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 TAP -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승자가 되는 법
아닌디야 고즈 지음, 이방실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상품의 외관과 기능, 디자인만큼이나 큰 혁신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광고입니다. 어제까지 요긴하게 쓰이고 시대의 트렌드를 상징하는 듯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상품과 서비스들이 오늘은 까맣게 잊혀져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지만, 우리들 소비자들도 그게 마땅한 세상의 이치나 되는 것처럼 자신의 변덕과 지조 없음을 합리화합니다. 그리 쉽게 잊을 요량이었으면 애초부터 돈 들여 살 필요도 없지나 않았는지, 이처럼 기호와 취향이 쉽사리 바뀐다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부질없는 트렌드나 유행처럼 나 자신도 참 뜬구름 같은 영혼이 아닌지 다소의 자괴감마저 들곤 하죠.

기업이든 그 기업의 홍보를 대행하는 업체이든(이 책의 취지에 따르자면 어떤 중간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똑똑한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양상이 더 바람직하겠지요), 소비자를 번거롭게 하지 않고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의 특장을 잘 납득시키는 메시지를 보낼 방법만있다면 여한이 없을 겁니다. 대부분의 광고는 귀찮고 번거롭고 불쾌하며, (책 중 표현에 따르면) creepy하기까지 합니다. 반면 어떤 광고를 만날 때면 그 광고가 팔아대는 아이템이 불가사의하게도 "바로이거다!" 싶을 만큼 마음에 쏙 와닿기도 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후회감이 들어도 구매와 지불은 이미 완료된 후죠. 소비자에게 일시 눈속임 술수를 부리라는 게 아니라 타인과 대중의 마음 그 정곡을 찔러 내 웨어를 안 사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요령은 누구나 배우고 싶은 알짜 노하우,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진짜 혁신은 애드버타이징을 넘어선 커뮤니케이션 섹터에서 언제나 간절히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관계자들이 뻔한 현실을 애써 외면했을 뿐이죠.

tap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p14 중반부 이하 참조). 하나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는 동작"을 가리키고(이는 소비자가 시장을 향해 메시지를 청하는 동작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업들이 "이런 소비자가 남긴 흔적을 활용"하여 최적의 메시지를 보낼 방법을 탐색하는 전략입니다. tap이란 단어에 "기존 정보를 솜씨껏 활용하다"라는 뜻이 있는 줄은 많은 분들이 처음 알 법도 합니다. 판매자를 향해 "톡톡" 두드려 오는 소비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 "여기 저 듣고 있어요."라며 톡톡 두드려 가며 구애자의 눈빛에 화답하는 기업의 센스 있는 리액션, 바로 시장에서 성공하는 위너의 날랜 몸짓과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암만 좋은 상품이라도 우격다짐으로 소비자에 떠넘겨서는 안 되며, 강매나 강권은 요즘 세상에 기업이 자기 무덤을 파는 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세일즈, 마케팅은 뭔가 찜찜한 걸 팔아치우는 게 아니라 쌍방이 모두 행복한 소통과 만족으로 웃으며 이루는 눈빛과 미소의 교환과 같습니다.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의 추천사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일곱 개의 구슬을 찾아다니는 주인공들이, 일곱 개를 모두 모았을 때 소원이 성취된다는 부푼 꿈을 안고 벌이는 모험...."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느낌은, 과연 마케팅의 비결은 어쩌면 이 저자가 소개하는 아홉 가지(두 개가 더 많아요) "포스"에 다 녹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시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체가 미흡하거나 듬성듬성했을 때는 저마다 상황에 맞춰 각각의 막연한 방법론을 전개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백 년 전 니콜라 테슬라가 예견했듯, 대부분의 개인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가상의 망을 통해 외부와 열심히 소통하는 지금, 소비자의 편의가 증진된 만큼이나 기업들도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봐야만 할 시점과 수단이 눈앞에 바싹 닥쳐온 셈입니다.

첫째는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는군요. 구체적으로는 고객이 누구인지 아는 게 이 "맥락"을 아는 단계이며, 그의 신상과 정체성을 알라는 게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어떤 양상, 방법(mode)으로 행동하는지는 경우에 따라 다 달라지며, 그가 무슨 기분(mood)인지도 역시 수시로 변하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사람을 아는 것보다, 이 맥락, 즉 모드와 무드를 아는 게 마케팅에서는 더 본질인지도 모르고,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전자는 알 필요가 없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기업에 제공하는(엄밀히 말하면 소비자가 3자 정보 제공에 동의한 후라야 하지만) 정보 중 가장 핵심적인 건 "위치"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상품도 이를 소비해 줄 당사자가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 어필하기가 어렵죠. 그 사람이 근방에 왔을 때 날래게 접근해서 권유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 관련하여 재미있는 예시와 제안이 책에 많이 나오는데요. 우선 상품과 소비자 간의 단순 거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5km 거리지만 반대 방향에 놓인 샵과, 3km 떨어졌지만 지금 그가 향해 가는 도중에 자리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로부터도 같게 나올 겁니다. 이런 종합적 상황 정보를 두고 "geo-awareness"라고 부른다는군요.

마케팅에서 예전부터 강조해 오던 팩터 하나가 "모멘트 오브 트루스(truth)"입니다. 소비자가 마음을 결정하는 바로 그 순간인데, 개발자나 벤터, 마케터 입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안해 온 제품이 과연 어필에 성공할지 아닐지 여부를 놓고 온갖 시나리오를 다 짜오다 이제 이 짧은 순간에 다다라 그 답을 비로소 보게 된다는 뜻이죠. 이 책에서는 그 순간을 더 짧은 단위, 더 짙은 밀도로 정의합니다. TV 방영 시간대 중에는 "프라임 타임"이라는 대역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몇 시 대 근처를 말하는지는 관계자 아니라도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항이죠. 이처럼 대략 몇 시부터 몇 시까지가 황금 시간대라는 규정은, 이제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낡은 틀이 되었습니다. 상품군마다 그 잠재적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시간대가 다 따로 정해져 있으며, 책에서는 아예 구체적으로 몇 시 몇 분인지까지 업계에서는 모색한다고 합니다. 이걸 두고 "마이크로 모멘트"라고 합니다.

이 "시간" 팩터뿐 아니라, 다른 여덟 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단기" 아닌 장기 판매에까지 두루 적용될 만한 논의일까요?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합니다(이 서평 둘째 단락 중간쯤에서 저도 언급했습니다) p147에서는 필립 코틀러의 한 저서를 인용하여 "장기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모바일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언합니다. 사실 모바일 중심이 아니라 이미 "모바일 온리"를 운위하는 세상에서 이런 논의(과연 모바일 마케팅이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을지를 따지는 것)는, 답이 빤히 정해진 판에 번거로운 우회 절차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위치" 팩터가 소비자의 로케이션을 뜻했다면, 나 좀 봐주세요 하는 판매자의 위치, 어필 과제는 책에서 "부각성"으로 표현됩니다. 어쩌면 모든 담당자, 책임자 들이 가장 골머리를 싸매는 과제이겠는데 원어는 salient(명사형은 saliency)입니다. 먼저 본 걸 선명히 기억하는 건 초두효과, 반대로 나중 것만 기억하는 건 최신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장은 다른 챕터들에 비해 짧은데 주로 논의의 초점은 "무슨 쿠폰이 어떻게 누구에게 효과있게 다가가느냐"에 놓여 있습니다. 책 읽으면서 쿠폰에 죽고사는 게 나뿐이 아니고 모든 소비자가 비슷한 태도이며, 몰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얼마나 목을 매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네요. 어떤 메커니즘으로 특정 쿠폰이 내게 왔다가는지 알고 싶다면 특히 이 장을 주의깊게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좁은 공간이 특히 의미있는 이유". 이른바 혼잡도에 대한 논의는 이 책에서 가장 잘 쓰여진 대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데요. 행동경제학이나 마케팅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소비자 자신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모를 절묘한 이치를 확실한 근거와 예시와 함께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저자도 그런 의견을 내놓는데, 도대체 왜 혼잡도가 증가한 만원 지하철 안 같은 곳에서 애드 메시지에 대한 증가(감소가 아니라)하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영악한 마케터라면 이유를 따지고 들 시간에 고객의 명확한 행동 패턴을 철저히 따라가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는지를 캐려면(혹은 이런 책 한 권을 써서 까다로운 독자들을 납득시키려면) 역시 이유 제시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 명석한 두뇌로 "모바일에의 몰입도와 공간 혼잡도의 선형 비례 관계"를 짚습니다.

위치와 이동궤적은 또 다른 개념입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노드스트롬(백화점)이나 패밀리달러(할인점) 등의 업체는 물론 베네통 같은 브랜드에서도 개별 고객들의 이동궤적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을 시작, 어느 정도는 매뉴얼화한 시나리오 세트를 완성해 가는 중입니다.  2001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맞춤형 광고 시퀀스가 그리도 큰 인상을 남겼는지 어느 책이나 보고서를 봐도 이 예를 거론들 하는데, 이 책에서 인용하는 NYT의 보도에서는 이미 SF가 현실이 되어 버린 업계의 현황을 확인해 줍니다.

워너메이커의 명언은 오늘날까지도 마케팅부서의 난제를 잘 요약합니다. "분명 홍보에 쓰이는 돈 반 이상은 낭비되고 있는데, 문제는 그 돈들이 어디서 어떻게 낭비되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난제를 두고 저자는 "테크놀로지 믹스" 팩터로 요약합니다. 우선 사용자들은 여러 스크린을 사용하여 "장터"에 접근합니다. 여러 개의 스크린이라 해서 어렵게 생각할 건 전혀 없고, 누구든 스마트폰 하나로만 채널 삼아 물건을 사지는 않죠. 저만 해도 책은 PC를 통해 이것저것 따져본 후 구매를 결정합니다. 어떤 건 이상하게도 꼭 TV 홈쇼핑을 통해야 싸게 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품목이 따로 있습니다. 기업은 한 매체에 몰빵하지 말고, 각 "스크린"이 이룰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따진 후에 메시지 안배를 결정해야 한다는 충고입니다. 각 디바이스가 대체 관계인지 보완 관계인지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효율보다는 균형을 따져라." 지난 2차, 3차 산업혁명시대가 효율, 능률 일변도의 단색적 척도로 모든 걸 평가했다면, 이제는 소통의 진정성 유지를 위해서도 (혹은 정말 광고의 직접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소비자의 감정선에 안착하기 위한 균형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긴 누구라도, 설령 최상이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손에 넣을망정, 그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보를 얻어내되 필요 최소한으로, 가장 무리 없이 유쾌한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지혜를 발휘하여 우아한 어필을 하는 길이 이 책에 많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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