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 역사 속 시그널을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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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예언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이성에 의한 계몽을 강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정체불명의 권위에 기대어 불확실한 미래상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무려 19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간헐적으로 수상술과 점성술이 큰 유행을 타기도 했다는 저자 아탈리의 지적은, 우리가 의지하는 이성과 과학의 권위가 얼마나 짧은 연혁만을 지녔는지 새삼 실감케 합니다.

"불행으로부터 보호 받으려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수밖에 없다." 애처롭게도 무기력하고 어처구니없을 만큼 무대책으로 남았던 건 비단 저들 서양인들의 사정뿐이 아닙니다. 우리 동양인들도 겉으로는 괴력난신을 이야기하지 않고, 현세에서의 삶에 최선의 집중을 다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자연에 치성을 드리고 조상신에 의지하며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려 안간힘을 썼을 뿐입니다. 그나마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이런 미신, 초자연적 이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적고, 가능한 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입수한 정보에 의거한 논리적 결론을 내리려 다들 애쓰는 모습입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말은 간단해 보여도,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만 명쾌히 정해도 세상사 의문이 상당수 해소된다는 건 두 번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개는 비슷한 패턴으로 되풀이되는 게 세상사이기에, 인과를 확정할 수 있으면 미래사의 상당수 예측이 커버 가능합니다. 아탈리가 드는 예는 레온티예프의 "자료의 평행진화"입니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미래 중에서도 재화와 물질의 향배입니다. 연이어 저자는 레옹 발라와 케인즈의 업적을 평가합니다.

저자는 폰 노이만이 창안, 촉발한 연산 방식의 혁명을 잠시 거론하다, 미래구조연구, 변동확률연구, 상관관계 연구 등 경제학의 세 방향을 지적하며 인류의 지성이 필사적으로 더듬어 온 결정적 미래 변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독자들에게 환기합니다. 사실 주식시장, 원자재 시장, 경기의 장기 변동 등만 훤히 꿰뚫으면 사람은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비출 이유가 없습니다. 안정되고 고립된 낙원 같은 무인도에서 평생을 거주할 보장만 있으면 사람은 미래뿐 아니라 그 무엇에 대해서도 지혜를 짜낼 동기가 안 생깁니다. 단 무인도를 최초로 차지하는 자들에게는 각별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했을 텝니다.

감정적 예측과 계획적 예측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게으름은 예측에게 최악의 적이다. 반면 예측은 자유의 최고 동맹이다." 길어야 백 년인 인간의 삶에 있어 기이하게도 영생이나 염두에 둔 듯 우리는 끝없이 미래를 알기 위해 애 쓰고, 그 미럐를 예측하는 능력을 동료(인간들)로부터 인정 받기 위해 분주합니다. 미래의 성공적인 예측도 좋으나, 우리는 그에 앞서 무엇이 본질이고 곁가지인지 선명히 규정하고 자신을 반성적으로 회고하는 철학적 존재입니다. 존재 규정과 미래 예측이 합리적으로 결부되어야 비천한 생존 모색 과정에 매몰된 미물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이 대석학은 예리하게 충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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