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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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제대로 취향적인 소설을 찾은 것 같다.

돈이 전혀 아깝게 느끼지지 않은 정말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몰론 책을 구매하는 데에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 책은 

그만큼 특별했다.


무죄인데 죄라는건 무슨말인가? 라며 제목 때문에 관심이 갔고, 표지가 마음에 들었으며

또, 당시 베스트셀러 주간 차트에서 5위권 안에 들던 때였기에 눈에 계속 밟혔던 책이다.

눈에 밟히는 책은 꼭 읽어야 뒤에 후회가 없다는걸 경험상 징크스처럼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나에겐 운명적인 책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구매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안 읽었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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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이야.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이 틀림없이 있는데,

그런데도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오만이라고....."

쓰러져라, 쓰러져라, 쓰러져라, 쓰러져.... 난 계속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것은 '살아'라는 애원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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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에게 이토록 삶을 애원하게 되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럼에도 나역시 사형수 유키노의 삶을 바랬다.

23세. 너무나 어리고, 또한 많은 삶들을 기대할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고작 그 어린나이에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세상 속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아픔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불길에 곳곳이 데여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것 같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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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는 백살까지 살고 싶다는 말을 천진난만하게 했다.

그런데 어느새 미래를 상상하기 두려워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일을 맞는다는 사실에 벌벌 떨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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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살까지 살고 싶었던 한 소녀가 죽고 싶어 사형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건번호처럼, 판결문처럼 우리에게 묵직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백살이라는 무한처럼 느껴지는 나이에 아이들은 많은 꿈을 꾼다.

그리고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고작 백년도 안되는 짧은 삶속에서 많은 절망과 

슬픔을 경험한다.

그 중 몇퍼센트는 백의 절반도 전에 스스로 생을 포기한다.

유키노처럼 언제부터 내일을 맞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벌벌 떨게 됐을까.


이미 '내일'은 계속 '삶을 약속'한다. 우리는 살아있음으로 살아갈 자격이 매일 주어진다.

좀더 나은 어른이 되자. 좀더 나은 어른이 되어 유키노 같은 아이가 없도록,

내일이란 삶이 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설렘인지를 느낄수 있도록.


많은 죄들과 많은 무죄들 그리고 많은 슬픔들과 많은 아픔들.

아이의 순수와 어른의 악의. 악의를 배우는 아이들과 참회를 배우는 어른들.

많은 것들에 유키노의 국화를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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