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이야기 1 - 태조부터 성종까지 박영규 선생님의 우리 역사 깊이 읽기 11
박영규 지음, 최상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겨울 방학은 아이들과 역사책 읽기 프로젝트를 세우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라니 거창한데, 그냥 제가 읽어 주면서 간단한 설명과 대화를 이끌어 내는 정도이지요. 살림하랴 제 책읽고 서평쓰랴, 여행 다녀온 것 포스팅하랴, 바쁘긴 합니다. 그래도 하고 나면 뿌듯하고 성취감도 생기는게 책읽기인 것은 부인할수가 없지요. 제가 혼자 이상각님의 <조선왕조실록>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뒤로 미룬 적이 있습니다. 역시 양이 정말 방대하더군요. 처음에 읽을때는 조선왕조사에 대해 거의 문외한 수준이라 읽어도 너무 어려워 쉽게 넘어 가지 않아 좀 쉬운 책을 찾다보니 이책 박영규 선생님의 <조선사 이야기>시리즈가 있더군요. <고려사이야기><신라사이야기><고구려사이야기><백제사이야기> 거의 총망라하여 쉽게 그러나 결코 쉽다고만 할수 없을 정도의 초등학교 5,6학년이상 중학생까지 충분히 읽을 정도의 책이더군요. 우리아이들은 만화책을 워낙 좋아해 한국사, 세계사 시리즈를 만화책으로 읽어 짧은 지식은 알고 있지만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해 만화책이 아닌 책을 찾던 중이었거든요.

 

<조선왕조실록>도 만화로 나와 잇는 책들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이 시리즈 만큼은 아이들에게 만화책이 아닌 책으로 읽히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들과 이번 겨울 방학때 같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곧 중2로 올라가는 아들이 사회분야에서 특히 역사, 세계사과목을 곧 배울 예정이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국사 쪽은 그래도 지식이 상당한 우리 아들에게 상세한 조선사를 알게 하고 싶은 엄마의 욕심도 들어 있었지요. 조선시대 왕의 족보에 대해서도 교과서에 실려 있거든요. 일단 복잡한 조선시대의 왕과 왕비들, 그리고 그의 신하들에 대한 이야기가 쉽게 들어 있으니 유익한 책입니다. <조선사 이야기1권>은 태조부터 성종까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선사이야기는 전3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총 27대 조선왕 중에서 초기 9대 왕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왕들의 가족사들을 쭉 보게 되면 자녀를 많이 낳았던 왕들 중에 세자가 뛰어난 경우, 태종과 세종의 경우 무척 태평성대를 이룹니다. 하지만 세자가 어릴때 왕위가 계승되는 경우, 왕이 몸이 허약해 단명하는 경우, 꼭 왕들의 가족사에 비극이 시작된다는 사실이지요. 문종, 단종, 세조를 거친 가족사를 보면 잘 알수 있지요. 뛰어난 문종이긴 했지만 너무 몸이 약한 관계로 일찍 죽어 단종이 계승하니 겨우 10살 나이에 무엇을 할수 있겠어요. 그래서 권력욕에 눈이 먼 세조가 조카를 죽이고, 조카를 옹위하는 안평대군, 금성대군인 동생들까지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지경에 오르게 되니 얼마나 비극적입니까? 하지만 태종의 성향과 세조의 성향이 거의 유사합니다. 무인기질이 뛰어나고 권력욕이 불타는 성정을 가진 것은 부자가 정말 닮아 있습니다. 태종때도 두번의 왕자의 난을 거듭해 왕위에 오르지요. 세종과는 좀 다른 성향의 부자관계여서 최근에 끝난 <뿌리 깊은 나무>를 보게 되면 둘의 갈등이 엄청 났었지요.  문(文)으로 치세하겠다던 세종과 무(武)여야만 왕권강화를 할수 있다는 태종사이에서 우리는 긴장감을 느꼈던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러 저러 해도 조선시대의 가장 성군은 세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세종의 치세가 건강한 아들 문종으로만 이어졌다면 우리나라가 좀더 선진국 대열로 갈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도 남는 대목입니다. 오로지 성리학에만 집중했던 오류만 아니었어도, 과학이나 새로운 문명과 기술을 받아 들이는 세종 같은 아량이 계속 이어지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입니다. 세조는 조카를 죽이고,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꿈에 나타나 저주를 퍼붓었는데, 그 저주가 맞아 들어갔던지 세조의 아들 <덕종>도 둘째아들 <예종>도 일찍 죽게 되지요. 성종때 들어서 일찍 죽은 <덕종>의 둘째 아들 <성종>에 의해 태평성대가 이루어직게 됩니다. 이때에도 현명했던 <정희왕후>의 수렴청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자신의 아들 예종이 왕위에 올랐을때도 정희왕후는 성인이 될때까지만 수렴청정을 하고 이후 성인이 된 왕의 치세에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다가 성종때에도 나아가고 물러날때를 잘 알았던 현명한 왕후로 전 기억하고 싶어요. 정조 이후의 <정순왕후 대비가 권력욕을 노론세력에 힘입어 펼쳤던 외척세력의 득세와 비교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태평성대는 그나마 이들 왕까지 였던 것 같습니다. 단종의 비극이 있긴 했지만요. 그 이후 파란 만장한 사화와 전쟁들이 조선의 정국을 휩쓸게 되니까요. 세부적으로만 알았던 역사를 이제 큰눈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시점이 필요할때 입니다. 그래야 비판과 칭찬을 더 정확하게 역사에 가할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으로 책읽기 - 명로진이 읽고 걷고 사랑한 시간
명로진 지음 / 북바이북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화두를 던지는 책입니다. 연예인 출신의 작가 <명로진>님이 책을 읽고 비슷하게 몸으로 체득하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 놓은 에세이이지요. 보통 책만 읽고 머리로 느끼는 감상을 쓴 서평과는 차원을 두고 싶어 직접 걷고 달리고 뛰는 시간들을 가져보았다는 것이 저자의 고백이고, 실제로 이 책 내용에 녹아있습니다. 저자가 알고 있는 후배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빌려 달라고 했을 때 "책 좀 사서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로 현대인들의 책구입에 대한 생각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점이 저로서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빌려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잖아요. 빌려 읽는 것은 도서관에 가서 해도 될텐데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책을 빌려보고 싶어하는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보여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은 저와도 일치한답니다. 책 욕심이 많은 저는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어도 될 책을 꼭 내가 소장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책구입에 많은 돈을 할애 하고 있긴 해요.

하루키의 <1Q84>를 읽을 때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참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명로진씨는 한마디로 사랑을 말하고 싶었을 거라고 단언하고 있네요. 덴고와 아오마메의 끈끈하게 이어지는 사랑을요. 전 이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어떤 메세지를 찾고 있었거든요.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다양한 독서 이력이 보이는 데, 예술분야에서 여행, 걷기, 자전거 타기, 술에 대한 생각, 와인마시기, 등산하기, 전도하기, 지도읽기, 역사서읽기, 심지어 섹스에 대한 것 까지...... 이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명로진씨가 나오는 프로를 본적은 없지만 이 분도 제가 알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씨처럼 성에 대해 무척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 하기 전 만났던 애인들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거든요. 그녀들과 나누었던 대화나, 섹스방법까지. 진솔하다 못해 너무 솔직해 설마 아내가 읽으면 어쩌나 하고 제가 오히려 걱정해줘야 할 판입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이었나요.? 하여간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폴레옹의 손녀 마리 보나파르트 공주가 해 보았던 실험도 신기했고, 메리 로취의 <봉크>에 나오는 섹스보고서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술에 대한 여러 생각들, 캐롤라인이라는 알콜중독자가 자신이 중독에서 벗어나기까지의 역경을 쓴 <술,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에서도 술은 중독 전까지만 마셔야 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요. 와인에 대한 생각도 저자와 그가 읽은 책에 대한 내용도 상식을 깨는 것입니다. 소비뇽 블랑, 로마네콩티 같은 고가의 와인을 다 마셔본 사람도 와인은 ...역시 비싼게 맛있는게 아니라... "와인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와인에 대해 모르게 된다."는 솔직한 고백을 듣게 됩니다. 그러니 와인을 마시고 와인의 향이 어떠니, 맛이 어떠하니 하는 말을 떠올리려고 진정한 와인의 가치를 잃어 버리지 말고 조용히 마시는게 옳은 방법 일 것입니다.

 

"남자들은 업적 지향적이고 여자들은 관계지향적" 이라고 했던가요. 서명숙의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을 읽고 제주 올레길을 직접 걸어보았다고 합니다. 걸어보니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그러했답니다. 남자는 <알피니즘> 즉 가장 험난한 길을 찾아 도전하는 것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어 제주 올레길 같은 평지는 걷기 싫어 한다는 것이지요. 제주 올레길의 아름다움과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곳에 진정 길의 진정성이 있는 것입니다. 알피니즘을 즐기는 등반가들도 남이 많이 다니는 길로만 가는 것이 진정한 알피니즘인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자나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를 쓴 이용대씨조차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도전이라는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감동을 만들수 있습니까>에서 프로는 감동으로 승부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상대 거래자에거 접대하고 립서비스를 할 시간에 진검승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라는 것이지요.저자 명로진의 경험에도 감독들 만나 잘 봐달라고 접대할 시간에 연기하는 법을 연구했더라면 자신이 연예인으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매가 40세가 되면 부리와 발톱, 털을 다 뽑아 내어 '환골탈태'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 사람도  "제 심장을 도려내고 머리털을 다 뽑아 버리는 변태가 없이는 "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있습니다. 무서운 말입니다. 당신은 환골탈태할 각오가 되어 있나요?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기간에는 감기 조차도 걸리치 않는다라는 말로 집중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책을 읽다보면 몸으로 깨우쳐지고, 해보고 싶어지는 것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기도 하고, 여력이 안되어 못하는 것도 있지만 , 그래도 노력은 해 보려고 하고 있잖아요. 책속에 있는 많은 진리들을 몸으로 체득하면 할수록 각인이 되어 내 것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겠지요. 아이들하고도 책읽고 나서 소위 "독후활동"이라는 것을 많이 해봅니다. 책만 읽고 머리속으로만 들어 있는 지식은 지식으로 머물러 있다가 기억속에서 사라지겠지만 자신이 경험했던 것은 결국 자신의 것으로 남아 "지혜"로 자리 잡게 된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아이와 같이 해보는 이웃분도 있듯이 머리속에만 머물러 있던 책읽기를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는 <몸으로 책읽기>를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베르 카뮈가 열광했던 그의 스승, 장 그르니에의 <섬>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읽는 프랑스 에세이인데, 막상 읽어보니 여행은 여행인데, 현실적인 여행이 아닙니다. 스승의 에세이에 붙임글로 써 놓은 알베르 카뮈의 글로 이 에세이의 특징을 알아 낼수 있습니다. " 그르니에가 그리고 있는 여행은 상상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속으로의 여행, 섬에서 섬으로 찾아 떠나는 순례이다." (8쪽) 라는 말로 이책을 잘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속에서의 여행, 이런 생각의 섬, 저런 생각의 섬들이 이 책에는 즐비하게 쓰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 장 그르니에>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대한 상징들과 에피소드들이 적혀 있는 것입니다. 좀 추상적이고 현학적이긴 합니다. 현학적, 추상적이라면 일반인에게는 <이해불가>라는 말이 적절한 말이겠지요. 저한테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몇마디라도 건져야 했기에 머리를 막 굴리면서 읽어 내려갑니다. <공(空)의 매혹>이라는 글에서는 <장 그르니에>가 아마 불교나 도교에 심취한적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ball의 공이 아니라 빌 공의 空이니까 색즉시공(色則是) , 공즉시색(空則時色) 이런말 들어보셨지요? 불경인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이니 아마 인도쪽 여행을 하면서 空과 無사상에 젖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 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있음을 체험했으니 말이다.(26쪽)

 

무한의 감정은 내게는 무라는 것이 그러했듯 아직 이름이 없는 감정이었다. 그 결과 내가 느낀 것은 거의 완전한 무심, 일조의 고요한 무감각, --눈을 뜬채 잠자는 사람과 같은 그런 상태였다. (29쪽)

 

법정스님이 추구했던 무소유와 같은 마음, 완전한 무심, 사물에 대해 느끼는 무심함과 무감각에 대한 추구를 해왔던 것이지요. 프랑스 작가가 이런 생각을 가졌다니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개미의 저자 <베르나르베르베르>님도 아마 인도의 여러 종교에 대해 심취되어 있음을 보면 유럽인들의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하여간 저는 <공(空)의 매혹>에서 이런 점들을 느끼게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좀 궁금하긴 합니다. 문장이 쉽지는 않거든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떤 상징과 에피소드로 나열은 하고 있는데, 문장이 막 눈에서 튕겨져 나가고 있었거든요.

 

카뮈가 상상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 추상적인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참 황당했을 텐데요. 그나마 이런 문장이 있었기에 <섬>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여러 섬들이 나옵니다. 케르겔렌 군도, 행운의 섬, 부활의 섬, 보로메의 섬들......

케르겔렌 군도는 남인도양 남부에 있는 프랑스령의 군도로 기후가 거칠고 냉랭하여 원주민은 없고 과학자, 기술자들이 살면서 연구목적으로 두는 섬입니다. 이런 섬의 이름이 제목으로 붙여 졌다는 것은 어떤 비밀스러움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내용에도 <데카르트>나 <파스칼>이 사생활을 솔직하게 공개함으로써 고독한 삶이 아니라 정신적인 비밀 스러움을 간직할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절대 고독한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스러우면서도 정신과 영혼만은 혼자 몰래 간직할수 있는 어떤 정신적인 공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지요. 케르겔렌 군도 처럼 말이지요.

 

행운의 섬도 상징적입니다. 나자신의 정신적인 새로운 탄생에 대해 행복을 느끼는 저자의 마음을 표현한 말입니다.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내면적인 깊숙한 곳으로의 여행을 행운의 섬에 빗대어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느낌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정신적인 여행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가 될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백정과 자신과의 인연에서 공통적으로 나누어 가질수 있었던 것은 죽음에 대한 대화였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죽음이후의 부활, 죽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쿡 선장의 여러가지 여행들이라는 책 속에서도 오직 파크 섬은 해골과 뼈들이 널려있는 거대한 관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그 섬이 기막힌 것은 그곳에서 발견할수 있는 오백개나 되는 거대한 조상들 때문이라고 하면서 원시인들의 내세의 부활을 원하는 종교관에서 기원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인도에 대한 여행의 회상을 깊숙히 하고 있습니다. 언어도 종족도 단일성을 가지지 못한 인도라는 나라는 오로지 신앙의 단일성만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몸과 영혼의 정화를 위해서 정치를 논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정치에 죽고 살았던 그리스와는 엄연한 다른점이 존재하는 셈이지요. 각종 신들이 난무했던 인도와 그리스를 갈라놓는 점이기도 하지요. 오로지 인간은 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신성으로의 분출을 꿈꾸는 인도인들의 사상을 상상하며 그들에 대해 깊은 명상을 하고 있답니다.

 

장 그르니에는 또 고양이에 대한 깊은 회상을 합니다.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양이가 바라는 자유로움 때문에 결국 안락사 시킬수 밖에 없었던 에페소드를 통해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에게는 성립될수 있는 고양이의 본능적 행동에서 인간에게는 성립될수 없는 행동의 표본을 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요즘 고양이에 대한 책에 대세를 이루던데, 저도 고양이에 대해 조금은 관심을 가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의 진정한 정신적인 상징을 <섬>이라는 단어로 표현할수 있을 것입니다. 고독할 것 처럼 보이지만 고독하지 않은 정신과 상상속에서의 자연로의 섬으로의 여행을 그는 일상속에서 떠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군중속의 고독에 시달리는 현대인들도 이런 여행을 과감히 떠나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 <섬>이야기는 두고 두고 읽혀질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세번째 읽게 되었다. <요노스케 이야기>< 도시 여행자>에서는 사소한 일상을 편안하게 써 내려 가면서 그 당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악인>에서는 또다른 요시다 슈이치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일단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심리 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단 살인자와 피해자는 발단부분에서 미리 밝혀두고 시작한다. 읽다보면 그 살인자가 악인으로 진짜 살인자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결국 가서는 그 살인자가 살인자이지만 그 살인자를 동정하게 되고, 그들의 애절한 애정과 도망 행각에 동조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만든다.

진정 악인이 누구일까 헷갈리기 시작하고,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 할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이코패스>같은 진정한 악인의 유전자를 타고 난 살인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살인자는 적흥적이고 흥분에 치우쳐 살인의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용의선상에 떠오른 용의자들은 참 평범해 보이는 토목공과 대학생이다.

토목공 시미즈 유이치는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소통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를 진정 인정해 주고 사랑했던 한여자가 나타났으니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해야할 시점에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어 도망하면서 서로에 대해 미안해 한다.

또 한사람의 용의자였던 마스오 게이고는 부유한 도련님으로 대학생으로 평범한 신사같은 사람이지만 또다른 모습의 악이 그속에 자리잡고 있어 피해자 요시노를 마쓰세 고개에 무참히 발로 차 내버려두고 온다. 그때 그는 악인이었을 것이고, 요시노 아버지 요시오가 그를 찾아 갔을때 피해자 요시노와 그녀의 아버지 요시오를 비웃는 모습에서 마스오는 진정한 선한자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현대 시대에 서로 정을 나누는 깊은 만남은 사라져 가고 <만남> 사이트 같은 즉석 만남이 아무 죄책감없이 이루어 지고 있는 세태에 대해서도 작가는 비판하고 싶어한다. 그것의 결과물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것으로 보여지게 만들고 있다.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의 솔직한 독백의 형식을 띠고 있는 부분도 있고,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그들의 심리를 공간적인 묘사로,체온과 감정의 냄새에 이르는 오감으로 느낄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통해 작가는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독자에게 일임하고 있다. 살인자 시미즈 유이치가 진정한 악인이었을까? 이시바시 요시노가 진정한 선인이었을까?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들의 평가는 달라 질것이다.

 

흥미진진하게, 세밀하게 다가오는 주인공들과 작가의 독백 때문에 결말부분에 이를때까지 손에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내쳐 읽어 내려 갔던 오랜만의 작품이었던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스의 작은 마을
최상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여행은 언제나 설레임을 동반합니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에 간다는 사실만으로 흥분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마구 쏟는 느낌입니다. 그런 매력적인 장소들을 살아 가는 동안 모두 가볼수 있다면 얼마나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까요? 요즘 우리나라도 경제수준이 오르면서 많은 일반인들이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 그리고 발칸반도와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들 까지 두루 다니고 있다고 해요. 그런 곳을 일본인들은 우리 나라 국민들이 여행 다니기전 10년 전부터 열심히 관광지를 섭렵하고 다녔다고 하니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을 가보려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알 만 합니다. 여행사를 끼고 가는 주요 여행지들은 언젠가는 한번씩 발도장을 찍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언어가 되지 않는 일반인은 그런 여행사가 미치지 못한 작은 마을을 가보기가 참 쉽지 않겠지요. 그런 곳을 사진과 함께 자신의 감상을 따라 적어 내려간 여행에세이는 직접 여행을 다니는 것만큼 설레이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리 미술관 산책><지중해 느리게 걷기>의 저자이며 여행작가인 최상운님의 최근 여행에세이 <프랑스의 작은 마을>입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프랑스의 매력을 더 소소하고 섬세하게 느껴 볼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파리 미술관 산책을 읽으면서 파리시에만도 여러개의 미술관이 있어 풍부한 예술의 세계를 감상할수 있는 도시를 부러워 했었는데, 프랑스라는 나라는 작은 마을조차에도 꼭 미술관이 존재하고 마을 전체가 예술 작품인 마을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예술과 문화가 풍부한 나라임을 부인할수가 없겠더군요.

 

사실 상세한 프랑스 도시의 지도를 보면서 말로는 귀에 익은 지역명 <프로방스><일 드 프랑스> <노르망디> <코트 다 쥐르> 등이 프랑스 중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책에 수록된 프랑스 지도 한장으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어요. 생소한 지명의 도시 이름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우리가 잘알고 있는 화가들의 발자취가 스쳐간 작은 마을이 많아 금방 친숙하게 느낄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소개 해 주고 있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중에서 지중해 연안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코트 다 쥐르>의 마을은 여러 예술가들이 매혹당해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던 곳들입니다. 니체와 조르주 상드를 매혹시켰던 <에즈>,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유명했던 호텔 '황금의 비둘기'가 있는 <생 폴>, 예술가들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생 트로페> 에서는 익히 잘 아는 화가들의 자취들이 즐비했습니다.  호텔 '황금의 비둘기'에서 묵으면서 가난한 시절동안 자신의 작품으로 호텔비를 대신했던 시냐크, 피카소, 호안 미로, 막스 에른스트을 느낄수 있답니다. <생 트로페>의 바닷가의 요트를 보면 수채물감으로 시원한 풍경화를 그려냈던 <라울 뒤피>의 그림이 머리속에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개미>의 배경이 되었던 <퐁텐블로>가 일 드 프랑스의 한지역으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곳 중에 한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고전 미술을 만날수 있는 샹티이 성과 콩데 미술관에서 고전회화의 정취를 느낄수 있다고 합니다. 모네가 사랑했던 꽃 <수련>을 그렸던 지베르니는 노르망디 지역의 한곳으로 모네의 정원에서는 정말 모네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은 상상에 젖혀 들게 합니다.

발랑솔이라는 마을은 '라벤더의 나라'라고 불리울 만큼 라벤더를 많이 재배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라벤더의 향을 맡으면서 영화 <향수>의 한장면을 떠올리는 저자를 보면 향수의 도시 <그라스>에 대한 정취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샤모니>라는 마을은 저자의 다른 책 <지중해 마을 느리게 걷기>에도 나오는 곳으로 얼음과 빙하의 바다로 유명한 <메르 드 글라스>가 유명한 곳입니다. 저자가 그만큼 애착을 느끼는 곳이 지중해 와 근접한 연안의 마을임을 한번더 확인 시켜 주는 부분이기도 해요.  바다 절벽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갈랑크>에서 가까운 <카시>마을에서도 갈랑크 절벽에서 느끼는 웅장함을 느낄수 있었을지 궁금해지네요. 낭만과 예술과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돌아보기는 독자들을 대표해 예술에 대한 상식과 감상을 더불어 표현해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는 저자 자신만의 흥취에 빠져 독자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전해졌다면 그것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런 발걸음을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