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의 도시를 꿈꾸며 세개의 군을 합쳐 <유메노> 시를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현실은 꿈의 도시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가장 악한 것들이 먼저 유행하듯이 유메노 시는

도시들의 부폐된 면만 부각되어 가는 유령도시가 되어 간다.

이런 도시에 다섯명의 군상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생활수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마트 식품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 요원,

출세 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재력가 시의원

 

이들의 앞날에는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은 온데 간데 없고

추락해 가는 현실만 가로 놓여 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많은 일본 작가들에게 거부감이 없어지게 해주었던 작가들이 있다.

<용의자 X의 헌신><내가 그를 죽였다>의 히가시노 게이고,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 저자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악인><도시여행자><요노스케 이야기>의 요시다 슈이치,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까지.

 

설국의 아름다움을 잔잔한 필치로 묘사하여 노벨 문학상 까지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체도 신선했고,

추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적인 사건 전개로 일본 작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렸었고.

평범한 현대인의 단조로운 일상을 독특한 관점으로 쓴 요시다 슈이치로 서민적인 느낌을 받았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남녀 작가를 통해 두 각도로 바라본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의 편협된 책읽기에서 다양한 일본 작가를 접하는데 한 몫을 했던 작품들을 그치면서

또 한사람의 새로운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경력도 다른 일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했다.

<공중 그네>라는 작품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설가 이전에 기획자 편집자등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군상들의 심리와 일상과 긴박한 미래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이와 남녀를 불문하고 저마다 무지개 빛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 뒤에 가려진 일본의 빈부격차를 여실히 파헤쳐 보는 기회였는데,

어떤 의욕조차 낼수 없는 밑바닥 생활에서 게으름으로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고자 해서

불법으로 생활보조금을 타먹는 사람을 적발해야 되는 공무원 아이하라 도모노리.

 

시 공무원에서 현청 공무원으로 승진해 보는 게 유일한 희망인 이혼남인 도모노리는

자신에게서 최선의 방법으로 행동한 결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파릇하게 자라나는 무코다 고등학교의 2학년인 여고생 구보 후미에는

답답한 유메노 시를 떠나 도쿄 여대생이 되어 화려한 대학생활을 해보는게 꿈으로 부풀어

입시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녀에게도 예기치 않게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 당하는 불운이 닥쳐온다.

 

전직 폭주족 출신으로 마땅한 취직 자리가 없어 헤매던 중 사기 세일즈에 뛰어든 가토 유야는

영업실적의 향상이 보이면서 시바타라는 선배와 함께 집과 차를 산다는 계획과 사장의 눈에 들어

간부가 되어 보고자 하는 꿈에 부풀어 일에 열정을 불붙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다가오고 만다.
48세의 중년 여성으로 마트에서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보안 요원 호리베 다에코.

다른 여자들이 가진 직업에 비해 수당이 많고 내세에 대한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사슈카이라는 종교집단에 몸을 담고 있어 자신감이 어느때보다도 충만하여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도 매정한 현실은 만만치 않게 다가오고 있다.

 

다섯번째 인물은 출세가도의 야망으로 현직 시의원이자 재력가인 야마모토 준이치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며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고 적당히 바람도 피면서 살아가는

돈많고 여유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 이런 재력가에게 조차 거센 미래가 예고되어 있다.

이 다섯 사람의 생활과 심리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꿈을 꾸며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한 사건으로 몰아 넣는다.

 

그들에게 각각 펼쳐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각자의 능력으로는 해결이 될수 없는 암담한 현실의 연속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한꺼번에 몰아 넣어 더이상 재기 불능인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한마디로 독자들은 그 충격적인 라스트 신으로 인해

어안이 벙벙하여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전개방식인 셈이다.

 

아무도 도와 주는 이 없이 자신들이 각자 담당해야 할 몫을

숨을 헐떡이면서 견뎌내는 이들이 마지막 사건에 와서야 인간의 다정함을 맛보게 된다.

 

크게 다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호리베 다에코는 다음과 같이 혼자 느낌을 토로한다.

 

P. 낯선 사람들이 격려해 주었다. 필사적인 성원이 귀에 와 닿았다.

내내 잊고 있던 인간의 다정함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고마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빛이 비쳐들었다.

 

경쟁의식으로 똘똘 뭉쳐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미는 점점 없어지고, 물질 만능으로 인한 정신세계의 피폐로 사이코 패스들은 늘어만 가고,

따뜻한 온정과 사랑을 느낄수 없었던 각박한 세상을 원망하면서 현대인들을 살아간다.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다에코가 느낀 인간의 다정함을

우리는 평온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느낄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다정함을 갈구하는 다섯 인물들의 아우성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뇌리속에 크게 와닿을 것이다.

가장 매정한 인간들에게도 사랑은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