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아 : 내일의 바람 사계절 1318 문고 120
이토 미쿠 지음, 고향옥 옮김, 시시도 기요타카 사진 / 사계절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tv가 없었다.

2011년 3월, 바로 옆 나라에서 처참한 재해가 일어났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일에 빠져 있었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야 엄마가 보고 있는 tv화면을 보며 그날의 사건을 알게되었다.

지진과 함께 쓰나미로 일부 지역의 모든것이 쓸려나간 것을 알았고 당시 일본에 거주 중이었던 고모 딸의 생사 여부를 물었더니 엄마도 그제서야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연락을 취해보라며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남의 나라, 남의 일임에도 눈시울을 붉히던 엄마는 사촌 아이의 생사 여부에 더더욱 남의 일 같지 않아 불안해했다. 다행히 무사했지만 그 일로 사촌 동생은 오랜 꿈이었던 일본에서 살기를 포기하고 모든 것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과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기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아포리아는 그 잔혹한 2011년 3월의 일들을 24년 후 똑같은 재앙으로 그리고있다.

운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며 엄마와 삼촌의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치야는 늘 같던 일상에 변화를 맞게된다.

기우뚱하는가 싶더니 지진이 일어나 자신의 세상이 뒤집혀 버린 것이다.

무너진 건물 어딘가에 갇힌 것 같은 엄마를 구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사내로 인해 엄마를 구하지 못하고 피난하게 된 이치야는 울분과 분노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런 와중에 자신처럼 재난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하며 점점 변화해간다.

당장 몇년전에 일어났던 사건이기도 하고 드라마틱하게 포장되어지지 않아서 인지 담담히 읽어 내리면서 꼭 살아남은 누군가의 수기를 읽는 기분마저 드는 책이었다.

지붕위에 떠내려온 소녀와 그 소녀의 품속에 있던 고양이, 저체온으로 위험한 소녀를 위해 손발을 주무르는 여인과 자신의 건빵을 고양이에게 양보하는 어린 소년. 그리고 철저히 혼자서 지내다 시피했지만 그런 그들을 위해 비록 물이라 하더라도 건져오기 위해 위험을 부릅쓰는 이치야.

위험 속에서 사람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맹수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이렇게 가장 선량한 의인이 되기도 한다.

소설로만 생각하기엔 아직 기억하고 있는 슬픔이 커서인지 읽는동안 눈시울이 붉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치야의 삼촌은 모든 것이 떠내려간 마을의 풍경을 보고 그 이후 만나게 된 이치야를 보며 얼마나 많은 벅참을 느꼈을까. 그 무엇도 아닌 [살아있음]이란 감정의 벅참을 말이다.

꼭 쓰나미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재해와 인재로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은 사례가 있기에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여러가지 사건들을 떠올리고, 그 날 그 사건들 속 눈물의 유가족들이 떠올라 더더욱 많은 것들이 생각되었다. 하루 하루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티는 누군가의 하루가 오늘도 저물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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