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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세상의 모든 꿈을 팝니다
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꿈꾸어라, 믿어라, 도전하라, 실행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실 자본주의가 고도의 성숙 국면을 보여야 탄생하고 성황을 누릴 수 있는 분야입니다. 매뉴얼과 설계 도면에 맞춰 공장을 짓고 컨베이어 벨트를 돌려 판에 박힌 제품을 찍어내는 제조업과는 달리, 혹은 사람의 일차원적 욕구만을 만족시키는 도구, 소모품성 제품을 생산하는 섹터와는 달리, 사람의 깊은 마음 속에 숨겨진 욕망과 꿈과 아름다운 이상을 대리 만족시키는 생산활동이란, 차원이 다른 창의성과 공감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지속,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실사 영화를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진귀한 풍경을 보여 주는 패턴은 20세기 초반부터 등장하여 이미 산업의 중요 양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제작으로,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 관객까지 끌어들여 90분 가까운 시간 동안, 고급 연극을 보듯 강렬한 희열과 감동을 유발하는 일이 가능하리라고 믿은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월트 디즈니 말고는.
이 책은 두 분 저자에 의해,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생애 중요 국면과, 창업자 사후에도 끊이지 않고 면면히 전개된 해당 회사의 왕성한 활동, 그리고 월트 디즈니라는 한 인간의 개성과 기업가 정신뿐 아니라 그의 창업혼을 그대로 계승한 후임자들의 성취로부터도 강력한 영감을 받은 다른 회사들의 성취에 대해, 경영학 각론(혁신, 의사결정 구조, 인사관리 등)과 자기계발적 요점을 잘 뽑아내어 독자에게 재미있게 가르치는 내용을 담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성공적인 개인, 혹은 조직이 활발히 그 성공을 이어나가며, 언제나 변함 없는 듯 그 자리를 지키는 걸 두고 감탄하기보다는 그저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이 쉴 새 없이 생산해 내는 상품과 서비스를 일상에서 (충성스럽게) 소비를 하면서도 말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직장에서는 생산 활동에 가담하는 노동자, 혹은 관리직이기에, 비록 내가 예사롭게 접하고 소비하는 제품이지만 내가 만약 저들 입장이라면 과연 이 정도 완성도, 만족도를 이뤄낼 수 있을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게 정상입니다.
헌데, 실사영화도 아니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창의적인) 개발자들에 대해서는, "뭐 정해진 룰과 루틴이 있겠지" 하는 정도로 그냥 봐 넘깁니다. "픽사" 같은 놀라운 혁신의 사례로 꼽히는 팀, 조직에 대한 강의, 연수를 받고서도, 극장에 가선 무심히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고 적당히 감동 받으며 기분 업 되어서 나오는 우리들을 보면, 당연히 바쳐야 할 찬사와 존중이 너무 소홀했다는 느낌도 듭니다. 특히 이런, "디즈니社의 진정한 도전 정신과 혁신의 모범" 같은 책을 읽고 나서는 더욱요.
디즈니가 운영하는 곳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의 감정과 정신까지 한껏 정화해 주고 고양시켜 주는 애니메이션 제작섹터뿐 아니라, 어린이들(우리들 대부분도 누리면서 성장기를 보낸)이 좋아하는 테마파크가 또 있습니다. 이 역시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한 번쯤은 방문하여 마음껏 환상에 빠져들고 꿈을 키우는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월트 디즈니의 위대한 면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인간 누구나 겪고 치르고 거쳐가고 싶은, 한없이 즐거우면서도 때묻지 않고 맑은 심성으로 누릴 수 있는 "꿈의 향연"을 자신의 의도와 공간 속에 유감 없이 풀어낼 수 있었던 그 저력과 야망입니다. 사람들이 누구나 품을 만한 순수한 욕망을 먼저 한 발 앞서 알아내고, "당신 자신도 몰랐으면서 언제나 꿈꾸던 게 바로 이것 아니었습니까?"라며 완성된 형태로 척 제시하는, 이런 내밀하면서도 건전한 감동을 자극하고 끌어내는 사업가야말로 궁극의 레벨입니다.
디즈니의 정신은 첫째도, 둘째도 철저한 고객 우선주의입니다. 저자도 말하지만, 이런 표어를 회사에 안 걸어 두는 이는 없습니다. 실천으로 옮길 생각이 있건 없건 누구나 하는 말입니다. 월트 디즈니의 행적에 차이가 있다면, 그는 이를 철저한 실천으로 옮기고, 자신의 직원들에게 하나하나 공유하게 하고, 직원들마저 조직의 이념과 지향성을 내면화하여, 고객들에게 서비스했다는 사실입니다. 감동 받은 고객 하나가, 자신도 자기 회사에서 관리직이다 보니 이런 놀라운 서비스를 실천한 직원의 사례가 이후 디즈니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살펴 봤다고 합니다. 요란스럽게 포장되거나 홍보할 것도 없이, 디즈니에서는 그런 고객 감동의 서비스가 일상이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은 디즈니의 사업 섹터뿐 아니라, 그런 디즈니의 사업 정신을 실제로 이어받은 다른 회사의 CEO들, 혹은 (놀랍게도) 비영리단체(데이케어 센터라든가)의 관리자들까지 인터뷰하고 실사 결과를 잘 정리하여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저자들의 관점에서 "이 사례는 디즈니 정신에 포섭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실제로 그 현장의 책임자들이 "나는 월트 디즈니의 고객 우선주의, 혁신의 정신에서 크게 배우고 각성했으며 이를 실천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들 털어 놓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꿈꾸는 사람도 그 꿈을 믿지는 않을 수 있고, 꿈을 믿는 이도 감히 도전할 마음을 못 품으며, 실행에 옮기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월트 디즈니의 위대한 점은, 이 네 단계를 모두 자신의 내면에 소중히 가꾸고 결실을 맺어, 그의 사후에조차 면면히 이어지는 경영 이념으로 수천 수만 직원들에게 함양하여 널리 퍼뜨렸다는 점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