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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3 - 양반편, 개정판 ㅣ 홍명희의 임꺽정 3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술술 읽히는 것이 판소리 사설 한마당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난다. 3편인 양반편은 중종대왕의 승하 후 윤원로와 윤원형의 악행으로 인종대왕이 방자당하여 죽게 되는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문정왕후가 독약을 타 인종을 죽였다는 야설과 윤원형의 술객과 모의해 방자한 일들이 재미나게 이야기 되어지고 있고, 윤원형과 술객 김륜이가 방자하는 사당을 습격한 임꺽정이 혼을 내주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명종원년에 을사사화를 일으켜 문정왕후가 수렴청정하면서 일으킨 살육의 장면들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거짓 고변으로 역모죄가 되어 죽임을 당하고 귀양을 가는 모습이 세월 무상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서서히 기울어 가는 윤원형의 권세가 보여지고, 오만방자한 보우 스님이 대왕대비의 덕을 입고 행세하는 모양에서 능지처참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알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군데 군데 앞으로 나올 위인들의 어릴적 모습도 만날수 있고, 병해대사 즉 갖바치의 혜안으로 앞으로 일어날 역사적 사실들을 미리 알수 있다는 것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갖바치의 말속에는 뼈가 있어 모든것을 밝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선견지명을 보여 주고 있다. 피장편에서의 갖바치의 활약에 이어 임꺽정과 덕순을 데리고 경기 칠장사로 가는 길에 일어나는 일들이 해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8도에 있는 온갖 명산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나오고, 유명한 사찰이며, 임진왜란을 예견하면서 유명한 스님들의 이야기가 맛배기로 나오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을 방불케 하는 세세한 역사적 사실의 묘사와 더불어 신바람나게 신명을 더해 임꺽정과 갖바치의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역동성있게 전개하고 있다.
간간히 나오는 옛말들에 밝히어 뜻을 한번 되새겨 봐야 되지만 알지 못했던 옛말과 글들을 알수 있어 그것도 심심치 않게 해주고 있다. 한때 드라마로 했던 <여인천하>의 장면이 그려지는 듯 했고, 정난정과 문정왕후로 나왔던 배우들이 얼굴도 떠올려져 흥미가 절로 나기도 했다.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건속에 임꺽정이 간간히 나와 감초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1-3편 까지는 임꺽정이 주변의 역사적 배경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라 임꺽정은 어찌 보면 조연급으로 나오고 있다. 어쨌든 3편 양반편에서는 윤원형과 정난정과 문정왕후가 주연급이었다. 4편부터는 의형제편으로 엮어지니 점점 흥미진진해 질 것 같다.
윤원형의 편에 들어 악행을 일삼던 정순붕, 이기, 임백령, 허자 등의 말로를 보면 천도가 무심치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권선징악을 믿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다. 아직 윤원형이 살아 있는 시점이라 어떻게 죽어갈지 두고 볼일이다.
연산군시절에 있었던 무오사화, 갑자 사화, 중종 시절에 있었던 기묘 사화, 명종시절의 을사 사화까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사람을 모함하고 죽이는 세태에서 인간의 악을 여실히 볼수 있어 씁씁한 마음을 금할수가 없기도 하다. 악을 하늘아래 감추려고 사관까지 죽이는 윤원형 일당의 행태를 보지만 결국은 감출길 없고 결국은 후세에 심판을 받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대왕국의 신라와 중세왕국의 고려, 조선시대를 통틀어 보면 나라를 건국하고 몇대에 걸친 왕들의 권한은 중앙집권적인 것이지만 귀족들의 힘이 세어지면 그 나라는 망조가 들기 시작해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들어나고 민중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민중들은 처음에는 밟히는 듯 하지만 꿈틀대기 시작해 봉기와 시위를 보여주는 단합된 힘을 보여주게 된다. 이런 민중들의 힘에 의해 우리 나라는 면면히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망하지 않고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억누르는 자 위에 일어서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리라. 일어서는 자들이 바로 임꺽정의 화적단도 그 하나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