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의 최전선 - 테슬라.프리우스.아이오닉 일렉트릭, 에코카의 미래기술 보고서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다카네 히데유키, 김정환, 류민 / 보누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환경 보존, 탄소 에너지 사용 지양이라는 대의명분이 꼭 아니라도, 친환경자동차는 마치 그 가치추구를 외관으로도 상징한다는 듯, 척 봐도 친환경 컨셉임을 눈치챌 수 있는 기발한 모델이 많습니다. 환경 보호에도 동참한다는 뿌듯함이 느껴질 뿐 아니라, 어떤 분들은 그저 모양이 예뻐서 끌린다고도들 합니다. 최근 몇 년 간 저유가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많은 분들이 경제적 부담은 줄었다고 하지만, 10여 년 전 유가가 불안정하게 등락을 거듭할 때 크게 이슈가 된 "연비"는, 이제 경제 상황 변화에 무관하게, 차를 고르는 필수 기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듯합니다. 내가 기름을 덜 쓰면 환경도 그만큼 깨끗해진다는 인식이 모두에게 공유된 덕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책 저자는 이미 관련 주제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전문가입니다. 그의 책은 자상하고 친절한 서술뿐 아니라, 자동차 공학의 제반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삼은 설명이 이뤄지기에, 차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마니아급 지식으로 관리하는(혹은 앞으로 어떤 차를 구매할지 전략적 설계를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왔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친환경 자동차의 최전선"입니다. 이 범주에는 (저자의 그간 일관된 철학에 따라) 전기자동차는 물론, 고연비 차량, 하이브리드 등이 포함되며, 만약 "도로 정체에 묶이는 일 없이 긴 연속 주행 거리를 가는(p23)" 운전자에게라면, 성능 좋은 디젤 차량이야말로 친환경 자동차라고 저자는 단언합니다. 괜한 죄의식을 유발하는 일부 저술가들과는 달리, 이처럼 다카네 히데유키 씨는 이념적 지향보다는 차 자체를 뿌듯하게 소유하며 즐겁게 굴리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들의 마음(다양한)을 헤아리고 관대한 시선을 유지하며 글을 쓰시는 개성이 돋보입니다.

연비 고려하고 지갑 사정 걱정하는 우리네들과 달리, 슈퍼카의 소유주들은 그저 파워풀한 성능과 눈이 아찔해지는 디자인 외에 다른 요소를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pp.60~62에 걸쳐 소개된 "라 페라리(이름도 너무 심플)"는  뜻밖에도 해당 회사에서 하이브리드로 시장에 내놓은 모델입니다. 전기자동차 모드(단, 모터만으로 주행하지는 않습니다)로도 30km 주행이 가능하다니 명실상부 친환경 컨셉이군요.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야 없지만 여튼 회사 측에서는 이런 모델도 해당 수요자 측(극히 제한된)에 어필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거겠죠.

요즘은 "상성"이란 말을 여러 분야에서 쓰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pp.46~47에서 쓰는 용례는 "얼마나 서로 잘 맞는지"를 뜻하므로 정확하죠. 격투기에서 예컨대 "그 선수가 꽤 강하지만, 이상하게도 A선수를 만나면 상성이라는 게 있는지 맥을 못 춘다"고 할 때는 어의를 반대로 착각한 겁니다. 여튼 자동차 애호가들(뿐 아니라 컴퓨터 조립해서 쓰는 유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는 "특성을 탄다" 같은 관용어를 주로 쓰죠)은 부품 사이에 얼마나 이 상성이 좋은지도 면밀히 따지곤 합니다. 과연 모터는 자동차와 상성이 맞는 장치인가?(즉 오토바이 등에나 적합한 동력 장치가 아닌지, 전통적인 견해에 따라 의심을 제기해 보는 거죠)

흔히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더 빠르다는 착각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는 속력("빠르다")과 가속도를 착각한 소치입니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설명하시는 것처럼, 전기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손실이 적게 발생하게끔 설계된 장치입니다. 모터는 오토바이의 예에서처럼, 발진할 때 얼마든지 강력한 가속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또, 회전수가 변화해도 회전 시간이 같으면 전력 소비에 별 변화가 없고, 토크 수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후진기어, 변속기 역시 전기자동차에는 필요 없기에, 상성이 맞는 단계를 넘어 구조의 진화까지도 이룰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친환경 자동차 범주 전체가 아니라 하이브리드만 놓고 봤을 때, 마치 스마트폰이 그런 것처럼 모두(전용이든 병용이든) 비슷비슷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기 저항을 줄이려 한 데서 비롯한 것입니다. 디자인이란 그저 꾸며 놓은 모양새이기만 한 게 아니라, 차가 구현하는 성능과 내적 개성의 압축적 표현이기도 하기에,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그 외관을 통해 어필을 못 하는 차는 이미 전체가 실패한 상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단 저자는 지금이 개발, 보급의 아직 미성숙 단계라 소비자들이 연비만 중시해서라고 볼 수도 있다며, 가까운 장래에는 외관 디자인이 보다 다양해질 것을 예측합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전기차만큼은 중국이 꽤 앞서갑니다. 실험(?)도 중소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데, 7, 8년 전 큰 논란이 되었던 게 주행음이 전혀 안 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일일이 전후방, 측면 주시를 않아도 "차량 소음"을 통해 대개 정확히 속도나 방향 등을 반사적으로 예측하고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결정합니다. 소리가 안 나다시피하는 자동차는 그간 학습된 인간의 이런 행동 기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죠. 현재 개발 방향은 의도적으로라도 소음을 삽입하자는 쪽이 아닌 걸로 아는데 당시에는 그런 논의도 있었습니다. 여튼 소리 역시 에너지의 변환 형태(p36)이므로(저자는 이처럼 기본 물리학 원리에 충실한 설명을 일관하므로, 책을 읽고 나면 뭔가 공부가 잘 된 느낌입니다. 팁 위주로 그때그때 찾아보는 책과는 다르죠), 개발자들은 이 장점을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마차를 자동차가 대체하던 시절만큼이나, 인간들이 알아서 적응해야겠죠.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더 빠를 것입니다.

고속열차는 20세기 후반 들어 신칸센이나 TGV, ICE 등이 발전시킨 교통수단인데, 제동을 걸 때 "모터를 발전기로 작동시켜, 이에서 얻은 전력을 다른 열차에 공급"하는 원리가 핵심 중 하나입니다(p82). 저자는 "전력 → 구동력"이 모터의 기능이며, 반대로 "구동력 → 전력"이 발전기의 기능이라고 도식화합니다(p82). 전기 자동차의 모터는 감속할 때 발전기로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항으로 작용하기도 하므로 마치 화석 연료 자동차에서의 엔진 브레이크 기능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전기 자동차에서는 특히 배터리의 역할이 크고, 이 점을 이용하여 하이브리드 카에서도 엔진의 크기라든가 레이아웃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토막 상식이 책의 p152에 나옵니다. 여태는 자동차에 맞는 정격 엔진이 고정되다시피했지만, 친환경 구동을 모색하던 과정에서 이처럼 꼭 기존의 틀에 맞출 필요 없이, 다양한 엔진이 자동차에도 탑재 가능해졌다는 점은, 또다른 절약과 효율성 제고를 유발하죠. 혁신이란, 이처럼 뜻하지 않은 지점, 방향에서도 연구자들을 언제나 기다린다는 게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이처럼 인프라나 제반 상업 시설도 미비한 상태에서 왜 설익은 제품(암만 너그럽게 생각해 줘도, 연속주행거리가 그만큼 짧은 차라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하기에 부족하죠)을 내놓느냐 같은 점입니다. 가솔린 자동차는 물론, 이동전화 역시 처음엔 기능이 이모저모로 미비한 제품에다가도 소비자들이 성원을 보내 주어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그렇게 힘을 얻은 제조업자들이 오늘날과 같은 진보된 제품 생산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휴대전화 초기에 우리가 어떤 불편을 겪었던지 생각 나십니까? 제 경우는 고속터미널이나 역사 근처에서, 셀 하나당 감당 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되다 보니 전혀 전화가 되지 않아, 이러려면 뭐하러 가입했는지 크게 짜증이 났던 적이 있습니다. "충전도 쉽지 않고 오래 가지도 못하는 차" 역시, 앞으로의 모습이 얼마나 발전할지는 소비자의 애정과 관심에 달려 있겠죠.

4장은 연료전지 자동차를 다룹니다. 지구상은 아니고 우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흔한 원소는 당연 수소겠죠. 원자량도 낮고 구조가 단순하니 말입니다. 지구에서도 물이 (물 부족 국가도 있으니 완전히는 아니라도) 흔한 만큼이나 그 안에 원자 둘이 들어 있는 수소가 흔합니다(바닷물 이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자는 한국과 일본에 미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허나 중학교 화학 시간에도 배운 것처럼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전기분해라는 게 결국 화석 연료의 연소를 통해야 하므로 완전한 친환경은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하며, 이 장벽의 극복이 여태 연료 전지 자동차의 개발에 관건으로 작용했다고 요약합니다.

p150에 그 원리가 잘 나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기 분해의 역순으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중성인 분자가 이온화하며 수소가 전자를 잃습니다. 이 전류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건져내는 게 "발전"인데, 누구나 짐작 가능하듯 너무도 큰 에너지 손실이 이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비효율적입니다. 요즘의 공학상 큰 발견이 으레 그렇듯, 인접 분야에서 뜻하지 않은 성과가 하나 나와 영감, 연결의 원천 구실을 하는 식으로 기술상의 도약이 이뤄지죠. 저자는 "물 한 컵으로 하루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시대를 기분 좋게 예언하시는데, 아직 갈 길은 매우 멀어 보입니다.

얼마 전에 폭스바겐의 소위 디젤 게이트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만, 여전히 디젤차의 수요도 당분간 주류를 형성하겠으므로 이 분야의 혁신도 필요합니다. 저자는 1) 연소 상태를 조절하고, 2) 미립자 필터로 미세먼지를 처리하는 "후처리 프로세스"를 잘 해결한 모델들을 두고 "클린 디젤"이란 (다분히 역설적인) 이름을 붙입니다. 디젤차는 "강하지만 느린 차"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저자는 "일단 힘이 좋다 보니, 변속기의 기어 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솔린 차와 같은 속력을 낼 수 있다며 기본 원리에 충실한 설명을 합니다.

바이오매스란 말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만약 디젤을 이 바이오매스로부터 바로 추출해낼 방법이 개발되면, 디젤이야말로 친환경의 첨단에 선다 해도 과언이 아닌 연료로 자리매김하겠죠. 이처럼 우리가 "시커먼 연기"로 대표되는 환경 오염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은, 꼭 전기식이다, 연료전지식이다 같이 일정 방향으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시야를 넓히고 사물을 보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마음을 가질 때, 부와 명예도 얻고 모럴에도 충실해지는 여러 갈래의 가능성이 눈에 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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