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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박범신 선생님의 갈망의 삼부작 중 하나인 은교입니다. 촐라체는 아직 읽지 않았고, 고산자는 지도를 만들겠다는 열정과 욕망을, 은교는 내면의 욕망과 본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소설 주인공들의 갈망이겠고, 작가의 갈망일 것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한달 반만에 써내려 갔다고 해요. 내면의 심리묘사에 집착하고 있는 작가의 감정이 이입되어 미친듯이 써내려 가신듯 합니다.
은교는 한은교라는 열일곱살 여고생과 일흔을 바라보는 노시인 이적요선생과 이적요 선생님의 수족처럼 따르는 제자로 나오는 소설가 서지우와의 삼각관계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개방식은 노시인의 유서로 시작하여 Q변호사가 노시인이 죽은후 일주년이 되었을때 꺼내든 시인의 노트 속에 담긴 진실과 은교로 부터 받은 죽은 소설가 서지우의 노트의 내용을 번갈아 가면서 적어 나가고 있습니다.
노시인이 어린 소녀에게서 느끼는 욕망과 그 절제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인 소설의 주된 내용입니다.
노시인의 꿈부분에서의 적나라한 성애의 묘사가 좀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이러한 성적인 판타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익숙해진바 있는 내용들이기도 했어요.
자신의 제자인 서지우가 자신의 소설과 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젊은 신부라고 생각하는 은교까지 범하고 있음을 알고 결국은 그의 죄에 대한 집행까지도 시도합니다.
심리묘사가 간결한 작가의 문체로 깔끔한 맛이 있어 읽기에는 참 수월합니다.
은교라는 한 여고생을 두고 서로 차지하려는 마음과 질투심에 사로 잡혀 있는 스승과제자, 또 그 두사람의 애증과 사랑이 더욱 처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좀전에 읽은 순수 박물관의 집착이나 노시인의 은교에 대한 말년의 집착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본능은 탐욕스러웠을는지는 모르나 외면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순수한 것이 었습니다.
노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고생을 지켜주기 위해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모습에서 그녀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느낄수 있거든요.
노시인 이적요 선생은 필명에서와 같이 적요한 가운데 감각보다는 영혼을 더 믿으며 살았던 금욕주의자 였던 셈이지만 , 노년에 자신에게 다가온 치명적인 여고생의 모습에 그만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자신의 추악함을 세상에 내어 보이려고 합니다.
죽어서 더 추앙받는 예술가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자신은 그리 죽고 싶지 않다면서 진실을 밝히려고 변호사에게 자신의 내면을 적은 노트를 공개하기를 원합니다.
그 노트를 받은 변호사는 많은 고민에 빠져 있고 은교의 선택만이 남아 있게 되지요.
노시인은 은교를 사랑하게 된것이 그녀 가슴에 새겨져 있는 창 모양의 헤나를 통해 그녀의 뽀얀 손등을 통해 사랑에 빠져 들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빼어나게 아름답지 않은 은교의 모습이 노시인에게는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그의 영혼을 통해 바라본 감각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자는 사랑을 영혼을 통해 느끼고 , 남자는 감각을 통해 느낀다고 하지만 시적 천재성인 신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노시인 자신은 영혼을 통한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은교를 알고 부터는 이런 자신은 가짜 였으며 감각을 통해 은교를 사랑한 자신이 실존의 모습임을 고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이란 실존에서는 모두 같은 욕망과 본능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본능과 욕망을 좀더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 시키고 싶어하는 예술가들의 내면에도 알고 보면 깊은 내면은 똑같은 것임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