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인터넷을 보면 사회이슈화 시키는데는 인터넷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나는 공지영 글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특히 그녀의 소설은 더욱 읽고 싶어하는 축의 글에 들지 않는다. 단순한 줄거리에 사람의 감성만을 자극하는 문체도 그러했다.

도가니 라는 이 소설이 처음 신간으로 나왔을때도 별로 읽어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사회 이슈화에 내가 지고 만것이다. <도가니>라는 공유 주연의 영화가 나오면서 <도가니>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법제도화까지 들고 나오고, 인화학교가 폐교 되는 등의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을 보고 정확한 내용이라도 알아야 겠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마침 파주 북소리 축제에서 할인을 하는 이유로 사두긴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항상 보면 실망을 하게 마련이었다. 그나마 <해리포토>시리즈가 덜 실망을 가져다 준 영화였다. 그래서 항상 원작을 우선한 영화 감상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내게는 있다. 그냥 책 읽지 않고 영화만 봐도 될것을 왜 내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공지영의 소설인 <도가니>를 봐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어 내려 갈수 없는 심정이었다
이 소설은 공지영 작가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 결심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작품이었다. 2005년도에 실제로 이슈화가 되어 재판이 진행된 이사건을 귀기울여 들은 공지영 작가는 한편의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만들어 냈다.

정말 감성을 자극하는 문체라 감성적인 내가 찡하게 느낀 것은 당연하리라. 내가 너무 감성적이라 이런 류의 소설을 싫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후 버젓이 다시 학교에서 교장과 교사 노릇을 하는 그들을 바라 보아야 했던 장애학생들과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책을 읽은 지금에서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도가니 라는 책이 나왔을때 대강의 줄거리는 짐작 할수 있어 손이 가지 않았던 나지만 실제로 작품에 빠져 읽어 가는 동안 감정이입이 안 될수 없게 된다. 자신의 양심을 걸고 싸운 주인공 강인호 선생과 서유진 간사의 노력은 약간의 이슈화는 만들어 냈지만 결과는 거대한 산같은 권력앞에 시간의 흐름을 타 있었던 일도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린 사건이었다.

그러한 사건을 다시 여론의 쟁점화로 만들어 낸 것이 영화 도가니의 제작이었으리라.

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공유라는 주인공의 팬이기도 해서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글로 읽는 장면들이 눈앞에 바로 와닿아 내 시각에 각인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실제 광주라는 시 이름을 쓰지 않고 무진(霧津)시라는 작명을 하여 안개라는 새로운 매개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폭력에 견디지 못했던 어린 영수, 주인공아이 민수의 동생이 안개 낀 철로 위에서 죽어간다. 한달 전에는 절벽에서 여학생이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자애 학원. 자애(慈愛)....너무 좋은 의미의 학원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학원들의 설립에도 인간들의 욕망을 피해 갈수 없는 것일까? 장애학교나 복지 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 들어나 한 집안의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장애 학교가 설립이 되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람의 양심으로 이루어 질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 없다.

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은 철저한 양심이 바탕이 되고 지식이 바탕이 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경악을 하고, 아파한다.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 찾아 다닌 공무원 시설에서는 재단의 권력과 경제력에 굴복하여 말을 들어 주려 하지도 않은 사회구조의 부조리가 철처하게 드러난다
그래도 뇌물을 받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경찰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장경사>가 순진해 보이는 서유진이 불쌍해 사회의 그렇고 그런 비리들을 덮어두자고 마음을 내보인다. 그럴때 서유진은 말한다.

 

p.257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민주화를 외치다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바꾸기 힘들다고 포기해 버렸지만 나를 바꾸지는 못하게 싸우려 한다는 그녀의 절규가 우리에게도 절실한 메세지로 다가온다.

단순하게 의식주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미명아래 살아가는 희망이라도 붙들고 살아 가고 싶어한다.

 

p. 227 우리의 삶이 그냥 먹고 싸는 것, 돈을 모으고 옷을 사고 하는 그 너머의 무엇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확인하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걸 견딜수 없을 거 같아. 강선생.

 

80-90년대 민주화를 외치면서 살아가던 정치인이나 일반인은 먹고 살기 위해 사회의 부조리에 물들면서 살아가고 타협해버리는 21세기에 그런 거창한 민주화는 아니더라고 의식주를 너머 인간다운 어떤 것이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민수라는 아이가 이 법정 싸움이후에 자신이 느낀 이야기를 한다. 짐승같은 취급을 받던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장애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서자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장애인도 사람이다라는 평범한 논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사람의 힘은 미흡했지만 대중의 힘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 <도가니>와 영화 <도가니>의 힘을 느끼면서 이 소설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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