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감성
이어진 지음 / SISO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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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약간의 소소함과 위트 속에 담긴, 따뜻한 안부같은 에세이다.


열심히. 남들과는 다르게. 독창적인.

그런 말들이 당연시 되는 일상들 속에서 달리고 또 달려봐도 이상하게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듯 제자리 달리기다.

그런 일상들에 조금만 더 힘내보자고 다독이는 듯한 에세이다.


시처럼 짧고 간결한 문장들이 툭툭 건내는

'인생 힘들지? 근데 실상 인생 그까이꺼 별거 아니다? 왜냐하면 다 똑같이 느끼거든. 그 힘든거'

나만 특별하게가 아닌 누구나가 가지는 감정들이란 것을 말해주며 툭툭 털어버리자고 

말해주는 듯 하다.


돈이 많든 적든, 직업이 있든 없든, 얼마나 오래 살았든.

상관없이 불안감은 모두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다.


나만 힘든게 아니라고 해서 어찌 위로가 되나 싶으면서도

나만 힘든게 아니라서 또 그러려니 하게 되는 마음도 분명히 있다.

내 힘듦이 분명 누군가와 통하는 공통분모의 위로점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외로워 본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외로움을 알아챈다고 한다.

힘들어 봤기에 누군가의 불안함이란 짐이 더 잘 보이고

그래서 우리는 선뜻 타인에게도 온정을 베풀고는 한다.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가벼운 마음들이 아닌 가장 보통의 감성들..

내 감정이 가장 추워졌을 때, 때로는 가장 뜨거워졌을 때 그 때,

이런 보통의 감성들이 적당한 온도로 위로가 된다.

아 나는 잘 견디고 있는거구나..하고 말이다.


배려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한 것이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라. 그리고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라.

그것이 행복의 비밀이다.

- 어바웃 타임 대사 & 굿모닝 fm 장성규입니다 오프닝 멘트 2020. 01 -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아니 사실 전혀 듣지 않는다.

작가님은 라디오를 자주 들으시나보다.

책 내용 중 한 부분인데, 평범한 하루를 계속 살아가는게 행복의 비밀이라니

알들 모를듯 그럼에도 알 것 같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건 딱딱함보다 부드러움이고, 핵심은 회복 탄력성이다.

유연한 태도와 충격을 받았을 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회복 탄력성.


딱딱한 골프공과 말랑 말랑한 고무공을 비교하며 말해준 회복 탄력성에

상당히 공감이 간다.

결국엔 계속된 충격에 깨지는 골프공이 아니라 때론 말랑 말랑 충격을 흡수해

자신을 지키는 탄력성이 꼭 필요함을 느낀다.

너무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날 힘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저장하고 회복하는 일이 참 중요하다.

인생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이니까.


그래도 여전히 '죽기 살기로 해야지'라고 말하는 어느 어른들의 말에 가슴 한켠이 아리다.

(직장 생활하며 간혹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무조건 해내라고 우기는 어른들이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오늘도 말랑 말랑 고무공이고 싶은데 어쩐지 골프공인 모양이다.

아야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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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디자인 45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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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일 스스로에게 묻자.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멋진가? 빛나고 있는가?


매일 매일이 반복된다고, 그래서 허무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오는 때가 있다.

나이가 늘어갈수록 더더욱 그렇게 느끼는 날들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얼마나 더 멋지고 행복하며 빛나는 존재인지.


게임에 열중해도, 경마나 마작에 푹 빠져도, 그냥 자느라 시간을 보내도

그 시간이 편안하고 상쾌했다면 결코 쓸데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


책의 내용처럼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으로 인해 회복이 되었다면

무의미한 시간이 아닐것이다. 자신을 위한 힐링의 시간조차 남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다.

몰론 경마나 마작이란 부분에서는 가급적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나에겐 되고 안되고의 선이란 것이 명확해서일 것이다.


책은 지루하지 않게 짧은 형식으로 여러가지 조언들을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자기 자신을 2장에서는 시간에 관해 3장에서는 일적인 업무에 관한 것들

4장에서 대인관계를 다루고 있고, 5장에서는 자기계발 6장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행복에 관해 다루고 있다.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내용보다 열심히 달리면서도

꼭 자신을 위한 휴식이 필요함을 다루고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성공을 위해 달리지만 정작 성공만을 향해 달리다보면 결국 득보다 실이 많기 마련이다.

성공을 하려는 당사자 역시 인간이기에 '가장 인간적으로 완성되어진 사람'의 성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우리는 주변을 통해 이미 느끼고 있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성공한 이들의 모습을 멘토로 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공만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존경하고 멘토로 삼지는 않는다.

치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작가 역시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뀐다.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운명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작가의 이 말은 마가렛 대처의 유명한 명언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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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데로 된다.

- 마가렛 대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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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되기까지 가장 첫 문장에 위치한 것은 결국 생각과 마음이다.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돌아가는 우리의 삶에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나의 생각이 말이 되고 그 말이 행동이 되며 행동이 습관이 된다.

습관은 결국 판단의 기준이되는 성격이 되고 성격이 결국 나라는 자신을 만든다.

누구든 나쁜 자신을 종점으로 끝내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습관으로 길들여 좋은 운명으로 흘러가는 성격을 만들자.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흘러갈 수 있다.


좋은 물로 좋은 강을 따라 좋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나 자신이 되도록

오늘도 힘내서 변화해보자. 나는 나의 생각대로 나아가 나답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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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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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제대로 취향적인 소설을 찾은 것 같다.

돈이 전혀 아깝게 느끼지지 않은 정말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몰론 책을 구매하는 데에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 책은 

그만큼 특별했다.


무죄인데 죄라는건 무슨말인가? 라며 제목 때문에 관심이 갔고, 표지가 마음에 들었으며

또, 당시 베스트셀러 주간 차트에서 5위권 안에 들던 때였기에 눈에 계속 밟혔던 책이다.

눈에 밟히는 책은 꼭 읽어야 뒤에 후회가 없다는걸 경험상 징크스처럼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나에겐 운명적인 책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구매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안 읽었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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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이야.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이 틀림없이 있는데,

그런데도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오만이라고....."

쓰러져라, 쓰러져라, 쓰러져라, 쓰러져.... 난 계속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것은 '살아'라는 애원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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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에게 이토록 삶을 애원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럼에도 나역시 사형수 유키노의 삶을 바랬다.

23세. 너무나 어리고, 또한 많은 삶들을 기대할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고작 그 어린나이에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세상 속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아픔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불길에 곳곳이 데여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것 같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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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는 백살까지 살고 싶다는 말을 천진난만하게 했다.

그런데 어느새 미래를 상상하기 두려워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일을 맞는다는 사실에 벌벌 떨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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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살까지 살고 싶었던 한 소녀가 죽고 싶어 사형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건번호처럼, 판결문처럼 우리에게 묵직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백살이라는 무한처럼 느껴지는 나이에 아이들은 많은 꿈을 꾼다.

그리고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고작 백년도 안되는 짧은 삶속에서 많은 절망과 

슬픔을 경험한다.

그 중 몇퍼센트는 백의 절반도 전에 스스로 생을 포기한다.

유키노처럼 언제부터 내일을 맞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벌벌 떨게 됐을까.


이미 '내일'은 계속 '삶을 약속'한다. 우리는 살아있음으로 살아갈 자격이 매일 주어진다.

좀더 나은 어른이 되자. 좀더 나은 어른이 되어 유키노 같은 아이가 없도록,

내일이란 삶이 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설렘인지를 느낄수 있도록.


많은 죄들과 많은 무죄들 그리고 많은 슬픔들과 많은 아픔들.

아이의 순수와 어른의 악의. 악의를 배우는 아이들과 참회를 배우는 어른들.

많은 것들에 유키노의 국화를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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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수채화 (스프링) - 펜으로 그리는 어반스케치 초급에서 고급테크닉까지
최일순 지음 / 지식공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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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림을 배운 친구들이 참 부러웠었다.

집안 환경상 미술학원에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었고, 

만화를 좋아하던 오빠의 영향으로 만화를 접하게 되면서 만화를 조금씩 그렸었다. 

만화를 조금 그리게 되면서 학교에서 '만화 그리는 애'로 통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친구의 친구를 통해 같이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과 친해졌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의 문제점(?) 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여자 아이들은 순정만화를 보고 순정만화스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오빠의 영향답게 소년만화를 많이 보던 나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하며 예쁜 그림들이었다.

수채화물감을 사용해 본적도 없었기에 당연하게도 나의 색감은 포스터물감의 진한 

색들로 이루어졌고 진할수록 좋은 포스터칼라 덕분에 물의 농도따위를 제대로 맞춰서 

그려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은 그런 내 그림을 되려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야 생각해보건데 밥로스아저씨의 툭툭 찍어 바르는 그림과도 같은 방식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나에게 수채화는 선망의 대상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다니고 싶어도 못다녔던 미술학원을 내 돈주고 

다닐수도 있건만, 지금 나이에 학원에서 수채화를 배운다는게 어쩐지 부끄러워서

접게 되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은 무작정 배우고자 덤빌수 있는데 어중간하게 아는 

이놈의 지식이 브레이크가 걸리기 일쑤다.

어중간하게 아는 그림에 창피스러움을 먼저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수채화 책이 책일 좋아하는 나에게도 참 좋은 선생님이 되어줄 것 같다.




친구에게 무턱대고 녹색 좀 빌릴게 라며 물감을 빌린 적이 있는데 올리브그린이라고 

정정당한 적이 있었다. 녹색이 녹색이지 올리브 그린은 뭐람? 생각했는데

수채화에서는 이렇게 이름들이 예쁘다.

그리고 친구에게는 미안하게도.. 포스터 칼라를 쓰던 버릇 덕분에 올리브 그린을 

엄청 많이 쏟아부었었다. 거의 반 이상을 썼던 것 같은데 수채화는 그렇게 물감을 

짜서 쓰기보다는 굳혀서 쓴다는 걸 나중에 이해했다.


이책에는 초보자들을 위해 색상도 잘 설명해주었고 따라하기 쉽도록 

동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가 있다.

그러니 초보자들이나 도중에 그만두어 그림을 다시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교재가 될 듯하다.



이렇게 명암주는 것도 잘 표현되어 있다.

수채화는 여러번 덧칠을 하는 포스터랑 다르게 붓을 한번의 지나감으로 표현해야 

가장 아름다운 느낌을 낸다. 여러번 덧칠을 할수록 얼룩이 지기 때문이다. 

특히 농도가 옅은 색일수록 그렇다.


자연스레 붓을 따라 번진 물감의 길, 마르면서 생긴 자국들, 그런 하나 하나가 

수채화의 아름다움을 살린다.

여전히 포스터칼라를 사용하던 버릇이 남아 나에게는 무던히도 연습해야 할 

수채화 기법. 여전히 아름다운 수채화의 색감에 나에게는 동경이다.



이런 예쁜 삽화들이 책에 들어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화이 된다.

깔금하고도 부드러운 색감들이 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 같다.

언젠가 이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화려한 색감으로 타블렛을 통해 디지털로 그림을 많이들 그리지만

여전히 손으로 그리는 그림들, 수채화 그들만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치유의 시간을 주는 고마운 선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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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시명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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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도, 사람이 태어나 자라며 겪는 인생의 일들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사대부에게만 허락된 그림이었다. 신분에 귀천이 있던 시절 그림 하나에도 신분이 있었던 것이다.


청년 환과 귀신 할이 운영하는 카페 '할의 커피맛'에 어느날 한 사내가 찾아와 탐정 의뢰를 맡긴다. 딱히 탐정이고 싶은 마음이 없는 환은 귀찮은 듯 거절해보려 하지만 귀신 할은 이 의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의뢰는 노비가 가졌다는 평생도에 관해 알아봐 줄 것이었고 환은 마지 못해 의뢰를 받아들여 평생도에 관해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사대부 양반에게만 있는 것이 당연한 평생도이기에 '노비'의 평생도를 찾는 일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노비가 지닌 평생도가 웬말이냐 그런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럴수록 환의 평생도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도 커져간다. 그리고 평생도를 뒤쫒을수록 주변에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사건까지.


한국적 미스터리를 잘 표현한 책이 아닌가 싶다. 특히 조선시대와 현재를 배경으로 넘나드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개화기 시절, 여전히 신분제가 있음에도 시대가 점차 변하던 때에 사람들의 혼란은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백정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나 손에 칼을 쥐어야 했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변화의 세상을 살고 싶었던 남자와 그런 아들에게 따스한 말한마디 해주지 못하고 신분에 굴복할 것을 다그치던 아버지 말복. 세상을 떠난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으로 기여코 손에 넣은 아들의 평생도마저 결국은 신분제라는 굴레속 욕심에 의해 짓밟히고 빼앗겨버린 그 한을 어떻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태어나기 불과 백년하고도 조금 더 지난 시대였음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세상이 감사하게만 느껴진다.


예전에 아주 어릴때 티비에 우연히 봤던 드라마여서 정확한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에겐 '백정의 딸'로 기억하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백정의 딸로 태어나 인간취급 받지 못한 삶 속에서 여성 법조인이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는데 딱 바리스타탐정마환의 스토리에 나오는 평생도 배경과 비슷한 시대적 배경이다.

그 드라마를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당히 충격적인 어떤 장면 때문이었다.


백정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신분제 최하층에 있던 천민신분이었다고 한다. 대갓집 하인 흔히 말해 종이라 불리우는 그들조차도 백정을 우습게 여기고 하대했을 정도로 천한 신분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 사람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 백정의 아내 역을 맡았던 이휘향 배우가 낡은 한복을 입은 채 마을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으며 길에서 추행까지 당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짐승이라 부르며 백정의 아내를 엎드리게 하고 백정의 아내를 말처럼 타며 길을 기어가게 만드는 사람들은 양반도 아닌 일반 백성들이었다. 그리고 짐승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백정 아내의 치마를 들춰 희롱하고 추행하는 사내들 역시 일반 백성인 사내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울던 백정의 딸 역을 맡은 배우가 추상미였다. 바뀌어가는 시대에 맞춰 백정의 딸이지만 인권에 눈을 뜬 그 딸이 나중에 판사가 되며 끝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휘향이 길거리에서 희롱당하고 폭행당하며 짐승처럼 울라는 말에 울음소리를 내던 것이 어린마음에도 충격이라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 모양이다. (사실 백정의 딸이 된게 판사인지 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백정의 딸이란 신분을 뛰어넘어 사회에 이름을 남기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백정'이란 신분의 말복의 상황이 너무나 머릿속에 잘 그려졌고 그의 한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될 것만 같았다.한켠으로는 '있었을 법한 우리나라 신분제 속 슬픈 역사'이기도 해서 씁쓸함도 느껴진다.


말복의 '아들의 평생도' 는 신분제에 수긍하라고 다그쳤지만 사실은 아들의 안전과 행복만을 바라던 아버지가 결국은 아들이 바라던 희망에 대답한, 아들에게 띄우는 마음의 편지가 아니었을까. 아들이 자신과 같은 백정이 되길 바란 것은 아들처럼 세상을 변화를 바라보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혹여 아들이 다른이들에게 뭇매를 맞을까 겁이 나서 강하게 다그쳤는지도 모른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처럼 말복이 바라보는 아들은 아직은 이를 것 같은 시대를 꿈꾸는 위태로운 '모난 돌'로 보였을 것이다. 사람들 입방아에 올라 좋을 것이 없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아들이 백정이란 신분에 순응하길 바랬을 것이다.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날 줄은 더더욱 몰랐기에..

그래서 백정이길 거부한 아들에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사대부들이나 갖는다는 평생도였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한국과 과거의 한국을 아름답게 이어줄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꽤 괜찮을 것 같은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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