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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평점 :
너 아니어도 다른 사람은 많아!!!
가끔 티브이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떠오른다..고용주가 맘에 안드는 고용인에게
가방을 내던지면서 버럭 소리 지르는 말소리..당신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아..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진짜 같은 사람이면서 너무한다..자기밖에 모르는 냉정한 인간들이야 했다.
지난 주 주말과 달리 이번주는 날씨가 포근하다..
지난 주 일요일 아이들과 광화문 거리를 걸어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지난주는 낮에도 영하를 훨씬 밑도는 날씨로 아이들에게서 목이든 손이든
나오기만 하면 주머니속에 넣으라고 목도리로 감싸라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야 맘이
놓이는 그런 추위였다.

그리고 대한문에서 삼남매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그분들을 보았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그 분들은 오늘도 무슨 이야기를 할까?? 집안에 있어도 춥다고
껴입고 보일러에 전기 장판에 호들갑인데..
저 천막안에는 따스함이라는 게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그 천막에 투표하고 웃자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단다..
희망이라는 것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들에게 영하에 추위는 어쩜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투표하고 웃을 수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무엇일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 삶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불공평한 것을 불평등한 것을 이내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한다.
신문을 보면서도 뉴스를 보면서도 남들이 하지 않는 걱정..
아니 나 같은 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다..
찬바람이 쌩쌩 영하의 날씨를 느낄 때..철탑 위에 그들을 생각한다..
얼마나 추울지 생각한다..얼마나 위험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 남편이 아닐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아닐지 걱정한다.
걱정이 된다. 세상은 어쩜 운명론적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부모를 고르고 날 수 도 없었고 그리고 태어난 후의 삶도 어느 하나 내맘만
가지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그건 삶을 길게 살았든 짧게 살았든..
누구나 깨닫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씨, 출근하세요? 사계절에서 나온 책의 제목..
뭐지? 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아님 어른들에게...
그래서 이 책을 사게 되었고 우선 후루루 넘겨보았다.
그리고 4학년 딸에게 읽게 주었다..엄마 너무 재밌는 책이야..만화도 나오고
또 어떤 이야기에게는 사람이 아니고 얼굴들이 다 동물이야..
그리고 아이는 대통령후보로 나온 김순자 할머니도 알아보았다.
울산 과학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
할머니의 추천의 말을 읽어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유치원에서 견학 온 아이가 할머니에게 할머니, 할머니는 공부 안했어요?라고 물었단다.
공부안해서 할머니는 청소노동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니 부모들이 그런 말을 종종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청소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 분의 목소리..
작게만 보일지라도 세상을 이루어 가고 바꿔 가는 모든 것은 작은데서부터
시작된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크게 열린 눈과 귀로, 세상을 바라봐 주세요.
그렇게 아홉꼭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번째 꼭지의 이야기..운동회가 열렸다...이 이야기는 만화의 형식을 빌었다.
간병인 할머니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만화~~
재미있으면서 또 짠하다..이 책의 가장 도드라진 점이다.
어쩌면 조금은 다른 삶이고 조금은 팍팍한 삶의 모습이기도 한 것을
이해하기 싫게 그리고 무겁지 않게 풀어낸 것이 이 책을 우스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할머니도 보다도 키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는 할아버지 환자를 돌보는 할머니의 괴력
을 보면서 언젠가 대학로에서 하던 간병인들의 집회에서 들은 목소리가 겹쳤다.
"젋은이들이 꺼려하는 일을 하면서 나이 든 40대 오십대의 간병인들이 겪는
육체적인 고통이 함께 하는 질병에도
의료보험조차도 적용받지 못하는 비정규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몸에 부치는 일을 하지만 정작 점심이라도 제대로 된 공간에서 편히 먹을 수 없는
현실..도대체 스마트하다는 이 시대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지..보호를 받는 환자만이 사람이라는 것인지..
그렇게 많은 청소노동자 분들이 간병인들이 매일 매일 겪는 일상에서의 소외는
어쩜 당연한 것일까?? 왜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그들은
우리와 다른 위치에 있는 것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맘이 아프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전혀 부담이 되지는 않을 글과 그림들..그러나 그 속에도
작가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은 정확하게 보인다.
그리고 작가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통일성있게 전달하고 있다.
손녀의 운동회를 딸의 운동회를 맘대로 갈 수 없는 현실은 도대체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현실인지 답답함을 되네인다.

202 브라보 마이 패밀리의 한부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너무나 쉽게 생각한 편의점 일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란다. 게다가 점잖던 사람도
와서 화를 내고 먹고 간 음식 쓰레기는 치우지도 않으며 마음의 상처를 주는 손님들과
계산이 틀리면 알짜없는 알바비에서 제해주는 점장들..
그렇게 학교에만 있어야 할 학생들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는 검은 속에 어른들이
주위에 흔하디 흔해서 내 얼굴조차 붉어진다. 미안한 맘이 든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내가 세상을 다 바꾸어 줄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말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대통령이 되면 다 바꾸어 줄 수 있을까? 아마 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불편한 맘이 자꾸만 나를 누른다.
만화로 이루어진 이 부분또한 마찬가지이다..정말 알바를 하는 어린 학생들의 분노나 화나
참기 힘든 고통을 개그적으로 승화시킨 부분이 맘에 든다.
꼭 강하게 소리지른다고 정확하게 알아듣고 반응해 주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나처럼 훌륭한 사람..내가 바라는 건 별거 없어..
몸이 아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거, 나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지지 않는거,
일한 만큼 대우 받는 거, 참 별거 아닌데..그 별게 안되는 세상이더라고..
그 별게 안되는 세상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으니 아쉬움 따름이다.

별스런 쫌스런 지구별 보고서
에는 301호 가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구별 노인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들..
나이는 많아도 두뇌활동도 양호하고 감성지수, 활동지수도 높은 어르신들이
지구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일, 전문지식이 필요없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젊은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
이란다..이와 반대로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들이라니..
갈수록 어르신들이 늘어나는데..어르신들이 소고기라도 한번씩 사먹을 수 있는
세상이 곧 오기는 할련지..내일 부터는 경비아저씨들에게도 청소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내가 먼저 90도 인사를 드릴 것이다..내가 하기 싫은 일 해주시는 분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엄마 노동자들이다..나는 아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형편에서 지낸다..가끔 내가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될 때에 내 삶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딱 위의 그림속에 내가 있는 듯하다..
엄마의 일이라고 정해져 있는 집안일은 내가 일을 하던 안하던 내 몫이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도 나의 일이다..
정말 그럼 나또한 슈퍼우먼이 될 수 밖에 없다..
우와 한숨이 나온다..
강정연 작가와 김해등 작가가 쓴 일단 걷고 나서 하이킥을 읽으면서
강정연 작가의 동화들이 떠올랐다.
자발적인 취업 거부자..
불행한 돈의 노예가 아닌 행복한 게으름뱅이로서의 삶..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의 모습도 강대희씨의 사람과 닮았을 꺼 같다.
돈이 가져다 주는 행복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백만장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인 사람들..
더럽고 치사하다고 박차고 나올 수도 없는 현실에 점점 기한이 매겨지고 점점 가격이
낮추어져서 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제대로 된 댓가를 받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그 때가 멀지 않았다는 기사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음 하는 바램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더나은 세상을 꿈꾸는 작가들이 만들어 낸 이 책은 아이들에게 우리네 살아가는 삶속에
존재하는 비정규씨가 누구인지를 가르쳐 주고 그들의 삶이 우리에 삶과 분리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
그들에 대한 관심..정말 괜찮은 걸까? 우리는 정말 괜찮은걸까? 하는 물음을 시작으로
우리가 관심가져 주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그들에게 올바른 시선으로 대하며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라는 생각은 필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아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으로 우리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