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론 DIY 가이드 -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김회진.김시준.패트릭 에릭슨 지음 / 광문각 / 2017년 10월
평점 :
현재
드론에 버닝하시는 얼리 어댑터들은 열정이 참으로 남다른 이들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산업 여건이 이런 소비자들은 물론, 소수
생산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까지 아직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 섹터에서 혁신이 일어나려면 그 동인은 어디까지나
민간이라야 합니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신이 나서 자기 돈 들여가며 개인적 만족도 채우고, 그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가 산업 경쟁력
향상에까지 기여하는 게 선진국 경제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여건을 만들어주면 누구나 다 합니다. 소외될까봐 뭣도 모르면서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까막눈도 프로그래밍 흉내를 냅니다만 가짜는 바로 실력이 들통나게 마련이죠. 여건 불비시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여건을
만들어가며 후배들의 전도까지 (결과적으로)배려하는 이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정치인들과
행정부가 유능하다면 이런 트렌드를 미리 알아채고 "온상"처럼 인프라를 깔아 주는 게 정도(正道)이며, 이 책 서두에도 잠시
언급이 나오듯 "인터스트리 4.0" 같은 게 (외국의 사례이긴 하나) 그 좋은 모범입니다. 저자분들을 포함, 아직 채 형성되지도
못한 시장, 진척이 느릴 뿐 아니라 대체 최종 완성본이 어떤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 시장, 이런 시장의 개척자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해당 종사자들 뿐 아니라, 같은 방향의 열정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과 의견이
합쳐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혼자 힘으로, 또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반에서 드론을 만들고 운항시켜 보려는 이들을 겨냥한 책입니다만,
책 곳곳에는 벤처 기업가의 절실한 고뇌, 전망, 현황에의 분석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드론 만들어서
작동시켜 보려는 이들은 무슨 프라모델처럼 소비자의 창의가 상대적으로 덜 개입하는, 매뉴얼대로만 충실히 따르면 그만인 단순 반복
수공예 동작 정도만 개입하는 영역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영역은 한번 관심을 두고 참여한 후에는, 마치 자신도
개발자나 된 양 현황 이슈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며 (별 도움도 안 될망정) 기업인의 애로를 (가랑비에 옷 젖듯)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시장 세그먼트가 다를망정 본인도 스타트업 운영에 골몰하는 분이라면 이 책의 컨셉과 컨텐츠, 분위기,
여담(?) 모두가 절실히 피부로 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두이노(알두이노)
언어는 이제 새 교육과정을 맞는 초등학생들은 물론, 웬만한 직장인들도 일 때문에 필수 소양으로 익혀야 할 언어가 되었습니다.
허나 드론 같은 제법 복잡한 기기라면 아무래도 조금은 더 진화한 도구가 필요하죠. 저 역시 아두이노 우노 기반의 다양한 AVR
기반 마이크로 콘트롤러는 (하도 주위에서 이것 관련으로 대화가 오고가니까) 친구들 갖고 노는 것만으로도 대략의 이치가 짐작될
정도인데, 그래도 드론은 다릅니다. 아두이노 우노와 프로미니가 어떻게 다른지 p62에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서, 확실히 고수는
독자가 어느 부분을 가려워하는지 짚는 촉이 참 좋으시다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프로미니의 사이즈가 작아진 건 ATmega
16U2칩이 빠져서라는 점, 산업용으로 개발되다 보니 사이즈가 작아져야만 했다는 것 등은 아, 그렇겠구나 하며 가뜩이나 의문이
들던 포인트를 정확히 긁은 거죠)
뻔히
아는 내용은 지루하겠고, 그렇다고 너무 심화된 내용은 부담을 주겠고, 골디락스 최적점을 짚어 독자에게 딱 필요한 부분만 깔끔하게
제공하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단, 저자께서 설명 상당 부분을 개발자, 생산자의 시점에서 말씀하시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DIY라고는 하나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면 되는 매뉴얼 수준이 아닌, 어느 정도는 소양을 갖춘, "준비된" 독자라야 톤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책 자체라도 아주 꼼꼼히 읽으셔야 합니다. 이런 책에서 고급 유저(꼭 현재 고급이 아니라도, 앞으로
고급으로 당연히 발전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분들)가 만족을 얻으려면, 책에 이론 배경 설명이 어느 정도는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거대
포털 지식 백과에 찾아보면 바로 이런 드론 같은, 현재 막 개발 도상에 놓인 분야의 지식 체계도 제법 깔끔히 정리된 게
많습니다. 다만 그런 Db가 마련되어 있어도, 유저들은 (심지어, 검색을 그처럼이나 일상에서 생활화하는 데도) 유용한 정보가
(공신력 없는 개인들의 카더라 노하우가 아닌) 백과사전의 형태로 말끔히 정리된 줄은 미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p38에는 현재
대다수의 드론 제어에 필수 원리로 쓰이는 폐(閉) 루프 제어계에 대해 권위 있는 설명이 나오는데, 출처는 일진사에서 출판된
<전기용어사전>이며, 해당 출판사가 N 포털에 기부했기에 이 내용은 지금 우리 유저들이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도 이런 알짜 책을 통해서 찾아가는 길눈이 트이는 것입니다.
기본
공학 원리가 그렇다는 것이며, 순수 물리학 지식만으로 비행기가 쏙 발명된 게 아니라 엔지니어들의 무수한 시행착오가 쌓이고 쌓여
거대한 진전이 이뤄진 것처럼, 드론 역시 열성적인 참여자들이 (마치 크라우딩 소스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후발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안정적 원리가 발견되어 가는 거죠. 현재 드론 운항에 대해서는, "이 한 권만 떼면 족해!" 같은 믿음직한 레퍼런스북이
없다시피 합니다. p77에 보면 "경험칙에 의한 추진력 계산법"이 나오는데, 해당 도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습니다. "이
테이블은 참고로 첨부한 것이며, 공신력 있는 데이타가 아님." 물론, 현재 공신력 있는 데이타가 설령 있다 해도 해당 기업들에서 다
영업 기밀로 분류하여 꽁꽁 감춰 뒀을 텐데 소비자, 일반인들이 어떻게 엑세스하겠습니까. 고수의 시행 착오 로그만큼 (현재로서는)
공신력 있는 자료도 없고, 막상 맨손으로 뭘 해보려는 유저로서는 이 정도도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런 자료도 없으면 우리는
얼마나 삽질을 반복해야 할지 모릅니다.
아끼는
자동차를 체계적으로 정비, 관리하려면 해당 공학 분야의 지식을 쌓아야 하듯, 이 드론도 마찬가지로서 어느 정도는 공학, 물리학
소양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p36에서 세 좌표축(우리 인간이 삼차원 공간에 살고, 평면 궤도를 운항하는 차량이 아니기에 세
좌표죽이 필요하죠)이 각각 피치, 요, 롤 세 동작을 대변한다고 하시며, 이어 Z축에서 요(yaw)는 좌우 회전이기에 중력
기준으로 측정할 수가 없다는 설명은 참으로 적실합니다. 그러면 어떤 독자는 상하 운동이 빠지지 않았냐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roll입니다(좌우로 기우는 거니까 상하 움직임이죠. yaw는 회전이구요). 단, 상하 운동이라고 하면 이륙, 활강과 혼동할 수
있으므로 구태여 그 용어를 쓰지 않은 것입니다.
드론
레이싱 할 때 당연히 FPV장비를 써야 그게 드론 운항의 핵심입니다(1인칭 시점이 아니라면 아무도 여기에 열정을 안 쏟겠죠).
문제는 현재 전파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로, 10mW가 한계인데, 이 정도로는 끊김 없는 영상 전송에 턱도 없는 규격이라는 겁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알지만 책에서 말하는 2,30m 거리도 엄청 버벅댑니다. 그래서 아무도 법을 안 지키고, 600(을 넘어
800까지)를 채용하지만, 돈은 돈대로 들고 법은 법대로 어긴다는 게 영 찜찜한(저자 표현대로) 점이죠. 제 생각에는 기업이나
고급 유저들의 수요를 위해, 시험 비행장 일정 면적을 마련하여 그 범위에서 제한을 완전히 풀고, 장비 역시 공동구매나 임대 채널을
꾸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중앙정부가 안 된다면 지자체에셔라도 지원을 해 줘야 하한다고 봅니다.
법이
생각 외로 무서운 거라서, 기본 마인드가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야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무슨 권리나 행사하듯 당연히
어기지만(?), 세상을 이모저모로 신경 써 가며 성의 있게 채우는 이들이야 다르지 않겠습니까. 어리석은 이들은 잡혀 가고 나서야
"그런 줄 몰랐다"같은 한심한 핑계를 댑니다.
8장
MIY 사례 소개가 이 책의 꽃입니다. 정 시간 없으신 분들은 이 파트만 보고 따라해 봐도 될 겁니다. (그 정도로는 안 되고,
책 전체를 꼼꼼히 읽으며 이론적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앞서 말했습니다. 연날리기나 종이비행기 접기 수준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죠) 페이지마다 소개된 RC 송수신기, 콘트롤러, 드론 바디 등 부품 사진만 봐도(돈 깨질 걱정은 일단 나중) 설레기에
충분합니다.
모터 회전수 차이 계산에
실패해서 날아올리자마자 추락하는 참사는 내 일이 아니라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4개의 모터가 동일하게 회전하도록 돕는
ESC 캘리브레이션이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필수인데, 제가 잘 안 되었던 건 LIPO 배터리의 연결과 제거 시점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나서 들었습니다.
컴퓨터
비전 처리를 위해 따로 파이선을 복습(안 배우신 분들은 새로 학습)해야 하는가, 저 개인적 의견으로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저 엑셀 함수 습관적으로 몸에 붙여 놓듯, 이 책이나 다른 인터넷 카페에서 정형화시켜 둔 노하우를 처음에 따라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진도를 나갈수록,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이길 수 없겠고요, 결국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채워나가게
됩니다. 여튼 이 책 자체가 제법 심도 있는 가이드를 담고 있으며, 수시로 참고하다 어느 시점에서 마스터하면 그 다음엔 뭘 찾아서
실력을 키울지에 대해서도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김회진 김시준 두 CEO님 앞길에도 행운이 함께했으면 합니다.
[여담]
우연히도
제가 아는 어떤 분께 빼빼로데이 선물로 관련 키트를 받았는데, 선물이라는게 항상 그렇지만 고가라서 너무 부담이 되더군요. 답례
걱정은 나중에 하고, 마침 이 책이 선물 활용에도 큰 도움을 주어 여러 모로 즐거웠던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