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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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정교한 소설을 여성작가가 썼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뿌듯함이 밀여오는 작품이다.

정유정이라는 생소한 여류작가의 소설을 선뜻 일게 된 것은 이소설을 먼저 읽은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세가지 부류의 소설가가 있는 것 같다.(본인의 입장에서)

첫째 자신이 가진 사상이나 철학을 가지고 플롯을 짜고 무언가 정신적인 흐름을 묘사하는 자,

둘째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가지고 중언 부언 나열하면서 소설의 분량을 채우는 자.

셋째 뛰어난 지식욕을 가지고 정확한 사실을 조사하여 내것으로 만들어 그 지식을 토대로 짜임새강하면서

지적인 소설을 창작하는 자....정유정은 이중 세번째 부류라고 감히 분류해 보고 싶다.

두번째 부류의 작가들이 90년대식 소설로 자기 내면화를 충실히 표현해보고자 했던 20세기의 소설은 이제 물러나야 할 시기인것 같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철저히 세번째 부류의 소설을 지향하면서 창작하려고 노력하는 작가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소설가에 해당한다.

이러한 소설을 감히 신인인듯 해 보이는 정유정이라는 여성 작가가 창작 해 냈다는 것은 박범신 작가의 평대로

'소설 아마조나'의 등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또한 세번째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소설 말고도

정재승, 김탁환 공저의 <눈먼 시계공>이라는 소설을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2009년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쏘라>로 진군나팔을 불며 등장한 작가 정유정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다분히 필요한 잠수장비와 댐관련 지식등을 섬세한 취재를 통해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또한 그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세령마을>을 등장시킨다.

작가의 말을 빌면 2년동안 자신은 세령마을의 이장으로 철저하게 살아가면서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세령마을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소설 전면에 있는 지도를 보지 않으면

이해 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프롤로그는 나 즉 최서원이라는 청년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로 철저히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고

떠돌이 생활을 할수 밖에 없었던 그는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주는 아저씨, 안승환과의 삶에서 이야기를 시작된다.

차례 구성에서도 세령호라는 제목에서 안승환이 쓴 소설의 부분이 최현수->안승환->오영제->강은주 의 중요 인물 순서로

그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 보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즘은 아저씨들의 활약이 대단한 것 같다. 원빈의 아저씨 처럼 액션으로 주인공 아이를 지켜주지는 않지만

주인공 최서원의 입장에서 전혀 혈연관계도 없이 단지 몇개월 같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 아이를 철저히 보호해주는 수호 천사로 등장한다.

 

전직 2군 야구 선수였던 최현수의 삶에 변화구가 날아든다.

음주운전에 교통사고,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그에게 닥치고 잊고 살았던 과거의 아픔속에서

아버지와 죽은 아이의 환영속에서 자신이 자신을 조절할수 없는 정신적인 황폐감을 겪게 된다.

 

그것만 해도 힘든 상황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집착이 아내와 아이를 구타하는 가장 오영제의 등장으로

최현수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최현수가 여자아이를 죽이고 마을을 수몰시킨 살인마라는 사실이 나타난다.

 

그 사실만으로 작가가 이소설을 시작한 것은 엄연한 범인이 보이는 가운데에 사실속에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어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을 한 것이다. 그러니 이소설은 절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소설이 아닌 것이다.


이런 비슷한 플롯으로 시작하는 소설 중에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있다.

분명히 보이는 범인이 있는 데 불구하고 소설 전개 상 나타나는 새로운 사실과 반전을 이끌어 가는 방법을

정유정 작가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개 방식만 하나 보더라도 여성작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여러 문학적인 함정을

느끈히 뛰어 넘었다고 칭찬을 해도 좋을 만한 것이다.

 

연약해 보이는 가장으로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하던 아들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진실속에서 읽을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절묘하게 작품속에 녹여낸 세령마을과 세령호, 세령댐의 세계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할 작품으로

평가해보고 싶다. 마지막 감옥에 갇힌 서원의 아버지 최현수의 말속에 담긴 진한 감정을 마지막 인용문구로 마감하고자 한다.

 

 

p.508 야구는 단순한 거야. 공을 던지고, 공을 치고, 공을 받고 ,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면 투수는 공을 던져야 하는 걸세 .

포스는 승부구를 요구해야 하고. 7년 전 그아이는 내가 지켜야 할 공이었지만 이젠 아야. 내 배터리야.

내가 사인을 보내고 서원이가 던지는 거야.. 내 사인을 거부하든. 받아 들이든 그건 그아이의 선택이지.

 하지만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네야. 그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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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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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선생의 소설을 읽었다. 묵직한 에세이를 계속 읽다가도 가끔은 가벼운 이야기를 읽고 싶어질때가 있다.
역시 스토리텔링의 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 선생님이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뗄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끌려가게 된다. 히가시노 선생의 작품을 이전에 세편을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 <유성의 인연>, <내가 그를 죽였다> 세편을 읽고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많은 살인사건들 속에 주인공들의 사연과 추리를 풀어나가는 매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그 중 가가 형사 시리즈의 한편인 <내가 그를 죽였다>는 책을 다 읽어도 누가 범인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플롯을 만들어 버린다. 작가의 논리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들은 이런 매력때문에 그의 작품을 섭렵하는 게 아닌가 한다.
<졸업>은 가가형사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코난도일이 <셜록 홈즈>를 만들어 냈고, 아가사 크리스티가 <포와로>를 만들어 냈듯이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가 형사를 창조해 냈다. 첫 작품인 만큼 졸업에서의 가가는 대학생으로 나온다. 가가의 친한 친구들의 관계속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가가는 자신의 특기인 추리와 논리를 처음으로 펼쳐 보이게 된다. 아버지가 형사여서 외롭게 지내던 어머니가 가출을 해버려 형사가 되면 가정이 불행해 질거라는 강박관념이 있던 가가는 교사로 직업을 갖게 되지만 그의 타고난 본능과 숨은 특기는 어쩔수 없나 보다. 결국은 형사로 활약을 하게 되고, 인간의 심리를 가장 완벽하게 꿰똟어 보는 형사가 된다.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죽어간다. 자살같아 보이는 정황에서 타살의 증거가 하나둘씩 발견이 되면서 가가는 치밀한 논리전개를 위해 두뇌를 굴리게 된다. 도저히 자신이 혼자 풀수 없었던 <설월화 게임>의 정곡을 형사인 아버지에게 물어 힌트를 얻게 된다. 일본에는 특별한 다도 게임이 존재하는데, 특이한 <설월화 다도 게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처음들어보는 게임방식의 전개로 머리가 조금 아팠지만 그 속에서도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 내는 가가의 추리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쇼코라는 친구가 원룸에서 자살로 보이는 죽음을 발견했을때도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 헛점을 발견해 낸다.

더 이상 말해 주면 스포일러가 되니 줄거리의 내용은 이상 중단 하겠지만 , 전기공학과를 전공한 히가시노 만의 지식으로 접근하여 밀실사건을 해결해 내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아들이 추리 소설을 워낙 좋아 하는 까닭에 미리 읽은 책을 뒤따라 엄마가 읽게 되었다. 여러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아들이었지만 제목을 보더니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범행을 했는지 잘 기억해 내는 것을 보니 흥미진진하게 읽었던게 분명했다.

스포일러 이니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해 버린 결과를 듣고도 결말을 알고 싶어 내처 읽게 되는 것이 추리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토리 텔링의 매력을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그의 작품에 어쩔수 없이 빠져드는 것을 정말 어쩔수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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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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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를 꿈꾸며 세개의 군을 합쳐 <유메노> 시를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현실은 꿈의 도시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가장 악한 것들이 먼저 유행하듯이 유메노 시는

도시들의 부폐된 면만 부각되어 가는 유령도시가 되어 간다.

이런 도시에 다섯명의 군상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생활수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마트 식품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 요원,

출세 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재력가 시의원

 

이들의 앞날에는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은 온데 간데 없고

추락해 가는 현실만 가로 놓여 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많은 일본 작가들에게 거부감이 없어지게 해주었던 작가들이 있다.

<용의자 X의 헌신><내가 그를 죽였다>의 히가시노 게이고,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 저자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악인><도시여행자><요노스케 이야기>의 요시다 슈이치,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까지.

 

설국의 아름다움을 잔잔한 필치로 묘사하여 노벨 문학상 까지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체도 신선했고,

추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적인 사건 전개로 일본 작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렸었고.

평범한 현대인의 단조로운 일상을 독특한 관점으로 쓴 요시다 슈이치로 서민적인 느낌을 받았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남녀 작가를 통해 두 각도로 바라본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의 편협된 책읽기에서 다양한 일본 작가를 접하는데 한 몫을 했던 작품들을 그치면서

또 한사람의 새로운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경력도 다른 일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했다.

<공중 그네>라는 작품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설가 이전에 기획자 편집자등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군상들의 심리와 일상과 긴박한 미래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이와 남녀를 불문하고 저마다 무지개 빛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 뒤에 가려진 일본의 빈부격차를 여실히 파헤쳐 보는 기회였는데,

어떤 의욕조차 낼수 없는 밑바닥 생활에서 게으름으로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고자 해서

불법으로 생활보조금을 타먹는 사람을 적발해야 되는 공무원 아이하라 도모노리.

 

시 공무원에서 현청 공무원으로 승진해 보는 게 유일한 희망인 이혼남인 도모노리는

자신에게서 최선의 방법으로 행동한 결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파릇하게 자라나는 무코다 고등학교의 2학년인 여고생 구보 후미에는

답답한 유메노 시를 떠나 도쿄 여대생이 되어 화려한 대학생활을 해보는게 꿈으로 부풀어

입시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녀에게도 예기치 않게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 당하는 불운이 닥쳐온다.

 

전직 폭주족 출신으로 마땅한 취직 자리가 없어 헤매던 중 사기 세일즈에 뛰어든 가토 유야는

영업실적의 향상이 보이면서 시바타라는 선배와 함께 집과 차를 산다는 계획과 사장의 눈에 들어

간부가 되어 보고자 하는 꿈에 부풀어 일에 열정을 불붙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다가오고 만다.
48세의 중년 여성으로 마트에서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보안 요원 호리베 다에코.

다른 여자들이 가진 직업에 비해 수당이 많고 내세에 대한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사슈카이라는 종교집단에 몸을 담고 있어 자신감이 어느때보다도 충만하여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도 매정한 현실은 만만치 않게 다가오고 있다.

 

다섯번째 인물은 출세가도의 야망으로 현직 시의원이자 재력가인 야마모토 준이치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며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고 적당히 바람도 피면서 살아가는

돈많고 여유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 이런 재력가에게 조차 거센 미래가 예고되어 있다.

이 다섯 사람의 생활과 심리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꿈을 꾸며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한 사건으로 몰아 넣는다.

 

그들에게 각각 펼쳐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각자의 능력으로는 해결이 될수 없는 암담한 현실의 연속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한꺼번에 몰아 넣어 더이상 재기 불능인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한마디로 독자들은 그 충격적인 라스트 신으로 인해

어안이 벙벙하여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전개방식인 셈이다.

 

아무도 도와 주는 이 없이 자신들이 각자 담당해야 할 몫을

숨을 헐떡이면서 견뎌내는 이들이 마지막 사건에 와서야 인간의 다정함을 맛보게 된다.

 

크게 다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호리베 다에코는 다음과 같이 혼자 느낌을 토로한다.

 

P. 낯선 사람들이 격려해 주었다. 필사적인 성원이 귀에 와 닿았다.

내내 잊고 있던 인간의 다정함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고마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빛이 비쳐들었다.

 

경쟁의식으로 똘똘 뭉쳐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미는 점점 없어지고, 물질 만능으로 인한 정신세계의 피폐로 사이코 패스들은 늘어만 가고,

따뜻한 온정과 사랑을 느낄수 없었던 각박한 세상을 원망하면서 현대인들을 살아간다.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다에코가 느낀 인간의 다정함을

우리는 평온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느낄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다정함을 갈구하는 다섯 인물들의 아우성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뇌리속에 크게 와닿을 것이다.

가장 매정한 인간들에게도 사랑은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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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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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을 보면 사회이슈화 시키는데는 인터넷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나는 공지영 글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특히 그녀의 소설은 더욱 읽고 싶어하는 축의 글에 들지 않는다. 단순한 줄거리에 사람의 감성만을 자극하는 문체도 그러했다.

도가니 라는 이 소설이 처음 신간으로 나왔을때도 별로 읽어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사회 이슈화에 내가 지고 만것이다. <도가니>라는 공유 주연의 영화가 나오면서 <도가니>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법제도화까지 들고 나오고, 인화학교가 폐교 되는 등의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을 보고 정확한 내용이라도 알아야 겠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마침 파주 북소리 축제에서 할인을 하는 이유로 사두긴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항상 보면 실망을 하게 마련이었다. 그나마 <해리포토>시리즈가 덜 실망을 가져다 준 영화였다. 그래서 항상 원작을 우선한 영화 감상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내게는 있다. 그냥 책 읽지 않고 영화만 봐도 될것을 왜 내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공지영의 소설인 <도가니>를 봐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어 내려 갈수 없는 심정이었다
이 소설은 공지영 작가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 결심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작품이었다. 2005년도에 실제로 이슈화가 되어 재판이 진행된 이사건을 귀기울여 들은 공지영 작가는 한편의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만들어 냈다.

정말 감성을 자극하는 문체라 감성적인 내가 찡하게 느낀 것은 당연하리라. 내가 너무 감성적이라 이런 류의 소설을 싫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후 버젓이 다시 학교에서 교장과 교사 노릇을 하는 그들을 바라 보아야 했던 장애학생들과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책을 읽은 지금에서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도가니 라는 책이 나왔을때 대강의 줄거리는 짐작 할수 있어 손이 가지 않았던 나지만 실제로 작품에 빠져 읽어 가는 동안 감정이입이 안 될수 없게 된다. 자신의 양심을 걸고 싸운 주인공 강인호 선생과 서유진 간사의 노력은 약간의 이슈화는 만들어 냈지만 결과는 거대한 산같은 권력앞에 시간의 흐름을 타 있었던 일도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린 사건이었다.

그러한 사건을 다시 여론의 쟁점화로 만들어 낸 것이 영화 도가니의 제작이었으리라.

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공유라는 주인공의 팬이기도 해서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글로 읽는 장면들이 눈앞에 바로 와닿아 내 시각에 각인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실제 광주라는 시 이름을 쓰지 않고 무진(霧津)시라는 작명을 하여 안개라는 새로운 매개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폭력에 견디지 못했던 어린 영수, 주인공아이 민수의 동생이 안개 낀 철로 위에서 죽어간다. 한달 전에는 절벽에서 여학생이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자애 학원. 자애(慈愛)....너무 좋은 의미의 학원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학원들의 설립에도 인간들의 욕망을 피해 갈수 없는 것일까? 장애학교나 복지 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 들어나 한 집안의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장애 학교가 설립이 되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람의 양심으로 이루어 질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 없다.

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은 철저한 양심이 바탕이 되고 지식이 바탕이 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경악을 하고, 아파한다.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 찾아 다닌 공무원 시설에서는 재단의 권력과 경제력에 굴복하여 말을 들어 주려 하지도 않은 사회구조의 부조리가 철처하게 드러난다
그래도 뇌물을 받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경찰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장경사>가 순진해 보이는 서유진이 불쌍해 사회의 그렇고 그런 비리들을 덮어두자고 마음을 내보인다. 그럴때 서유진은 말한다.

 

p.257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민주화를 외치다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바꾸기 힘들다고 포기해 버렸지만 나를 바꾸지는 못하게 싸우려 한다는 그녀의 절규가 우리에게도 절실한 메세지로 다가온다.

단순하게 의식주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미명아래 살아가는 희망이라도 붙들고 살아 가고 싶어한다.

 

p. 227 우리의 삶이 그냥 먹고 싸는 것, 돈을 모으고 옷을 사고 하는 그 너머의 무엇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확인하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걸 견딜수 없을 거 같아. 강선생.

 

80-90년대 민주화를 외치면서 살아가던 정치인이나 일반인은 먹고 살기 위해 사회의 부조리에 물들면서 살아가고 타협해버리는 21세기에 그런 거창한 민주화는 아니더라고 의식주를 너머 인간다운 어떤 것이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민수라는 아이가 이 법정 싸움이후에 자신이 느낀 이야기를 한다. 짐승같은 취급을 받던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장애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서자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장애인도 사람이다라는 평범한 논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사람의 힘은 미흡했지만 대중의 힘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 <도가니>와 영화 <도가니>의 힘을 느끼면서 이 소설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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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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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처럼 아름다운 한 소녀와 금발머리의 소녀의 죽음, 살인 사건, 은폐, 조작이라는 테마로 이루어진 미스테리 소설이다.

새롭게 등장한 독일 여류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으로 무섭게 진행되는 스토리 텔링으로 "손에서 책을 놓을수 없다."라는 진부한 고백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얼핏 만화원작이었던 영화 <이끼>의 줄거리가 떠오르고, 정유정의 <7년의 밤>이라는 소설의 줄거리가 오버랩된다.

 

마을 공동체가 범행의 은폐를 위해 일심단결해서 한사람을 모함한다는 내용이 유사하고, 살인사건의 형량을 살고 있는 범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에서 시작해 결국은 그 범인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었고, 새롭게 등장하는 범인이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런 면에서 두 스토리의 적절한 조합인듯한 느낌도 들지만 독일 여류작가가 한국의 만화나 소설을 읽었을 리는 만무하니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한 추악한 인간의 이기심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것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비슷한 것 같다.

자신들의 아들의 범행을 덮어두기 위해 아무런 죄없는 무고한 주인공의 10년이라는 희생을 방관한다. 자신의 남편의 권력유지를 위해 자신의 환자에게 맞지 않는 약을 투여하는 파렴치한 여의사, 자신의 사업과 집안을 유지하기 위해 형의 유언장도 공모하여 바꿔치기하는 동생의 짐승같은 애욕을 보고 있노라면 천사의 얼굴을 가장한 악마가 이세상에는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실상 내 주변에 이런 인물이 큰 사건으로 와닿지는 않지만 사소한 일들 중에서도 자신의 가족과 사업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남을 이용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할수 있다.

 

사랑을 차지 하기 위해 친하게 지내던 두 친구가 죽어 가는 것도 방관하는 여자의 질투심도 어찌보면 추악한 본성으로 돌변해 버릴수가 있나 싶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혼 10년차가 넘어가면 이혼을 한 주인공들의 사생활이 펼쳐지고, 서로 이혼은 했어도 남녀관계를 서로 위로하고 의논해주는 정말 '쿨'한 사이가 될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11년전의 토비아스 사건에 흥미를 가지는 여형사 피아의 생활도 전남편 헤닝의 여자 관계를 상담해주는 사이로 나온다.

수사반장인 보덴슈타인 형사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서 전형적인 유부남의 처지를 표현하면서 아내의 외도에 괴로워 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런 괴로운 모습도 잠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자유로워진다는 희망을 담고 있는 모습에서 놀랍기도 하고, '그래 세상은 절대적으로 불행한 일은 없다'라고 자조하게 만들어 버리게도 한다.



이 소설의 테마는 분명 이 두형사의 자유연애에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극악 무도해지는 인간의 추악하고 처절한 본성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의 전개가 워낙 속도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남편의 소시지 공장 사업을 도우며 틈틈히 집필활동을 하던 평범한 40대 여자라는 사실에 감탄을 하게 된다.

 

신비감을 주기 위해 백설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소녀의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다. 지하실에 미라가 되어 누워 있는 백설공주같은 소녀의 모습에서 사과를 먹고 잠들어 깨어나지 않는 백설 공주를 연상시킨다. 결국 백마탄 왕자의 키스를 통해 깨어나는 해피앤딩의 결말을 가진 동화의 결말에 비해 한 아름다운 청년의 억울한 11년동안의 감옥살이 후 등장하여 또 다른 백설공주를 찾아 내기 까지 너무나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 왔던 청년 토비아스는 자신의 어머니의 사고와 자신의 감옥살이에 더해 아버지의 죽음까지 목격하게 된다. 그에게 더이상의 희망은 없는 것일까? 이번에는 다쳐 누워 있는 멋진 왕자님을 깨우기 위한 새로운 백설공주 아멜리의 등장이 희망으로 비쳐지고 있다.

 

미스터리물을 백설공주라는 동화라는 고전적인 이미지와 결부시켜 신비감과 더욱 미궁의 아련함을 더해주는 효과를 만들어 낸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이 베스터 셀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죽음을 당한 백설공주는 정말 순수했을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줄수 밖에 없던 긴박했던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은 독자들은 책을 펼쳐 보자. 그러면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어 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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