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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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정교한 소설을 여성작가가 썼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뿌듯함이 밀여오는 작품이다.

정유정이라는 생소한 여류작가의 소설을 선뜻 일게 된 것은 이소설을 먼저 읽은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세가지 부류의 소설가가 있는 것 같다.(본인의 입장에서)

첫째 자신이 가진 사상이나 철학을 가지고 플롯을 짜고 무언가 정신적인 흐름을 묘사하는 자,

둘째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가지고 중언 부언 나열하면서 소설의 분량을 채우는 자.

셋째 뛰어난 지식욕을 가지고 정확한 사실을 조사하여 내것으로 만들어 그 지식을 토대로 짜임새강하면서

지적인 소설을 창작하는 자....정유정은 이중 세번째 부류라고 감히 분류해 보고 싶다.

두번째 부류의 작가들이 90년대식 소설로 자기 내면화를 충실히 표현해보고자 했던 20세기의 소설은 이제 물러나야 할 시기인것 같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철저히 세번째 부류의 소설을 지향하면서 창작하려고 노력하는 작가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소설가에 해당한다.

이러한 소설을 감히 신인인듯 해 보이는 정유정이라는 여성 작가가 창작 해 냈다는 것은 박범신 작가의 평대로

'소설 아마조나'의 등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또한 세번째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소설 말고도

정재승, 김탁환 공저의 <눈먼 시계공>이라는 소설을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2009년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쏘라>로 진군나팔을 불며 등장한 작가 정유정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다분히 필요한 잠수장비와 댐관련 지식등을 섬세한 취재를 통해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또한 그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세령마을>을 등장시킨다.

작가의 말을 빌면 2년동안 자신은 세령마을의 이장으로 철저하게 살아가면서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세령마을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소설 전면에 있는 지도를 보지 않으면

이해 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프롤로그는 나 즉 최서원이라는 청년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로 철저히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고

떠돌이 생활을 할수 밖에 없었던 그는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주는 아저씨, 안승환과의 삶에서 이야기를 시작된다.

차례 구성에서도 세령호라는 제목에서 안승환이 쓴 소설의 부분이 최현수->안승환->오영제->강은주 의 중요 인물 순서로

그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 보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즘은 아저씨들의 활약이 대단한 것 같다. 원빈의 아저씨 처럼 액션으로 주인공 아이를 지켜주지는 않지만

주인공 최서원의 입장에서 전혀 혈연관계도 없이 단지 몇개월 같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 아이를 철저히 보호해주는 수호 천사로 등장한다.

 

전직 2군 야구 선수였던 최현수의 삶에 변화구가 날아든다.

음주운전에 교통사고,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그에게 닥치고 잊고 살았던 과거의 아픔속에서

아버지와 죽은 아이의 환영속에서 자신이 자신을 조절할수 없는 정신적인 황폐감을 겪게 된다.

 

그것만 해도 힘든 상황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집착이 아내와 아이를 구타하는 가장 오영제의 등장으로

최현수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최현수가 여자아이를 죽이고 마을을 수몰시킨 살인마라는 사실이 나타난다.

 

그 사실만으로 작가가 이소설을 시작한 것은 엄연한 범인이 보이는 가운데에 사실속에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어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을 한 것이다. 그러니 이소설은 절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소설이 아닌 것이다.


이런 비슷한 플롯으로 시작하는 소설 중에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있다.

분명히 보이는 범인이 있는 데 불구하고 소설 전개 상 나타나는 새로운 사실과 반전을 이끌어 가는 방법을

정유정 작가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개 방식만 하나 보더라도 여성작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여러 문학적인 함정을

느끈히 뛰어 넘었다고 칭찬을 해도 좋을 만한 것이다.

 

연약해 보이는 가장으로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하던 아들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진실속에서 읽을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절묘하게 작품속에 녹여낸 세령마을과 세령호, 세령댐의 세계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할 작품으로

평가해보고 싶다. 마지막 감옥에 갇힌 서원의 아버지 최현수의 말속에 담긴 진한 감정을 마지막 인용문구로 마감하고자 한다.

 

 

p.508 야구는 단순한 거야. 공을 던지고, 공을 치고, 공을 받고 ,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면 투수는 공을 던져야 하는 걸세 .

포스는 승부구를 요구해야 하고. 7년 전 그아이는 내가 지켜야 할 공이었지만 이젠 아야. 내 배터리야.

내가 사인을 보내고 서원이가 던지는 거야.. 내 사인을 거부하든. 받아 들이든 그건 그아이의 선택이지.

 하지만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네야. 그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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