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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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의 의문스러운 결말로 2권을 만나게 되었다. 2권은 1권보다도 늘어난 분량으로 레누와 릴라의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작가 페란테는 여성작가로서 여성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여성이라는 존재의 운명을 잘 표현하고 있다. 레누의 생각처럼 릴라가 결혼을 함으로써 이제 자기와는 단절되고 결혼의 의무로 이동할꺼라는 걱정도 그리고 그 당시의 여성들의 삶의 성장은 구원을 받아야 하고 그 구원의 길에 잘 들어서지 못하면 삶은 구불구불하고 위태로운 롤러코스터를 반복적으로 타게 된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21쪽 돈도 남성의 육체도 학업조차도 우리를 구원해줄 수 없다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차라리 당장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것이 나았다.

 

   그런 것을 알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쉽사리 모조리 파괴해버릴 수 없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다.

 

  자기의 삶을 한단계 나아가는 힘을 실어줄 사람으로 선택한 스테파노는 부유했지만 릴라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대상이였다. 

 

   레누에게 전해진 릴라의 노트에서 피어나는 안개같은 과거는 과히 파란만장하다. 레누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부유한 환경은 릴라의 삶의 한부분이 되어 릴라는 그 곳에서 꽃처럼 살 수 없는 존재임은 1권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할 것이다. 결혼이라는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가게일을 하면서 릴라는 살아가려고 하지만 쉬이 되지 않고 그러던 중에 만나게 니노와의 격정적인 사랑도 무한이 이어질꺼라 여겼지만 그 사랑도 23일로 끝이 나고 만다.

 

  니노는 레누가 오랜동안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대상이였으나 레누는 니노에게 자기의 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전개되어지는 삼각관계는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더더욱 페란테의 뛰어난 서술, 묘사, 전개의 힘이 느껴졌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억지로 외우려들지 않아도 그들이 잘 살아나서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경계의 해체를 두려워 하는 릴라에게 결혼 후 바로 다가온 스테파노에 대한 해체는 극단적인 죽음만이 끝을 맺어줄 수 있다 여기지만 그래도 이어가야 하는 삶 자체가 앞으로의 릴라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꺼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맘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묘한 공감이 일었다.

 

75쪽 그러나 아내라는 신분 때문에 유리병 안에 갇혀 살고 있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돛을 넓게 펼치고 항해하는 범선 같았다. 어쩌면 그곳은 애당초 바다가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과도하게 설정 되어진 릴라라는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가 정체되어 그것이 분명 악이라는 것 - 그것은 계속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그 순간 누군가는 그것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하고 순종하지 않는 인물인 동시에 모든 능력과 사랑은 한몸에 받는 존재로 묘사되어진 것은 아닌지 짐작한다.

 

  그에 비해 공격적이지 않는 레누는 릴라의 그림자에 갇힌 마냥 자신의 삶을 독자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릴라보다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무한히 노력해야 하는 물밑 백조의 몸부림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릴라의 삶을 바라보면서 비난받거나 잘못된 선택이 가져다 주는 오류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삶의 지도를 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내가 계획한대로 되지도 않으며 의도치 않은 일들이 삶 속에서 공포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330쪽 나는 항상 대체 왜 이 모양일까, 너무나 간절하게 부와 명예와 칭찬과 성공을 갈망하는 본심이 두려워서 오히려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 간절함이 마음속에서 폭발하여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일까....

  

  397쪽 나는 타인의 요구에 복종하는 존재였다.  

 

   1권에서 릴라의 멜리나를 향한 시선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멜리나에게는 평생 한번뿐이였을지도 모르는 사랑의 존재 도나토 사라토레 , 그 사랑의 부재로 남은 생을 부유하듯이 살았으며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주위에서 수많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는데 릴라는 유부녀로서 니노<도나토의 아들>을 사랑하면서 주위의 고약한 시선과 눈길을 받게 된다. 그리고 분명 멜리나의 딸<아다>도 엄마의 삶이 크나큰 고통이였을텐데 그것을 그대로 닮은 삶을 선택한다.

다행히 아다가 선택한 유부남은 도나토와 얼마나 다를지 모르지만 참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흔히 이런 대목을 접하게 되면 하는 말..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렇게 어린 시절은 그녀들의 시선은 또래 속에서 머물지만 점차 레누와 릴라는 마을의 어머니들로 시선이 옮겨간다. 그리고 그녀들은 미래의 그녀들이 되지 않으려고 좀 더 주체적인 존재로 자라난다. 릴라의 방식과 레누의 방식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그들은 마냥 망설이고 두려워만 하지 않는다. 아마 그렇게 그들은 성장해 나간다.  

 

  636쪽 우리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 좀 봐. 우리는 두몸을 가진 한 사람이기도 하고 한 몸을 가진 두사람이기도 해.

 

  릴라와 레누를 보면 이들은 늘 가까이에 있지만 서로 그들의 삶에 대해 간섭하거나 조언을 깊이 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관계가 이어지는 힘이였으리라 짐작한다.

 

  복잡하고 자기에게 무한한 열등감을 선사하는 릴라의 존재를 벗어나 대학도 다니고 나름의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책까지 출간하여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서도 릴라가 없는 삶은 무의미보인다는 레누같은 친구..나는 이젠 그런 친구를 만나기엔 늦었지만 이 책을 읽는 그 누군가가 수많은 두려움과 끝을 알 수 없는 선택으로 점철되어지는 삶 속에서 오롯이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 보고 그럴 수도 있어. 너의 삶이 어떠하든지 나는 너의 편이고 내 삶에서 너란 존재는 너무 소중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동반자 같은 우정을 구현해 낼 수 있다면..

 

  한없는 세상의 장벽에서 세상의 불합리성을 만나더라도 그 여정은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등불같은 희망으로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600여 쪽을 지나온 여정에 마지막에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 나쁜 남자 니노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으나 그녀들의 삶이 여무는 모습은 너무도 궁금하니 다시 3권을 만날 날을 고대해 본다.

  아마도 2권을 통해 릴라와 레누는 분명 삶의 성공이 오로지 부는 아니란 건 분명히 인지했을 것이고 앞으로 릴라는 아내가 아닌 어머니로써 어떤 삶의 궤적을 그려나갈지도 무척 궁금하다.  

 

 

 

 

 

 

 

 

그의 눈에 릴라의 아름다움은 추함에 가깝다고 했다. 사내들을 매료시키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릴라는 여러 장에 걸쳐 부활의 의미를 다루었다. 부활이란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다. 기존의 모든 구속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형용할 수 없이 기쁜 새로운 구속에 얽매이는 것이다. 다시 생명을 얻는 것이자 기존 현실을 뒤집는 봉기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독기를 제거하고 오직 사유와 삶의 즐거움만으로 재구성하게 된것이다.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삶, 말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삶, 숨기는 것도 없고 어떠한 틀에 제한도 받지 않는 삶은 무형의 삶이야 - 릴라의 말

릴라에게 내게 일어난것과 같은 행운이 따랐다면 릴라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릴라의 삶은 계속해서 내 삶에 투영된다. 내 말에서 릴라가 한 말의 메아리가 느껴지고 내 결연한 행동은 릴라의 행동을 제각색한 것이다. 내 부족함은 릴라의 과함 때문이었고 내 과함은 릴라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람이 되어 좋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나는 내 모습 그대로 남고 싶었다. 릴라에게 얽매이던 그 시절의 내 모습 그대로. 어린 시절 놀던 뜰과 잃어버린 인형, 돈 아킬레를 비롯한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그것이야말로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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