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스타일 - 미친 듯이 최고에 집착하라!
쑨젠화 지음, 조홍매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샤오미의 성취와 전망에 대해 여전히 의견은 엇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한마디로 후려치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화웨이는 인정하지만 샤오미는 아니다"라며 "디바이드 앤 룰(ㅋ)"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당신도 그 회사 제품 보조 배터리 하나는 갖고 있을 것 아닌가?" 왜 현실과 대외용 주견이 다르냐며 소비자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나 확실한 게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그저 국가에서 적절히 밀어 주겠거니, 민간 기업의 탈을 쓴 공적 에이전시겠거니 막연히 싸잡아 비난하기도 하며, 실제로 그런 경향도 없지는 않으나, 이 정도 위상의 기업으로 "일단 중국 국내에서라도" 떠오르려면, 이전투구 사생결단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겁니다. 샤오미가 여튼 십이억 인구를 pool로 삼은 살인적 경연에서 승자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합니다.

확실한 건 하나 더 있습니다. 샤오미는 여태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여러 책에서 주장하던 대로, 또 일부 국내 소비자들도 확인하거나 참여까지 해 온 대로, 고객과의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경영 전략을 세우고 지금까지 이를 철저히 실천해 왔다는 겁니다. 요즘은 뜸해졌으나 2011년 당시 카카오도 이런 전략으로, 유저의 사소한 불편 하나하나에까지 정성어린 답을 달아주는 철저한 일체화 공감 전략으로, 오늘날의 국민 메신저를 만들었습니다. 위상이 아직 불안해서인지는 모르나, 샤오미는 이 점에서만큼은 초지일관입니다. <전국책>에 보면 "죽은 말에 대고도 천금을 주며 구입한다는데 하물며 산 말이겠는가?"라는 선시어외의 고사가 나옵니다. 우리 독자들은, 무(無)에서 시작하여 이만큼이나 세계 시장을 개척한 그들의 노력과 혁신 의지에 대해서만큼은 뭔가 챙겨가며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의 길가에는 항상 여러 명의 실패자가 쓰러져 있다." 쓰러져 있는 개별 실패자 입장에선 자신의 모습도, 다른 실패자의 비슷한 처지도 안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말을 할 수 있는 건, 레이스를 완주한 위너뿐이겠습니다. 여유 있는 승자인(현재까지는요) 샤오미, 그 CEO인 레이쥔은 처음부터 시장 대세의 방향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어차피 인터넷 회사와 게임이 안 된다." 이십 년 동안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왔다는 바로 레이쥔 본인이 했다는 발언입니다. 여기서 "인터넷 회사"란, 웹상에서 엔드 유저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는(직접 무엇을 파는) 리테일러나 복합 몰을 뜻합니다. 

샤오미가 (레이쥔 표현대로라면) "인터넷 회사"에 속하는가? 이 점은 샤오미가 초창기 어떻게 성장했는지 과정을 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회사가 기존 방식대로 전통적 판로에의 호소와 마케팅에만 의존한 반면, 샤오미는 엉뚱한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하던 반대로만 해 볼 것이다." 심사가 비틀려서가 아니라, 만약 후발업체가 기존 방식을 따르면, 애는 애대로 쓰고 (경쟁 선발사들의 채널에 밀려) 눈에 잘 띄지도 않을 뿐더러, 출혈만 많을 뿐 홍보의 유실률이 높아 이중삼중의 고생일 뿐입니다. 당장 매상이 안 오르는 것만 고생이 아니라, 이로 인해 경영진과 직원의 사기가 날로 떨어져 결국 회생과 도약의 기미가 0으로 수렴하겠죠.

레이쥔은 다른 창업자들과는 또 입장이 차별되었던 경영자입니다. 물론 현재 IT 섹터의 거인으로 자리한 이들이, 열악한 출발을 밀고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교육도 받을 만큼 받았고, 대개는 넉넉한 중산층 집안의 자제들이었죠. 레이쥔은 한술 더 떴습니다. 이미 대학생 시절부터 벤처기업을 일궈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손에 쥐었고(비록 MS에 밀려 2인자였다고는 하나 꽤 선전했죠), 이후에는 벤처 사업가가 아니라 그 반대, 즉 유망한 스타트업을 살펴 보고 돈을 대어 주는 엔젤 투자자였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말입니다. 그래서, 그가 샤오미를 세워 일을 벌여 보겠다고 했을 때, 당연히 이런 말이 나올 만했습니다.

"모든 걸 이미 다 가진 분이, 뭐하러 모험을 한단 말입니까?"

이는 마치 한국의 효성그룹 창업자인 고 조홍제 씨를 연상케도 합니다. 물론 조홍제씨는 저 레이쥔과는 달리 꽤 늦은 나이에 자기 회사를 만들었지만, 아무 아쉬울 것 없는 재력가가 창업의 모험을 구태여 시도했고, 주위의 예상을 뒤엎고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1인자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버릇처럼 입에 담는 말이 있습니다.

"라이벌이요? 글쎄요. 제겐 제 자신만이 라이벌이었습니다."

이 말은 듣기에 따라 오만함의 표출로도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적어도, 레이쥔(雷軍. 뇌군) 회장의 경우는 좀 다르게 새겨야겠네요. 많은 이들의 이미 검증된 판로(그러나 달리 말하면 레드오션)만을 의존할 때, 그는 (앞서 말했듯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이 책 저자(쑨젠화 작가)는 이에 대해,

"남들 안 가는 길을 걷는다고 편한 게 아니다. 오히려,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완전히 매장되어 재기 불능이 될 수 있다.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환경 변화에 유의하며, 더불어 자신의 긴장과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면, 이런 선택은 안 하느니만도 못하다."
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상대가 정해진 싸움이란,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렇다고 합니다.

"싸움에 이기면 득의양양해지는데, 이는 초심을 잃기 쉽다. 싸움에 지면 뷸쾌해져 정작 초기 목표가 무엇인지 잊기 쉽다."

그러므로 목표를 정해 두고 이의 성취를 위해 애쓰는 이는, 무릇 스스로와의 싸움이 노력의 본질이 되게 하라는 겁니다. 남을 염두에 두는 자는 그 남만큼만 잘하려고 듭니다. 그 상대가 극복된 후에는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성취 동기가 사라지니, 자신의 잠재력조차 온전히 발휘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강해지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내 자신의 동력을 더 깊은 곳에서 이끌어낼 수 있으니 말이죠. "환득환실(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근심이 생김)"의 딜레마를 이렇게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도대체 휴대전화란 걸 만들어 본 적도 없는(아무리 자본이야 넉넉했다고는 하나) 회사가 어떻게 그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을까요? 첫째 결국 내 상품을 사 줄 고객만 보고 뛰었다는 점, 둘째 설령 경쟁사라 한들, 내가 그 장점을 보고 배우며, 서로 경쟁을 통해 발전의 자극제로 삼을 수 있는 동료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 공존공생의 파트너로 통 크게 인식했다는 게 비결입니다.

"나를 따라서 배우는 자는 살아남지만, 나를 흉내내는 자는 도태될 것이다."
흉내와 창의적 변용은 이처럼이나 다릅니다. 누군가를 흉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배우는 건, 먼저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내 자신을 송두리째 바꿀 각오가 되어야 합니다. 혁신이 곧 인격도야와도 통함을 우리는 샤오미의 사례에서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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