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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책읽기 - 명로진이 읽고 걷고 사랑한 시간
명로진 지음 / 북바이북 / 2011년 9월
평점 :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화두를 던지는 책입니다. 연예인 출신의 작가 <명로진>님이 책을 읽고 비슷하게 몸으로 체득하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 놓은 에세이이지요. 보통 책만 읽고 머리로 느끼는 감상을 쓴 서평과는 차원을 두고 싶어 직접 걷고 달리고 뛰는 시간들을 가져보았다는 것이 저자의 고백이고, 실제로 이 책 내용에 녹아있습니다. 저자가 알고 있는 후배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빌려 달라고 했을 때 "책 좀 사서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로 현대인들의 책구입에 대한 생각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점이 저로서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빌려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잖아요. 빌려 읽는 것은 도서관에 가서 해도 될텐데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책을 빌려보고 싶어하는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보여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은 저와도 일치한답니다. 책 욕심이 많은 저는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어도 될 책을 꼭 내가 소장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책구입에 많은 돈을 할애 하고 있긴 해요.
하루키의 <1Q84>를 읽을 때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참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명로진씨는 한마디로 사랑을 말하고 싶었을 거라고 단언하고 있네요. 덴고와 아오마메의 끈끈하게 이어지는 사랑을요. 전 이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어떤 메세지를 찾고 있었거든요.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다양한 독서 이력이 보이는 데, 예술분야에서 여행, 걷기, 자전거 타기, 술에 대한 생각, 와인마시기, 등산하기, 전도하기, 지도읽기, 역사서읽기, 심지어 섹스에 대한 것 까지...... 이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명로진씨가 나오는 프로를 본적은 없지만 이 분도 제가 알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씨처럼 성에 대해 무척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 하기 전 만났던 애인들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거든요. 그녀들과 나누었던 대화나, 섹스방법까지. 진솔하다 못해 너무 솔직해 설마 아내가 읽으면 어쩌나 하고 제가 오히려 걱정해줘야 할 판입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이었나요.? 하여간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폴레옹의 손녀 마리 보나파르트 공주가 해 보았던 실험도 신기했고, 메리 로취의 <봉크>에 나오는 섹스보고서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술에 대한 여러 생각들, 캐롤라인이라는 알콜중독자가 자신이 중독에서 벗어나기까지의 역경을 쓴 <술,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에서도 술은 중독 전까지만 마셔야 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요. 와인에 대한 생각도 저자와 그가 읽은 책에 대한 내용도 상식을 깨는 것입니다. 소비뇽 블랑, 로마네콩티 같은 고가의 와인을 다 마셔본 사람도 와인은 ...역시 비싼게 맛있는게 아니라... "와인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와인에 대해 모르게 된다."는 솔직한 고백을 듣게 됩니다. 그러니 와인을 마시고 와인의 향이 어떠니, 맛이 어떠하니 하는 말을 떠올리려고 진정한 와인의 가치를 잃어 버리지 말고 조용히 마시는게 옳은 방법 일 것입니다.
"남자들은 업적 지향적이고 여자들은 관계지향적" 이라고 했던가요. 서명숙의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을 읽고 제주 올레길을 직접 걸어보았다고 합니다. 걸어보니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그러했답니다. 남자는 <알피니즘> 즉 가장 험난한 길을 찾아 도전하는 것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어 제주 올레길 같은 평지는 걷기 싫어 한다는 것이지요. 제주 올레길의 아름다움과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곳에 진정 길의 진정성이 있는 것입니다. 알피니즘을 즐기는 등반가들도 남이 많이 다니는 길로만 가는 것이 진정한 알피니즘인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자나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를 쓴 이용대씨조차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도전이라는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감동을 만들수 있습니까>에서 프로는 감동으로 승부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상대 거래자에거 접대하고 립서비스를 할 시간에 진검승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라는 것이지요.저자 명로진의 경험에도 감독들 만나 잘 봐달라고 접대할 시간에 연기하는 법을 연구했더라면 자신이 연예인으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매가 40세가 되면 부리와 발톱, 털을 다 뽑아 내어 '환골탈태'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 사람도 "제 심장을 도려내고 머리털을 다 뽑아 버리는 변태가 없이는 "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있습니다. 무서운 말입니다. 당신은 환골탈태할 각오가 되어 있나요?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기간에는 감기 조차도 걸리치 않는다라는 말로 집중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책을 읽다보면 몸으로 깨우쳐지고, 해보고 싶어지는 것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기도 하고, 여력이 안되어 못하는 것도 있지만 , 그래도 노력은 해 보려고 하고 있잖아요. 책속에 있는 많은 진리들을 몸으로 체득하면 할수록 각인이 되어 내 것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겠지요. 아이들하고도 책읽고 나서 소위 "독후활동"이라는 것을 많이 해봅니다. 책만 읽고 머리속으로만 들어 있는 지식은 지식으로 머물러 있다가 기억속에서 사라지겠지만 자신이 경험했던 것은 결국 자신의 것으로 남아 "지혜"로 자리 잡게 된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아이와 같이 해보는 이웃분도 있듯이 머리속에만 머물러 있던 책읽기를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는 <몸으로 책읽기>를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