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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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tv를 통해 책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 

<요즘책방 : 책을 읽어드립니다> 덕분이다.

그런데 여기, 그 이전부터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알기 전까지는 오디오클립의 책 읽어주는 남자를 몰랐다.

나의 생각보다 요즘의 간단한 통신매체에는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정작 다양하게 사용하진 않는 편이기에..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정보였을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작가의 첫번째 인문 에세이라는 부재를 

달고 세상에 나온 책,

읽는 내내 그의 방대한 독서량에 놀라웠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책의 이야기와

구절들이 그 단락의 이야기에 맞게 들어가 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많은 시들까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마음이 외로울 때 어떤 사람은 음악을 찾고, 

어떤 사람은 즐거울 게임을 찾고,

어떤 사람은 여행을 찾으며, 또 어떤사람은 책을 찾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그 중 책과 음악을 찾는 것 같다.

그 모든 것들에 사람이 녹아있고 사랑이 녹아있으며 

삶의 위로가 녹아 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기에 듣는 사람이 있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있으니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가면 자연스레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책 속에도 그 책을 읽을 이를 생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남겨준 작가가 있는 것이다. 

외로워 혼자 있을때 혼자임에도 우리는 오롯이 혼자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의미로나마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때로 위로가 되고 사람이란 존재들이 가진 

불특정 타인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최근의 경험으로 사람은 자신이 알게된 감정만큼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을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외로워보아야 누군가의 외로움이 보였고, 내가 슬퍼보아야 

남의 슬픔이 보였다.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은 쉽게 어떠하다는 말을 건내기보다

그저 묵묵히 손을 잡아주고 함께 마음으로 울어줄수 있나보다.

여러가지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들이 생긴다.

어릴적에는 한없이 따스하고 즐겁기만했던 시간들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슬픔과 외로움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들일 뿐 

세상에는 언제나 슬픔과 외로움들이 존재해왔었다.

전혀 새로웠던 것들이 아니라 그제서야 자신이 느끼게 된 것 뿐이다.

그리고 결코 우리가 자랐다고 해서 우리가 어릴적 가졌던 

행복한 즐거움들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하지 않을까.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앞을 가로 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문 중 -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


삶이 나를 잊지 않았고 나의 손을 잡고 나의 마지막까지 간다면 분명 삶의 주변에는 아픔과 슬픔 고통만큼 즐거운 것들도 같이 있을 것이다. 때론 삶이 남의 편 같아 보일때가 있지만 결국은 미움도 내 삶의 일부이고 삶이 내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삶을 버리는 순간 나는 존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가 작가 자신의 친구들과 찰나의 만남에도 손수 악수를 하며 체온을 나눠주셨던 이야기를

말하며 성인이 된 자신이 친구를 만나는 내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도 않고 익숙함이란 실례를 범한 일을 들려주었다. 삭막하다라고 할 정도로 요즘의 우리들은 익숙함의 실례를 범한다.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 익숙하다며 만나는 자리에서도 묵묵히 스마트폰에만 정신을 빼앗기곤 한다. 바로 앞에 친구를 두고도 스마트폰 속 활동하는 카페의 회원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며 웃고 있었을 어느날의 나를 떠올리니 당연함이 부끄러움이 되었다.


바로 앞에 존재하는 행복을 눈먼 장님처럼 못찾고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 하니 행복이 먼것처럼 보이는 것이리라.

친구를 만나면 친구와의 행복한 시간에 좀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된다.


서로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

취향을 넓혀주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

내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성장시켜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당신 곁에 언제나 함께하기를.

[본문 중 ]


그런 친구를 소중히 할수 있는 내가, 

그런 친구 곁에서 함께하며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세상은 우울증으로 넘친다. 사람들은 우울증으로 약을 먹는다.

그건 그저 우울하기 때문은 아니다. 뇌가 보내는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인 신호다.

그걸 고백한다는 건, 병원을 제 발로 찾는다는 건,

자신을 다시 다듬어서 세상과 다시 연결지점을 찾겠다는 의욕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이다.

다정함이 당신의 친구들을 구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다정함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본문 중 - 김도훈 작가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일부 ]


자신을 다시 다듬어 세상과 다시 연결지점을 찾겠다는 의욕이라는 말과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이라는 말. 그리고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다정함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는다.

최근의 내 마음이 그러했기 때문인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트라우마로 한동안 마음의 병이 들었을 때, 나는 매일밤 나의 어떤 부분이 죽음을 당하는 기분을 당했다.

매일밤 나의 중요한 어떤 감정이 자꾸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 스스로가 아프다는것을 인정하고

병원에 찾아가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은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싶을만큼 마음이 밝아졌다.

살다보면 별일이던게 별일 아닌 날이 온다고 했던가.

그렇게 삶의 불안을 안고 죽음까지 생각하던 날들에서 지금은 다정함과 의지를 안고서 삶의 낭만을 생각하게된다.

좀더 행복해질거라는 낭만.


나는 다정함을 좋아하고 다정함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우리 모두다.

어느 한사람 다정함이 필요하지않은 사람이 없다.

우리 모두는 다정함을 필요로 한다.

인정하자.

지금 우리가 미워하는 누군가에게도

사실은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은 알게된 것 같다.

삶의 행복과 다정함, 그 낭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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