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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ㅣ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평점 :
작년 이 책의 제목을 자주 접했던 것 같다. 회색이라고 하면 의례 '도시'가 자동문장처럼 연상되곤 했기에 이 책을 찾을 때도 회색도시로 검색해놓고 왜 책이 안나오나 했던 기억이 있다. 사막한 회색도시만큼 회색인간이란 이름은 무채색의 딱딱함을 가진 느낌이다. 그러나 책속의 회색인간들은 회색에만 머물지 않았다.
돌에 맞아 정신을 잃어도, 아무도 돌보지 않는 굶주림속에 죽어가고 있어도 계속해서 회색인간들 속의 여인은 노래를 불렀다. 노동이 전부인 곳에서 사치라 불리는 노래, 그림, 소설. 그런 예술들이 서서히 다시금 인간들 속에 찾아와 인간의 삶은 노동만이 전부인 삶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공장에서 오래 일을 하며 이 글들을 써내려갔다는데 그래서인지 노동과 예술(혹은 개인의 취미와 결합된 재능)에 관한 뜻을 품은 듯한 느낌이 드는 글들이었다. 회색도시는 개인적으로는 작가 자신을 투영한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공장이나 또는 평범한 근로를 하는 이들은 회색의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가수의 꿈, 소설의 꿈, 화가의 꿈등 다양한 꿈들이 존재하고 또한 재능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회색에도 색이 있다. 회색은 검정색의 농도를 맞춰 이루어지는 회색도 있지만 여러가지 색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회색도 있다. 그런 회색은 농도로만 맞춰진 회색보다 좀더 시각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느낌의 회색을 보여준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회색의 느낌은 아마 여러가지가 혼합된 색의 회색인지도 모른다. 얼핏 회색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 노란색도 빨간색도 그리고 파란과 초록등 다양한 색이 있다. 그것들이 그 사람의 관심사, 재능들이 되어주는 지도 모른다.
초반 회색인간과 무인도의 부자노인, 그리고 낮인간 밤인간과 아웃팅이 나에게 강렬하게 남았다.
부자노인의 거짓말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모두가 용서아닌 용서를 하는 모습, 그리고 되려 자신들의 잘못될 뻔한 방향을 부끄러하고 옳은 선택을 한 것을 기뻐하는 모습에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에는 갖가지 군상의 상황과 인물들이 나온다. 인간의 이질적인 추악함과 인간만이 갖는 고유의 선함이 묘하게 뒤섞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추천의 글에서 김민섭이란 저자는 김동식 작가를 재미있는 작가의 탄생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기존의 정석된 소설가들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신선한 새로운 열매를 처음 접하는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회를 꼬집는 방법이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내가 알던 열매와 비슷은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른 열매. 그래서 익숙한듯 새로움이 일어나는 그런 열매같은 소설이었다.
짧은 단편들이어서인지, 아니면 영화같은 장면들에 상상이 잘되서인지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