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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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 하면 "겨울에는 옆 사람의 온기로 고마움과 연대의식을 함양하게 되지만, 여름에는 존재 자체가 증오스러워진다"는 깨달음과 교훈만으로도 우리에게 깊고도 깊은 울림을 갖는 위대한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르침은 종교 경전이나, 인류 문명사에 길이 남을 인문 고전에서야 찾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만,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살아온 분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다는 게 어쩌면 큰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여튼 신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도 벌써  2년이 지났고, 평전의 대가 김삼웅 선생의 필치로 그분의 삶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인생에서 가장 황금처럼 빛나는 시기를 고달픈 영어의 몸으로 지새웠다는 자체가 엄청난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른바 "양심수"라 함은 오래 전부터, 특히 앰네스티 같은 국제 단체에서는 어느 나라 정부에건 간에 그 양산을 막으려고 경각심을 촉구해 온 개념입니다. 부끄럽게도, 한국 정부는 협소한 체제 안보 강박과 비뚤어진 레드 컴플렉스 때문에 이런 양심수를 터무니없이 많이 배출한, 어두운 현대사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투쟁을 해 오셨기에 오늘날 우리의 권리와 자유가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의 번영되고 풍요로운 현재는, 이런 분들이 피와 땀으로 채워 온 투쟁이 아니었다면 결코 우리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신영복 선생을 가리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승이라 일컫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적을 그저 분노와 시련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이를 보편적 지혜와 달관의 경지로 고결히 승화시킨 데에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겪거나 한 이들은 대부분 그 과거의 경험을 분노의 폭발로 변환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보편의 지혜를 강조하는 영혼의 스승들은, 그 가르침이 대개는 고루한 관념과 공식화에 머물러 우리 평범한 대중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이루지 못하는 수가 잦습니다. 신 선생은 이 두 가지 미덕을 공유, 겸비한 분인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게 보는 듯합니다. 즉,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겪었음에도 입에서 분노만을 띄우지 않으시고, 그러면서도 보편적으로 타당한 인생살이의 지혜를 쉽고도 편안하게 우리에게 가르친 분이란 점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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