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 -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2018 에디션
남대일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별 아이템보다는 컨셉이 중요하고, 기막힌 효용보다 더 어필하는 건 성공적인 포지셔닝이며, 사업가 개인의 수완보다는 무슨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하느냐가 더 큰 성공의 관건입니다. 머리도 잘 돌아가고 인간적 매력도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적 지식도 빠삭할 뿐 아니라 의지도 충만한데, 왜 결과가 신통찮은가? 바로, 신통찮은 분야에 몸담고 아까운 자원과 정력을 낭비했기 때문이죠.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과거의 논리와 한물간 전성기의 가락만 붙든다면 적응이 잘 될 리가 만무합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그걸로 판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설령 좀 무능해도 "되는 판"에 몸만 영리하게 담을 줄 안다면 그런 사업가가 끝에 가서 전세를 엎고 승자로 남는 수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이 결코 유망하지 못한 진로임을 잘 알면서도 많은 젊은이들은 이 험난한 경쟁의 트랙에 몸을 싣습니다. 자신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섬광처럼 찾아온 영감을 잘 가꾼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줄 알기 때문이죠. 헌데 꿈 자체는 나무랄 게 못 되지만, 소중한 씨앗을 어느 모판에다 심고 키우냐의 문제는 운수나 요행이 아닌 근본 판단력과 지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건 원천 기술의 창의와 혁신성 못지 않게, "될성부를 모델을 찾아 올바로 몸을 담그는 단계"입니다.

저자들은 먼저 "비즈니스 모델"이 대체 왜 중요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론적, 연혁적 의의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리에게 "코즈 정리"로 너무도 유명한 로널드 코즈는 그의 거래비용 이론에서, "분명하게 확립된 재산권과 충분히 낮은 협상비용이 전제된다면"(출처: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7708&cid=58393&categoryId=58393) 오랜 시간 동안 경제학 자체의 이론적 허점, 혹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 모순으로 꼽혔던 이른바 "외부 효과" 문제가 정부의 개입 없이도(정부가 개입하는 이유는 "시장의 실패" 때문입니다) 해결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런데 이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유무형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가 개인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벌이면, 외부 불경제가 너무도 크게 개입하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는 극복 못 할 난관을 맞게 된다는 뜻도 되죠. 그래서 결론은, 이미 잘 짜여져 있거나, 암묵적으로 완성 단계 직전까지 간 모델에 개인들이 몸을 담아야, 일일이 개척적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본래의 목적을 향해 순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책 챕터 1에서 강조하는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건 "가치의 사슬"입니다. 세상의 산업에는 다양한 국면에서 생산되늰 부가가치가 존재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에서 너무도 유명하게 인용되는 "분업의 이득"이란 꽤 확장성이 넓은데요. 챕터 2에서 저자들은 카네기의 철강회사를 예로 들며 철강 생산을 위한 온갖 단계의 부가 생산 공정을 "수직 계열화"함에 따라 생산 원가를 88%나 절감한 놀라운(잘 알려진) 이치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분업과 계열화의 효율은 반드시 수직방향으로만 이뤄져야 하는 건 아니며, 때로는 수평 방향으로도 얼마든지 구축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책에서 드는 예는 1회용 패션으로 시대의 새 트렌드를 띄운 의류업체 "자라"입니다. 노무 비용 상승이나 기타 업종 고유의 특성에 의해 수평 방향으로만 효율이 달성되는 분야도 분명 존재하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프가프의 경우 "대리점도 고객센터도 없이(p27)" 온라인상으로만 존재하며 유심 제조에만 전력하여 혁혁한 성과를 올리는 좋은 모범이라고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본래 고용이 되어서는 안 되는 창의적 존재들이다." 이른바 개방형 네트워크 플랫폼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알레시의 창업자의 지론이라고 합니다. 사실 디자이너란 산업의 현실에선 스카웃의 대상도 되고 이직도 잦은 엄연한 고용인 신분인데, 예컨대 제 기억으로는 현기차의 경우 "그분"의 영입으로 특히 해외 소비자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얻어 오늘날과 같은 도약의 국면을 맞기도 했었지요(이제는 꽤 지난 과거가 어느덧 되어버렸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첫째 디자이너들도 개별 기업의 컨셉과 브랜드 개성에 함몰되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유지할 동기가 생기며, 기업들 역시 법정 고용 유지에 드는 각종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이게 "무책임"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디자이너에게 자신들이 심미적 가치를 증진시킨다는 자부심과 목적의식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알레시가 모범을 보여 주었듯 신진 기예를 발굴, 육성하여 알레시와만의 연계 의식을 함양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때 일본 엔지니어들이 소속사에 제기하여 큰 문제가 된 이른바 지적재산권 이슈에서도, 알레시는 상생의 정신으로 디자이너들에게 큰 폭의 권리를 계약으로 인정해 준다는군요.

비슷한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대하는 게 로컬모터스입니다. 이 회사는 공개, 공유, 협력이라는 가치를 표방하며 철저히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게 사업 모델입니다. 한번 원형을 제안해 두면,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잠재적" 소비자들도 그 제작에 실질적 기여가 될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시도합니다. 이런 열린 프로세스에서 홍보와 제조가 동시에 이뤄짐은 물론이거니와, 탄생 과정을 일일이 지켜본 대중과 미디어 모두 신상의 쇼케이스까지를 응원하는 팬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니 기계적, 타산적인 재래식 마케팅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해도 효과 없지만 안 하면 괜히 찜찜하기만 한 게 광고라고요. 외부 엔지이너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바로 위의 알레시 사례와 매우 닮았습니다.

거래유형별 플랫폼으로 저자들은 세 가지를 듭니다. 첫째는 집합형인데 플랫폼 운영자가 실제로 판매할 제품, 서비스를 모두 보유한 구조를 가리킵니다. 제 생각으로는 종전 방식의 분류로, 자신이 직접 ware를 가지고 상대와 거래하는 "중계 무역"이라든가, 혹은 broker와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dealer 같은 게 있습니다. 브로커는 그저 상대를 연결시키는 역할만 하지만(쉽게 말해 공매도 같은 것), 딜러는 자신이 보유한 물품을 팔고 사기도 하는 책임지는 거래자죠.

이런 것과, 제품형, 다면형 플랫폼은 구분됩니다. 먼저 제품형 플랫폼으로는 책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듭니다. 이 제품 하나에 얽힌 여러 산업과 제조 섹터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며, 그러면서도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전문 업자가 따로 맡는다는 소립니다. 다면형으로는 책에서 페이스북을 예로 드는데, 요즘 우리가 TV광고에서 자주 보는, 구글 플레이에서 성공적으로 게임 개발자로 데뷔시킨 여러 프로그래머들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바라보는 시각, 혹은 객관적, 실물적 관계가 바로 다면 플랫폼의 전형이겠습니다. 엄밀히 말해, 요즘 우리가 플랫폼 하면 대뜸 떠올리는 건 이 후자 두 경우뿐이겠습니다.

번화가를 걸을 때 최신 유행곡이나 캐럴이 울려퍼지면 보행자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이런 건 곡의 홍보도 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용료를 charging 할 방법도 없어 그간 찜찜하나마 법과 계약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지요. 원트리즈 뮤직은 저작권자들의 이익 환수 대행 노릇도 할 뿐 아니라, 대형 매장에서 언제나 부담스러워할 만한 "우발적이고 갑작스러운 청구"에 합법적으로 대응할(=제값을 내고 쓰게 돕는) 창구, 경로를 마련해 줍니다.

여기에 그치면 기존 저작권 협의체와 다를 바 없는데(이런 협의체도, 앞에서 말한 대로 무형의 사회적 인프라이며 외부 불경제 효과를 해소하는 요긴한 에이전시입니다), 원트리즈는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사실 매장에서 트는 음악은 이를 찾는 소비자가 그 매장(꼭 백화점 같은 곳뿐 아니라 일식집, 바, 클럽, 셀렉샵 등 다양하죠)을 기억하는 중요한 차밍 피처 중 하나입니다. 아니, 하다못해, 동네 마트에만 가도 어떤 점장님은 꼭 1990년대 히트곡 메들리만 줄창 틉니다. 그게 전략이건 그분 개인 취향이건 간에 소비자는 귓전을 쨍쨍 울렸던 BGM(?)으로 그 매장을 기억하기 마련이죠. 원트리즈는 매장과 협의하여 일종의 BGM 컨설팅까지 해 준다는 뜻입니다. 인테리어보다 어쩌면 더 세심하게 이미지 빌딩에 기여하는 게 음악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음원 공급 면에서 타 업체에 기댄다면 원가 관리에서 유출적 요소를 결국 통제 못 합니다. 이 회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재를 키워 자사가 보유할 만한 새 음원을 Db로 축적도 한다는군요. 배고픈 작곡가들과 윈윈하는 멋진 발상이 아닐 수 없죠.

쉐어블링은 이른바 커머스 3.0의 이념을 구현하는 모범적 플랫폼의 선두 업체입니다. 이 발상은 개인별로 비슷한 아이템을 구매, 착용해도, 그 효과나 조합은 상상 밖으로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명한 이치인데 왜 이때까지 다른 이들은 이를 사업 모델로 만들 아이디어를 못 떠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에서는 이 플랫폼만이 제공할 수 있는 효용으로, "개별 소비자들은 자신의 스타일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p269)", 아울러 판매자 쪽에서도 낱개 품목이 아니라 세트(=번들) 단위로 다룰 수 있으니 더 큰 이익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사람이 짜내는 지혜와 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SNS는 일부 불건전한 소통이나 과시적 게시물, 외적 지표에만 치중한 중독형 행태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외국에서 예컨대 링크드인 같은 서비스는 진정한 인맥 구축의 통로가 될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공식적으로 오프라인상의 관계를 미러링하는 증명처럼도 활용되죠. 게다가 채용과 지원의 유력한 소스 교환, 열람의 장도 제공하니 허위와 선전, 일탈의 채널이 아닌 진정한 사교(social)의 "플랫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페이스북 같은 범용 놀이터보다는 분명한 목적과 실용에 특화된 이런 관계망이 훨씬 큰 성장 가능성을 지닌다고 봅니다.

책의 내용은 꽤 방대합니다. 이 중에는 기발한 혁신 모델도 있고, 기존의 제도를 영리하게 비튼 변용, 응용의 미학이 돋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책의 서문에서 강조한 바와는 다소 다르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격으로 파천황의 성과를 낸 놀라운 창의와 도전의 전리품도 보입니다. 스타트업의 어려움만 유약하게 호소할 게 아니라, 이처럼이나 많은 선구자들이 진정한 "스타트업 정신"으로 이미 다져 놓고 일군 플랫폼, 모델이 이처럼이나 많다는 걸 알고 자극이나 좀 받아야겠습니다. 올라탈 거인의 어깨가 없다고 엄살 피울 게 아닙니다. 이처럼이나 무등 태워줄 의향과 의욕에 가득한 선배들이, 후배들의 견인차, 상생의 동반자 노릇을 하겠다고 줄을 섰지 않습니까?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난관이 축복의 꽃길로 탈바꿈할 수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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