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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 개정증보판
김수헌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3월
평점 :
이 책은 특히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이, 공시 자료나 드러난 지표를 꼼꼼히 먼저 살피는 외에 추가로 더 신경 써야 할 포인트를 잘 짚어 정리했습니다. 사실 책의 원래 목적이야, 기업이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어둡고 컴컴한 행태들을 지적하여, 깨어 있는 시민이 주목할 방향을 가르치고자 함이겠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불공정 불투명 관행 때문에 직접, 당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소액주주나 투자자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혹은 가까운 장래에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염두에 둔 분들께, 험하고 변화 무쌍한 시장의 현황 속에서 자칫 발을 헛디디지 않게 특히나 유념해야 할 대목들을 요연하게 잘 짚어 줬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DR은 "주식 예탁 증서(depository receipts)"의 준말입니다. 요즘은 워낙 제도가 발전해서 외국 주식 사려면(우리 국내인이 외국 주식을 사든, 저들이 우리 주식을 사든 간에) 구태여 DR을 살(이후 주식으로 교환하거나, 혹은 증서 자체를 타인에게 매각할) 필요는 없고, 바로 해당 주식을 사면 그만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 DR은 발행되며, 이 포멧을 고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책에도 잘 나와 있지만, DR은 할인가 발행이라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나 계획을 염두에 두느냐에 따라, 여전히 옵션으로 고려될 만한 수단이 이 DR입니다.
책에는 DR을 발행하고 주가가 하락했다는 얼마전 카카오(주)의 사례가 나옵니다. 제도와 시스템의 정확한 존재 이유를 모르는 분들은 막연하게 아 DR이 뭔가 해로운 건가보다 하고 선입견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정확하게 알고 머리 속에 정리해야 다음 상황에서 유리한 정보로 재활용될 수 있습니다. DR이 나빠서가 당연히 아니라, 증자 자체가 주가 내재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대체로 감자시엔 주가가 오르고, 증자시엔 그 반대입니다만 회사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정반대로 주가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신주인수권은 주주에게 일단은 좋은 기회입니다. 자신이 돈을 들여 신주(새로 발행되는 주식)를 우선 보유할 수도 있고, 이 옵션(권리)을 타인에게 적정 가격에 팔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기존 주주가 인수를 거절하는 경우는 1) 내 생각보다 비싸다 2) 돈이 없다 정도인데, 이때에는 다른 희망자에게 신주 인수권 증서를 매도하면 됩니다. 만약 신주 인수권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회사는 그 부분만큼 "실권"하게 되는데, 이 증서를 매수한 새로운 청약자에게 주식을 교부하고 납입금을 받는다면 이 부분이 만회됩니다.
증자의 경우 아무래도 주가 하락 때문에 주주는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이 증서를 매도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손실을 보전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책에서 알려 주는 사항 하나 더는, 소액 주주의 경우 청약 제의(민법 용어로 "청약의 유인")를 못 받을 수 있는데, 신주인수권 증서를 매수해서 자신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인수권은 당연히 주식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상장이 꼭 되는 게 아니므로, 희망자는 장외(場外)에서 거래를 마칠 수 있습니다.
유상감자의 경우 대개는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가를 높이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러나 대주주가 조기에 투자 자금을 회수할 때, 심지어 배당 절차를 기다리기 번거로워서 실시하는 수가 있다고 책에서는 가르칩니다. 대개 투자라고 하면 자기 돈으로 자기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채권자(은행)이 다른 회사에 빌려 준 돈을 가리킬 때도 있습니다. 금융이나 증시 사정에 밝지 못한 분들은(제가 개인적으로 이야길 나눠 보면) 이 둘 중 어느 한 방향의 거래만 생각합니다.
유상감자에서 감자는 "자본 감소"의 준말이며, 한자어가 술목 구조이므로 "감"을 타동사처럼 새겨서 순서가 저리 된 겁니다. "유상"이라고 하면 당연 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이므로, 회사에서는 그만큼 돈이 빠져 나가 자산이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부상으로 표현하면, 차변에서 자본 감소, 대변에서 자산 감소가 일어나는 아주 드문 경우에 해당하죠. 이 경우 감자차익이 발생할 수도 있고(액면가보다 싸게 사들임) 반대로 차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왜 회사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대주주가 투자 자금을 회수하게 되는가. 이 주주는 주식을 회사에 반납하고 대신 회사 돈으로 주식 대금을 받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보기에 따라서는, 엄격히 관리해야 할 회삿돈을 이상한 편법을 써서 빼가는, 일종의 배임처럼 보일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신 회장의 대선주조 딜 사례에서, 유상감자, 배당 집행, 이후 론스타(의 페이퍼컴퍼니)에의 매각 과정을 놓고 검찰은 이를 배임으로 판단하여 기소한 바 있습니다. 책에서는 부산 지역에서 당시 신 회장의 행태를 "먹튀"라며 술렁거렸다는 여론도 소개합니다. 결론은 "주주의 합법 범위 내 권리 행사"라며 무죄 판결이 났다는 건데, 사회적으로 아무리 비난 가능성이 큰 행위라도 여튼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는 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의율할 수 있고, 이런 경우를 다루기 위해 특별 입법이 시급하겠습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감성적인 표현을 써 가며 까다로운 제도의 핵심만 콕 짚어 독자에게 잘 전달한다는 건데요. 요즘 투자자들 BW란 말 자주 들어 봤을 겁니다. 얼핏 보아 예전(대략 20년 전)부터 인기가 높던 CB(전환사채)와 다를 게 없는 듯도 합니다. 그런데 왜 더 킹카 대접을 받고(이 책의 표현입니다) 주목을 끄느냐. 사채 부분은 그대로 두고 "워런트"만 따로 떼어서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워런트"란 건 물론 이후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의 "보증" 부분이죠. 책에서는 수익률 대박의 대표격으로 기아자동차의 얼마 전 BW 발행을 들고 있습니다.
그럼 BW의 가격 자체도 CB의 경우보다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겠는데, 저자는 적절하게도 마치 파생상품의 풋옵션, 콜옵션이나 같은 과정으로 가격이 정해진다고 지적합니다. 아닌게아니라 이들은 근본원리가 같습니다. 요즘은 다들 공부를 하시고 투자에 임하며, 그저 지인을 통한 입소문, 묻지마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이죠. 공부하시면서 풋 콜 패리티라든가, 블랙&숄즈 모형 같은 것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이 책에도 너무 어려워지지 않는 범위에서 간략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투자는 일부 계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한정된 자산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공부하고 참여해야 하는 과제요 토픽으로 이미 떠올랐습니다. 입소문이나 대세 추종이 아니라, 본인 책임 하에 공부하고 기민하게 의사 결정하는, 어떤 남탓을 할 여지가 없는 엄연한 개인 업무로 취급 받는 실정입니다. 무작정 근거 없는 편견을 덧씌우거나 소아병적 거부감을 드러내는 건 본인 스스로가 무지하거나, 투자라고 하면 묻지마 패턴밖에 못 떠올리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본인 혼자만 매몰되어서 그렇습니다. 투자를 하긴 해야겠는데 뭣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분들은 이 책으로 일단 기초를 잡는 것도 좋겠습니다. 실제 사례가 많이 소개되었고 해석도 명쾌하게, 딱부러지게 내리고 있어서, 추상적인 용어 때문에 진입 장벽 느끼셨던 분들에게는 아주 접근성이 좋게 와닿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