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공 영어 학습법 - EBS 스타 강사 준쌤의
허준석 지음 / 꿈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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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강사 레벨의 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려면 어떤 공부 방법, 혹은 학력 이수가 필요할까요? 뭘 어떻게 실력을 쌓고 체험을 쌓아야 입에서 말이 술술 나오고 흠 없는 유려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지는 많은 이들에게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 저자 허준석 강사님은 특목고 출신도 아니고, 어려서 조기 유학을 다녀온 경험도 없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들 다수가 겪은 어학 연수는 마쳤지만, 우리들 중 역시 다수는 "과연 그 정도로 영어가 ...?" 같은 의구심, 자신감 결여를 만성적으로 겪고 살죠. 그런데, 현재 허준석 님은 EBS 최고 인기 강사 중 한 분이라고 합니다. 저도 EBS를 자주 볼 일은 없어서 얼마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분인지는 모르지만, 여튼 많은 학생들이 그 선생님 강의가 최고이며 성적 향상 효과를 봤다고 소문이 자자하다면, 성공한 인생임은 말할 것도 없고 적어도 영어 구사 능력에 있어선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아닐까요?



외국어는 십대 초중반에 그 압도적인 사용환경에 네이티브와 함께 노출되어야 안정적 실력이 갖춰진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는 힘들다는 게 중론인데, 어떻게 하면 "혼자(책을 읽어 보니 완전히 혼자는 아니셨으나, 여튼 이 정도면 독학으로 늦은 나이에 마스터한 영어 도사님이 된 경우로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공부해서(즉 혼공), 영어를 잘 할 수 있을지, 이 허준석 님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 우리 독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허준석쌤은 학창 시절 특별히 공부를 잘하던 학생도 아니었고, 대부분은 조용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던 타입이었나 봅니다. 그러던 그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고 성격도 활달하며 세상을 자기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듯 의욕과 자신감 가득한 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건, 바로

"영어를 즐기게 되고부터"
라고 하시네요.

사실 영어뿐 아니라 사람이 무엇 하나에건 몰입하고, 사랑하고, 집중하여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눈빛도 달라지고 자존감도 생기는 게 보통입니다. 영어 실력은 대한민국에서 취업, 업무 수행, 비전 설계, 대인(對人) 응대 등 여러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대접 받는 기능입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쓰고 못 쓰고에 따라 그 사람이 활동, 참여할 수 있는 범위와 레벨이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영어를 못 하면 심지어 출신 집안까지를 우습게 보는 풍조가 다 있을 정도입니다. 사회에 대해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아도 영어 능력만은 "그까짓 스펙"이라며 함부로 폄하할 수 없죠(그런 사람은 꼭 일찍 퇴사하여 갈 곳을 마련 못하고 떠돕니다).

대개 이런 분들이 입시 칠 때에는 수학 때문에 엄청 고전하죠. 그래도 다른 과목 점수는 꽤 나온 편이었는지, 재수는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사범대(영어 교육과)에 지원해서 합격하셨나 봅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 볼 건, 어차피 사회 나가서 한 가지 적성에 올인하여 성공을 꿈꾼다면, 정말 자신이 애착을 갖고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는 한 분야에만 집중해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영교과에 들어가보니 역시 특목고 출신, 조기 유학파 출신 등 다양한 배경으로 자신보다 더 나은 실력(정확히 알 수야 없으나 최소한 발음이라도 멋지게 들리는)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대학생 쭌샘이 눈길을 돌린 건 어학연수였습니다. 부모님께 천만원을 타서 바로 캐나다 등으로 향했는데, 호리호리한 체구의 그가 난생처음으로 말도 안 통하는 벽안의 외국인들 틈에서 부대낄 마음을 먹은 자체가 대단한 결단이었습니다. "겨우 그걸 갖고?" 근데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자신을 던질 마음을 먹는 자체가(상황에 떠밀려서가 아닌 자발적 결단으로) 쉽지를 않죠. 이분에게는 이런 결심과 체험이 인생의 전기를 마련한 게 틀림없습니다.

영어에 대한 열정과 취미 하나를 동기로 삼고, 그는 현지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슬랭이나 문맥, 뉘앙스를 열심히 파고 들었습니다. 영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이나 생각이 자발적으로 언어가 되어 입으로 튀어나와야 합니다. 술먹다가 얼굴을 크게 다친 어느 여학생을 병원으로 자신이 앞장서 이송했고,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에게 "어쩜 그렇게 말을 잘 하냐"며 칭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침착한 대응에 대해 동료 학생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확 성장하는 계기가 이런 경험을 통해서입니다. 영어 구사에 대한 자신감이, 어른으로서 성숙한 행동과 사회적 인정에까지 결합된, 성장 체험을 적정 단계에서 맞이하는 행운은 결코 흔치 않습니다. 이제 그는 주변의 존경과 선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때의 짜릿하고 뿌듯한 느낌이 "영어 실력"과도 연결됨을 내면 깊숙히 자각하게 된 겁니다. 남들 죽을 맛으로 공부할 때, 그는 인격이 완성되고 주변에서 인정받던 행복한 체험을 연상했으니 능률이 남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처럼 낯선 환경에서 타인들과 잘 어울리고 적응을 잘 해나가는 태도가, 어린 시절의 풍요로운 환경에 기인한 바도 크다고 봅니다. 남들의 장점을 시샘하고, 왜 자기 생각대로 안 되었을까 원한을 곱씹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시인 안 하고 고립된 세계에서 우기거나 왜곡하고, 비열한 뒤통수나 치면서(머리가 워낙 나쁘기에, 고작 이런 짓으로 보상을 찾습니다) 썩은 자아를 위로하는 습관이 붙은 이라면, 이런 즐거운 모험을 할 생각을 못할 뿐 아니라 그로부터 뭘 배워나가지도 못하고 언제나 그자리에 머물거나 퇴행합니다.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거죠. 저자 준쌤은 그와는 정확히 반대 지점을 이루는 인성을 지녔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사람이 마음에 응어리진 바가 없으면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이든 그의 장점을 취해서 내 것으로 만듭니다. 영어 공부뿐 아니라, 사람이 성장을 위해서는 일단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게 다 이런 사례에서도 확인이 되죠.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자신이 표현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쉽고 직관적이고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내가 영작하거나 말하려면 어려운데 영어로는 엄청나게 쉬운 문장, 이런 걸 볼 때 우리 한국 학습자들은 절망한다고 쭌샘은 말합니다. 어떻게 극복할까요? 우리 주변에 널린 모든 문장, 영화 대사, 책 속의 한 구절이 다 선생님입니다. 그렇게 일상을 공부 교재로 만들어야, "일발장전, 즉시성"이 몸에 밴 네이티브로 거듭날 수 있는 겁니다.

적어도, 쭌샘은 알아서 작동하는 호기심과 열정과 학습 기제를 통해 그렇게 배운 분입니다. 천만원 아니라 수십 억짜리 유학을 해도, 열정 없는 좀비 같은 마인드로 시간을 보내면 돈만 날리기 십상이죠. 제 생각에는 일단 어학 연수 체험이 이분 인생과 경력에 primer를 마련했겠으나, 그거 아니라도 순수 독학으로 어차피 이분은 성공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왜? 인성에 긍정이 있고 열정이 있기 때문이죠.



p226을 보면 영어 공부에 고무줄을 활용하라는 팁이 있습니다. 이분뿐 아니라 영어 고수들, 강사님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그냥 입으로 염불 외듯 기계적으로 공부하지 말라는 거죠. 우리말과는 달리 영단어(뿐 아니라 상당수 인구어족, 외국어 일반)는 강세가 있기 때문에, 강세를 적절히 넣지 않고 flat하게 읊조리는 말은 무슨 소리인지 상대가 알아 듣지도 못할 뿐 아니라, 영어도 이미 아니라는 뜻입니다. 강세를 넣을 때 고무줄을 함께 당기면 잘 안 잊힌다는 거죠.

이렇게 안 해도 바로바로 알고 잘 써먹은 이들은 두뇌가 남달라서 아닌가? 수학은 몰라도 영어는 끈기를 갖고 관습과 정서를 몸에 배게 해야 마스터할 수 있으므로, 머리 좋아도 초기의 능률만 믿고 중도에 그만두는 타입이라면 나중에는 뒤처집니다. 그런 사람(그건 타고나야 하니까 부러워한다고 뭐가 될 문제가 아닙니다)이 부러운 게 아니라, 이처럼 영어 구사가 생활이 된, 한때는 평범했던 쭌샘 같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닮으려고 노력해야죠. 단지 영어 공부 한 분야에 대한 진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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