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황시내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그림을 그리려면 프랑스로 가고, 음악 공부를 하려면 독일로 가라~

유명한 화가들이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에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대화를 나누었듯이, 유명한 음악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에세이는 <황시내>라는 칼럼니스트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러시아, 미국 등지에서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써내려 간 것이다. 황시내라는 분은 작곡과 음악학, 미술사를 전공하신 분으로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고, 또 직접 작곡과 그림을 그릴줄 아는 다재 다능한 분이시다. 하물며 글쓰기까지 잘 하신다. 독일의 바이마르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미국의 시카고, 스필빌 에서 문학가, 음악가, 화가들의 유명 명소들을 찾아 다니면서 다양한 느낌과 정보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유명한 음악가와 연관된 곳으로 클래식, 재즈, 블루스, 팝송, 록큰롤, 오페라가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에 열심히 미술사를 공부한 덕분으로 표지에 나오는, 선과 색채의 지휘자 <파울 클레>의 <황금물고기>라는 그림을 알아보고 뿌듯했다. 파울 클레를 사랑했던 황시내씨는 그녀의 다다를수 없는 욕망과 열망을 <황금 물고기>에 비유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 하고 있다.

 

20대에 독일로 작곡 공부를 하러가 외로움을 느끼기는 커녕 <나는 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내가 근본적으로 뿌리박고 있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 가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가>라면서 홀로 먼곳에 있기를 원했다. 그녀는 또한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주어진 공간이 한정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또한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자신을 철저히 고독속에서 음악과 여행속에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공부하면서 듣던 클래식을 들으면서 자라난 작가는 <베토벤의 비창 2악장>에서 음악에 대한 첫사랑을 느낀다. 그후 혹독한 음악선생님으로부터 바르톡의 <미크로코스모스>연주집을 연습한 덕분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바르톡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리아빈의 음악들을 사랑했으며, 제럴드 무어와 리흐테르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부러워 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 나갔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과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로 증오와 반목, 자살과 테러로 얼룩진 하 수상한 시절에 하루 저녁쯤<독일 레퀴엠>을 들으며 가만히 영혼을 쉬게 하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알고 있는 작가는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히 감성과 영혼을 위로 할수 있어서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는 '칵테일이나 포도주는 cool Jazz, 맥주에는 그 지방 유행가, 소프트드링크에는 팝, 그리고 커피에는 실내악'이라는 음악의 규칙을 내세우면서 클래식을 듣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커피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특히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커피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했던 당시에 커피하우스에서 초연되었던 곡인만큼 커피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설명도 곁들어 주고 있다.

 

오랜 유학생활과 여행으로 텅빈 방에서 무소유의 즐거움을 느끼다가도 <자연스런 소유의 즐거움과 아름다운, 꼭 필요하진 않더라도 어쨌든 어딘가에 필요한 물건이 주는 소박한 만족감>을 누릴수 있는 그녀의 생활이 부럽기도 하다. 

시카고에서의 재즈와 블루스를 들을 수 있고, 멤피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록큰롤로 흥겨워 할수 있는 그녀의 여행에 같이 빠져 들고 싶다. 


 

풍요롭게 자란 작가의 생활에서 엿보는 다양한 경험들이 가난하게 자란 나의 중년시절에 적절한 경험으로 다가와 주니 고마우면서도 풍성한 마음이 든다.

 

끝으로 작가가 흔히 듣는 음악을 같이 몇곡 들으면서 아득하게 멀리 있는 유럽과 미국의 정서를 우리들의 영혼속으로 끌어 들여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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