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시장을 주도할 크로스 테크놀로지 100 - 융합과 재생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기술들
닛케이 BP사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를 여러 각도에서 포착할 수 있겠지만 이 책 저자들이 선택한 컨셉은 "융합과 재생"입니다. 평지돌출형,
파천황격의 전혀 새로운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은 제아무리 최고의 인재가 투입된 분야라고 해도 극히 드물게 안출될
뿐입니다. 그보다는 지금껏 무관해 보였던 분야 간의 융합을 시도한다거나, 이 융합을 통해 처음으로 발견되는 "재생"으로부터도
유용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이들의 쓰임새 역시 원천 신 기술 못지 않다는 건 산업의 다양한 국면에서 얼마든지
발견되는 실정이죠.
한국에서도 많은
CEO들이 참조하는 일본의 정평 난 언론사인 일본경제신문의 자회사인 닛케이(日經)사(社)에서 발간한 이 책은 주로 일본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거나 장래성이 촉망되는 "융합, 재생"의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우리 산업계가 미래를 내다보는
것보다 훨씬 넓은 스케이프에서 전략을 꾸리는 게 저들의 저력이므로, 저들이 응시하는 먼 지평과 요긴한 디테일을 가까운 발치에서
엿보는 게 어쩌면 꽤 영리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기안 올려야 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른다면, 이런 책을 보고 좋은
영감을 얻거나 참고될 단서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매스는
요즘이야 한국의 중등 교과서에서도 중요 이슈로 다룰 만큼 널리 알려진 토픽입니다. 바이오매스 응용의 단연 큰 장점은, 첫째가
재생의 컨셉에 가장 충실하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현재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다는 데에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제2세대 바이오매스 원료로 조류를 이용한 방식을 소개합니다(조류는 쉽게 말해서 "해조류(海藻類)"이며,
group of birds가 아닙니다). 이는 제트연료를 만드는 데 중점적으로 그 효용이 연구된다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자동차,
선박에 비해 항공기는 연료와 엔진에 의해 움직이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남을 분야"라고 합니다.
관련
기업과 (정부 기관인) 일본 에너지청에 의해 이 사업이 주도되는데, 해당 지역의 특수한 사정(대개는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을
최대한 감안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터라, 그만큼 비용도 절감되고 종사자들의 사기도 높은 듯합니다. 현재 한국도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중이지만, 해당 지역의 전문가들이야말로 현지의 특장점(혹은 취약 사항)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처지이므로, 지역 자치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면 할수록 산업의 효율과 혁신 역시 용이하게 추진되는 한 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체제가 전면 도입되면 무엇보다 서투른 운전자들의 실수 때문에 초래되는 각종 사고가 방지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돌하지 않는 자동차의 개발"이야말로 시스템 작동의 핵심이겠는데, 그간 여러 책들에서 다소 피상적으로 커버한 바와 달리 기술의
세부 국면까지 그 발전상을 소개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정차 상태에서 차간 간격이 좁아져 차선이 보이지 않는 경우, 선행
차량을 그저 따라가면서 핸들 조종을 할 수 있게 돕기도 하는 옵션을 넣었다고 합니다. 이때 "본다"는 건 물론 시스템 단말의
센서가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을 뜻하겠죠. 사람이 운전자인 경우 (다소 위험하긴 해도) 고개를 삐쭉 내민다거나 잠시 밖으로
내린다거나 해서, 최소 동작으로 융통성을 발휘해 어떤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기계는 이게 어렵지요. 이런 대목을 보며 여러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를 촘촘히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면 도입"에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기도 했겠고 말입니다.
"빅데이터"는
요즘 안 쓰이는 분야가 없습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에서 항상 다루는 게 "대수(큰 수)의 법칙"입니다. 고작 십여 번 정도
시도할 때, 주사위의 눈 특정 숫자가 반드시 두 번은 나와 줘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아예 모든 시도에서 같은 눈이 나오기도
하죠. 허나 수백 번, 수천 번을 시도하면 대개는 1/6에 각각의 근원사건 누계가 수렴합니다. 이제 인터넷 혁명으로 데이터의
크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보험료의 책정은 얼마든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 잡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한 4년
전에 삼성화재 다이렉트 섹터에서 "자신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광고에 활용하던데, 그 말은 내부에서 설계한 모델의 정합성에 자신
있다는 뜻이었겠죠.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지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안전운전을 하는 자동차(운전자)에
특히 할인 혜택을 주는 텔레마틱스 포맷에 대해, 특히 아이오이닛세이-도와 社에서 힘차게 추진한다는 설명이 잘 나와 있으나, 우리
보험업계도 Kb, 동부 같은 데서 주력 상품으로 개발해 놓고 있죠.
뭐니뭐니해도
한 나라의 거시경제를 먹여살리는 건 제조업입니다. 책에서는 금속 3D 프린팅과 협동 로봇, AR 등이 맞물려 어떻게 "연결되는
제조업"의 그림이 그려지는지 흥미롭게 서술합니다. 과연 3D 프린팅 기술이 대량 생산 분야에서 실제 효용을 내어 가며 구현될지는
초미의 관심사인데, 이 책에서는 현재 업종의 첨단을 걷는 GE(제네럴 일렉트릭) 그룹, 스트라타시스(이스라엘 자본, 법인이라고
하네요) 등이 어떻게 현황을 주도하는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예전 책 보신 분들은 스웨덴의 아캄, 독일의 컨셉레이저 등의 혁신에
대해 잘 아실 텐데, 그새 이들이 GE에 합병되어 트렌드의 중핵이 다시 미국으로 옮겨온 현황을 이 책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IoT는
실시간 노인 돌봄 기능, 의료 정보 체크, 빌딩 정보 모델링 등에 폭 넓게 응용됩니다. 물론 응용 분야를 개별 거론한다는 자체가
의미없을 만큼 미래 산업의 새로운 펀더멘털이자 플랫폼이 되는 시스템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간 이 기술이 다른 산업 어느어느
분야의 디테일에 깊숙히 파고들었는지 응용의 백화제방 현황을 잘 소개하고 있어, 마치 쑥쑥 커나가는 아이들의 키를 재는 양 뿌듯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물론 그저 소비자의 입장에서 레이스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점치는 한가한 관전자 모드에 그쳐서는 안 되고,
향후 몇 십 년 동안 선발자가 헤아릴 수 없는 규모의 로열티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모습을 구경만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뒤처지면
애써 노력해 번 돈을 남 호주머니만 채우게 되는 셈이니, 시스템의 주형이 형성되어 가는 이 중요한 국면에서 결코 낙오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