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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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지식을 요하는 책을 읽고 싶을때가 있고, 또 삭막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잔잔하게 감성을 울리는 소설이 읽고 싶어 질때가 있다. 그런데 너무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만 계속 읽게 된다면 더 허무해지는 경험을 많이 했었다. 마음이 메마르다고 느낄 때 읽으면 좋을 책이 바로 <두근 두근 내인생>이라고나 할까. 이 소설에는 생노병사가 확실히, 그것도 너무 신속하게 진행되는 <조로증>을 앓는 <한아름>이라는 열일곱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전제로 한 이야기는 슬퍼질수 밖에 없다.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다 읽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말이 이책의 독후에 하는 말들일 것 같다. 주인공 한아름의 부모가 지금의 한아름의 나이인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아름이를 낳는다. 어린 부모가 낙태를 생각하지 않고 낳아 기른다는 전제하에 어린 부모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주요한 교훈으로 떠오르지만 그들은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 어린 부모에게 엎친데 덥친격으로 세살부터 아이가 조로증이라는 병에 걸려 생사를 오락가락 하여 간호에 열중을 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그런 당사자인 한아름은 오히려 씩씩하다. 책을 많이 읽어 똑똑하고, 빨리 늙어 버린 만큼 조숙하다. 글도 꽤 쓸줄 안다. 이런 아름이가 살고 싶어지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겨간다. 열일곱의 남자 청소년이 생의 의미를 찾는 다면 무엇일까? 거창하게 장래의 계획을 세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건 너무 교과서적이다. 한아름이도 본성에 충실한 호르몬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우연히 메일 주고 받기를 하게 된 또래의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열일곱에 걸맞지 않게 조숙한 아름이는 빨리 늙어 버려 그런지 세상의 이치를 빨리 깨닫는다. 부모가 어린 나이에 자기를 낳은 것도 사춘기 시절에 겪을수 있는 열병으로 당연하다고 받아들였고, 그 열병을 오히려 찬양하는 글도 쓰게 된다. 인생에서 출세, 공부, 직업 , 꿈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남자면 남자로서, 여자면 여자로서 매력을 알아 주는 이가 나타나 사랑을 해 보는게 큰 의미일것이다. 그런 보편 타당한 사실을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아이의 눈으로 바라 볼수 있게 이 소설은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세밀한 묘사와 철학적인 감성을 넣어 능청스러움이 보이는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신인 김애란 작가의 문체가 참 마음에 든다.
앳되어 보이는 나이에 많은 문학상들을 섭렵하고, 그녀의 첫 장편에서 인간의 욕망을 밉지 않게 그려 내고 있다. 사춘기에 느끼는 두근 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주인공의 부모에 적용시켜 생명의 잉태에 대한 필연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그리고 조로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아이의 심정을 너무 정확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135 " 그래도 아마 이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을걸요?"

.... 

"너무 아플때는 , 우리 엄만 그걸 '지랄발광'이라 하는데, 그럴때면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져요. 일분이 한시간 같고, 어느때는 영원 같고, 그런 하루를 계속 살아왔잖아요. 저 , 그러니까 주관적인 시간으로만 따지면 내가 아저씨나 누나보다 더 산거예요."

 

 

249 그렇게 피었다 사위어가는 것들의 기운을 먹고, 우리는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 자만하는 나이, 그 찰나의 정점 속으로 달려가게 될터 였다.

 

 

자신은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 자만하는 나이, 열일곱에 주인공 아름은 철저히 그 죽음을 예상하고, 병의 고통을 인내한다. 아리따운 꽃 한송이를 얄미운 신이 똑부러뜨리는 꼴이 되어 버린 형국이다.

이 소설에서 또 주목하고 싶은 인물을 들자면 옆집 장씨 할아버지다. 노년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아버지를 위해 어리광을 부려 주는 효자 할아버지.... 그 장씨 할아버지가 인생의 진리를 죽어가는 아름에게 이야기 해준다.

 

299 나이란 건 말이다. 진짜 한번 제대로 먹어봐야 느껴 볼수 있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 내 나이쯤 살다보면.....음, 세월이 내 몸에서 기름기 쪽 빼가고 겨우 한줌, 진짜 요만큼, 깨달음이라는 걸 주는데 말이다. 그게 또 대단한 게 아니예요. 가만 봄 내가 이미 한번 들어봤거나 익히 알던 말들이고, 죄다."

 

나이가 들면 깨달음을 갖게 되지만 그 깨달음이라는 것도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봄직한 당연한 인생의 진리가 왜 그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아 지는 것인지 안타까움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흔하디 흔해 보이는 교훈들이 왜 나이가 먹어야 보이고, 들리고, 깨달아 지는지 좀더 일찍 깨달아지면 안되는 것인지 아쉬워 했을때가 많았으리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빨리 늙어 버린 아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진리를 일찍 깨달은것이 좋았을까, 아니면 몸의 나이와 다르게 실제 나이에서 깨닫고 싶었을까?

안타까운 한 영혼의 독백을 지켜 보면서 독자는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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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5 - 의형제편 2,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5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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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임꺽정 5권에 들어섰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펴낸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우리 분단 역사상 남과 북의 출판 권자와 저작권자(홍명희 손자 홍석중)가 직접 만나 저작권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작품이자 남과 북을 통틀어 유일한 정본이란다.

 

사계절 사에서는 이점을 부각시키고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요즘같이 저작권에 민감한 세상에 부합하는 일이라 반길만한 일이라 하겠다.

5권은 의형제편 2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형제편 1편의 곽오주 박유복이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길막봉이, 황천동이, 배돌석이, 이봉학이 의 청석골로 모여들기전 살아왔던 인생사가 구구 절절하게, 또한 위트있게 펼쳐진다.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관계로 전 10권중 가장 두꺼운 501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글은 시원시원하게 읽혀진다. 한번 잡으면 다른 일은 하기 싫을 정도로 읽혀져서 자제를 하면서 읽느나 오늘에서야 다 읽게 되었다.

 

임꺽정이 외에 청석골 두목 6명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들의 어떤점이 서로를 끌어당겼는지 세세하게 나오고 있다. 각자 재주들이 하나씩 다 있고, 힘이 세거나 걸음이 빠르거나 등등의 사내다움이 묻어나고 의리가 있다는 점이 이들이 서로를 알아본 장점일 것이다.

 

청석골은 본래 오가라는 도둑이 묵고 있던 곳으로 박유복이가 우연찮게 들어가 같이 살게되고, 그로 인해 곽오주가 사연끝에 아이들 죽이는 흉악범으로 몰려 도망하다 싶이 들어가 도적질을 하고 사는게 연이 되어 칠막봉이는 곽오주의 손에 당한 매부의 원수를 갚고자 갔다가 청석골을 알게 되고, 결혼했던 아내 귀련이네에 데릴 사위로 살다가 장모의 성화에 못이겨 도망을 와 청석골에 의탁하게 된다.

 

꺽정이의 아내 운총이의 남동생인 황천동이는 장기를 좋아 하여 겨루기를 좋아한다. 장기를 잘 둔다는 봉산 백이방을 찾아 갔다가 백이방의 사위 취제에 합격해 아름다운 옥련이라는 아내를 얻고 지내다 배돌석이와의 인연에서 배돌석을 구해 주려다 제주도로 귀양가게 된다.

 

배돌석은 돌팔매질의 대가로 우여 곡절끝에 호랑이사냥에 나섰다가 황천동이를 알게 된다. 호환에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아 주어 배돌석이가 수양 아들이 되어 수양모와 죽은 남자의 아내인 여자를 데리고 살다가 옆집 김서방과 바람난 아내를 죽이고 도망하는 신세가 된다. 결국 박유복과 천왕동이의 도움으로 청석골로 피신하게 된다.

 

이봉학은 을묘왜변에서 큰 공을 세워 이윤경의 비장이 되어 따라 다니다 계향이라는 기생과 정을 나누게 되고, 계향과 제주의 정의 현감으로 선정을 하여 백성들이 따랐다. 그러다 서울로 들어와 윤원형이와 정난정의 치세에 또 외직인 임진별장으로 떠나지만 홀가분해 한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이들이 모여 의리를 맺는 곳이 안성 칠장사이다. 칠장사는 갖바치 선생님이 생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불도를 닦고 있는 곳이다.

이런 이야기의 원류가 된 것이 고려 공양왕 시절 1390년 혜소 국사비에서 연관이 있다고 한다. 혜소국사의 설화에 의하면 혜소숙사가 이절에서 악인 일곱명을 거두어 먹이며 교화시켰는데 악인들이 모두 크게 깨우쳐서 현인이되었고, 이현인들을 기리기 위해 절 이름을 漆에서 七로 바꾸었고, 절 뒤산도 칠현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6권을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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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4 - 의형제편 1,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4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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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까지는 조선시대 당시 연산군으로 시작하여 중종때까지 임꺽정을 둘러 싸고 있는 주변 역사들이 나열되고 있다. 4권부터가 진정한 임꺽정이 시작된다고 해도 될 것이다. 임꺽정을 비롯한 청석골 두목들이 모여드는 과정과 그들의 어릴적부터의 내력과 애환들이 묻어 나오는 이야기들로 재미를 돋우고 있다. 3권에서 우선 임꺽정은 이봉학이와 만나고 왜변에 나가서 공을 세우고 돌아온다. 이봉학이는 무관직에 나가 벼슬을 살게 되어 외할머니의 소원을 이룬다.

 

4권에서 먼저 박유복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박유복은 알다 시피 임꺽정의 어린 시절 동무로 이봉학이가 활쏘기 재주가 남달랐다면 박유복은 표창던지기 재주로 갖바치 선생님을 흐뭇하게 했던 친구다. 임꺽정이와 갖바치 선생이 박유복을 찾아 보려고 했으나 찾지 못하고 애를 태운 내용이 3권에 나오는데, 박유복이가 임꺽정이의 집 양주로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박유복이의 파란만장한 삶이 섭섭이와의 이야기에서 나오고, 결국 원수를 갚게 되고, 죄인의 몸으로 쫓기게 된후 임꺽정이와 만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박유복이는 또 한사람 곽오주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인연을 맺는다. 곽오주도 참 평탄치 않은 삶을 산 인물로 나온다.

 

점점 청석골로 모여들어 이들의 인연이 깊어 지게 되는 과정이 <의형제편>인데 4-6권으로 3권으로 이루어져있다. 1-3권처럼 역사의 부연 설명이 없어 쉽게 쉽게 읽어 내려 갈수 있어 좋고, 수호지나 삼국지 같은 장사들의 힘겨루기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과 여러 깨끗하지 않은 모습들이 설명되어 지고 있어 실제로 시각적으로 본다면 분명 19금 급 정도의 핏빛인 내용이 다분하지만 상상력을 발동시킬수 있는 읽을 거리라 흥미를 더해간다.

 

우리고향 주변에 벽초 홍명희 선생의 생가와 또 11월 경에 열리는 문학제도 있으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싶어진다. 방학동안 홍명희 선생님의 구연을 친구 삼아 지루하지 않게 지내고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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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3 - 양반편,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3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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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것이 판소리 사설 한마당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난다. 3편인 양반편은 중종대왕의 승하 후 윤원로와 윤원형의 악행으로 인종대왕이 방자당하여 죽게 되는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문정왕후가 독약을 타 인종을 죽였다는 야설과 윤원형의 술객과 모의해 방자한 일들이 재미나게 이야기 되어지고 있고, 윤원형과 술객 김륜이가 방자하는 사당을 습격한 임꺽정이 혼을 내주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명종원년에 을사사화를 일으켜 문정왕후가 수렴청정하면서 일으킨 살육의 장면들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거짓 고변으로 역모죄가 되어 죽임을 당하고 귀양을 가는 모습이 세월 무상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서서히 기울어 가는 윤원형의 권세가 보여지고, 오만방자한 보우 스님이 대왕대비의 덕을 입고 행세하는 모양에서 능지처참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알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군데 군데 앞으로 나올 위인들의 어릴적 모습도 만날수 있고, 병해대사 즉 갖바치의 혜안으로 앞으로 일어날 역사적 사실들을 미리 알수 있다는 것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갖바치의 말속에는 뼈가 있어 모든것을 밝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선견지명을 보여 주고 있다. 피장편에서의 갖바치의 활약에 이어 임꺽정과 덕순을 데리고 경기 칠장사로 가는 길에 일어나는 일들이 해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8도에 있는 온갖 명산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나오고, 유명한 사찰이며, 임진왜란을 예견하면서 유명한 스님들의 이야기가 맛배기로 나오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을 방불케 하는 세세한 역사적 사실의 묘사와 더불어 신바람나게 신명을 더해 임꺽정과 갖바치의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역동성있게 전개하고 있다.

 

간간히 나오는 옛말들에 밝히어 뜻을 한번 되새겨 봐야 되지만 알지 못했던 옛말과 글들을 알수 있어 그것도 심심치 않게 해주고 있다. 한때 드라마로 했던 <여인천하>의 장면이 그려지는 듯 했고, 정난정과 문정왕후로 나왔던 배우들이 얼굴도 떠올려져 흥미가 절로 나기도 했다.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건속에 임꺽정이 간간히 나와 감초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1-3편 까지는 임꺽정이 주변의 역사적 배경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라 임꺽정은 어찌 보면 조연급으로 나오고 있다. 어쨌든 3편 양반편에서는 윤원형과 정난정과 문정왕후가 주연급이었다. 4편부터는 의형제편으로 엮어지니 점점 흥미진진해 질 것 같다.

윤원형의 편에 들어 악행을 일삼던 정순붕, 이기, 임백령, 허자 등의 말로를 보면 천도가 무심치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권선징악을 믿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다. 아직 윤원형이 살아 있는 시점이라 어떻게 죽어갈지 두고 볼일이다.

 

연산군시절에 있었던 무오사화, 갑자 사화, 중종 시절에 있었던 기묘 사화, 명종시절의 을사 사화까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사람을 모함하고 죽이는 세태에서 인간의 악을 여실히 볼수 있어 씁씁한 마음을 금할수가 없기도 하다. 악을 하늘아래 감추려고 사관까지 죽이는 윤원형 일당의 행태를 보지만 결국은 감출길 없고 결국은 후세에 심판을 받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대왕국의 신라와 중세왕국의 고려, 조선시대를 통틀어 보면 나라를 건국하고 몇대에 걸친 왕들의 권한은 중앙집권적인 것이지만 귀족들의 힘이 세어지면 그 나라는 망조가 들기 시작해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들어나고 민중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민중들은 처음에는 밟히는 듯 하지만 꿈틀대기 시작해 봉기와 시위를 보여주는 단합된 힘을 보여주게 된다. 이런 민중들의 힘에 의해 우리 나라는 면면히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망하지 않고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억누르는 자 위에 일어서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리라. 일어서는 자들이 바로 임꺽정의 화적단도 그 하나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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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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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시 재미가 있다. 진작에 이른 즐거움을 몰랐을까? 역사는 오락이다. 이런 모토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하기야 이런 이야기는 역사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국한 된 것일것이다. 젊은시절에 좀 더 빨리 역사가 즐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닫고 알게 되는 내 천성탓인지 이제야 세상 돌아가는 것이 보이고, 과거의 쳇바퀴가 보이기 시작했다.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치부해 버리고 전쟁을 좋아하는 고대인, 중세인들을 비판만 하고 세심하게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라마다 똑같아 보이는 역사가 달라 보이고, 그 역사 속에서 현실을 읽어 낼수 있게 되었을때 역사의 오락성을 깨닫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1-2년전에 남편이 열심히 읽고 있던 로마인 이야기가 나한테는 너무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기가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늦바람이 든 역사 공부 덕분에 로마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시켜보았다. 세계사 공부와 더불어 읽게 된 로마인 이야기,,,, 기원전 753년에 로마가 건국되었는데, 그들의 역사는 지금의 정치체제가 본받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어떻게 2천 5백여년전에 정치로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나라들의 정치가들이 깨닫지 못했던 정치를 그들은 펼치고 있었을까?
시오노 나나미 라는 작가를 살펴보면 경이롭기 까지 하다. 현재 74살이 된 할머니이시다. 그런데 아직도 <십자군 이야기>라는 역사 시리즈를 연재중에 있으니 그녀의 역사 사랑은 죽어야 끝이 날 것 같다. 1992년부터 시작해서 1권부터 15권의 <로마인 이야기>를 끝낼때 까지 그녀는 로마에 살고 로마에 울었고 로마에 웃었을 것이다.
그녀가 로마사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 역사가를 꼽고 있다. 폴리비오스,플루타르코스, 다오니시오스 는 그리스인들이다. 로마에 의해 그리스가 멸망하고 왜 비슷한 정치형태를 가지고 있었던 그리스와 로마의 행방이 이렇게 달라 졌을 까하는 의문에서 그리스출신 역사가들은 로마사에 빠져든다. 로마가 기원전부터 시작해 기원후 까지 1000여년 동안 유럽을 통치하고 장악할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 시오노 나나미는 고대 로마인에게서 그 비밀을 찾아 낸다.

배타적인 그리스인들의 단합하지 못했던 민족성에 비해 고대 로마인들은 새로운 부족들에 대해 관대했고, 관용을 베풀어 그들에게 로마시민권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로마는 하루동안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기 까지 500여년동안 차근차근 피정복인들을 동화시켜 나가서 자신의 문화로 흡수하는 그들의 개방성을 들고 있다. 그리스인이 아니면 귀족자리도 시민권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리스인들에 비하면 이들의 개방성은 현대의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못따라가는 개방성인 것이다.
여러 문명을 돌아 보면 전쟁에서 패했을때 그들의 자세에서 그나라의 존재 유무가 정해짐을 볼수 있다. 전쟁에 패하여 혼비백산한 민족은 대부분 멸망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마는 달랐다. 고대 로마인들은 패배라는 실패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로마인은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나아가는 방식>을 고수했다.

 

225 로마인은 패배하면 반드시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기존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개량하여 다시 일어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개혁으로 로마는 귀족과 평민의 대립관계를 귀족이 평민을 끌어 안는 관계로 바꾸었다.

 

기원전 390년 착실히 성장해 나가던 로마는 켈트족의 침입을 받고 굴욕을 당하고 만다. 그에 대한 원인을 귀족과 평민간의 계급의 불협화음인것을 감지하고,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 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 법은 귀족만이 집정관에 임명되던 관습에서 벗어나 평민도 귀족과 대등하게 선거를 통해 임용될수 있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후 평민들은 로마 정부의 요직을 다수 차지 하게되어 발언권을 주장할수 있었다. 로마는 이당시 부터 농성이라는 시위 문화가 정착되어 무조건 이들을 저지하고 탄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들어 주려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귀족이 평민들 끌어안고 가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기원후 하고도 1800년이 지났던 우리나라 조선 후기 세도정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는 정치제도 들이었다.
252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동방원정에 보낸 세월은 10년에 불과하다. 로마인은 느리긴 해도 착실하게 나아간다는 것이 그리스인과 다른 점이다. 정복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일단 정복한 지방을 유지하는데에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주위 도시국가들을 정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리스와 로마의 극명하게 다른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원정을 해서 이룬 땅은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의 리더십과 전투력에 감복할 만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이 죽고 나서의 마케도니아는 어떻게 되고 마는가? 하루 아침에 그 나라들이 무너져 분열되고 마는 것을 볼수 있다. 하지만 로마는 정복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힘들어 보인다. 건국이 기원전 753년에서 기원전 270여년에 이탈리아 반도 만을 통일 하는데, 거의 500여년이 걸렸으니 말이다. 이런 역사적 과정에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았다>라는 말이 나오고 그 로마가 천여년을 지속하여 유럽을 지배할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고대 로마인은 왕정을 극히 싫어했던 민족이었다.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기원전 753년에서 에트루리아 왕정을 무너뜨리는 기원전 509년을 따져보면 250여년을 보낸 로마인들은 곧 브루투스에 의해 공화정이 시작된다. 집정관 2명과 원로원들이 이끌어 가는 공화정 시대는 민주 정치가 아닌 과두정치라고 한다. 다수의 민중이 다스리는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 지만 과두정치는 귀족들이나 일부 지배계급이 민중을 이끌어 가는 정치제도 이다. 이것은 그리스인들의 선거권은 개별적인 것이었지만 로마는 백인대라는 조직속에서 일치하는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개별적인 선거권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면에서 과두 정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과두 정치형태를 이루고 있던 로마가 선진 정치의 본보기인 그리스에 비해 더 효율적으로 통치 해 나갔던 것을 보면 로마의 관용과 포용성, 개방성이 진정 로마가 만들어 졌던 에너지 였던 것이다.

아직 1권으로 시작인 단계이지만 로마의 과거를 들여보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뒤늦게 나마 역사가 오락임을 자부하고 싶은 분들은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의 매력속으로 같이 빠져 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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