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쫓는 소년 창비청소년문고 30
설흔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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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의 설흔 작가님의 새로운 책을 무더위가 맹공격을 시작하는 여름의 언저리에 만났다. 설흔 선생님의 책이라 옛이야기이겠구나 했는데 일러스트는 완전 요즘의 웹툰 느낌이여서 신선했다. 옛것과 신문명의 조화로움이라고 해야하나 우선 무엇보다 청소년문고 이기에 아이들이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에는 훌륭한 기획으로 보인다.

 

 

 

 

 

책의 처음은 또 웹툰의 형식을 가지면서 책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구성이 되어 있고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책이라는 대상을 뒤쫓는 소년의 관한 이야기라 얼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의 중심이야기는 최근에 많이 밝혀 졌던 언론통제와 블랙리스트 사건이 겹치면서 책이라는 것이 제국의 황제의 기준에 맞추어 모독을 한다고 여겨지거나 비하한다고 판단이 되어지면 까마귀를 동원해 몰수하고 불태우고 작가들을 없애는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 책을 씨와 섭구 씨가 같이 제국을 구원할 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섯권의 책을 찾아 다니는 여정속에는 특이하고도 신기한 옛이야기를 우리네 삶의 이면과 잘 버무려 놓아 우리네 삶의 본질에 대해 책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다.

 

 

자기스스로에게 구린 구석이 있는 황제가 이상한 윤리의식을 백성들에게 강요하는 첫번째 마을에서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잘 그려지지 않는 새끼손가락 공격속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책을 찾아내는 책을 씨는 책이라는 것이 단지 머리로만 쓰여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의 손가락을 잘랐다는 옛이야기가 무섭기도 하고 어리석게도 느껴졌다.

 

 

 

중간 중간의 일러스트는 책의 분위기를 잘 이끈다. 책을 읽는내내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언론이나 출판을 탄압하던 그 누군가가 떠올랐고 예나 지금이나 여인들의 삶은 남자들에 의해 종속되어온 존재라는 인식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중독자 이야기는 참으로 기이하고 신기했다. 격세지감의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 야기속의 배경인 제국은 체면을 중시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반면 현시대에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억압받고 금기되어졌다는 것이다. 수원에 사는 내가 애민정신으로 사랑하는 정조대왕도 문체반정이라는 것으로 소설을 금기시했다고 하니 책이라는 것이 시대를 반영하고 책의 목적이 다소 딱딱한 틀에 갇혀 있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양인들의 비해 상상력이 떨어지는 대목이 이 지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론도 해보았다.

 

그렇게 기이한 모험을 하면서 책을 씨는 책을 쓰고 섭구 씨는 책을 손목으로 간직하는 이 이야기에는 제시 되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있다. 상상의 나래를 펴 섭구씨처럼 나비가 되어 날아다녀야 하는..섭구 씨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 존재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공개되어지는 세상의 모든 도서관인 홍선생의 도서관도 흥미롭다.

 

내가 매일 매일 다니는 도서관과는 다른 의미의 책의 공간..책이 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쓸모라는 것으로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것인지와 책을 쓴다는 행위는 무엇인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네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인지 기묘한 모험속에서 책을 씨도 되었다가 섭구 씨도 되었다 하다보면 부쩍 성장한 책을 씨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게다가 아름다운 묘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쭉 읽어가다가도 돌아와서 다시금 눈길을 주어야 하는 그 지점이 책을 사랑하고 책을 씨 처럼 책을 쓰는 작가님의 향후 좋은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지점과 일치한다.

 

 

 

유난한 더위의 여름방학이지만 중학생 아들과 함께 이 책을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펼치는 기회와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작은 다짐도 해본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이 책을 만나서 모험과 책 속에 흠뻑 빠져들기를 바래본다.

 

 

 

 

 

가출한 시간관념은 제국의 하늘과 땅 사이 어딘가를 유령처럼 떠도는 중이었다. 36쪽

힘을 내렴. 이제 거의 다 왔단다. 이 세상에 끝나지 않는 길이란 없거든. 104쪽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있는 법입니다. 당신을 스스로를 빛이라 여기겠지만 실은 당신 또한 어둠입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유일한 수단은 태양입니다. 태양은 황궁이 아닌, 황제가 아닌, 제국 백성들의 가슴에만 존재합니다. 209쪽

김철현군의 탁월한 묘사력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모름지기 훌륭한 이야기란 귀로 백 번 듣는 것보다 책을 펼쳐 제대로 한번 읽는 것이 훨씬 더 통쾌하고 상쾌한 법이지요.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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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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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의 의문스러운 결말로 2권을 만나게 되었다. 2권은 1권보다도 늘어난 분량으로 레누와 릴라의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작가 페란테는 여성작가로서 여성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여성이라는 존재의 운명을 잘 표현하고 있다. 레누의 생각처럼 릴라가 결혼을 함으로써 이제 자기와는 단절되고 결혼의 의무로 이동할꺼라는 걱정도 그리고 그 당시의 여성들의 삶의 성장은 구원을 받아야 하고 그 구원의 길에 잘 들어서지 못하면 삶은 구불구불하고 위태로운 롤러코스터를 반복적으로 타게 된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21쪽 돈도 남성의 육체도 학업조차도 우리를 구원해줄 수 없다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차라리 당장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것이 나았다.

 

   그런 것을 알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쉽사리 모조리 파괴해버릴 수 없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다.

 

  자기의 삶을 한단계 나아가는 힘을 실어줄 사람으로 선택한 스테파노는 부유했지만 릴라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대상이였다. 

 

   레누에게 전해진 릴라의 노트에서 피어나는 안개같은 과거는 과히 파란만장하다. 레누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부유한 환경은 릴라의 삶의 한부분이 되어 릴라는 그 곳에서 꽃처럼 살 수 없는 존재임은 1권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할 것이다. 결혼이라는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가게일을 하면서 릴라는 살아가려고 하지만 쉬이 되지 않고 그러던 중에 만나게 니노와의 격정적인 사랑도 무한이 이어질꺼라 여겼지만 그 사랑도 23일로 끝이 나고 만다.

 

  니노는 레누가 오랜동안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대상이였으나 레누는 니노에게 자기의 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전개되어지는 삼각관계는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더더욱 페란테의 뛰어난 서술, 묘사, 전개의 힘이 느껴졌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억지로 외우려들지 않아도 그들이 잘 살아나서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경계의 해체를 두려워 하는 릴라에게 결혼 후 바로 다가온 스테파노에 대한 해체는 극단적인 죽음만이 끝을 맺어줄 수 있다 여기지만 그래도 이어가야 하는 삶 자체가 앞으로의 릴라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꺼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맘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묘한 공감이 일었다.

 

75쪽 그러나 아내라는 신분 때문에 유리병 안에 갇혀 살고 있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돛을 넓게 펼치고 항해하는 범선 같았다. 어쩌면 그곳은 애당초 바다가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과도하게 설정 되어진 릴라라는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가 정체되어 그것이 분명 악이라는 것 - 그것은 계속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그 순간 누군가는 그것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하고 순종하지 않는 인물인 동시에 모든 능력과 사랑은 한몸에 받는 존재로 묘사되어진 것은 아닌지 짐작한다.

 

  그에 비해 공격적이지 않는 레누는 릴라의 그림자에 갇힌 마냥 자신의 삶을 독자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릴라보다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무한히 노력해야 하는 물밑 백조의 몸부림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릴라의 삶을 바라보면서 비난받거나 잘못된 선택이 가져다 주는 오류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삶의 지도를 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내가 계획한대로 되지도 않으며 의도치 않은 일들이 삶 속에서 공포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330쪽 나는 항상 대체 왜 이 모양일까, 너무나 간절하게 부와 명예와 칭찬과 성공을 갈망하는 본심이 두려워서 오히려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 간절함이 마음속에서 폭발하여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일까....

  

  397쪽 나는 타인의 요구에 복종하는 존재였다.  

 

   1권에서 릴라의 멜리나를 향한 시선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멜리나에게는 평생 한번뿐이였을지도 모르는 사랑의 존재 도나토 사라토레 , 그 사랑의 부재로 남은 생을 부유하듯이 살았으며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주위에서 수많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는데 릴라는 유부녀로서 니노<도나토의 아들>을 사랑하면서 주위의 고약한 시선과 눈길을 받게 된다. 그리고 분명 멜리나의 딸<아다>도 엄마의 삶이 크나큰 고통이였을텐데 그것을 그대로 닮은 삶을 선택한다.

다행히 아다가 선택한 유부남은 도나토와 얼마나 다를지 모르지만 참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흔히 이런 대목을 접하게 되면 하는 말..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렇게 어린 시절은 그녀들의 시선은 또래 속에서 머물지만 점차 레누와 릴라는 마을의 어머니들로 시선이 옮겨간다. 그리고 그녀들은 미래의 그녀들이 되지 않으려고 좀 더 주체적인 존재로 자라난다. 릴라의 방식과 레누의 방식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그들은 마냥 망설이고 두려워만 하지 않는다. 아마 그렇게 그들은 성장해 나간다.  

 

  636쪽 우리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 좀 봐. 우리는 두몸을 가진 한 사람이기도 하고 한 몸을 가진 두사람이기도 해.

 

  릴라와 레누를 보면 이들은 늘 가까이에 있지만 서로 그들의 삶에 대해 간섭하거나 조언을 깊이 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관계가 이어지는 힘이였으리라 짐작한다.

 

  복잡하고 자기에게 무한한 열등감을 선사하는 릴라의 존재를 벗어나 대학도 다니고 나름의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책까지 출간하여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서도 릴라가 없는 삶은 무의미보인다는 레누같은 친구..나는 이젠 그런 친구를 만나기엔 늦었지만 이 책을 읽는 그 누군가가 수많은 두려움과 끝을 알 수 없는 선택으로 점철되어지는 삶 속에서 오롯이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 보고 그럴 수도 있어. 너의 삶이 어떠하든지 나는 너의 편이고 내 삶에서 너란 존재는 너무 소중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동반자 같은 우정을 구현해 낼 수 있다면..

 

  한없는 세상의 장벽에서 세상의 불합리성을 만나더라도 그 여정은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등불같은 희망으로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600여 쪽을 지나온 여정에 마지막에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 나쁜 남자 니노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으나 그녀들의 삶이 여무는 모습은 너무도 궁금하니 다시 3권을 만날 날을 고대해 본다.

  아마도 2권을 통해 릴라와 레누는 분명 삶의 성공이 오로지 부는 아니란 건 분명히 인지했을 것이고 앞으로 릴라는 아내가 아닌 어머니로써 어떤 삶의 궤적을 그려나갈지도 무척 궁금하다.  

 

 

 

 

 

 

 

 

그의 눈에 릴라의 아름다움은 추함에 가깝다고 했다. 사내들을 매료시키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릴라는 여러 장에 걸쳐 부활의 의미를 다루었다. 부활이란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다. 기존의 모든 구속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형용할 수 없이 기쁜 새로운 구속에 얽매이는 것이다. 다시 생명을 얻는 것이자 기존 현실을 뒤집는 봉기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독기를 제거하고 오직 사유와 삶의 즐거움만으로 재구성하게 된것이다.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삶, 말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삶, 숨기는 것도 없고 어떠한 틀에 제한도 받지 않는 삶은 무형의 삶이야 - 릴라의 말

릴라에게 내게 일어난것과 같은 행운이 따랐다면 릴라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릴라의 삶은 계속해서 내 삶에 투영된다. 내 말에서 릴라가 한 말의 메아리가 느껴지고 내 결연한 행동은 릴라의 행동을 제각색한 것이다. 내 부족함은 릴라의 과함 때문이었고 내 과함은 릴라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람이 되어 좋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나는 내 모습 그대로 남고 싶었다. 릴라에게 얽매이던 그 시절의 내 모습 그대로. 어린 시절 놀던 뜰과 잃어버린 인형, 돈 아킬레를 비롯한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그것이야말로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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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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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이 내려앉는 하늘과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는 두 소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책을 만났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익숙해지지 않는 이름의 많은 인물들의 등장을 파악하느라 바빴고 그리고 갑자기 아들을 두고 자기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사라진 릴라에 대한 레누의 서술을 통해 화자인 레누와 릴라의 우정을 다룬 책이구나 했다.

 

  그런데 이 책이 왜 엘레나 페란테 열병을 만들 정도일까 궁금했다.

 

  나에게는 다소 생경하게 연상이 되었던 릴라..똑똑하고 명석한 머리를 가졌으나 가난 때문에 공부는 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못된 아이<절친인 레누에게 조차도>인데도 많은 주변의 남자들에게는 사랑 받는 아이..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해내고 스스로가 자기의 꿈을 개척하고 자기가 원하는 선택을 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아이. 아마 그런 친구가 내 곁에 있었다면 질투와 부러움으로 내 맘은 얼마나 한없이 파도쳤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러나 늘 릴라 보다 한발 뒤에 서있다고 느끼는 또 다른 주인공이자 이 책의 화자 레누는 릴라와 같은 비범함은 지니진 않았지만 인생이 지나가는 길은 릴라보다도 더 행운아적이고 릴라를 향한 부러움이나 질투 같은 것으로 가슴앓이만 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면서 성장한다.

 P183. 평생 그녀를 뒤쫓아 다니거나 반대로 그녀가 나를 뒤쫓아 온다고 생각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 어느 경우건 그녀보다 못한 것은 나였다.

  분명 우리는 혼자만 독주하면서 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대상들은 어느 곳에서도 존재할 것이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커다란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 평범한 여자들간의 우정을 소재로 한 소설이지만 그 속을 면밀히 살펴보면 작가의 이 시리즈의 4번째권이 왜 멘부커상의 최종 후보까지 되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역자와 세계 각지에서의 찬사가 계속되는 이유도 알 듯 하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50~60년대의 이탈리아 나폴리의 상황은 녹록하지 못하다. 남의 결혼식에 가려해도 빚을 내서 옷을 해 입고 치장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폭력이라는 것은 힘이 없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약한 여자들에게 만연해 있고 그 폭력성은 비판의 대상도 저항해야 할 대상도 아닌 체 그대로 작동한다. 하나의 예로 동네에 사는 멜리나에 대한 시선이 불편했다. 멜리나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맘이 통했다면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데 시를 쓰는 도나토 사라토레에 대한 비난보다 멜리나를 향한 시선이 더욱 따갑다. 그리고 도나토 사라토레는 거기에 대해 크게 생각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분명히 릴라와 레누는 공부를 하고 시라는 것을 쓰고 그것이 책이라는 것으로 탄생해야 부자가 된다고 믿지만 가난은 여자에게 공부라는 것을 시킬 이유가 없다는 정당성으로 오인된다.  얼마 전에 읽고 답답한 맘이 들었던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도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 자기의 공부는 희생해야 했던 상황과 맞닿는다.

폭력성이라는 것은 소설 속의 그 시대보다는 가학적인 잔인성은 덜해졌는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의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로 당연시되어 존재한다.  릴라가 공부를 포기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폭력성을 만난 레누도 이 폭력의 양면성에 대해 거듭 생각한다. 그 폭력이 무엇인지는 이 책을 읽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으로 인식될 차원의 문제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만난 레누와 릴라는 같이 생활하는 내내 경쟁자로서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지낸다.

p28 확실한 것은 내가 그 곳에 있는 이유는 릴라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뿐이었다.

P65 강렬한 고통을 느꼈지만 릴라와 싸워서 얻게 될 고통은 이보다 더 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두가지 고통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없었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고통, 즉 인형을 잃어버려서 느끼는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고통, 즉 릴라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었다 

아무리 쫓아가도 늘 한발 짝 앞서기만 하는 릴라를 보면서 레누는 부러워하지만 늘 상실이 더 컸던 릴라는 레누의 서술 뒤에서 혼자 더욱 노력하고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자기 방어하고 위로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못된 아이라고 묘사되지만 레누를 돕는 데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레누의 행복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스테파노와 결혼을 하면서 금전적인 도움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릴라에게도 레누는 누구보다도 <눈부신 친구>였다.

그들의 초등시절은 현재에 집중한다. 그게 아이들의 섭리라는 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P29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면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그들은 각자의 다른 지향점을 향해 나아간다. 릴라가 공부를 지속했으면 더 큰 성과를 내면서 성장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뜻대로 되지 않고 다시금 꿈꾸게 된 것이 <신발>이라는 대상이라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웠다. 그 신발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는 수단이 아닌 현재의 릴라의 가난을 벗어나게 할 부를 향한 몸짓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꿈을 실현해 줄 상대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런 릴라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지 그리고 그런 선택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

P150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어.  여기서 변화란 단 한가지 부자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에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세상의 모든 삶이 초록 불이 커진 시원한 도로를 무한질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에 대한 많은 고민은 릴라의 영원한 단짝인 레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릴라와 같이 공부를 할 때는 많은 것을 나누고 이야기할 대상이 있었지만 그 후론 성장해나가는 자기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할 대상이 나폴리에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또 한번 나는 공감했다. 나에게 익숙한 나의 주변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과 거리가 있다 하여 그 장소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찾고 나와 맞는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것에는 크나큰 두려움이 따르고 오롯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실제적으로 릴라가 더욱 진취적인 생각을 지니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꺼라 여겨지지만 둘이서 같이 바다를 보러 간 날도 릴라는 그 바다를 향한 것을 두려워한다. 새로운 보금자리도 가까운 곳에 신혼여행도 멀리 가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이 비루한 지금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부단히 또 다른 것을 향해 매진하고 시련이 오면 시련에 부딪혀서 그 자리를 맴돌기도 하는 것이 현실적인 거 아니야 하고 말하는 듯 하다. 반면 레누는 바다를 향해 궁금해 하고 혼자서 섬에서 방학을 보내기도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은 누구나가 읽어도 흥미로운 접점을 만날 기회가 풍부한 책이다. 나의 지난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우정에 대한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고 사회적인 약자로 살았을 여자들의 삶도 엿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만났다면 더욱 행운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의 이야기만 충분하다면 저자의 등장은 큰 의미 없다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얼마 전 방송에 나왔던 김영하작가도 그런 비슷한 맥락에 이야기를 했었는데 소설을 쓰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면 이제 그 글은 작가의 글이 아닌 읽는 독자들의 글이 된다는 그 말에 동의하면 페란테가 이 책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그녀는 감탄이 나오는 문체를 그려내는 능력을 지니고 세상을 넓게도 개개인을 세밀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작가라 여겨진다. 소설을 내지 않는 한길사가 이 책을 선택했다면 믿고 읽는 구석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일지도..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이라는 바다는 수많은 파도를 몰고 다닐 것이고 그 물결에 그 바람에 우리는 한없이 동요하고 덧없는 평온을 꿈꿀지도 모른다.

   선과 악, 사랑과 실연, 성장과 시련, 가난과 부의 너무나도 많은 양면성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레누와 릴라를 분리해 누구 하나의 삶만 따라갈 수 있을까? 이토록 쉽게 책을 펼치고 어렵게 책을 닫는 경험을 가져다 준 <나의 눈부신 친구> 2권을 얼른 만나고 싶다.

 

 

 

p40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났다.

p178 나는 거칠게 변화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노출되겠지만 분명 승리할 터였다. 나는,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p207 "사랑이 없으면 사람들의 인생만 황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도 황폐해지는 거야."

p352 나는 그 어떤 형태의 틀도 릴라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머지않아 그녀가 모든 것을 또다시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니, 릴라가 그렇게 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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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멋있다 소설의 첫 만남 1
공선옥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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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름의 우선순위가 둔 교육이 독서교육이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어릴때는 정말로 하루에 10권도 읽어주고 이야기 나누고 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독서를 꾸준히 이끌어 나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다.

  아이들도 유아에서 초등 저학년을 지나고 고학년까지 쭉 이어져 하는 독서에는 다소 어려움도 있었다. 그림책으로 흥미롭게 만나다가 저학년에서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의 청소년 도서들도 분량도 커지고 주제나 내용도 심오해진다.

  그리고 점점 집중도도 떨어져서 아들들은 긴글로 구성되어진 책 보다 만화로 이루어진 책을 더 자주 보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게 추천해 주어도 보고 읽어주기도 하여도 책을 잘 읽지 않는 아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라면을 좋아하는 아들이기에 선택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성친구와 아르바이트에 관한 이야기여서 공감대는 덜 형성되었지만 그래도 집중도있게 읽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분량이 작고 또 웹툰에 익숙한 아이들의 눈에 쏙 들어오는 선명한 그림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글이 차지하지 않고 대화하는 부분은 좀 더 편안한 글씨체를 선택한 것과 아래부분의 쪽수 편집 부분도 일반적인 어른 책과는 차이를 두고 있어 왠지 책의 느낌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우리 어른도 너무 글자가 작고 많거나 꽉찬 느낌이 들면 괜히 주눅이 들어 책을 덮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 부분을 창비가 잘 기획해서 만들어낸 느낌이다. 

 

 

 

 

   공선옥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만나보았다. 연주와 민수는 독서실에서 만나 서로 사귀는 사이가 되어 라면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을 가진다. 서로 형편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헛되이 돈을 쓰지 못하지만 맘을 나누고 서로를 향해 따스한 맘을 가지는 것이 보기좋다.

  오래된 스웨터를 입은 연주에게 생일선물로 코트를 사주고 싶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난한 것이 잘못이 아닌데도 그런 삶의 모습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그리고 정말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사이가 될까 하는 지극히 어른스러운<?> 걱정도 해본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둘은 아르바이트가 무조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을 헤쳐갈 방법을 연구하고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특히나 민수가 아버지의 트럭을 볼때면 가슴에 버저가 울린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대부분의 우리는 모자란 것이 있으면 감추고 피하고 싶어하지만 민수는 아버지의 초라함을 극복시켜주고자 하는 밝은 마음을 가졌다.  그게 이쁘다.

  그리고 그런 민수가 좋아는 연주도 민수와 라면을 먹고 공원에서 캔커피를 마시면서도 민수를 배려하고 그대로를 인정하는 그 맘이 따뜻하다.

 

  책 속에 민수 아빠의 말대로 세상살이가 다소 척박하다해도 무언가가 조금은 모자라게 가졌다고 해도 나쁜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좋은 것도 존재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요즘 우리네 아이들이 겪을 세상이 조금은 더 나쁜 것이 많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분명 좋은 것도 존재되어진다는 전제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한 형태의 좋은 것이 사랑일 것이다.

 

 

 

   <라면은 멋있다>를 읽고 보니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마구 마구 궁금해졌다.

  책의 뒷부분을 읽으면서 청소년들이 문학이라는 것을 많이 접해 일상의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었으면 바래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청소년 중에 하나였음하고 바래본다.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은 책은 훌륭한 작가가 쓴 좋은 글일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읽어보고 싶은 책. 특히나 책읽기가 힘들거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읽기 쉬운 책 그리고 이해하기 수월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책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도 분명 출판사의 몫이라는 생각도 더해본다.  그래서 더 애정하면서 소설의 첫걸음 다른 책들도 읽어보는 기회를 만들어야 겠다.

  창비는 좋은 출판사이다.

 

미래는 상상력 좋은 사람들의 세상이 된다더라고
"알아? 상상력도 요샌 돈이라는 거.
창이 큰집에서 사는 아이는 꿈도 크게 꿉니다.
꿈 크게 꾸려면 일단 창 큰 집으로
이사부터 가야 해. 그지? 55쪽

라면은 역시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그리고 갈비뼈 밑에서 찌잉찌잉, 버저 울리는 소리가 나는 저녁의 라면은---멋있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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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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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은은한 향기나는 책갈피의 문구에 심장이 쿵했습니다. 제목처럼 뭐 이까짓꺼에 울어 생각했것만 울었어요.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박준시인의 이 산문집을 저처럼 눈물떨굴수 있는 누군가에 선물하고 싶어 이렇게 다시금 장바구니에 담고 있습니다. 이런 책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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