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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권력의 조건 - 첨단 기술, 최신 무기, 녹색 환경을 지배하는 21세기 최고의 전략 자원
데이비드 S. 에이브러햄 지음, 이정훈 옮김 / 동아엠앤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중국이 동중국해상에서의 외교 분쟁 와중 일본에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공식적인 건 아닙니다. 이번 연예 한한령[限韓令]의
경우도 공식적으로 무슨 훈령 하달이 이뤄진 바는 전혀 없죠)를 내려 일본이 꼼짝 못하고 두 손 든 적이 있습니다. 저 당시만
해도 중국 전체 GDP가 아직 일본의 그것을 추월하지 못했을 시절인데, 지금은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을 능가해 버린 게 그들의
경제 규모입니다. 경제 규모가 엄청난데다 세계에 얼마 분포되어 있지도 않은 희귀한 자원 유통을 그들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실정이니
앞으로 세계 경제 무대에서 그들의 입김이 얼마나 강력해질 지는 불문가지라 하겠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꽤 지났지만, 일본은 저때 된통 덴 경험을 교훈 삼아 수입 다변화에 성공했다든가, 혹은 해당 원료를 타 자원으로
대체했다든가 하는 근본적 대책을 세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그렇지 못함"입니다. 과거 역사가 안긴 아픈 기억
때문에나, 현재 곳곳에서 충돌을 빚는 국가 근본 이익 문제라든가, 중일 양국은 결코 우정 어린 동행이 가능하지 못한 사이입니다.
민간 기업의 역량이 여의치 않으면 국가라도 대신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왜 그러지 않을까요? 이 책은 "미래의 권력
이동, 쟁탈 문제"가, 이 희귀한 자원의 확보와 활용을 놓고 피터지게 벌어질 것임을 현재 드러난 다양한 자료를 통해 예견,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예견"이라 함은 어느 정도 불명확한 근거라든가, 저자의 주관도 크게 개재하는 정신 작용이지만, 이 책에 서술된
여러 주장은 그런 "예견" 단계를 이미 넘어선 듯합니다. 가까운 장래에 벌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데다, 그 일부는 미래가 아닌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왜
희토류를 다른 데서 사오든가, 혹은 희토류 없는 생산 공정을 구축하지 못할까요? 첫째 희토류는 앞의 "희"자가 드물 희(稀) 자
입니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분포되어 있으니, 애초에 흔히 구할 수 있는 자원이라면 저런 이름이 붙지도 않았을 겁니다. 다른 데서
구할 수 있으면 그건 이미 稀토류가 아니라, 頻토류 혹은 豊토류라 불러야 맞겠죠. 이 책은 이미 수십 년 전 등소평이 "중국의
장래는 희토류에 달려 있다"며, 중동이 (당시) 석유 부존 자원을 두고 전세계를 호령했듯, 미래에는 이런 희토류 자원의 채굴,
유통을 놓고 중국의 발언권이 커질 것을 내다보았다고 하는군요(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없으니까(혹은 어디 있는지 현재의
기술로는 탐사가 어려우니까) 딴데서 못 사오는 거고, 다음으로 그럼 희토류가 안 들어가게 생산 공정을 개선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의문에는... 이 책의 저자는 대뜸 들이대는 게 "주기율표"입니다.
제품
개발을 연구할 때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은 "열에 강하다, 변형에 탄성적이다, 전도율이 우수하다" 등등의 미덕을 놓고 최상의 결과를
빚을 구조를 연구합니다. 특정 부품이 소기의 성능을 최상으로 발휘하려면 이들은 비교적 흔한 철, 탄소, 구리 등이 아닌,
원자번호가 하나나 둘, 혹은 주어진 설계 구조에서 허용되는 최대치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라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죠.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과 환경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이상, 주기율표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소재를 끌어와서 제품의 대량생산을 이루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럼 합성은 가능한가? 심지어 뉴튼조차도 일생의 과제로 삼고 집착한 게 "연금술"입니다. 원소의 속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업이 과연 언제쯤, "경제적으로 유효한 방법으로" 현실화할까요?
주기율표상에
존재는 하는데, 대단히 드물게, 그것도 특정 지역에 편재할 뿐인 게 희토류입니다. 산업 발달이 미진했던 과거에는 그야말로 발끝에
채이는 흙이나 돌덩이에 불과했던 것이, 공정에 최적화한 소재가 방정식에 의해 원자번호 단위(혹은 그 이상)로 답이 나와 떨어지는
지금은 말그대로 귀하신 몸이 되고 만 겁니다. 실감이 잘 안 나는 분들은, 휴대전화나 핸드드릴, 혹은 하이브리드 카에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이십여 년 전만 해도 들어보기나 한 존재였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리튬은 그저 화학 교과서 주기율표 상단에나
등장하는 추상적 광물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러던 게 지금은 석유나 금덩이나 되듯 각국이 찾아내려 혈안이 된 판이죠.그나마 리튬은
다른 희토류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희토류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침투해(?) 들어왔을까요? 책은 "권력이 이동해 갈 미래"뿐 아니라, 이들
희금속류의 과거에도 매우 꼼꼼한 분석과 회고를 시도합니다. 서유럽과 미국 굴지의 대기업, GE라든가 보잉, GM, 크루프 사 들은
그들의 중후장대한 설비와 거대한 생산품들에 필수적으로 이들 희금속을 채택해 왔습니다. 저자는 "철기시대의 시작 이후"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쓰는데요. 히타이트 족이 1500도의 고온에서 여러 번 특수처리를 거치면, 이 흔해빠진(상대적으로)
철광석으로부터의 추출물이 엄청난 강도를 지닌 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다는 걸 안 후, 인류의 역사는 근본의 궤도를 바꿔 왔죠.
빈곤하고 미개했던 무명의 족속들을 단숨에 세계 패권의 지위로 올려 놓은 게 철의 재처리 기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분포도 드물고
세계 경제의 각종 생산물의 탄생과 부가가치 첨부의 과정에 필수적으로 끼어드는 이 희금속의 경우, 보유와 존재 자체가 이미
권력입니다. 앞의 표현("철기 시대 운운")이 반드시 유머의 의도가 아니라, 이제 이 희토류의 향방과 장악을 놓고 인류는 또다시
역사의 분기점에 서고 말았다는 저자의 관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죠.
한 말로 "희토류"라곤 합니다만, 희토류
중에서도 어느 원소가 "뜨고", 어느 원소가 "퇴물로 저물지"는 아무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료와 자원으로서
희토류 확보 노력은 더욱 치열한 두뇌 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전망을 위해서는 합당한 교육 과정을 거쳐
전문가들이 양성되어야만 하며, 뜬구름 잡기 식의 예측과 마구잡이 감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저자는 여기서도
체계적 시스템에 의한 인재 발굴과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우리가 한때(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공계를 3D처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했듯, 세계적으로도 이들 금속 공학에 지원, 헌신하려는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 연구 섹터를 우대하고 지원하는 여건을 갖춘 국가가 장래 유리한 고지에 설 것임도 분명합니다. 중국 등 소수의 나라들이
애초부터 자원 매장과 분포에 유리한 입지라 하더라도, 자원을 마냥 놀리거나 묶어 두는 건 유리한 선택이 아니므로(기회 비용
발생), 당장 긴요하지 않은 품목은 외국에 팔거나 개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현명한 전문가가 많이 포진한 나라라면, 이런
"게임"에서 많은 경우 이익이 남는 선택이 가능하기도 하겠고요. 자원 빈국이면서도 이런 쪽의 전략 마련으로는 거의 시선도 못 주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형편이 참으로 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