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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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와타나베 토건의 안주인인 미키코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남편 쓰네조 사이에서 어여쁜 딸 미카를 얻었다.

예쁘게 자라준 중학생 딸을 아끼는 쓰네조 덕분에 버티는 삶에 가까운 가정생활을 하는 

미키코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그녀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다.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던 그녀에게 걸려운 한통의 전화, 

미카가 납치되었다. 납치범이 요구하는것은 1억엔.


납치범에서 돈을 줄수 없다며 가짜돈을 요구하는 경찰에 쓰네조와 미키코는 

무조건 현금으로 준비하며 납치범에게 현금을 줄 용의가 있다고 밝힌다.

그리고 싸늘히 죽어 돌아온 딸.. 

쓰네조는 딸의 죽음이 돈을 건내려던 이후인지 이전인지 그 사실에 집착하고

미카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한 경찰들의 행동이 시작된다. 

범인으로 잡혀온 한 청년과 법, 경찰계의 잔혹함으로 철저히 무너져버린 

부조리가 독자들에게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이 책을 읽을때 사실 작가가 한국의 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제 일어난 우리나라 사건과의 일치함에 놀라웠다.

17년이라는 세월을 복역하고 나서야 무죄가 입증되어 풀려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이다.

경찰들의 안일한 행동들이 죄없는 이들을 17년이라는 세월동안 묶어 

철저히 유린한 사건으로 11억 형사보상금이 확정되었다.

그들의 17년이 그 금액으로 무조건 보상받을수나 있을까? 

그들이 경찰들에게 당했던 그 고통들을 보상하기엔 상처가 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사형을 당한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에서도 사형당한 사형수가 나중에 진범이 따로 나오면서 

억울하게 사형된 일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실 마음이 불편했다..

어떤점이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소설이 나빠서가 아니라 

꼭 어딘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을 경찰 법조계의 문제들 때문이다..

최근 큰 사건들로 연이어 시끄러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눈길을 피해 

법망을 피해가는 정치가들을 바라보며 죄에 대한 형평성과 평등함을 다시금 신경쓰게 된다.

소설로만 치부할수 없는 세태에 불편하고 쓴 감정이 넘쳐난다. 


일본의 법조계도 문제점이 많구나라는걸 생각해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가보다.


쇼지가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마치 바로 곁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이처럼 치가 떨렸다. 

그리고 사실 일제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했을 취조방식도 딱히 다르지 않았을, 아니

더 지독했을 생각을 하면 특히나 더 괴로웠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광기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정의를 알면서도 외면하는 그들의 행동은 특히나 지위에 맞춰서 

더 큰 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억울한 이가 제대로 항소하며 자신의 결백을 밝힐 수 있도록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너무너무 바쁘시겠지만 정의의 수호자라는 명분으로 일하는 모든 직업자들이 

꼭 한번은 읽고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믿을 수 있나요? 

믿을 수 있도록 정말 정의를 실현하고 있나요?


믿고 싶습니다...정의를...정의를 위해 일하는 당신들을....
꼭 믿을수 있도록 정의 앞에 서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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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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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12년, 취재 11년, 집필 7년

작가의 시간들은 그렇게 천천히 그럼에도 빠르게 다듬어져 아름다운 선율을 글자로 한음 한음 지어냈다.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는 네명의 주인공들과 그들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

그리고 스텝들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담아냈다.

벌을 싫어하는 나지만 제목의 한 단어인 "꿀벌"과 "피아노"를 보았을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막심 므라비차의 왕벌의 비행이였다.(여왕벌의 비행이라고도 한다)

피아노를 배워본 적도 없거니와 피아노의 그 흔한 클래식 음악들 조차 이름을 모를 정도로 클래식에는 문외한 나였지만

우연히 듣게 된 막심의 왕벌의 비행은 한동안 매일 듣던 피아노 곡이였을 정도로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주었다.



양봉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피아노를 가젼본 적이 없는 소년 진.

한때는 천재 소녀로 명성을 떨쳤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피아노계에서 모습을 감췄던 소녀 아야.

늦은 나이지만 다시금 도전하는 청년 아카시.

그리고 스타성이 충분한 그럼에도 교만하지 않은 혼혈소년 마사루.



중점이 되는 네명의 이야기와 더불어 피아노를 위해 살아가는 다른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피아노 선율과 함께 아프기도 슬프기도 그리고 즐겁기도 했다.



저들은 어렸을 때부터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저 무서운 검은 악기를 마주하며 보냈을까

아이가 누려야 할 즐거움을 얼마나 참아가며 부모와 어른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왔을까.



이 대목에서 떠올린 것은 무수히 많은 한국의 천재들이였다.

어린나이에 성악에 두각을 나타낸 임형주와 조수미, 발레리나 강수진

그리고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피겨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 등 많은 스포츠 선수들

그들의 영광이 누군가에게는 쉬이 어린 나이에 얻은 영광이라고 해도 그들의 연습량을 본다면 그들은 결코 쉽게 얻은 것들이 아님을 안다.


매일 매시간 매초 그들은 자신들의 꿈에만 몰두한다.

피아노에 몰두하는 이 많은 이들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만 그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는다.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 


소진 증후군, 스무살이 넘으면 일반인..

예술이나 스포츠에는 특히나 이 공식이 많이 사실화되어 많은 재능자들을 슬럼프와 고독의 길로 안내하곤 한다.

어릴 적 두각을 나타낸 재능이 끝까지 그 사람에게 남아있어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들어보렴.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하단다.

들어보렴, 진. 귀를 기울여봐. 세상에 가득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음악을 낳을 수 있는 법이니까.



생전에 피아노에서는 전설로 남을 피아니스트이자 많은 이들이 스승이 되어주길 바란 유지 폰 호프만은 쉽사리 제자를 키우지 않았다.

하물며 부탁을 하는 재능있는 이들에게 조차도 스스로 찾아가서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스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그가

딱 한 번, 딱 한 명 스스로 찾아가 피아노를 가르친 이가 있다. 열여섯세의 가자미 진. 

호프만은 그를 피아노계에 들이닥칠 폭탄이라며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도록 친히 추천서를 써 보낸다.

그리고 그가 준비해둔 폭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탄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천계영 만화가의 오디션이 간간히 떠올랐다. 특히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진 캐릭터인 황보래용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흔한 소년이 막대기로 난간기둥을 치며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음악가에게 그것은 천재성이 드러나는 박자감각의 음악이였다.

황보래용은 그저 즐겁게 난간기둥을 치며 스스로가 내는 음악에 즐거워하던 아이였다.

천재도 대단하지만 그런 천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이들도 대단한 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던 예술, 특히 피아노에 관한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잘 모르는 분야이기에 알게 모르게 접하거나 듣게 된 장면들로 책의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받아들일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책은 누군가에는 어려울 수도 있을거라 예상한다. 

방대한 약 7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과 피아노 선율을 문장으로 글로 나타낸 부분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책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읽다보면 금방 이 책을 읽어내릴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곳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 특히 콩쿠르 4인방이 정말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 피아노계에서, 아시아계에서 많은 비율의 천재들을 양성하고 있는 우리 한국에 경의를 표해본다. 

한국이 피아노계에서 뛰어난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인정 받고 있음에 자랑스럽기도 하고 

피아노 이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존재함에 가슴이 뜨겁다.

지금도 연습에 매진하며 소진 증후군에 불안해 할 많은 천재들, 그럼에도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많은 피아노계의 천재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름답기만 하기보다 피아노계의 이면도 보여주며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수 있게 해준 작가의 책이 고맙다.

사실 나는 주변으로 부터 "너무 캐릭터에 몰입하지 마"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야의 담담한 듯 보여주는 그녀의 상황들에 사실 책을 읽다 자주 티슈로 눈가를 훔쳐야했다. 


경기 도중 혹은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가족의 죽음을 겪은 선수나 예술가들은 사실 굉장히 괴로움 속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다.

당장 가족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과 이 날을 위해 노력한 자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도움을 생각하며

많은 갈등을 겪고 그로 인해 자신의 컨디션을 이어가지 어렵다.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도 한 몫을 한다.

그들의 삶이지만 오롯이 그들만의 삶이 아니다. 

예전에 김연아가 어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는 제 꿈이기에 달리지만 제 꿈을 위해 움직여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 

그들분들의 꿈이 아닌데 내 꿈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고 참 감사하다.


아야가 짊어진 마음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피아노계를 도망치듯 떠난 자신을 아직까지 기억해주는 많은 이들.. 

그녀가 다시 피아노계로 돌아오길 바라고 도움을 주는 이들..

대중들은 어떤이는 악의로 어떤이는 호의로 그녀의 부활을 숨죽여 지켜본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지구 차원의 가십으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정보들과 가십들이 가득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넘어지더라도 가십에 상처받지 않고 일어서는 힘이 

대중에 노출된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지도 모른다.

인생에 있어서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의 삶에서 넘어지고 도망치고 그러다가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들이라도 다르지 않다. 그들도 우리도 상처로 넘어지기도, 나이에 절망하기도, 재능에 위구심을 갖기도 한다. 

예술가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예술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웃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특히 아야와 마사루의 어린시절은 더더욱 그렇다. 

그들의 어린시절의 귀여움도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너무해 너무해 함께 라흐마니노프를 연탄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자고 했잖아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던 

어린 아야가 너무 사랑스러워 슬퍼하는 아야에겐 미안하지만 웃음이 났다.


누군가의 인생의 고통이 녹아있어 무겁고 슬프기도, 그리고 순수함에 사랑스럽기도 한 소설이였다.


온다리쿠의 책은 유명함에도 사실 제대로 읽어본 것은 꿀벌과 천둥이 처음이였다.

그녀의 문체가 이런 따스함이라면 앞으로 그녀의 책을 좀더 믿고 접할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쩌면 온다 리쿠가 그들 피아니스트들의 삶에 박수와 용기 그리고 존경을 표하는 사랑의 헌정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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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을 걸어도, 많이 힘들어도 함께있는 듯 느낄수 있는걸. 지금은 외국에서 국제 변호사를 하고 있는 가수 이소은과 윤도현이 불러 더 유명해진 오세암의 ost. 만화를 먼저 접했지만 오세암은 정말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에 보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인지 오세암의 길손이를 생각하면 눈가에 눈물부터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오세암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화라는게 더 가슴 아픕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알까요? 그저 산은 나무가 우거진 곳 바다는 여름에 물놀이가는 파도가 넘실대는 곳 이라고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아 자연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치유해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산의 아름다운 초록빛 나무들과 그 나무들 사이를 미끄러져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듣는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던 산새의 울음소리, 앙증맞아 눈을 뗄 수 없었던 귀여운 다람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하던 그런 곳. 누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빈자리에 늘 목말랐을 한 아이의 짧은 생. 그 아이의 슬픔을 위로하고 그리움을 위로하려 만들어진 오세암. 산속에 자리 잡고 있을 그 작은 암자는 책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모험심과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치유를 선물해줄것 같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읽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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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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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삶과 기록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자, 

대중의 관심은 사건 자체보다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조명으로 바뀌었다.

남자의 삶이 자기네들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느낀 중년 남자들은 비탄에 빠져 탄식했다.

남자에 대한 동정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고, 초점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로 옮겨갔다.

 

어쩌다 이런 일들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소설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넣어놓았구나라고 라는 생각에 혀끝이 쓰다..

내가 아직 한참 어릴적에는 뉴스에 살인사건이 한사건이라도 일어나면 엄청난 이슈가 되던 시절이였다.

살인사건은 의례 치정사건이라던지 돈문제가 엮인 사건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길가다가 모르는 이들에게 칼부림을 당할수도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

어릴적 일본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나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출근길에 트럭으로 지나가던 행인을 치고 차에서 내려 칼로 무작위로 사람들을 해친 사건..

전혀 모르는 사람을 길, 그것도 대로에서 여럿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였다. 

하지만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이 일어나는 하루 이틀 정도만에 잊혀지는 기삿거리다.

 

타인의 행복을 부러움의 대상으로만 보던 질투의 시대에서 

이제는 정당한 폭력의 대상으로 가해자들이 난무하는 폭력의 시대가 되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마치 술을 먹은것이 자랑이라도 되는 듯 피해자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듯...

소시민이 소시민을 폭행하고 살해한다...정말 그 피해자는 행복하기만 했을까?....

똑같이 힘들었지만 그들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좀더 긍정적이려고 노력하고

더 웃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였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너무 힘든 육아에 지치고 지쳐 괴롭다가도 아이의 웃음 한번에 해맑게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 어머니라던지, 

거칠대로 거칠어져 투박해진 손이 그간의 고생을 보여주듯 관절염으로 퉁퉁 부어 아프지만 

자식의 애정어린 전화 한통에 웃음을 짓는 노모라던지,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당장이라도 

어딘가에서 떨어져 사라지고 싶지만 친구의 작은 위로에 눈물 대신 웃음을 짓는 학생이라던지...

나이가 어리든 적든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다 힘들다..

그럼에도 행복하려 노력을 하는 것이지 절대 매순간 매일 평생을 행복하게만 지내는 이들은 없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가해자들의 사냥감이 되어야만 할까... 원망스러운 사회다..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어 늘 노력한 한사람이였던 그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할까..

 

여기 그런 가해자 남자에 의해 가족을 잃은 소년이 있다.

알렉시티미아. 

그럴듯한 멋진 말 같겠지만 감정 표현 불능증이란 이름의 병을 소년은 

태어난 순간부터 타인과의 감정 교류에 투명한 벽이 존재한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소년에게 끝임없이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한 공부를 시킨다. 

남들에게 평범한 것들을 소년은 습득을 통해 습관으로 만들어야만 남들과 같아 보일수 있다.


남들과는 다른아이.. 

남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공감이나 누군가와의 이별이 얼마나 아픈지에 대한 부재는 소년으로 하여금 남들과는 다른 비정상이란 단어를 심어준다. 그래서 노력하려 했다. 평범함을 배우기 위해.

 

 

[엄마는 늘 집단생활에는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었다. 엄마가 내게 그 지난한 교육을 시킨 것도, 내가 그 희생양이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사귀어 무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다니며 무리를 짓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희생양을 찾는다.

본능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확하게 찾아낸다. 

그래서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이런 부분에서는 더더욱 무섭다.

괴롭힌다는 문제에 대해 악의성이나 얼마나 잔혹한지에 대한 강도를 

아이들 기준으로는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유달리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대게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학우이거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이거나 

집안 사정으로 좋은 옷 좋은 학용품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이였다.

처음엔 머리를 톡톡 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어느새 발길질이 나오고 

당시에는 겨울이 되면 뒤에 난로를 피우던 시절이였는데 난로 위에 달군 십원짜리를 

아이의 얼굴에 던지는 강도로 점점 폭력성이 짙어졌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웃는다..그런 지독한 짓을 저지르고도 그것이 장난이라며 웃는다. 

나는 따지고보면 방관자였다. 내가 괴롭힘당하기 싫어서였지만 어린 맘에 죄책감이 남았다.

그래서 그 친구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한다. 

성인이 된 후에 우연히 길에서 그 친구를 만났을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당연하게도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내가 인사를 했다는 것에 기쁜지 웃으며 우리가 학교 친구였느냐 

그랬구나 너는 잘지내? 고마워 잘지내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누군지 기억도 못하는 학창시절의 친구에게 마음을 다해 기쁜듯이 말이다. 


때리는 것과 친해지는것. 미워하는것과 용서하는것. 미움받는것과 용서받는 것은 

정말 작은 찰나의 순간의 오차에서 온다.. 

그러니까 나는 길에서 그 친구를 보는 순간 용서 받는것과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는 항상 옳은 선택에서 갈려 옳음과 나쁨을 오가는 것 같다.

 

곤이라는 소년이 나온다. 

그는 주인공을 심하게 때리지만 결국 남들과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과 가까이 지낸다. 

서로가 평범치 않아서 끌리는 건지도 모른다. 

곤이와 주인공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자꾸만 웃음이 터져 애를 먹었다.

진지한 두 소년의 대화가 왜 이다지도 개그프로같은지.. 

작가는 슬픔을 덤덤하게 만들면서 읽히게 하면서도 덤덤하게 웃겨주기까지 한다.

몰론 두 소년은 청중들이(독자들) 웃을줄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을 보면서 단순히 알렉시티미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일상에서 저지르는 많은 오류들 부끄러워해야 할 습성들이 차곡 차곡 메모되어지는 기분이 든다. 

 

주인공을 보는 것도 가슴 아프지만 곤이를 보는 것도 가슴 아프다.

특히 주인공에게 자기 엄마와 만났을때 어땠는지를 물어보는 그 대화들이..

안아주셨다는 말에 그 품이 따뜻했느냐고 물어보는 작은 음성이 꼭 귀에 들리는 것 만 같았다.

부모 멋대로 아이를 판단하는 일... 어른들의 기준에서 아이를 내려다보는 일... 그로 인해 멍드는 이들이 있다.  

 

이 책은 세상의 어떤 이들이 우리와는 조금 다름을...그럼에도 그 다름이 사실은 정상적임을 보여주는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렇게 다른것 또한 정상이니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자고 말해주는 것 같다.

너무 잘 알지만 우리는 쉽게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무리를 지어 우리는 그렇게 다름을 배척하고 이상히 여기고 괴롭힌다..

언제 끝날수 있을까...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엔... 아마 그런 오류는 늘 불가항력으로 일어날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곤이가 주인공을 변화시키고 주인공이 곤이를 변화시켰듯이..

먹먹하면서도 미안하고 그럼에도 따뜻한 책이다.

사실 초반에 표현불능증이라고 해서 사이코패스같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것에 관한 지독한 책일지도 모를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따스함을 안겨준 책이라 이 책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널 그런 책이라고 속단해서 미안하다.. 


알렉시티미아..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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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7 (특별판) - Novel Engine POP
정연 지음, 녹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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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이와 백란의 오래하고도 더 오랜 날의 인연이 오늘에 이르러 서로 맞닿았다.

사실 인간인 유단이가 어째서 한쪽 눈에 그러한가에 대해 무언가 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인연과 전생이 있을줄이야.


반월당. 

대구의 한 지하철역 이름 중에 반월당이 있다. 그래서 반월당을 그곳으로 당연히 생각했는데

반월성의 반월당이였다니... 이런 걸 두고 바로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는구나..

신라의 수도였던 반월성에 거주하고 있는 독자이면서 반월당을 반월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시도 없었다. 그러고보면 이 책에는 삼국유사와 같이 신라시대의 설화들이 많았는데 눈치채지 못했다니..유단이 만큼이나 둔치가 틀림이 없다.


귀여운 어린 백란을 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였지만 드라마 cd를 통해 

어린 유단이와 그 유단이가 귀여워 못사는 반월당 식구들의 목소리에 키득 키득 웃음을 숨기느라 힘들었다.


정연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유랑화사도 그렇지만 유랑화사와 반월당의 경우는 책도 책이거니와 드라마cd가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인것 같다. 출판사에서 이런 좋은 기획을 만들어주신 점에 대해 참 소설덕후&성우덕후인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 책으로도 즐겁고 귀로도 즐겁고! 


이렇게 끝맺음이 나버린 반월당의 뒷 이야기들은 내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작가님의 또다른 작품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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