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 -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Dream Up 프로젝트!
국제미래학회 지음 / 광문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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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80년대부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켰던 당찬 국가였으나, 90년대 후반부터는 IT 분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현재와 같은 확고한 무역대국의 입지를 다진 바 있습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선진국 중심으로 거세게 일며 글로벌 경제구조 자체의 변혁을 꾀하는 중이지만, 이에 대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정부 차원의 조지적 대응 움직임은 대단히 미약합니다.

B5판에 가까운 큰 규격에다 시원시원한 크기의 폰트, 370여쪽을 넘기는 분량, 한 권의 거대한 백서, 보고서 같은 이 책은 그 제목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입니다. 이 이슈를 다룬 책은 시중에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마스터플랜 성격으로 과제와 이슈를 일목요연히 정리한 책은 자주 눈에 띄지 않고,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현황에 포커스를 두어 분석한 책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정책 결정자나 책임 있는 당국자는 물론, 사기업의 CEO, 심지어 경제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개인이나 학생들조차 어떤 이정표나 가이드라인을 하나 확실히 마련하고 곁에 두어 수시로 참조해가며 체계적으로 업무나 일상을 수행, 영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서재에서 조용히 페이지 넘겨가며 탐독한다기보다는, 업무용 데스크에 비치해 두고 수시로 참조하며 쓰기에 적합한 내용과 형식의 책입니다.

작년 상반기에 있었던 이세돌-알파고 대결이 여전히 이 책에서도 주요 화두로 언급됩니다. 사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선 (AI 이슈가 우리보다 훨씬 자주 부각되고 업계나 학계의 성취도 훨씬 앞서가긴 해도) 저 사건 자체는 그리 큰 화제로 떴다고 보기 힘든데,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워낙 바둑인구(게다가 상대적으로 노령층인데 이 세대가 조직의 의사 결졍에 큰 영향을 끼치죠)가 많은 덕에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듯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회고하는 대로, 컴퓨터에게 문제 해결 과정을 위임하려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이미 있어 왔고, 머신 러닝 자체도 훨씬 이전부터 이론화가 이뤄지긴 했었으나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p37) 때문에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진척이 미뤄졌었죠.

이제 빅데이터의 축적, (목적에 따라 규격화, 표준화한)입수, 활용이 가능해지고 연산장치의 혁신적 성능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실용화, 상용화가 눈 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당장 내년인 2018년부터 비즈니스 컨텐츠의 20%가 기계에 의해 제작되리라는 전망인데, 이미 직장이나 소속 조직에서 실감하는 분들도 많겠습니다. 81%의 CEO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AI가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p39. eMarketer 자료 재인용)인데, 이들 상당수가 가치관 면에서 보수적이고 고연령층이라는 점에서 저 수치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인지(cognitive) 컴퓨팅, 기계 지능 등으로 분야가 더 세분화하고, 그간 선견지명 있는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기계의 (그 동기를 알 수 없는) 결과 산출에 무작정 의존할 게 아니라, 훈련된 신경망이 내린 결정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XAI(=익스플레인 AI) 연구에 초점이 맞춰지는(p40) 게 현재 미국 정부 섹터의 최신 동향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상하게도 그 근본 원리를 이해도 못 한 채 앙상한 결론만 뽑아내어 사이비 종교 교리 선전하듯 목청만 높여 떠드는 천박하고 혐오스러운 움직임이 있는데, 이처럼 정체 불명 근거 부재의 맹신적 폭주는 과학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지적 열등자가 남들보다 나은 대접만은 악착같이 챙기고 싶어하는 비뚤어진 욕구와 뒤틀린 인성의 산물이라고 하겠습니다. 3류에도 못 끼는 암기형 낙오자가 그저 남들 하는 시늉만 내며 어설프게 전문가 범주에 날림으로 끼어 보려는 시도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철저히 그 부실과 허위가 폭로될 것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구글도 에너지 효율에 대해서는 일일이 언론과 비평가 그룹에 해명하며 시시콜콜히 단계별 개선 사항을 홍보하는 모습인데 뭔가 그들도 신경이 어지간히 쓰이기는 하는가 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최소 열량 소모로 고효율을 달성하는 인체 신경망 구조가 놀라울 뿐인데, 책에서도 "더 적은 데이터와 더 작은 사이즈를 갖는 학습 시스템"이라든가, "시뮬레이션 환경" 등의 아젠다를 중요 항목으로 강조합니다. 단, "학습과 추론에 적합한 하드웨어"나 "기억을 가지는 신경망" 등은 아직 (특히 한국의 산-학 연계 구조에선) 매우 갈 길이 먼 과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분야에서도 근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에서 여러 보안 침훼, 저해 시도를 펼치고 있습니다만, 인공지능은 이 영역에서도 이른바 compromised된 데이타를 체계적으로 적발해 내는, anti-fraud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 주행 분야에서도 보다 진보된 신경망을 통해 움직임과 이동성을 개선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모든 좌절과 실패를 남탓 환경탓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퇴행적이고 범죄적인 사고에만 능통한 원 트랙(해프 트랙?ㅋ) 원시 신경망을 가진 자가 뉴런이 어떻고 시냅스가 어떻고를 떠드는 것만큼이나 희극적인 꼴도 없는데, 이른바 "생성적 적대 신경망(자족적 고립적 폐쇄적 AI가 아니라, 경쟁적 환경에서 진취적 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합니다)"의 응용, 도입은 특히 이 자율 주행 분야에서 큰 효능을 산출하지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출간되어(한국에서는 개정판 혹은 리커버판까지 시중에 나왔죠) 큰 화제를 모은 <에너지혁명 2030>이 지도적 위상의 여러 지성인들에게 영향을 심대히 끼치긴 한 듯합니다. 이 책 중에서도 여러 대목에서 원용되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에서 한 예를 들며 화력 발전소에서 원격 조정 로봇을 이용하여 보일러 튜브의 결함을 판단, 평가,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한국의 사례인가 봅니다. 물론 (각국에서 지양, 퇴출 아이템으로 거론되는)화석 연료 의존형 시스템에서 이뤄진 혁신이라 응용, 확장, 보급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속도와 정확성의 동시 개선이라는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바로 다음 대목에는 미래의 프로젝트인 "스마트 시티 저탄소 컨셉"을 뚜렷이 지적, 언급하기도 하니 과제의 근본적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는 태도입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기능에 대해서도, 재생 에너지의 저장과 생산 기능 제고는 물론, 독립되고 분산된 에너지 네트워크의 창출을 언급(81)함으로써, 그저 환경 보존과 자원 고갈 대비라는 일차원적 목적, 대증(對症)적 어프로치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인간 경제 활동 구조의 근원적 혁신을 지향합니다. 한 가지 난제가 (방법론적으로도 바람직하게) 개선되면, 이에서 파생된 지혜가 도미노처럼 인접 혹은 원거리 영역에 두루 외부 효과를 끼치는 점이 그저 놀랍고, 역시 미래는 긍정적이고 낙관적 퍼스펙티브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전기차 관련 그랜드 비전은 p123이하에서 보다 자세히 전개됩니다. 책에서도 2017.10 기준 모두 25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국토부 허가를 받아 운행 중이라고 밝히며(p125), 또 지자체 레벨에서도 여러 사업이 선견지명 있는 행정가, 관료, 사업자 들에 의해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차는 인공지능과 딥러닝 분야의 혁신에 어쩌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핵심 기여를 받는 섹터인데, 책에서는 BMW(여긴 당연한데)와 엔비디아(여기가 의외죠?)등의 기업이 CES 2017에서 시연해 보인 여러 놀라운 기술적 진전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걸 피상적으로 언론 기사만 읽고 넘어간 분들은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데, 언젠가 티핑 포인트를 넘기면 그때부터는 큰 "컬처쇼크"로 다가옵니다. 환경과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 (개인의) 마인드셋도 지배해야 각자의 업무에서 적실 적확한 아이디어 산출이나 깔끔한 기안이 가능해집니다. 시야 자체가 왜곡되면 심지어 기술적 디테일도 머리 속에 엉망으로 정리되어 어디 가서 망신이나 당하기에 딱 좋을 뿐입니다.

개인 무인 항공기 보유 개념으로 "1가구 1드론" 시대가 머지 않아 열리라는 전망은, 설령 이 분야에 관심이 적었던 이들도 은근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책에서는 토머스 프레이의 말을 인용하여 "유동성 미디어 플랫폼으로 드론을 활용한"(p155에 이 언급이 나오는데, 기술의 진보와 사회 현상을 이처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통찰하는 실력이 진정 놀랍지 않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성은 단순 암기 사항의 카피 낭독이나 말꼬리 잡고 늘어지며 획일화니 어쩌니 소모적인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이처럼 일찍이 없던 개념을 결합, 총괄하여 제시, 정리, 예측하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직업군의 창출을 예견하는데, 바로 이런 전망과 구체적 패러다임화야말로 "마스터 플랜 백서"의 본연적 기능입니다.

인접국에 비해(단 중국은 개별 기술은 우릴 앞서가는 분야가 있어도, 총괄적 컨셉으로는 재래식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갖는 나라라서 "4차 산업혁명"을 단위로 파악하면 여전히 뒤처진 면이 있습니다) 매우 그 동력과 성취상이 미진하지만, 여튼 가까운 장래에 전면적이고 불가파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집행과 실천과 지속적 전진이 가능한 과제를 설정하고 현장에서 독려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참 멋진 표현을 구사하며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윗선에 상신, 혹은 보고하는 문건은 무릇 이 정도가 되어야 성의와 실력을 인정받게 마련이죠(뭐 이 책이야 최고 석학들의 솜씨이니만치 당연하지만). 붐업, 점프업, 스트롱업, 글로벌 파워업의 4단계를 추진하자는 제언인데, 이 설계에 따르면 점프업은 2020년까지는 완결되어야 하고, 나머지 후속 두 단계도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2022년까지는 의미 있는 경제적 과실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파급되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중요한 건, 어느 단계의 "혁명"에서도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자원인 "인재의 발견과 양성"입니다. 쭉정이와 알곡을 준별하는 기준은 첫째 창의성, 둘째가 업무와 과제에 임하는 진정성입니다. 변명과 합리화와 왜곡이 버릇처럼 취미처럼 몸에 밴 자는 어느 조직에서건 퇴출되게 마련이고, 직장 동료들은 물론 가족, 부모로부터도 관계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도전은 오히려 우리에게 전인적 인재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는 진화에의 동력으로 받아들일 때, 미래의 직장은 지루하고 고된 먼데인(mundane) 업무의 반복이 아니라 희열과 쾌감의 놀이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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