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쫓는 소년 창비청소년문고 30
설흔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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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의 설흔 작가님의 새로운 책을 무더위가 맹공격을 시작하는 여름의 언저리에 만났다. 설흔 선생님의 책이라 옛이야기이겠구나 했는데 일러스트는 완전 요즘의 웹툰 느낌이여서 신선했다. 옛것과 신문명의 조화로움이라고 해야하나 우선 무엇보다 청소년문고 이기에 아이들이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에는 훌륭한 기획으로 보인다.

 

 

 

 

 

책의 처음은 또 웹툰의 형식을 가지면서 책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구성이 되어 있고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책이라는 대상을 뒤쫓는 소년의 관한 이야기라 얼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의 중심이야기는 최근에 많이 밝혀 졌던 언론통제와 블랙리스트 사건이 겹치면서 책이라는 것이 제국의 황제의 기준에 맞추어 모독을 한다고 여겨지거나 비하한다고 판단이 되어지면 까마귀를 동원해 몰수하고 불태우고 작가들을 없애는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 책을 씨와 섭구 씨가 같이 제국을 구원할 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섯권의 책을 찾아 다니는 여정속에는 특이하고도 신기한 옛이야기를 우리네 삶의 이면과 잘 버무려 놓아 우리네 삶의 본질에 대해 책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다.

 

 

자기스스로에게 구린 구석이 있는 황제가 이상한 윤리의식을 백성들에게 강요하는 첫번째 마을에서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잘 그려지지 않는 새끼손가락 공격속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책을 찾아내는 책을 씨는 책이라는 것이 단지 머리로만 쓰여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의 손가락을 잘랐다는 옛이야기가 무섭기도 하고 어리석게도 느껴졌다.

 

 

 

중간 중간의 일러스트는 책의 분위기를 잘 이끈다. 책을 읽는내내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언론이나 출판을 탄압하던 그 누군가가 떠올랐고 예나 지금이나 여인들의 삶은 남자들에 의해 종속되어온 존재라는 인식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중독자 이야기는 참으로 기이하고 신기했다. 격세지감의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 야기속의 배경인 제국은 체면을 중시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반면 현시대에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억압받고 금기되어졌다는 것이다. 수원에 사는 내가 애민정신으로 사랑하는 정조대왕도 문체반정이라는 것으로 소설을 금기시했다고 하니 책이라는 것이 시대를 반영하고 책의 목적이 다소 딱딱한 틀에 갇혀 있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양인들의 비해 상상력이 떨어지는 대목이 이 지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론도 해보았다.

 

그렇게 기이한 모험을 하면서 책을 씨는 책을 쓰고 섭구 씨는 책을 손목으로 간직하는 이 이야기에는 제시 되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있다. 상상의 나래를 펴 섭구씨처럼 나비가 되어 날아다녀야 하는..섭구 씨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 존재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공개되어지는 세상의 모든 도서관인 홍선생의 도서관도 흥미롭다.

 

내가 매일 매일 다니는 도서관과는 다른 의미의 책의 공간..책이 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쓸모라는 것으로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것인지와 책을 쓴다는 행위는 무엇인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네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인지 기묘한 모험속에서 책을 씨도 되었다가 섭구 씨도 되었다 하다보면 부쩍 성장한 책을 씨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게다가 아름다운 묘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쭉 읽어가다가도 돌아와서 다시금 눈길을 주어야 하는 그 지점이 책을 사랑하고 책을 씨 처럼 책을 쓰는 작가님의 향후 좋은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지점과 일치한다.

 

 

 

유난한 더위의 여름방학이지만 중학생 아들과 함께 이 책을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펼치는 기회와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작은 다짐도 해본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이 책을 만나서 모험과 책 속에 흠뻑 빠져들기를 바래본다.

 

 

 

 

 

가출한 시간관념은 제국의 하늘과 땅 사이 어딘가를 유령처럼 떠도는 중이었다. 36쪽

힘을 내렴. 이제 거의 다 왔단다. 이 세상에 끝나지 않는 길이란 없거든. 104쪽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있는 법입니다. 당신을 스스로를 빛이라 여기겠지만 실은 당신 또한 어둠입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유일한 수단은 태양입니다. 태양은 황궁이 아닌, 황제가 아닌, 제국 백성들의 가슴에만 존재합니다. 209쪽

김철현군의 탁월한 묘사력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모름지기 훌륭한 이야기란 귀로 백 번 듣는 것보다 책을 펼쳐 제대로 한번 읽는 것이 훨씬 더 통쾌하고 상쾌한 법이지요.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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