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채널 -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메가트렌드
황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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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 팔로워가 믿고 보는 콘텐츠". 이것이 이른바 미래캐스터 황준원 선생이 창설하고 진행하는 미래채널에 대한 한 줄 요약이라고 합니다. myF라는 매체, 혹은 페이스북 콘텐츠에 대해 솔직히 그간 몰랐으나,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미래학자, 전문가들이 어떤 활동을 펴는지에 대해 무관심했기에 모르고 지나쳤던 것임을 인정 안 할 수 없습니다. 이 책 역시 개인적으로는 다른 기대를 갖고 펼쳤으나, 트렌드에 대한 종합적이고 개괄적인 분석과 통찰이 그러잖아도 필요했던 터에 잘됐다 싶어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내려갔습니다. 본래 이용자(독자)의 편의를 위해 구성된 내용이었으니 만큼 가독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말이죠.

중병에 걸려 시한부 생명을 사는 이가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나 과거가 아닌 미래를 살 특권을 부여 받은 존재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들 대부분은 이 특권을 인지 못한다는 듯, 과거에 얽매이고 집착하는 게 보통입니다. 미래가 전면에 부각될 때에는, 엉뚱하게도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을 때뿐이죠. 공부를 못하고 지나치게 간섭 위주였던 부모의 기대에 부응 못 한 트라우마 때문에 보상심리, 열등감을 해소해야 했다거나, 너무 어려워서 익히지 못하고 지나친 지식이 원망스러워, 범주적으로 "오류,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과잉매도, 왜곡폄하를 해야 속이 시원해진다거나, 이 모두가 과거의 망령에 붙들려 현재를 낭비하고 미래를 오염시키는 이들의 습성입니다. 현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도 미래를 가열찬 시선으로 응시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고민해 온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아무래도 미래를 운위, 예측할 때 가장 핫한 키워드는 "인공지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도 그런 이유 때문에, 상품으로서 어떤 인공지능이 당신(우리 독자)의 구미에 잘 맞을지, 각 나라마다 추진, 개발하는 인공지능의 개성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 황준원 선생만의 친근한 어법으로 소개합니다.


사실 출퇴근 이동 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뭘 좀 다른 작업 좀 하려들면 운전대를 잡을 수 없고,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북새통을 이루는 공간에서 어차피 디바이스를 들고 내 의도대로 거동도 못한다는 것이겠습니다. 자율주행은 이런 배경에서 많은 이들의 숨은 수요를 제대로 가격하는 신기술이겠는데요. 현재 쏘카라든가 여러 업체가 일단 차량 공유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중이며, 카카오택시 같은 곳은 기존 자영업자들과의 공생을 통해 윈윈의 활로를 모색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크리스 엄슨의 말을 인용하여, 자율 주행 차량 개발의 가장 큰 동인(incentive)은 바로 안전에 대한 갈망이라고 요점을 짚습니다. 어떤 이들은, 나만의 운전하고 싶은 욕구를 침해하는 게 이 자율주행이라고도 성토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단, 우리 누구도, 서투른 운전의 과실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끼칠 권리는 없습니다. 엄슨은 운전자 과실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매일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하는 것과 같다"고도 지적하는데, 자율 주행 시스템이 완비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위험으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 자손들은, "술 취한 운전, 감정적인 보복 운전, 인성 나쁜 자의 난폭 운전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불구가 되는 과거"가 한때 있었다며 경악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자만의 기발한 상상으로는, 예를 들어 이동식 도서관, 이동식 마사지숍 등 운전자 없이 시스템에 의해 운행되는 차량 안에서 각종 서비스 체험이 가능해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현재 불가능한 이유는, 첫째 원하는 시간대에 도착, 접근하기가 어렵고(교통 체증 등 각종 계측 불가능한 변수), 둘째 차량의 운전은 안전이 첫째이기 때문에 차량 안에서 어떤 자유로운 거동을 하는 게 법규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자율 주행 전면 실시로, 이 모든 가능성이 눈 앞에 열린다는 뜻입니다.

또 저자는 재미있는 상상을 추가하는 게, "사람의 운전은 불법"이 미래에서는 상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죠. 이는... 조금 오버하자면 미국에 한해 총기 소지의 자유가 헌법에 명기된 것과 유사합니다. 당시로서는 정부나 권력에 의해 총기가 몰수되고, 개인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최소한의 방비를 갖추는 게 금지되는 상황이 끔찍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충분한 치안이 제공되고 권력의 민주화가 이뤄진 구도에서, 오히려 개개인이 위험한 총기를 휴대하는 게 더 금기시된 겁니다. 이런 세상에서라면 차량은 그저 운행의 편의를 제공하는 수단일 뿐, 소유의 낭만을 반영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로봇의 경우, 우리 인간들이 언제나 곁에 두고 친구로 지냈으면 하는 꿈을 품어 오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반려 동물도 있습니다만, 동물이니만치 예상 못했던 위험한 행동을 보인다든가, 위생상의 문제도 있겠고, 여러 모로 동물을 곁에 들이기엔 장애 요인이 적잖은 현실입니다.

p103에 보면 미 MIT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지보'가 나옵니다. 대략 85만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되었는데, 시판용 최종판은 계속 공개가 미뤄진다고 합니다. 움직이지는 못해도 당장 이런 아이가 옆에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요긴한 잔심부름(물론 움직이는 것 말고요)도 시키고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떤 원리를 발견하는 것과, 숱한 대중의 변덕스런 심리 속에서 대박을 칠 니즈를 정확히 짚는 것, 이의 사전 단계로 갖가지 버그나 부작용을 예측하는 건 별개의 일일 뿐 아니라, 너무도 어려운 과업임을 확인하게도 됩니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건 여러 기업들이 염두에 둔 시제품, 혹은 상용화 직전 단계의 프로토타입을 다양하게, 사진과 함께 친절히 소개해 주는 점이었습니다. 이족 보행 로봇이 과연 어느 단계까지 실용성, 상품성을 완성해나갈지는 정말 궁금한 이슈인데요. "아틀라스"의 거동을 방해하는 사람의 동작을 보고 청중(혹은 시청자)들은 감정적인 반응("불쌍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로봇에게 일단 어떤 감정이 투영되면, 그 다음에는 권리, 인격(?), 과세 적격 따위가 고려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전망을 내어놓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처럼 현황의 건조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감성적 접근과 상상력이 개입하는 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IoT 기기에 대해 신경 많이 쓰이실 겁니다. 물론 해킹 문제 때문인데요. 어떤 이들은 비밀번호 초기세팅을 손 안 대고 그대로 쓰는 부주의 만 지적하는데, 그런 보안의식 불감증도 문제입니다만 어디 그게 전부이겠습니까? 해킹의 문제는 양자암호전송방식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상존하는 위험이며, 그 대상이 우리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라는 이유에서 대단히 심각한 이슈입니다. 이 책은 고맙게도, 다른 책들이 무작정 사물인터넷 예찬만 하는 태도와 달리, "한계와 과제"를 자세히 짚어 주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근거도 없는 거부감만 드러내는 게 아니라, 개선할 사항은 분명히 개선하고 기존의 소중한 가치는 최소한으로 타협하면서 문명의 이기를 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자는 현재 국내 가전업계와 통신사간 규격이 맞지 않아 호환성, 연결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하는데, 책에도 나오다시피 도대체 연결성에 치명적 흠결이 있다면 IoT의 존재 이유가 뭔지부터가 의심 되죠. 이용자의 편의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의 선전(해당 기업의 사활이 걸린 이익)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교통정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어서 책은 2세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해 줍니다. 되풀이되는 말이지만 이 책은 이처럼 최신 트렌드에 대해 균형잡히고 흥미로운 정보를 독자 눈높이에 맞춰 제시하는 점이 좋습니다. 리바이스의 청재킷이 "스마트"해진다면 확실히 젊은 층의 구미가 당길 몇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책에 나온 소개대로라면, 소매나 옷솔기를 터치해 음악도 재생하고, 방금 걸려온 전화도 받는 식으로 말이죠. 놀라운 건 우리 한국의 젊은 기술진이 개발한 "골전도 스피커가 달린 선글래스"입니다(이름은 "정글". Z로 시작하는 철자 브랜드입니다). 이 기기의 놀라운 점은, 귀는 귀대로 외부의 음향에 노출되어 있고, 음악은 귀가 아닌 골전도 방식으로 듣기 때문에 다른 자극에 deaf될 우려가 적다는 점입니다. 청각 자극을 두 경로를 통해 접수하는 셈인데, 대단한 착상과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3D 프린터가 앞으로 경제 구조, 메가트렌드와 사회 기본꼴을 바꾸리라는 전망은 이미 5, 6년 전부터 나왔습니다만, 아직 이의 보급도 지지부진하며 해당 분야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교육도 예상보다 덜 활성화된 양상입니다. 책은 "왜 이처럼 더딘가?"에 대한 알찬 대답을 마련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만이 돌파구를 열어 줄 수 있는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합니다. 쉬우면서도 현황에 부합하는 친절한 소개와 분석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늘에서의 기회가 열린다" 모든 기술상의 발전은 결국 그간 잊혀지거나 닫혀 있던 "기회"를 발견하고 최대한 그 위에 올라타기 위함인데, 말도많고 탈도 많던 드론의 용도란, 이 책의 소개처럼 드론 서핑, 건축, 앰뷸런스 대용, 심지어 지뢰 제거에까지 폭 넓게 활용 가능하다는 시원시원한 진단이 돋보였습니다. 기술 발전이란, 어느 한 가지 부작용이나 폐단 때문에 전체를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많은 미래지향적 전망은 그저 소개만 들어도 가슴이 확 뚫릴 뿐 아니라, 일견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서도 순간 영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누구나 종전과는 다른 인재상을 갖고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는 요구에 시달립니다(?)만, 이 책 역시 특히 어린 독자들에게 어떤 자세와 자질로 자신을 채워 나가야 미래에 도태되지 않을지 유익한 충고를 베풉니다. 책에서 그대로 인용해 보자면.

1) 호기심: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능력(저자는 이를 "능력"으로 규정합니다)
2) 상상하는 능력
3) 문제 해결 능력
4) 창의성
5) 공감 능력

이 다섯 가지 자질입니다. 눈에 띄는 건 5)죠? 단, 그저 어리석은 대세에 추종하거나 남들 하는 말만 따라하는 버릇은 공감능력이 아니라, 오히려 부화뇌동, 기만, 이중인격, 반사회성향에 다름 아닙니다. 예컨대 바로 앞 파트에 나왔듯, 베조스 아마존 CEO처럼 우주 여행을 꿈꾼다든가 같은, 많은 이들이 가슴에 품고도 차마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지 못하는 꿈을 먼저 대담히 현실화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자질이야말로 진정한 공감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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