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 국어 신유형 실전 180제 (2018년) 수능국어 기출 N제 시리즈 (2018년)
이호형 외 지음 / 레드카펫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명실상부하게 "보감"이라 불릴 만한 레드카펫의 국어N제 시리즈입니다. 이 책은 기출문제의 알짜 편집, 혹은 문제 보는 눈이 확 뜨이는 해설은 물론, 신유형 문제의 분석과 공략 비법 공개에 초점을 뒀습니다.


어떤 책을 보면 평가원 배포 자료를 여럿 모아 토씨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자기 책마냥 내기도 하던데, 그런 책(꽤 유명한 브랜드에요) 보다가 이처럼 집필진의 창의와 열정이 배어난 결실을 보면, 정말 자청해서 영업이라도 뛰고 싶어집니다. 어느 시장에서건 악화는 퇴출되고 양화만 유통되어 선량한 소비자 대중의 복리 후생이 조금이라도 증진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어린 학생들을 위한 참고서라면 말입니다.

평가원의 출제 추세를 살피면, 매번 나오던 문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변별력을 강화해야 하므로 1년에 한두 문항 정도는 꼭 새로운 유형이 보입니다. 그런데 구태의연한 학습법으로 책을 파는 학생들은, 열심히는 해도 이런 문제에서 꼭 발목이 잡히곤 합니다. 노력 대비 성과가 안 나오는 학생들은 이런 덫에서 못 벗어나면,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신유형의 공략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파트 1은 기출문제 분석입니다. "아니 또 기출문제야? 지겹게 풀었다고!" 물론 그러시겠지만 더 이상 출제될 가망도 없는 낡은 문제는 백날 코를 박아봐야 실력 향상에 도움 안 됩니다. 어떤 분은 특정 브랜드 몇 권을 대며 "OOO은 다 떼고 수능 쳐야지."라고 하던데, 그런 학생과 학부모는 보수도 못 받고 특정 출판사 영업사원 노릇하는 환상에 만족하는 거지, 자신(혹은 자기 애들)이 좋은 대학 가고야 말겠다는 결연하고 건강한 마음가짐이 전~혀 아닙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쌩뚱맞게 출판사 좋은 일 시키는 게 참 이타적(!)이긴 한데, 애가 장수생으로 늙습니다. 네. 출판사 말곤 아무한테도 좋은 일 못 시키는, 쓰잘데기 전무한 이타주의란 참... 입시판에서야 얼마든지 이기적으로 굴어도 누가 뭐라고 안 합니다. 머리 속에 진짜 실력을 쌓아야지, 좁아터진 책꽂이에 색색깔로 온갖 잡동사니 참고서만 "수집"하면 뭐하겠습니까?

파트 1에는 바로 작년, 또 그 전년도에 출제된 신유형 여러 세트가 실려 있습니다. 기출문제야 동네 보습학원 안내 창구, 그 학원 블로그, 신문사 사이트에만 가도 구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정확한 해설"입니다. 정확하긴 한데 친절하지가 않아서 보다 보면 미궁에 더 빠져들어가는 게 평가원 공식 해설입니다. 애들한테 무슨 길을 일러 주는 게 아니라 더 뱅뱅 헤매게 만들고 의욕을 꺾는 게 목적이지 싶을 만큼이죠. 그래서 기출문제는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문제를 풀어도 이후 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돕는 "알짜 해설"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애들 가르치는 고민 깊게 하고, 남의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원리를 발견하려는 흔적이 역력한 해설, 이 책에서 잘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2017년학년도(즉, 재작년인 2016년 11월)에는 보험 시스템의 원리를 다룬 지문이 출제되어 모두의 예상을 크게 비껴갔다고들 합니다. 사실 보험 하면 동네 아줌마들이 자신감인지 최면 상태인지 모를 이상한 막무가내 모드로 밀고들어오는 게 대뜸 연상되기도 해서 웃음이 나지만, 본디 경제학의 핵심 연구 영역 중 하나입니다. 엘리트 코스만 밟게 해서 키운 자식이 어느날 친구들과 함께 보험 창업 한다니까 대성통곡을 한 부모님도 있다는데, ㅎㅎ 사실 수익도 그것대로 따로 내고 영리한 가입자도 끌어모으는 모델을 설계하는 건 예사 두뇌로 가능한 게 아닙니다.


이 지문을 보면 소위 "정보의 비대칭성 이슈", "조건부 상품" 등 최고 일류의 경제학 석학들이 일생을 두고 매달리는 대형 토픽이 줄줄 나옵니다. 그뿐 아니라 "고지 의무" 등은 현행 상법에서 매우 중요히 취급하는 계약사항(이면서 강행법규)인데, 우리 법체계는 따로 보험 일반법을 두지 않고 상법전의 한 장(CHAPTER)으로 포함시킨 게 특이하죠. 이처럼 이런 문제는 장래 경제학도나 법대생(퇴직금 꼴아박고 세월 낚는 늙수구레한 실업자가 아닌)을 염두에 둔 구석도 있습니다.

주제만 신선한 게 아니라, 기존 문제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른 "구조적 특징"도 눈에 띕니다. 얼핏 보면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별개 제시문이 나옵니다)의 사례를 이해한 것 중 가장 적절한 것은?" 같은 문제 형식이 여태 십 수 년 간의 유형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죠. 헌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문의 주제가 새로워서 신유형이 아니라, 문제 푸는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 요해서 신유형임을, 이 책은 그 백미인 해설에서 적나라하게 가르쳐 줍니다.


파트 2는 "독서", 즉 비문학 신유형이며(기출 아닙니다), 파트 3는 문학 영역의 참신한 자체 개발 문제를 싣고 있습니다. 요즘은 특히 영어 같은 과목에서 "변형강의, 출제"를 잘하는 분들이 큰 인기를 끄는데, 지문 자체가 다르므로 국어와 영어 과목을 나란히 둘 건 아니지만, 참고서의 퀄리티는 결국 평가원 출제 경향을 존중하면서도 절묘하게 "다른 핵심"을 짚어낸 문제로써, 그해의 실제 출제 문제를 예측해 내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분량이 좀 적다는 게 약간 아쉽지만, 어디 신유형을 개척해서 이처럼 실전을 방불케하는 양질의 세트를 꾸리는 게 쉬운 작업이겠습니까. 한 문제를 풀어도 백 문제 푸는 성과를 거둘 생각으로, 온 정신을 다 집중해서 풀이에 임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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