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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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훈 선생님의 문장은 참 어렵다. 간결한 듯 하면서도 미사여구가 들어가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석이 있다. 하여간 나한테는 그렇다. 하지만 <칼의 노래>의 그 정서만은 나의 정서와 교류되는 듯 했다. 그런데 <남한산성><자전거여행>이후는 뭐랄까, 짧고 간결한 문체인데도 불구하고 문장을 어렵게 만드는 기법을 지니고 있어 머리속에 쏙쏙 들어 오지 않았다. 이 에세이 집은 '모던 보이'김훈 선생님께서 자전거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서울 근교 등을 여행하시면서 그 자연과 문화유적에 서려있는 내력을 김훈 선생님만의 호흡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약간 구어체적인 요소도 다분했고, 그 지역내에 살아 숨쉬는 정취와 흔적들을 드러 내 보이려고 노력하신 흔적이 다분하다.

 

옛 선인인 조광조, 퇴계 선생의 이야기로 운을 띄우고, 그 고장에서 살아온 후손들인 노래방 지도자 한남례씨의 이야기가, 도마령 조동마을의 엄덕주 노인이, 섬진강 여우치 마을의 최정운씨의 IMF이야기가, 마암분교의 김용택 시인과 꽃피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흥을 돋우고 있다. 김훈 선생이 자전거로 여행하는 그 여행지는 역사속에서 , 그리고 장구한 시간이 흘러 현재까지도 살아 숨쉬는 생활현장으로 표현되어지고 있다.

 

아직 여행을 다녀 보지도 못한곳, 여행 예능으로 이름나 있는 1박 2일에도 나오지 않는 곳이 몇년전에 자전거 여행으로 이야기의 문꼬를 트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지리시간에나 배웠던 기억이 나는 만경강, 섬진강, 노령산맥, 문경세제, 하늘재 등 의 이름도 정겹게 다가오고, 또한번 지리과 부도를 들고 그 곳의 이름을 음미해 볼수 있었다.

 

10년동안 애인처럼 끌고 다녔던 자전거 풍륜이 제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자전거를 사기 위해 이 에세이집을 편다면서 벗들에게 이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좀 사가라는 넉살을 부리고 있는 김훈 선생님이 귀엽게 느껴진다. 이책을 발간한지도 11년이 지나 책장에 꽃혀져 누렇게 잘 익은 책을 꺼내들고 읽게 된 것도 운명일 것이다. 그 사이에 또 자전거 여행 2집도 벌써 나왔는데 난 모르고 있었다니 나의 정보력이 짧음도 알게 되었다.

 

여행할수 있는 좋은 곳은 많은데 시간과 노력이 미치지 못함을 애석하게 여겨야 겠다. 더 노쇠하기 전에 나도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허물거리는 근육덩어리로 자전거 여행은 못 떠날지라도 자동차여행이라도 떠나 이 책에 나오는 곳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은 심정이다. 김훈 선생님의 글이 좀 쉬웠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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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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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나." 카타 우파티샤드 라는 고대 인도의 철학서에 나오는 말에서 몸 선생님은 <면도날>이라는 제목을 생각해 냈다. 그냥 단순히 면도날이라는 제목만 봤을때는 우리 아들 같이 "엄마 , 이책 추리 소설 아닌가요?"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면도날에 의한 살인사건 이런 것들이 연상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 청년의 구도적 여정을 담은 책이다.

 

서머싯 몸의 3대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달과 6펜스> <면도날>의 하나로, 달과 6펜스에서도 작가로 등장하는 화자가 폴 고갱의 재현인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조명 해 나가는 형식과 유사하게 전개 되고 있다. <면도날>에서는 작중 화자가 직접 서머싯 몸의 이름을 가지고 등장해 <래리>라는 청년과 <엘리엇>이라는 중년 신사를 대조적으로 그리면서 '인생을 최대한 쓸모있게 사는 법'에 대해 각자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고 보면 된다. 면도날에서 작중 화자로 서머싯 몸은 주인공들의 삶에 조언과 상담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인물로 묘사되어 지고 있다. 래리의 약혼녀 였던 이사벨은 작가인 몸 선생님을 상식과 분별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래리 데럴 이라는 일리노이주의 미국 청년이 비행사로서 1차세계대전에 참여 했다가 팻시라는 동료가 자기 대신 죽어 고깃덩어리로 변해 버리는 것을 목격한 뒤로, 방황을 하게 된다. 그는 신에 대해, 자기 존재에 대해, 삶과 인생과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방랑을 떠나 프랑스의 탄광과 수도원, 독일의 농장, 스페인과 이탈리아 곳곳을 거쳐 인도의 아슈라마로 이어지는 구도적인 여행을 해나간다.

 

p. 84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삶이란 눈 먼 운명의 신이 만들어 내는 비극적인 실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p. 116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 하지 않는지 확실히 알고 싶어.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지도 . 또 내게 불멸의 영혼이 있는지, 아니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지 알고 싶어........


 

이런 것에 대한 답을 찾고자 결혼도 마다 하고 떠나려는 래리에게 이사벨은 <그런 질문들은 수천년전부터 사람들이 물어 온 것들이잖아. 만일 해답이 있다면 벌써 밝혀졌을 거야 >라고 매정하게 말한다. 하지만 래리는 <한편으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수천년 동안 그런질문을 던져 왔다는 것은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을수 없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 게다가 답을 찾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야.>라고 반박하면서 떠나간다. 이런 여정에서 래리는 평화와 자유와 행복을 누렸다고 이야기 한다.

 

p. 125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할수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줄수만 있다면....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면서 느낀 행복감과 만족감을 알지 못하는 이사벨에게 위와 같은 안타까움을 래리는 표현하기도 했다. 이사벨은 래리와 다르게 물질적인세계속에서의 안정과 행복을 추구해 그레이 와 결혼하게 된다.
 
래리는 결론적으로 몸선생을 만나 자신을 대신해 죽은 동료의 죽음을 보면서 신은 왜 악이라는 것을 창조했는지의 해답을 인도의 윤회설에서 찾고 있다.
 

p.438 윤회가 세상의 악에 대한 설명이 되는동시에 그것을 정당화한다고 생각 해본 적 있으세요? 우리가 겪는 나쁜일들이 전생에 지은 업보(카르마)라면 그저 단념하고 견뎌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선을 추구하면 다음생에서는 고통이 줄어 들거라는 희망을 가질수도 있고요. 하지만 자신이 겪는 악이이나 불행은 비교적 쉽게 견딜수 있죠. 약간의 강인함만 있으면 되니까요. 반면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나쁜일들 종종 너무나도 부당하게 보이는 일들은 더 받아 들이기 힘들죠. 그 런데 그것이 과거의 업보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물론 애석한 마음도 들고 고통을 분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겠죠.

 
결국 래리가 <이 기나긴 모험을 시작한 건 결국 악이라는 문제 >때문이었고, 래리는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아름다운 꿈을 꾸는 몽상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또한 래리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이 연금으로 받던 돈을 포기하고 , 돈을 속박으로 여기면서 택시를 몰면서 택시를 탁발 수행자의 지팡이와 탁발 그긋으로 여기면서 살아 가지만 그 속에서 행복과 자유를 만끽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이사벨과의 약혼이 파기 되면서 그는 혼란 스러워 하지만 곧 그의 구도여행의 해답을 찾게 되고, 그가 배운 <암시적 치료>로 그레이의 두통을 치료 해주고, 해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던 소피 맥도널드의 영혼 구원을 위해 그녀와 결혼 까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사벨의 계략으로 결혼이 무산되어 소피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여기서 또 한 사람의 구원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화가의 누드모델과 창녀로 활동하던 수잔 루비에가 아시유 고뱅이라는 사업가를 만나면서 안정을 찾게 되고  , 새로운 삶인 화가로서의 등단도 하게 된다.
 
인간들이란 각자의 영혼과 물질적인 상황에 따라 반려자를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서 구원을 얻게 된다는 또 다른 해석을 할수 있게 해준다. 래리와 대조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지어 지고 있는 엘리엇 템플턴은 <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속물>로, 세속적인 사람으로 묘사 되어 지고 있어 각자의 행복이 물질에 있는지 정신에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작가는 유도하고 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본다. 이 <면도날>이라는 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나의 행복은 진정 물질적인 삶에 있는가? 아니면 정신적인 삶에 있는가?> 하고 반문을 해보게 하는 영혼의 책을 만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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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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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요즘 열심히 그것들에 빠져들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님의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추리소설이나 요시다 슈이치님의 잔잔한 작품에서 부터 강렬한 소재의 작품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이다. 131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님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이 상을 받았었다. 감동적이거나 유쾌하거나 . 이런 류의 작품들이 받는 상인 듯 하다. 두가지 기준 밖에 모르는 건 내가 나오키 수상작을 두권 밖에 읽지 않아서 일 것이다. 각설하고 이 <공중 그네>는 한마디로 예능을 보는 것 같다. 유쾌함을 주는 매력이 뛰어나다. 그런 매력이 근엄하고 무거움을 주어야 하는 의사가 , 그것도 정신과 의사가 너무도 낙천적이면서 어찌보면 엽기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사를 보면서 '뭐 이런 의사가 다 있어? 또라이이나 돌팔이 아냐?'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의 매력에 빠져 들어 가는 것은 그들을 찾은 환자들의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다.

 

154 그건 그렇다 치고, 자기는 왜 시키는 대로 가만있는 거지. 이라부나 간호사나, 모두 한통속인 이 진찰실은 흡사 유원지 관참차 같다. 일단 타면 일주하는 동안. 그 페이스에 맞출수 밖에 없다.

우리는 유재석이나 혹은 지금은 나오지 않지만 강호동 같은 사람을 보면서 묘한 매력에 빨려 들어감을 느낀다. 그들의 순수해 보이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행동, 유치한 말과 제스츄어로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런 대리만족을 이 소설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환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권위와 예의범절에 어긋나면 안되는 신분에 있는 의사가 개그맨 같은, 혹은 어린아이 같은 행동과 말투로 다가오면 환자들은 처음 당황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무거움에 짓눌려 있어 찾아온 정신병을 하찮고, 가볍고, 보잘 것 없음에서 오히려 그 해답을 찾게 되는 경우를 저자는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106 " 그야 물론 깊이 사귀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점점 커지는 시대니까 뭐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도 필요할 것 같아..."

"그렇잖아 이라부 선생님처럼 숨김없이 활짝 여는 성격이면 얼마나 좋아. 그런말이 하고 싶었어."

......... 

"치유사.? 그 풍선같이 생긴 사람이? 그게 아니라 그런 희한한 놈도 살아 갈수 있으니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 그런 안심이 되는 거겠지."

"뭐 그러면 또 어때 주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 소중한 거지."

많은 상담을 해 봤자 뻔한 이론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정신과 치료의 묘미를 의사 이라부씨는 자기가 환자가 된 것 마냥 행동을 한다. 의사가 짧게 내 뱉는 조언들이 환자들에게 뇌리에 깊이 박혀 자신에게서 직접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 가게 된다. 정말 기인 같은, 도사 같은 비법을 전해 주는 의사 이라부가 좀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현실에서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마음을 비우고, 내키는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주위의 시선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트라이 해보고, 체면때문에 절절 매는 것보다 꾸밈없이 소탈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의사 이라부가 , 저자 오쿠다 히데오님이 많은 것에 찌들려 사는 우리 들에게 전해주는 메세지이다.

인간은 겉과 속이 다른 경계에 살듯이,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를 넘나 들면서, 완벽함과 허당스러움이 공존하고 있다. 지위나 직업이 주는 근엄함이나 무거움 속에 눌려 지내다 보면 부자연스러움때문에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병들어 가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오히려 이런 질병들이 하지 못해 안달이 나서 강박증에 시달리느니 보다 일단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하나의 치료가 될수 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병들이 자신만이 아닌 동종의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나타날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속에서 신경증은 사라지고 있다. 단순한 이치를 실천하는 행동력, 긴장이나 공포감을 아예 잊거나 타인에게 자신을 쉽게 열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진 <이라부>야 말로 오늘날 각박한 시대의 정신병에서 벗어나는 지침을 알려주고 있다. 이라부처럼 자신을 열어 당신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마음을 열어보자.  그러면 자신의 강박증이 조금씩 사라져 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유쾌한 이  소설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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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황시내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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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려면 프랑스로 가고, 음악 공부를 하려면 독일로 가라~

유명한 화가들이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에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대화를 나누었듯이, 유명한 음악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에세이는 <황시내>라는 칼럼니스트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러시아, 미국 등지에서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써내려 간 것이다. 황시내라는 분은 작곡과 음악학, 미술사를 전공하신 분으로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고, 또 직접 작곡과 그림을 그릴줄 아는 다재 다능한 분이시다. 하물며 글쓰기까지 잘 하신다. 독일의 바이마르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미국의 시카고, 스필빌 에서 문학가, 음악가, 화가들의 유명 명소들을 찾아 다니면서 다양한 느낌과 정보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유명한 음악가와 연관된 곳으로 클래식, 재즈, 블루스, 팝송, 록큰롤, 오페라가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에 열심히 미술사를 공부한 덕분으로 표지에 나오는, 선과 색채의 지휘자 <파울 클레>의 <황금물고기>라는 그림을 알아보고 뿌듯했다. 파울 클레를 사랑했던 황시내씨는 그녀의 다다를수 없는 욕망과 열망을 <황금 물고기>에 비유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 하고 있다.

 

20대에 독일로 작곡 공부를 하러가 외로움을 느끼기는 커녕 <나는 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내가 근본적으로 뿌리박고 있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 가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가>라면서 홀로 먼곳에 있기를 원했다. 그녀는 또한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주어진 공간이 한정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또한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자신을 철저히 고독속에서 음악과 여행속에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공부하면서 듣던 클래식을 들으면서 자라난 작가는 <베토벤의 비창 2악장>에서 음악에 대한 첫사랑을 느낀다. 그후 혹독한 음악선생님으로부터 바르톡의 <미크로코스모스>연주집을 연습한 덕분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바르톡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리아빈의 음악들을 사랑했으며, 제럴드 무어와 리흐테르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부러워 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 나갔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과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로 증오와 반목, 자살과 테러로 얼룩진 하 수상한 시절에 하루 저녁쯤<독일 레퀴엠>을 들으며 가만히 영혼을 쉬게 하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알고 있는 작가는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히 감성과 영혼을 위로 할수 있어서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는 '칵테일이나 포도주는 cool Jazz, 맥주에는 그 지방 유행가, 소프트드링크에는 팝, 그리고 커피에는 실내악'이라는 음악의 규칙을 내세우면서 클래식을 듣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커피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특히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커피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했던 당시에 커피하우스에서 초연되었던 곡인만큼 커피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설명도 곁들어 주고 있다.

 

오랜 유학생활과 여행으로 텅빈 방에서 무소유의 즐거움을 느끼다가도 <자연스런 소유의 즐거움과 아름다운, 꼭 필요하진 않더라도 어쨌든 어딘가에 필요한 물건이 주는 소박한 만족감>을 누릴수 있는 그녀의 생활이 부럽기도 하다. 

시카고에서의 재즈와 블루스를 들을 수 있고, 멤피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록큰롤로 흥겨워 할수 있는 그녀의 여행에 같이 빠져 들고 싶다. 


 

풍요롭게 자란 작가의 생활에서 엿보는 다양한 경험들이 가난하게 자란 나의 중년시절에 적절한 경험으로 다가와 주니 고마우면서도 풍성한 마음이 든다.

 

끝으로 작가가 흔히 듣는 음악을 같이 몇곡 들으면서 아득하게 멀리 있는 유럽과 미국의 정서를 우리들의 영혼속으로 끌어 들여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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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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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했던 경기는 모두 승리였다.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 다면 패배가 아니니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공을 던져야 진짜 좋은 투수가 된다.



 

두 줄의 말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살면서 승리만 하고 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릴적 부터 공부잘 한다고 칭찬받으면서 살아온 서울대생들에게 패배가 주어진다면 자존심이 상해 힘들어 할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승리가 아닌 패배로 더 많은 것을 배울게 있다면서 가르쳐 주고 싶어했던 <이만득감독>이 있었다. 주인공 지웅은 사업의 실패와 이혼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때 그런 감독님을 찾아 조언을 구한다. <진짜 좋은 투수가 되려면 자신이 잘 던지는 공이 아니라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영화제작 즉 시나리오를 써 보려고 한다. 그것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서울대 야구부에 대해서.

 

학창시절 야구부에서 투수로 활약했었고 서울대 야구부의 이야기를 영화로 남기려던 자신의 후배 임세호 군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시절 잠시 관심이 있었던 프로야구에 대한 지난 현대사들이 줄줄이 나와 문외한인 나도 관심을 가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남편이 열심히 보는 스포츠 뉴스에서 들어봤던 야구 선수들과 어릴적 보았던 이만수, 선동열, 박철순 등의 이야기가 맥을 잇지 못하고 뚝뚝 끊어져 기억되는 야구 역사과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꿰어지기도 했다. 모르면 관심이 없어 진다고 신문을 읽어도 항상 스포츠 면은 지나치곤 하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고 야구쪽과 축구 쪽에도 관심을 가져 보리라 마음을 먹을수 있게 되었다. 책은 사람에게 양식을 준다고 했는데, 어떤 열정도 주는 것 같다. 황금 물고기를 읽으면서 어려운 클래식 공부를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주니 말이다. 어려운 역사서나 딱딱한 설명문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에세이와 소설에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들이 나오면 끌리게 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하여간 이 소설속에는 아직도 살아있는 야구 선수들의 이름과 살아 있는 가수 이름까지 등장하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매력이 잇는 작품이다.

그리고 더할수 없이 시원하게 읽혀 내려가는 문체와 간간히 전해져 오는 감동의 물결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지만 책 속에는 행복과 만족과 감사와 열정을 느끼게 해주어 사람 살맛 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서울대 학생이지만 보통 사람과 똑같이 겪는 패배가 있고, 하지만 꿈과 열정을 유지해 나가면 패배란 없고 진정한 승리만이 있다는 긍정 마인드를 심어 준다는 점에서 행복해 진다.

매일 열심히 공부만 해야 된다고 아들에게 다그치던 나자신을 돌아보게되고, 부모가 하라고 해서 하는 공부는 그 누구에게도 확신과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번더 깨닫게 된다.

 

-당신이 잘하는 일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이 책의 메세지는 이 말로 요약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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