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서점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tv를 통해 책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 

<요즘책방 : 책을 읽어드립니다> 덕분이다.

그런데 여기, 그 이전부터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알기 전까지는 오디오클립의 책 읽어주는 남자를 몰랐다.

나의 생각보다 요즘의 간단한 통신매체에는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정작 다양하게 사용하진 않는 편이기에..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정보였을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작가의 첫번째 인문 에세이라는 부재를 

달고 세상에 나온 책,

읽는 내내 그의 방대한 독서량에 놀라웠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책의 이야기와

구절들이 그 단락의 이야기에 맞게 들어가 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많은 시들까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마음이 외로울 때 어떤 사람은 음악을 찾고, 

어떤 사람은 즐거울 게임을 찾고,

어떤 사람은 여행을 찾으며, 또 어떤사람은 책을 찾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그 중 책과 음악을 찾는 것 같다.

그 모든 것들에 사람이 녹아있고 사랑이 녹아있으며 

삶의 위로가 녹아 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기에 듣는 사람이 있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있으니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가면 자연스레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책 속에도 그 책을 읽을 이를 생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남겨준 작가가 있는 것이다. 

외로워 혼자 있을때 혼자임에도 우리는 오롯이 혼자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의미로나마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때로 위로가 되고 사람이란 존재들이 가진 

불특정 타인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최근의 경험으로 사람은 자신이 알게된 감정만큼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을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외로워보아야 누군가의 외로움이 보였고, 내가 슬퍼보아야 

남의 슬픔이 보였다.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은 쉽게 어떠하다는 말을 건내기보다

그저 묵묵히 손을 잡아주고 함께 마음으로 울어줄수 있나보다.

여러가지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들이 생긴다.

어릴적에는 한없이 따스하고 즐겁기만했던 시간들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슬픔과 외로움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들일 뿐 

세상에는 언제나 슬픔과 외로움들이 존재해왔었다.

전혀 새로웠던 것들이 아니라 그제서야 자신이 느끼게 된 것 뿐이다.

그리고 결코 우리가 자랐다고 해서 우리가 어릴적 가졌던 

행복한 즐거움들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하지 않을까.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앞을 가로 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문 중 -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


삶이 나를 잊지 않았고 나의 손을 잡고 나의 마지막까지 간다면 분명 삶의 주변에는 아픔과 슬픔 고통만큼 즐거운 것들도 같이 있을 것이다. 때론 삶이 남의 편 같아 보일때가 있지만 결국은 미움도 내 삶의 일부이고 삶이 내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삶을 버리는 순간 나는 존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가 작가 자신의 친구들과 찰나의 만남에도 손수 악수를 하며 체온을 나눠주셨던 이야기를

말하며 성인이 된 자신이 친구를 만나는 내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도 않고 익숙함이란 실례를 범한 일을 들려주었다. 삭막하다라고 할 정도로 요즘의 우리들은 익숙함의 실례를 범한다.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 익숙하다며 만나는 자리에서도 묵묵히 스마트폰에만 정신을 빼앗기곤 한다. 바로 앞에 친구를 두고도 스마트폰 속 활동하는 카페의 회원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며 웃고 있었을 어느날의 나를 떠올리니 당연함이 부끄러움이 되었다.


바로 앞에 존재하는 행복을 눈먼 장님처럼 못찾고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 하니 행복이 먼것처럼 보이는 것이리라.

친구를 만나면 친구와의 행복한 시간에 좀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된다.


서로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

취향을 넓혀주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

내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성장시켜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당신 곁에 언제나 함께하기를.

[본문 중 ]


그런 친구를 소중히 할수 있는 내가, 

그런 친구 곁에서 함께하며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세상은 우울증으로 넘친다. 사람들은 우울증으로 약을 먹는다.

그건 그저 우울하기 때문은 아니다. 뇌가 보내는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인 신호다.

그걸 고백한다는 건, 병원을 제 발로 찾는다는 건,

자신을 다시 다듬어서 세상과 다시 연결지점을 찾겠다는 의욕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이다.

다정함이 당신의 친구들을 구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다정함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본문 중 - 김도훈 작가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일부 ]


자신을 다시 다듬어 세상과 다시 연결지점을 찾겠다는 의욕이라는 말과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이라는 말. 그리고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다정함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는다.

최근의 내 마음이 그러했기 때문인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트라우마로 한동안 마음의 병이 들었을 때, 나는 매일밤 나의 어떤 부분이 죽음을 당하는 기분을 당했다.

매일밤 나의 중요한 어떤 감정이 자꾸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 스스로가 아프다는것을 인정하고

병원에 찾아가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은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싶을만큼 마음이 밝아졌다.

살다보면 별일이던게 별일 아닌 날이 온다고 했던가.

그렇게 삶의 불안을 안고 죽음까지 생각하던 날들에서 지금은 다정함과 의지를 안고서 삶의 낭만을 생각하게된다.

좀더 행복해질거라는 낭만.


나는 다정함을 좋아하고 다정함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우리 모두다.

어느 한사람 다정함이 필요하지않은 사람이 없다.

우리 모두는 다정함을 필요로 한다.

인정하자.

지금 우리가 미워하는 누군가에게도

사실은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은 알게된 것 같다.

삶의 행복과 다정함, 그 낭만을 위하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마른 나뭇가지와 눈물같은 비, 그리고 그 아래 고양이를 안은 소녀가 있다.

자세히 보면 마른 나뭇가지는 소녀의 머리에서 돋아나 있다.

흘려서 보면 모르겠지만 가까이 살펴보니 여러가지 함축되어 있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치료사인 작가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제자들이 여전히 세상 곳곳에서 

인간의 심리와 그 속에 남겨진 아픔들을 위해부던히도 노력하며 

세상에 마음을 다친이들에게는 치유가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이 책은 트라우마, 특히 당사자들이 기억을 하는 시기든 못하는 시기든 

어린시절부터 이어져왔을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머니의 뱃속에서 부터 생성되었을 우리가 가진 많은 두려움과 

슬픔의 원인을 알려준다.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나의 부모 세대의 일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전쟁을 겪거나 전쟁을 경험한 바로 윗 세대의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부모님, 그만큼 그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많은 트라우마 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이 되물림 되어온 경우도 많지 않을까.


야생의 동물들은 부상을 입으면 고통의 울부짖음을 짖지만 

이내 자신의 상처가 무리로부터의 배척이나 죽음위기에 놓이면 

자신을 보호하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예전에 햄스터를 키운적이 있는데 햄스터의 경우는 다리를 다쳐도 

오히려 자신이 건강함을 과시하려고 다친 다리로도 쳇바퀴를 돈다고

들어서 놀랐던 적이 있고 실제로도 부상을 입은 햄스터가 무리해서

쳇바퀴를 계속 도는걸 발견한 적이 있다.


트라우마는 신체는 아니지만 마음의 상처로서 그런 양상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트라우마라는 것은 마음이기에

스스로도 자각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아닐까.


본문 중에 상담사가 나와 같은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가 

내담자에게 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심리상담을 받아본 나로서는 매우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나의 경우는 동성의 상담사 선생님으로 같은 동성으로서 가진

불안감등을 잘 이해하며 대화가 잘 통한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안심된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반면 주변 지인의 경우는 다니는 병원이 별로라는 반응을 보이며 

병원을 끊은 경우가 있는데 혹시 몰라 내가 다니는 병원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할수 있다는건 내가 그만큼 그곳이 믿음직스럽기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처음부터 나와 맞는 상담가를 잘 찾은 모양이다.

상담을 받으며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작은 일에는 그러려니 하며

웃어 넘길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 혼자 울적해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쉽게 광분해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고나면 그 후에 꼭 짜증을 덮어쓴 상대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

나를 미워하고 나는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하는 마음이

덮쳐왔다. 그런 감정들이 오래되다보니 자연스레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고 죽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우리는 어쩔수 없이 쌓이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있다. 

특히 서비스직은 심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사회생활'이라는

일종의 사회룰 때문에 자신이 아프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자신의 나약함으로 몰아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결국 병이 나고 병이 난 이후에는 고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일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난해하고 재미가 없는 소재일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이트의 책이라던가 많은 심리전문가들, 

신경전문가들이 책을 내놓는다. 이런 류의 책이 필요한 이들도 분명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차 병든 사회속에서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읽은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도 심리와 신경에 관한 동화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어렵다는 사람들 읽어보니 좋았다는 사람들 반응이 판이하게 다르다.

나의 경우는 아픔을 겪은 직후였기에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었다. 

이 책 역시 나의 아픔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하며 

읽어 내릴 수 있었다.


나와 나의 부모님, 나의 부모님과 그 윗대의 부모님이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들을 생각하며 어렸던 엄마도 아팠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어린시절을 알아서 뭘하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역사를 배우 듯, 우리 자신의 과거를 아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나 자신을 좀더 이해하고 사랑할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고 

더 나아가 가정을 일굴 사람들이라면 어린시절의 나 자신을 이해한 만큼 

내 아이를 잘 이해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과거는 없다.

나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들이 내가 기억 못한다고 해서 절대 

가치 없는 것이 아니다.


-----


만성적으로 존재감을 무시당하거나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도 트라우마는 남는다.

이것이 발달 트라우마의 특징이다. - 본문중


나의 생각 :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윗사람을 통해 습관적으로 당하는

무시들이나 상처들이매일 매일 쌓여가는데 정작 우리는 느끼지 못하다가 

(혹여는 누구나 그런거지 라며 쉽게 생각하고 지나칠때) 나중에 크게

아프게 될 때에야 비로소 알게된다. 

그것이 깊게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본문중


나의 생각 : 아무리 튼튼한 댐도 무너지는 때가 있다. 

너무 많은 폭우가 쏟아져 방류량을 넘어섰을때 벽에 균열이 가게 되면

결국 댐은 무너지고 모든것을 삼켜 엉망으로 망가트려놓는다. 

트라우마는 그런 댐과 닮았다.


조금씩 차올라서 단지 위기 의식이 없을 뿐, 댐처럼 트라우마는 

언제고 우리를 범람해 우리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날이 오게될수도 있다. 

그것이 자신의 파멸이든 혹은 미움의 상대를 향한 파멸이든 혹여는 

그저 주변을 향한 분노이든 무엇이 되었든 그렇게 되기 전에 스스로가 

조절이 될수 있도록 살피는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모든 주의력을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과

이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신의 편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저하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 본문 중


나의 생각 : 나에게 나쁘게 한사람이 좋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처럼 나 역시 그러한데 남에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에게 나쁘게 한 사람과 끝까지 좋은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나에게 친절한 사람 혹여는 내가 먼저 친절하게 한 사람과는 꾸준히

좋은 관계이거나 좋은 관계인 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좋은것을 생각하며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나쁜 감정 하나가 좋은 경험 아흔아홉개를 덮어 버리는 것을 경계하라! - 본문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 어른인 척 말고 진짜 느낌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박산호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어른이 되는건 어렵다.

이 문장을 듣고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미 스무살이 넘으면 어른인데 어른이 되는게 어렵다니 그 무슨 소린가 하고 말이다.

언젠가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아직 내가 어른이라는 자각이 들지 않는데 시간이 나를 등떠밀어 어른으로, 더 어른으로

계속 보내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네 부모님들 역시 이런 마음으로 어른이 되어 우리를 낳고 키우며

여전히 마음속에 어른 소녀와 소년의 마음을 두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부모님이 나보다 한참 어른이라도 내 눈에 어리숙하고 천진난만하며 또한 답답한 아이같은 모습이 보이는건

어쩌면 시간에 등 떠밀려 살아오며 아직 제대로 영글지 못한 부분이었던게 아닐까.

아이의 시점에서 어른은 이렇다라는 기준이 있다. 그리고 그 시준에서 벗어나면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어른도 우리가 만든 모든 기준에 100% 부합되는 존재가 될 수 없다.

교과서적인 어른의 기준은 말그대로 교과서적인 만점의 기준이니 말이다.

작가는 프리 번역가로서 이혼이란 아픔도 겪고 아이와 함께 타국에서도 생활을 해본 만큼

다양한 삶의 굴곡을 겪었다. 그리고 그 삶을 살아오며 본인이 느낀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모습들을 자서전처럼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부분들과 이런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들로 이런 어른이 되지 말자라는 생각들이 곳곳에 보였는데 공감되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나의 경우도 때론 막무가내 꼰대 어른들 덕분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반대로 어린 사람들에게 했던 내 행동들에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런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컨트롤이 어렵다. 그래서 어른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몰론 내 기준에서도 한참 벗어난 상식밖의 어른들도 때때로 있는데 이해의 범위를 벗어나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

단락의 시작 부분에 어느 작가, 혹은 어느 명인의 좋은 글귀들을 얹어둔 부분도 꽤나 마음에 들고 작가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인생의 좋은 언니가 들려주는 '알아, 너도 어른으로 힘들지?'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아이의 시절은 고작 20~24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의 삶은 오롯이 어른으로서 견뎌내고 걸어가야 하는 삶이다. 어릴적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을 보며 아이일때가 좋은 거라던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좋고 안 좋고는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일이지만 아이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 등떠밀리듯 어른이 되는 날이 오고야 만다. 그러니 아이일때는 아이로서 많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그렇게 즐거웠던 추억을 발판삼아 멋진 어른이 되어가면 좋겠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달라진게 없어도 좀 더 어른이 되고야 만다. 그러니 기왕에 어른에서 더더욱 어른이 되어야 하는게 세월이라면 좀더 현명하고 좀더 지혜로우며 좀더 여유로워보이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상하게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힘이라는 것과는 다르게 뭔가 좀더 강해보인다. 그런걸 연륜이라고 하는 걸까.

삶의 나이가 영글어 잘 익은 어른이 되는 것. 썩은 과일 같은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

실패에서 실패로 끝없이 이어지는 인생에 대한 공포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라도 되여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안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발더둥치며 살아간다.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망므 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 본문 중,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리커버 특별판)
제임스 도티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방탄소년단 팬들에게는 필독서로 알려져 있는 책이다. 책의 띠지에도 있는 MAGIC SHOP이라는 단어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있는 곡 이름과 똑같다. 그 곡의 모티가 되어준, 컨셉이 되어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상당히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었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나에게도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이 나를 어떻게 무너지게 하는지를 잘 이해하게 된 시기였고,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며 어린 도티에게 많은 감정적 동질감을 느꼈었다.

어린 도티처럼 내 머리와 마음 속에 늘 불안으로 가득찼던 감정들을 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살아가는 일종의 당연함으로 여기며 살았다. 유달리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변을 통해 듣긴 했지만 그것은 단지 내가 남들보다 약간 더 예민한 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루스가 어린 도티에게 했던 '생각과 걱정들의 시끄러운 머릿속 라디오를 끄는 법'을 나에게는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심리 상담을 받던 시기와 맞물려 알게 된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루라는 시간동안 많은 걱정을 껴안고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린 도티가 불운한 환경 속에서 끝없이 걱정을 품고 살아야 했던 것처럼 나는 나대로 많은 걱정들을 품고 살아왔다. 그게 너무 당연했기에 당연하지 않은 줄을 몰랐다.

내 심리 결과가 대다수의 시간 동안 편한 시간이 거의 없을만큼 필요 이상의 걱정으로 가득차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으면서 가슴 한켠이 뜨끔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참 많은 공감을 느끼게 했다. 루스가 알려준 방법을 정리해둔 색이 다른 페이지를 자주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걱정들의 시끄러운 머릿속 라디오를 끄는 방법'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간략하게 말하면 명상이다.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안에서 조용히 생각들을 버리고 안정을 찾아가는 시간인 것이다.

흔히 멍때리지말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멍때리기 경기가 생겨날만큼 정신적인 휴식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도티처럼 꼭 어떠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로 인해 생긴 불안이나 트라우마, 혹여는 어릴적 고통으로 생긴 문제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침반이 아닌 제대로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을 만나야 길을 찾을 수 있다.

그 나침반은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마음에 있다.

시끄러운 고통들로 잠시 방향을 잃고 돌고 있을 뿐, 그러니 잠시 시끄러운 고통들을 분리시켜두고 방향을 찾는 길을 찾기 위한 멈춤의 시간을 갖자. 내가 준비되어 있다면 삶의 나침반은 빙글 빙들 돌던 상황에서 언제든 멈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

우리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그때가 바로 마음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란다.

------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나 고통을 일으키는 여러 상황을 겪게 된단다.

그걸 마음의 상처라고 부르지.

네가 그걸 무시한다면 그건 절대로 치유되지 않아.

하지만 때로 우리 마음이 상처 입을 때.

그때가 바로 마음을 열 때이기도 해.

실은 종종 우리에게 성장할 최고의 기회를 주는 건,

다름 아닌 마음의 상처이기도 해.

이런저런 힘겨운 상황들.

그게 바로 마법의 선물이지.

-------

#닥터도티의삶을바꾸는마술가게 #MAGICSHOP #제임스도티 #주민아옮김 #판미동 #방탄소년단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중 여고를 졸업한 나에게 있어 일명 바바리맨은 익숙한 단어중 하나다.

몰론 바바리맨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바바리맨은 아니지만 추행이라고 해야할지 낯선이에게 해코지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은 있다.

퇴근 길에 지하도에서 급작스레 누군가가 뒤에서 껴안았던 일이었다.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흔하디 흔한 트레이닝 복에 우습게도 슬리퍼같은 신발을 착용했던 것 같다.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기억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당시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고 회사 직원들보다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섰던 상황이라 당연히 같은 동성의 직원이 알은채를 한다고 껴안은 걸줄 알았다. 천천히 이어폰을 빼며 뒤돌아 봤을때 마주한 상황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뒤늦은 비명에 유유히 뛰어서 도망가던 그 모습까지도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로만 생각했었다. 나중에 듣기로 그 지하도가 꽤 그런 일로 유명했던 모양이다..

흔히들 하는 말이 거시기를 확 걷어차주지 그랬느냐 뺨을 때려주지 그랬느냐라는데 나도 내가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리 말했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마주했을 때는 경황이 없다라고 할까? 사고회로가 정지하는 듯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굳게 되더라. 그리고 나중에 든 생각은 사람이 죽는건 순식간일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칼로 목을 그었다면? 하는 생각을 했을때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겠다는 판단이 서서 새삼 두렵고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일명 바바리맨, 변태성욕자가 점점 더 큰 범죄를 저질러 가는 상황들과 그 사건에 나서는 아줌마들의 추리를 다뤘다. 평범한듯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럼에도 열심히 이 사회에 일원으로 살아가는 이들로, 곁의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그래도 아줌마 탐정단을 만들어 자신들이 그 변태인 쥐방울을 잡겠다며 열심히 움직인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님은 이 글들을 어떻게 써내려갔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봐도 작가님 이름이 남자이름인데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들은 남자들의 기준에서는 불쾌하고 부끄러운 모습들일게 틀림없어 보였다. 작가의 말에서 아내와 어머니 등 주변 여성들을 통해 캐릭터를 위한 도움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여성이 느끼는 남성의 모습을 마주할때 아무래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런 이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많은 이야기를 써주셨으면 한다.

이 작은 책 한권에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부분들이 녹아있다.

특정 부분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폭력, 방관, 무시 등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