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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날 갑자기, 당신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게 될까.
여기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사내가 있다.
빛나는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어 많은 부를 축적해 이제부터 남 부럽지 않은 인생을 오프로드처럼 달릴 일만 남았던 그에게 어느날 찾아온 시한부 선고. 그리고 예전부터 따라오던 불길한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 시한부 선고와 함께 다시금 태어난다. 그의 표현대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아내를 잃고 갓 스무살이된 딸과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베테랑 형사 아오이에게도 인생 타이머에 불이 들어온다. 늘 범인을 잡기위해 맹수처럼 살아온 그의 삶에도 시한부 선고가 떨어진 것이다.
깨어난 살인본능대로 얼마남지 않은 삶을 살인을 위해 몰두하는 범인 사카키와 마지막 순간까지 그 범인을 잡기 위해 몰두하는 형사 아오이 그리고 그들 주변인들의 캐릭터가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사카키의 오래전 연인이자 첫사랑이었던 스미노, 그들의 어린시절에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스미노가 어릴적 사카키에게 전달한 종이칼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함이 많았다. 그리고 그 결과에 다다랐을 때의 기분은 참담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부모의 학대, 지독하다는 말 조차도 가벼워보일 정도의 학대를 당했던 사카키. 착하고 여려서 보호받아야 마땅했을 어린 마음에 심어진 살인욕구의 씨앗의 근원을 알게되고 나니 그저 머릿속에 까맣게 변해갔다.
부모의 그런 학대가 아니었다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면 사카키는 어쩌면 훌륭한 아버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소설 속에 묘사된 그의 모습은 다정하고 자상했다.
아오이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범인에 몰두하는 형사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 속에 가족을 등한시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죽음 속에 자신의 숙명인 형사로서의 본분을 늘 품고 살아가는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수 없어 곧잘 마찰을 일으키는 딸 미즈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의 모습을 이해하게된다.
살인과 범죄, 그리고 추격의 모습에 집중되기 보다 주인공 두명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삶에 좀더 촛점이 맞춰져있는 다양한 인간사의 모습을 보여준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범인을 잡았음에도 후련함보다는 착찹한 마음이 든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이니 말이다.
아오이는 사랑했던 아내 유미코를 무사히 만났을까.
어느날 갑자기 내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죽음의 순간 어떤 모습으로 떠나가고 다른이들의 마음에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까.
적어도 사카기와 같은 삶보다는 아오이의 삶에 가까운 삶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