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맞춤형 투자전략 가이드
곽재혁.유나무 지음 / 길위의책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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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가 몰고 올 파장이란 주식 투자 분야에도 예외 없이 고스란히 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에 재미를 못 보던 투자자들은, 이렇게 판이 한 번 크게 흔들릴 때 유리한 자리를 잡을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야겠습니다. 물론 볼썽사납게 아무데나 비집고 들어온다거나, 남들 패턴을 따라만 한다거나, 욕심만 앞서 허둥대다 넘어진다거나 하는 일이 없으려면, 무엇이 핵심인지 냉철하게 판단한 후 과감한 실행에 나서야겠습니다.

이 책 중반부에도 나오듯이, 1980년대 후반에 월급을 쪼개어 틈 날 때마다 삼성전자 주식을 구입했던 이(대략 그 무렵부터 일간지에 주가정보가 실리기 시작했고, 뜻있는 가정에선 아이들에게 시세판 보는 법도 가르치곤 했습니다)가, 현재는 100억원대 자산가가 되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40여년이란 시간은, 샐러리맨으로 뛰던 분을 백발 노인으로 바꾸었을 법도 할 만한 긴 여정이지만, 40년 지났다고 누구나 중산층에서 100억대 자산가가 되는 건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며칠 전 리뷰를 올린 <밀레니얼머니>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데, 투자 기간을 좀 길게 잡고 인내심을 갖는다면 남들이 결코 기대 못 할 큰 혜택과 행운이 따라온다는 말, 어디까지나 주식 투자는 가치 투자라는 점을 다시금 곱씹게 합니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1980년대말 이병철 회장(그 무렵에 타계했죠)이나 그 후계자 되는 분이 반도체에 올인할 때, 무모한 시도라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물론 삼성은 굴지의 재벌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이런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란 작은 범위 안에서였죠. 부정적인 면만 보면 "현재 살림도 빠듯해 죽겠는데 그런 데 투자할 여력이 어디 있나?" 라며 망설여지는 게 인지상정이었을 겁니다. 한참 지나 결론만 보면 전부 필연처럼 보이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나 있어서 다시 그 시점에서 선택을 해 보라고 하면 그리 과감한 행동에 못 나설 겁니다. 지금 막 싹을 틔우는 유망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 책에도 역시 나오듯) 제임스 콜린스가 꼽았던 여러 유망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중 몇은 반드시 생존에 성공하여,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투자자에게 은혜를 보답하죠. 그 보답의 스케일이 매우 크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Part 1에서는 여덟 가지 투자 원칙을 먼저 제시합니다. 이 여덟 가지의 원칙은 물론 타당하고 모두가 새겨야 하겠으나, 독자 멋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본문을 좀 꼼꼼히 읽고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즉흥적으로 금세 수용하고 왜곡하고 빠뜨리는 이들이 언제나 그 선택의 결과가 안 좋지만, 자기 탓으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은 또 극히 드물죠. 머리 쓰기 싫어하는 이들이 좋은 성과를 낼 리가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Part 2에서는 유망 업종, 분야를 점검합니다. 모두 열 개 분야가 나오는데, 분야야 서로 독립적이라 해도 개별 기업은 어느 한 분야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서로 겹치는 수도 있습니다. 열 개의 분야 설명 끝에는 실제 눈여겨 봐야 할 회사 여럿을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이 부분도 꼼꼼히 읽어 놓아야 Part 3에서 본격 전개될 테마주에 대한 내용이 더 잘 이해될 것입니다.

테마주라고 하니까 대뜸 거부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테마주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엉터리 테마주를 개념으로 묶은 이들이 잘못한 거죠. 진짜 맥락을 이해하고, 인과 관계가 명확해진 기업들에 내내 주목하여 투자 결정을 했다면 큰 실패를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가 엮어 주는 테마주는, 상승폭도 엄청날 뿐 아니라 그 효과가 길게도 갈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테마주라면 이런 것뿐이라고 해야겠죠.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라든가, 아마존에서 내놓은 알렉사 같은 것에도 저자는 주목하라고 하며, 단기적인 스폿라이트를 받는 아이템에 혹하기보다 장기 추세를 보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중국 업체 중에서 주시할 만한 곳으로는 역시 바이두를 꼽습니다.

통신, 네트워크 업체 중에 눈길이 가는 곳은 PER 14.0이 추정되는(2017기준) 대한광통신, 다산네트웍스 같은 회사입니다. 5G의 상용화가 곧 임박했다고들 하는데요, 4G가 막 실용화될 무렵 앞으로는 카카오 같은 곳이 알짜, 승자이며 통신사는 빨대만 꽂히는 형국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만 어디 그렇겠습니까. 여전히 이들 회사는 높은 성장 전망을 보이며, 다른 분야 (제조업)의 거인들에게 직간접으로 끼치는 영향도 지대합니다.

반도체 역시 여전히, 정보화, 혹은 그 이후 세대 산업구조에서 "쌀"과 같은 존재입니다. 최근에는 애플도 하드웨어 직접 제조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소식만 봐도, 이 생생한 실물 핵심 부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의 장래성이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습니다. 맨날 중국 업체에 다 추월당한다, 빈껍데기만 남았다며 과장된 위기론이 돌던 SK 하이닉스도 아직은 여전히 비전이 양호합니다. 최근 MS가 실용화에 큰 진전을 보였다는 DNA 스토리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겠습니다.

사물인터넷 관련 웨어러블 기기는 여전히 매혹적인 아이템입니다만 그간 전망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음이 서서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구글이 내놓으려던 스마트글래스, 나이키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여러 신상품은 현재 열기가 시들해진 상태죠. 구글이 자꾸 AI를 강조하며 마케팅에 매진하는 것(하나가 실망감을 주고 나서 기업 장래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걸 막으려는 듯)도 이미지 관리를 통한 주가 돌보기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여튼 IoT는 우리의 미래상 중 가장 친밀하게 와 닿을 분야임은 분명합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하면 포켓몬고 같은 게임만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으나, 이 분야 기술의 응용은 무궁무진하죠. 일례로 집에 관심이 있으면 모델하우스를 일일이 둘러보는 게 관행이었으나, 이 기술들을 이용하면 굳이 발품을 팔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보다는 업체에 더 요긴한 기술일 듯) 가구를 사려면 먼저 내 집에 얼마나 규격과 분위기가 잘 맞을지, 조화를 이룰지도 따져 봐야 하는데 여기에도 AR 등이 신세계를 열어 줄 수 있죠(단 이 책에 열거된 기업 중 보루네오는 몇 달 전 상폐되었으므로 안타깝지만 투자 고려 대상에서 일단 제외해야 할 듯). 이것 관련으로는 저 뒤 Part 3에도 나오지만 엔비디아가 무섭게 치고나가는 추세입니다.

3D 프린팅은 한때 최첨단의 신분야로, 앞으로 연관 산업 구조를 모조리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현재는 좀 잠잠해진 상태입니다. 저자는 그런 말을 합니다. "... 위험에는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이 있으므로, 후자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건 불필요한 염려이다... 그러나 현재 이 업종은 변동성이 너무도 큰 게 사실이다...." 특히 독자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입니다.

월풀과 LG는 가전의 라이벌이고(며칠 전 ITC가 내린 충격적 결정은, 역설적이지만 LG 등이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해 왔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이 두 업체에 모두 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게 아마존닷컴입니다. 이 책 두 파트에서 일관되게 강조하지만, 이 회사의 클라우딩 서비스가 꽤 유망하게 발전하므로 그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네요.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으로는, 오래 전부터 인공지능을 개발해 온(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IBM이 자사 왓슨과 함께 연동시켜 밀고나가는 분야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빅데이터 연관 때문이죠).

퀄컴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국내 소비자들도 이름을 훤히 알게 된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원천기술이 모든 이동전화 단말기에 쓰였기 때문이죠. 최근 NXP 인수와 관련하여 다소의 우려가 일기도 했으나 이 책 저자의 전망대로, "좋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기업은 영원한 강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외기업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혹은, 아직 주식을 안 해 본 분이라면 국내 기업에라도) 이 책은 친절히 안내해 줍니다. 뿐 아니라 책 말미에는 직접 주식, 채권을 사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간접 투자(펀드 등)에 대한 정보도 여럿 실려 있습니다. 아무튼 과감함과 신중함 사이의 황금 비율을 정하는 지혜는, 그저 배우고 공부하는 것 외에 답이 없음을 잘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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