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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정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약자나 성장 유력 주자나 자신만의 고유한 몫을 추구하며 전체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근래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또 이제는 정치적 입장을 불문하고 이런 조화로운
생존의 도모 옹호가 대세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무분별하게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거나, 재벌 독과점의 풍조를
예찬하는 풍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허나 어떻게 해야 "생태계의 조화로운 조성"이 가능한지,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들이 엇갈리며, 무난한 중론이 모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저자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 본디 한국처럼 정부 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나라에서는, 정책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각 단계의 사이클도 짧아서 기존 생태계에 주는 충격도 크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이라는 과실의 수확이 이 모든
부작용과 충격을 어느 정도는 흡수해 준다며 그간의 고도 성장이 이뤄 온 긍정적 효과에 의지할 수 있었던 게 과거상이라고
정리합니다. 현재는 이런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며, ".. 노동 생산성과 자본의 한계 효율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지금" 잠재적인
성장률이란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이런 충격파는 생태계에 대해 거의 병리적인 상처를 남기고 선순환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저자들은 단언합니다. (p18)
저자들은
어느 나라의 경제이건, 경제 생태계 단독으로 조화로운 생리와 성장, 유지가 기대될 수는 없고, 정치 생태계, 사회 생태계가 두루
그 곁에서 건강한 호흡과 대사를 이뤄야 경제 역시 건강한 작용 유지를 보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허나 한국 사회는 이마저도
낙관하기 힘들며, "과잉 정치, 이념화, 담합 구조의 덫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무한 루프를 그저 뱅뱅 돌 뿐이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나쁜 생리에만 적응한 관료제의 병폐까지 더해져 국가의 장기 과제를 소신껏 추진할 수 없는 풍토까지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거시경제가 건전하고 참여 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운용되려면 신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야 합니다. 허나
기업은 더 이상 R&D를 놓고 역량을 쏟아 붓는 모험, 결단을 선호하지 않으며, 지난시절 고 이병철 회장 등이 보엿던
미래에의 통찰과 소통은 이제 재벌 총수들에게서 좀처럼 찾기 힘든 미덕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의 추격도 무섭게 이뤄지는데, 이미
중국은 우리를 추격해 온다기보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조차 몇 발짝 앞서가는 세계의 거인, 선두주자로 위상을 바꾼 지 오래입니다.
한국은 재래식 공산품 시장에서도 중국산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고, 신산업 동력 역시 그들에 선수를 놓쳐 장래의 도약 발판 마련도
기대하기 힘든 판입니다.
노동 시장
역시 경직성이 개탄스러운 실정입니다. 왜 노동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과도하게 높은지는, 저자들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을 짚습니다.
하나는 생활에 필요한 필수 기본 지줄 비용의 비중이 꽤 높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안전망의 질적 양적 기능이 미비하기에
임금에서라도 넉넉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려는 노동자층의 욕구가 교섭 과정에서 전투적 대립상을 소모적으로 도출한다는 분석입니다.
타당한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불안이 사회 전체를 좀먹다 보니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저출산
국가가 되었는데,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과도한 출산을 억제하기 위해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과태료까지 부과하던 규제를 떠올려
보면 실로 상전벽해의 감회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계
부채는 물론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심각하고, 어느 나라건 생애 소득 전체 전망을 고려치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아 일단 쓰고
보는 풍조는 경제 전체를 심각히 위협하는 불안 요인이 됩니다. 허나 한국은 전반적인 개인 소득 증대 가망이 희박해진 국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요인으로 가계 소비가 줄지 않고, 이른바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 생산, 유행 풍조를 봐도 짐작할 수 있듯 빚
내어 어렵사리 장만한 집이 언제 시한 폭탄으로 변해 중산층과 서민의 살림을 벼랑으로 몰지도 매우 불투명한 국면입니다.
1990년대부터
한국 정부는 "이제 내수도 넉넉히 키워야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실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며 정책의 기본 방향 전환을
암시했습니다. 또 중국 경제가 무한한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동인은 바로 든든한 인구 집단 덕에 활기가 줄지 않는 안정적 내수
시장의 확보로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환경적 여건에도 크게 기대는 면이 있죠. 그러나 한국처럼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더 인구가 많고 더 부존 팩터가 넉넉히 포진한 다른 국민경제에 수출을 늘려 부가가치를
해외에서 창출, 유입해야 지속적이고 질적 우위에 선 건전한 경제 사이클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말합니다. "일본도 과거에
비교적 큰 인구 볼륨을 기반으로 내수에 기댄 구조 걔혁을 꾀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듯 "잃어버린 20년"의 거대한
침체와 상흔에서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우리도 똑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
생태계에도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3각 구조가 존재하듯, 경제 생태계 역시 생산과 소비 못지 않게 "분해"의 기능을 원활히
이뤄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 순환이 경화, 교착 상태를 피할 수 있게 어떤 장치적 담보가 이뤄져야 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금융 기관의 원활한 작동이 이를 적절히 대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헌데 한국 경제에서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섹터 중 하나가 금융
영역이다 보니, 이런 기능마저 아직까지는 소기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한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변제
못 하는 한계 기업은 그 수효가 줄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 역시 이를 필터하고 유효한 모니터링, 심사를 벌일 역량이 대단히
미비합니다.
금융 기관 본연의
소명은, 투자자로부터 여유 자금을 끌어들여, 그들에게 소정의 과실과 성과를 약속하고, 이를 현장에서 간절히 자금 수혈을 갈구하는
유망 기업들에게 적기 적시에 수혈하는 중개자의 역할입니다. 과거에는 대출을 정계의 압력으로 특정 대기업에 몰아다주는 악성 풍조가
뿌리뽑히지 않았으며, 현재는 이런 폐습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대신 대기업들이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을 도통 시중에 풀지를 않아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누리지 못하는 악순환의 한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 기관 역시 착실히 성장할 기업과 그렇지 않고 흉내만
내다가 도태될 부실 단위를 잘 준별하지 못하여, 악성 돌연변이(좀비 기업)의 생태계 출현을 방조하다시피 합니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성장과 쇄신을 더욱 위협하는 미래 인자는 바로 "핀테크 산업"의 도전인데, 구태의연한 영업방식과 과거 패턴에만 의존한 전략
기획으로 이 거센 미래의 변동 요인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국의 경제가 다시 과거의 활력을 찾고, 서민과 중산층, 대기업 모두가 공존 공생하는 양질의 속성을 재 장착하겠습니까?
저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대안을 내놓습니다만, 그 중 하나가 수천 수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의 육성과 지원책입니다.
과거에도 정부와 기업은 성실한 인적 자원, 특급 엔지니어 후보군을 우대하고 그 감별에 정성을 쏟아 왔습니다. 대개 과거에는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기업 전략을 카피하거나, 심지어는 책략을 통해 기술을 훔치는 방식으로 "추격형 성장"을 꾀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현재는 중국이 답습하는 셈인데, 중국의 재래식 산업 구조가 지닌 확고한 경쟁력과 국가 주도의 영리한 전술 구사를 우리가
대응, 감당해 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런 방식이 미래에 더 이상 먹혀들지도 않는다는 데에 나라 안팎에서 거의 합의가 이뤄진
편입니다. 언제까지 과거의 향수에 얽매어 소중한 미래의 비전을 도외시하겠습니까?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서도 아직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건 "일찍이 세상에 없던 아이템과 서비스"를 무수히 만들어내는 그들의
창의성에 비결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그간 축적된 활발한 정치적 에너지를 산업과 핟문으로 방향 전환하여, 혁신과 창의로서 세계의
도전에 맞서야 합니다. 그것이 오염과 방해 없이 맑은 산소를 마시며 건전한 재생산을 무한 담보, 가동할 수 있는 생태계 유지의
근본 방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