하고자 했던 페미니즘, 그들의 삶이 보여주는 페미니즘에 대해 애야기한다. 샤니아 트웨인이 20c 부터 미러링이라는 방법을 통해 맨스플레인을 비판했다는 점을 비롯해서 꽤 오래전부터 남성중심의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가수들이 있었다는 점이 나는 무척이나 새롭고 흥미롭게 여겨졌다.

이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연 여성의 재력이 현실적인지,

또는 애인을 바꾸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지를 묻는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위의 작품은 이성애 관계에 한정된 가사다.

따라서 이성애를 중심으로 관계를 상정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앞으로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야기할 주제는 이성애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구조적 문제다.

98p

이 부분을 읽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마치 '여경'이 어떻게 저렇게 범인을 때려잡냐며 액션/오락 영화를 깎아내리던 최근의 일부 평가가 떠올라서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당최 작품을 왜 작품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느냔 말이다. 온갖 판타지부터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등장하는 판국에 가당키나 한 비난인가. 흠집을 찾아내려고, '페미니즘' 안에서 뭐뭐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말이 참 많다.

유독 여성이 말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가능성보다 한계를 찾으려는 시도가 많다. 팝도 마찬가지. 정체성에 대한 지적부터 이성에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있다는 지적까지. 그러나, 이는 그 강도가 어찌됐든 필요한 논의다. 한계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너무 이르고 편협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야기해야할 뿐. 이외에도 인종차별과 공권력이 자행하는 폭력까지 고발하는 다양한 범주의 팝들을 저자는 소개한다.

물론 팝 음악시장은 굉장히 상업적이다.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시스템화되어 있으며 작품 하나를 만들 때도 각종 요소를 배치한다.

하지만 성숙한 팝 음악시장은 인간을 그러한 산업구조의 일부로만 취급하지 않는다.

가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모습을 많이 고민하는 것이

팝 음악시장의 매력이다.

퍼포머performer의 역할도 단순히 누군가 만들어준 것을 프론트맨으로서 선보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의식을 지닌 채 대중 앞에 서서 스스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팝 음악가다.

69p

'화두'를 던지는 마돈나. 우리가 필요한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역할이란 이런 것이다. 소말리아 출신 난민인 케이난의 소개도 나에게는 그 자체로 강렬했고 감수성의 부족으로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말했던 아티스트(비욘세)가 새로운 아이콘으로 페미니즘을 알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여진다는 점이 단지 그것만으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Beychella(코첼라 페스티벌-비욘세)를 보러 가야겠다.

주얼의 데뷔 앨범은 대부분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

기타 연주가 바탕이 된 푸크 록 작품들은 그 의미와 분위기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특히 현실적인 가사를 섬세하게 풀어내는 것은 포크만이 지닐 수 있는 정서다.

좋은 작품이 미디어의 기획이 아닌 대중의 힘으로 성공했기에

지금도 <Pieces of You>는 큰 의미를 지닌다.

앨범 수록곡 전체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앨범 커버에 적혀 있는 '우리가 인간의 자연이라고부르는 것은 실제로 인간의 습관이다'

what we call human nature in actually is human habit라는 문구가 다시금 눈에 들어올 것이다.

126p

최고의 반전은 저자의 전공이 민속학(!)이라는 점 아닐까. 대부분의 곡들은 미국 시장 안에서의 팝을 다루지만 후반부에 아시아권 곡들과 아티스드도 몇몇 등장한다. 타이완의 '채의림'이라던지. 저자가 어느정도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팝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넓은 범위의 지식들을 잘 알고 필요한 부분에 적절히 언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욘세는 성공한 팝 스타로서 페미니즘을 더욱 많은 이에게 알렸다.

혹자는 비욘세의 페미니즘이 힙하고 쿨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페미니즘은 그렇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비욘세의 페미니즘이 힙하고 쿨하고, 심지어 '소비'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페미니즘은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하며 더 많은 이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또는 어떤 형태의 페미니즘만이 옳다고 볼 수 없다.

비욘세가 지금까지 보여준 페미니즘은 중요하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190p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욘세 파트에 등장했던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자넬 모네를 보고 간만에(...) 참 반가웠는데 무려 배우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니 당신 커리어 대단...b 그의 소개에서도 저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이자 팝스타로서 자연스럽게 임파워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들의 이상적인 역할이라고 본다. 결국, '연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흐름들이 적극적으로,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상깊었던 점은 저자가 '노래'나 '곡'이 아닌 "작품"으로 지칭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모든 곡들의 역사를 그 자체로 바라보는 저자의 진지한 태도가 느껴지는 듯 했고. 그럼에도 팝에 대한 문외한이다 보니 아무래도 단편적인 정보가 대부분인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노래 리스트가 부록으로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쭉 들으면서 다시한번 책을 정독할 수 있도록. 그리고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옆면에서 종이가 일어난다는 제본 자체의 거친 느낌이 있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팝 페미니즘의 입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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