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림을 배운 친구들이 참 부러웠었다.
집안 환경상 미술학원에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었고,
만화를 좋아하던 오빠의 영향으로 만화를 접하게 되면서 만화를 조금씩 그렸었다.
만화를 조금 그리게 되면서 학교에서 '만화 그리는 애'로 통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친구의 친구를 통해 같이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과 친해졌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의 문제점(?) 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여자 아이들은 순정만화를 보고 순정만화스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오빠의 영향답게 소년만화를 많이 보던 나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하며 예쁜 그림들이었다.
수채화물감을 사용해 본적도 없었기에 당연하게도 나의 색감은 포스터물감의 진한
색들로 이루어졌고 진할수록 좋은 포스터칼라 덕분에 물의 농도따위를 제대로 맞춰서
그려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은 그런 내 그림을 되려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야 생각해보건데 밥로스아저씨의 툭툭 찍어 바르는 그림과도 같은 방식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나에게 수채화는 선망의 대상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다니고 싶어도 못다녔던 미술학원을 내 돈주고
다닐수도 있건만, 지금 나이에 학원에서 수채화를 배운다는게 어쩐지 부끄러워서
접게 되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은 무작정 배우고자 덤빌수 있는데 어중간하게 아는
이놈의 지식이 브레이크가 걸리기 일쑤다.
어중간하게 아는 그림에 창피스러움을 먼저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수채화 책이 책일 좋아하는 나에게도 참 좋은 선생님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