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대입시 Inside - 한 권으로 준비하는 의대입시의 모든 것!
송민호.주영식 지음 / 미디어숲 / 2017년 9월
평점 :
한
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이 과연 의학계열로만 편중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국의 경우 의료직이 일종의
가업처럼 대를 이어 종사되곤 하는 모습도 보는데요. 물론 실력도 재능도 없으면서 그저 선대의 후광으로 자격을 얻는 건 아니죠.
다만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환경이랄까 분위기라는 게 있어서, 같은 지식도 이미 친숙하고 사명감의 초점도 맞춰 오던 분야이니 훨씬 더
잘 습득되는 면이 있긴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 외국의 명문의대 전형에선 면접시 그 집안의 가업 종사 여부도 묻고 가산점도
주곤 하는 건데, 물론 우리 나라에서 이런 패턴이 눈에 띄었다간 공정성 시비 때문에 큰일이 나겠지요. 각 나라마다 국민 정서,
사회 구조, 정의(正義) 관념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 무작정 외국의 제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옳지 않습니다.
시험
점수 서열 매기기 식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다양한 각도에서 인재를 평가하고 학업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의대 6년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국시도 통과하고 수련의 과정을 또 거쳐야겠으나) 사실상 직업의 안정과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입니다. 몇 달 전 서남의대 등 몇 개 대학이 인가가 취소되어 많은 학생들이 동요하기도 했으니, 수험생들은 자신의 "수능 점수"
못지 않게, 학교의 인프라라든가 제반 여건, 자신의 적성이나 조건에 비추어 가장 유리한 지원이 가능한 곳들을 잘 살펴서 원서를
넣어야겠습니다.
한국에서 언제나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지원했던 서울대 의대의 경우(단, 1980년대 학번 어르신들의 경우 물리학과 등이 최상부를 이뤘다고도 하죠),
모집정원이 고작 140명입니다. 이 중 학생부 종합 선발이 108명, 기타 선발이 2명이니, 수능 성적만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쿼터는 고작 3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점이 아니면 원서를 넣어 볼 엄두도 안 나는 상황이죠. 얼마나 공부를 잘해야 이런
학교, 학부의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죠? 그마나 정시 모집인원은 올해 큰 폭으로(켁) 증가한 게
이렇습니다(작년엔 25명).
재미있는 건
이 학교의 경우, 올해부터 영어과목이 절대평가제도(등급제)로 전환되었으므로, 이게 학생의 자질을 판단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보아, 큰 폭으로 반영 비율이 낮아졌다는 겁니다. 물론 이공계는 수학, 과학 실력이 더 중요하고, 현행 수능 영어과 고사가
어차피 그전부터 변별력도 떨어질 뿐 아니라, 머리 좋은 학생이라면 학부 들어오고 나서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면 충분합니다. 이런
학생들은 누가 시켜서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공부를 찾아하는 타입이니, 혹 의사선생님 되실 분들이 영어 까막눈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필요 없겠습니다.
이화여대는
정반대입니다. 국영수과를 각각 25%씩 반영할 뿐 아니라(그러니 영어 점수 실질 비중이 타 학교에 비해 크다는 겁니다),
인문계열에서도 6명의 쿼터를 주어 선발합니다. 정시 총인원은 28명입니다. 여전히 좁은 문이 아닐 수 없죠. 이대는 예전부터 논술
전형을 꾸준히 실시해 온 학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올해에도 열 명을 뽑는군요. 단 교과반영 비율이 30%이고, 수능 최저
학력 기준도 당연 적용됩니다.
연세대학교
역시 전통적으로 의대가 명문이었기도 하고, 특히 이 학교는 논술 전형을 올해도 실시하는데(고대는 올해부터 폐지했습니다), 그
난이도가 극강을 자랑합니다(서울대는 논술 전형이 현재 없습니다). 수시에서 학생부 선발(종합. "종합"이라는 건 비[非]교과성적
포함을 뜻합니다) 전형은 학년 제한이 있는데 삼수생까지라는 게 특이하네요. 수능을 통해 뽑는 정시 선발 인원은 고작 스무 명.
이마저도 학생부 성적이 10%는 반영이 됩니다. 이 역시 의예과 선발 인원수가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게 이렇습니다. 많은
학부형들이 공정성, 투명성 제고를 위해 수시:정시 비율을 5:5로 하자는 게 다 이런 배경에서이죠. 이런 여론이 근래 어디서건
대세를 타기 때문에 교육 당국이나 정치권에서도 골치깨나 아플 것입니다.

성균관대는
드디어, 그 학교가 고유하게 개발시킨 "글로벌 인재 전형"에서 최저학력 제한 기준을 폐지했습니다. 이처럼 성대는 타성에 젖지
않고 뭔가 전향적으로 자교 입시를 개선해 가는 흐름이 눈에 띄죠. 성대도 논술 전형을 언제나처럼 실시하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난이도가 정말 낮습니다. 너무 뻔한 문제만 출제되다시피합니다. 그런데도 채점은 (요즘 명문대로 급부상하는 학교답게)
까다로운데, 문제가 쉬워도 출제 의도를 파악 못 하거나, 기본을 무시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엄격하기 때문이죠.
요즘은 인성면접도 중요합니다. 아래 사진은 부산대학교 의예과 인성면접에서 출제되었던 예시 문항입니다. 해당 학교가 어떤 인재상을 교육이념으로 추구하는지 잠시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의사는 그저 영리를 추구하는 직업인이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의 이솝 우화에도, 이윤 획득에만 몰두하다 낭패를 보는 의사에 대한
비웃음 섞인 풍자가 나올 만큼, "의술은 무엇보다 인술"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사회적 합의, 윤리가 존재해 왔습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막힘 없이 자신의 정직한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준비된 수험생"이라야, 사회가 그를 믿고 중차대한 소임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에는 {매우 우수}
{우수} 등의 등급별 예시 답안까지 일일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별반 당황하지 않고,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면접관
앞에서 발표하되, 이런 모범 답안을 참고하여 미리 생각을 구상해 두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부산대학교처럼
그 수험생의 "순수 인성 요소"에 초점을 두어 점검, 평가하는 학교들도 있으나, 많은 의대들은 과연 이 학생이 어느 정도 전공에
흥미를 가졌으며, 힘들고도 고된 의학 공부에 어느 정도나 흥미와 사명감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알기를 원합니다. 당연하죠. 기업체
면접에서도 일반적이고 두루뭉술한 지식이나 상식보다, 과연 "우리 회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졌으며 조직에 적응할 확고한 정신
무장과 적성이 갖춰졌는지를 최우선으로 놓고 판단합니다.
의사가
되겠다면서 정작 의사의 근무 환경이나 소명에 대해 전혀 지식 상으로 아는 바가 없으면서 의대에 지원했다면, 그 학생의 진지함이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제 생각에는, 지원하기 전 미리 교수님들의 성향(예를 들면 연명치료 등에 대해,
평소에 어떤 소신을 가진 분인지 구체적으로)에 대해 좀 파악이 필요하지 않나 봅니다. 너무 전술적으로 계산적으로 임하라는 게
아니라, 그 역시 일종의 수험생으로서 가져야 할 성심성의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대구가톨릭대 의예과는 이처럼 영어 실력을 면접장에서 어느 정도 측정하기도 합니다. 사실 의학의 현황과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책의
권말 부록으로는 각 고교별 합격자 수(명단은 아니고요), 추천도서 목록도 제시되어 있으니 수험생들이나 (학생들의 장래를 각별히
걱정하는) 현장의 입시 지도 교사들이 참고하면 매우 유익하겠습니다. 특히 학교마다 전형 날짜가 겹치는 수도 있고, 머리를 잘 써서
현재 획득한(혹은 그럴 가망이 있는) 성적과 스펙으로 최대한 가망 높게 지원할 학교를 잘 골라서, 한번뿐인 인생 그 장래를
알차게 설계할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북, 가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다 들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현재 수능이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점, 시간이 정 없으신 분들은 책의 전반부라도 꼼꼼이 살피셔서, 실력이 아닌 전략의 부재로
아깝게 낙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