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평점 :
메마른 나뭇가지와 눈물같은 비, 그리고 그 아래 고양이를 안은 소녀가 있다.
자세히 보면 마른 나뭇가지는 소녀의 머리에서 돋아나 있다.
흘려서 보면 모르겠지만 가까이 살펴보니 여러가지 함축되어 있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치료사인 작가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제자들이 여전히 세상 곳곳에서
인간의 심리와 그 속에 남겨진 아픔들을 위해부던히도 노력하며
세상에 마음을 다친이들에게는 치유가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이 책은 트라우마, 특히 당사자들이 기억을 하는 시기든 못하는 시기든
어린시절부터 이어져왔을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머니의 뱃속에서 부터 생성되었을 우리가 가진 많은 두려움과
슬픔의 원인을 알려준다.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나의 부모 세대의 일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전쟁을 겪거나 전쟁을 경험한 바로 윗 세대의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부모님, 그만큼 그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많은 트라우마 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이 되물림 되어온 경우도 많지 않을까.
야생의 동물들은 부상을 입으면 고통의 울부짖음을 짖지만
이내 자신의 상처가 무리로부터의 배척이나 죽음위기에 놓이면
자신을 보호하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예전에 햄스터를 키운적이 있는데 햄스터의 경우는 다리를 다쳐도
오히려 자신이 건강함을 과시하려고 다친 다리로도 쳇바퀴를 돈다고
들어서 놀랐던 적이 있고 실제로도 부상을 입은 햄스터가 무리해서
쳇바퀴를 계속 도는걸 발견한 적이 있다.
트라우마는 신체는 아니지만 마음의 상처로서 그런 양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트라우마라는 것은 마음이기에
스스로도 자각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아닐까.
본문 중에 상담사가 나와 같은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가
내담자에게 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심리상담을 받아본 나로서는 매우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나의 경우는 동성의 상담사 선생님으로 같은 동성으로서 가진
불안감등을 잘 이해하며 대화가 잘 통한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안심된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반면 주변 지인의 경우는 다니는 병원이 별로라는 반응을 보이며
병원을 끊은 경우가 있는데 혹시 몰라 내가 다니는 병원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할수 있다는건 내가 그만큼 그곳이 믿음직스럽기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처음부터 나와 맞는 상담가를 잘 찾은 모양이다.
상담을 받으며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작은 일에는 그러려니 하며
웃어 넘길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 혼자 울적해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쉽게 광분해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고나면 그 후에 꼭 짜증을 덮어쓴 상대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
나를 미워하고 나는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하는 마음이
덮쳐왔다. 그런 감정들이 오래되다보니 자연스레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고 죽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우리는 어쩔수 없이 쌓이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있다.
특히 서비스직은 심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사회생활'이라는
일종의 사회룰 때문에 자신이 아프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자신의 나약함으로 몰아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결국 병이 나고 병이 난 이후에는 고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일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난해하고 재미가 없는 소재일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이트의 책이라던가 많은 심리전문가들,
신경전문가들이 책을 내놓는다. 이런 류의 책이 필요한 이들도 분명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차 병든 사회속에서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읽은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도 심리와 신경에 관한 동화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어렵다는 사람들 읽어보니 좋았다는 사람들 반응이 판이하게 다르다.
나의 경우는 아픔을 겪은 직후였기에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었다.
이 책 역시 나의 아픔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하며
읽어 내릴 수 있었다.
나와 나의 부모님, 나의 부모님과 그 윗대의 부모님이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들을 생각하며 어렸던 엄마도 아팠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어린시절을 알아서 뭘하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역사를 배우 듯, 우리 자신의 과거를 아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나 자신을 좀더 이해하고 사랑할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고
더 나아가 가정을 일굴 사람들이라면 어린시절의 나 자신을 이해한 만큼
내 아이를 잘 이해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과거는 없다.
나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들이 내가 기억 못한다고 해서 절대
가치 없는 것이 아니다.
-----
만성적으로 존재감을 무시당하거나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도 트라우마는 남는다.
이것이 발달 트라우마의 특징이다. - 본문중
나의 생각 :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윗사람을 통해 습관적으로 당하는
무시들이나 상처들이매일 매일 쌓여가는데 정작 우리는 느끼지 못하다가
(혹여는 누구나 그런거지 라며 쉽게 생각하고 지나칠때) 나중에 크게
아프게 될 때에야 비로소 알게된다.
그것이 깊게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본문중
나의 생각 : 아무리 튼튼한 댐도 무너지는 때가 있다.
너무 많은 폭우가 쏟아져 방류량을 넘어섰을때 벽에 균열이 가게 되면
결국 댐은 무너지고 모든것을 삼켜 엉망으로 망가트려놓는다.
트라우마는 그런 댐과 닮았다.
조금씩 차올라서 단지 위기 의식이 없을 뿐, 댐처럼 트라우마는
언제고 우리를 범람해 우리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날이 오게될수도 있다.
그것이 자신의 파멸이든 혹은 미움의 상대를 향한 파멸이든 혹여는
그저 주변을 향한 분노이든 무엇이 되었든 그렇게 되기 전에 스스로가
조절이 될수 있도록 살피는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모든 주의력을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과
이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신의 편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저하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 본문 중
나의 생각 : 나에게 나쁘게 한사람이 좋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처럼 나 역시 그러한데 남에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에게 나쁘게 한 사람과 끝까지 좋은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나에게 친절한 사람 혹여는 내가 먼저 친절하게 한 사람과는 꾸준히
좋은 관계이거나 좋은 관계인 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좋은것을 생각하며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나쁜 감정 하나가 좋은 경험 아흔아홉개를 덮어 버리는 것을 경계하라! -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