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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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리사로서는 뭔가 연구해서 내놓고 싶게 마련이어서
역대 세프는 저마다 이런저런 방법과 재료를 동원해 온갖다양한 치킨 요리에 도전했다.
정성껏 소스도 만들었다. 닭고기 구입처도 이곳저곳 시험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마치 허무의 구덩이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반응은 일절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셰프도 결국에는 포기하고 매일매일 극히 평범한 치킨 요리를 만들어 내놓게 되었다.
치킨일 것, 그것이 요리사에게 요구되는 것의 전부였다. (18p)


"생일 축하하네." 노인은말했다.
"아가씨, 자네의 인생이 보람 있는 풍성한것이 되기를.
어떤 것도 거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구는 일이 없기를." 두 사람은 잔을 마주쳤다.
어떤 것도 거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구는 일이 없기를, 이라고 그녀는 머릿속에서 노인의 대사를 반복했다.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조금 평범하지 않은 말을 쓰는 것일까. (34p)


내가 제대로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작품이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아마 그때도 몰랐을 것이고) 왠지 모르게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 지극히 편식해서 읽는 편이다. 얇고, 가볍고 디자인까지 감각적이니 손쉽게 읽기 딱 좋은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트 멘시크의 이야기는 하루키 이야기의 신비함을 극대화시키는 지점이 있다.


 사람들은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며 소원을 빈다. 그것이 어떤 소원인지,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 질수 있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갓 스무살을 지나고 있는 그녀도 마찬가지. 사장을 놀라게 한 소원은 결국 끝까지 비밀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삶 중에서 생일이면 또 그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특유의 능글맞은 일본노인네 같은 사장이 젊은 여성 어쩌구 운운하는건 아주 짧은 단락임에도 살짝 거슬렸지만(...) 소원을 이루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녀가 될 것이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내 눈을 보았다.
그것은 매우 올곧은, 솔직한 시선이었다.
"당신은 틀림없이 벌써 소원을 빌었을걸?" 그녀는 말했다. (58p)


 생일은 단 한번뿐이다. 세상 소중하게 그 날을 여기는 사람이든,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사람이든. 그러나 일년에 한번 자신에게만 오는 날이니 그것만큼은 조금 소중하게 여겨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실에 치여서 최근 내 생일을 기대도, 특별한 일도 없이 지나쳤다. 어차피 현실에 치일거라면 내 마음이라도 나의 날을 챙길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절대 돌아오지 않는 오늘이니까. 어쨋든 모두의 생일에, 해피버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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