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이동 -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성공의 방식
데이비드 버커스 지음, 장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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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4차 산업 혁명이 초미의 화두입니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트렌드를 내세우며 이게 미래의 대세라고들 합니다. 예언되는 모든 진보와 발전상이 실현되면 소비자로서 우리의 삶은 훨씬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미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생산자로서 기업의 위치는 파리목숨처럼 위태로워지며, 현명한 전략이 세워지지 않으면 언제 도태될 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경영자는 한시라도 놓칠 수 없습니다.

경영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건 곧 기존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즉 그간 잘해오던 노하우나 지혜마저 무분별하게 폐기할 수는 없습니다. 경영자는 대체 어떤 원칙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마인드와 조직의 체질을 점검해야 할까요?

여기에서 학자들, 혹은 실무가들의 생각은 갈립니다. 저자의 그것은, 우리 독자들도 한때 일각에서 강조되었던 참신한 아이디어라서 기억하고 있는, "리버스 혁신"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주장입니다. 즉, 복잡한 것, 번거로운 것을 일일이 유지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과감하게 제거하고 떨어 내어서, 필요한 핵심만 갖춘 채 앞으로 진격하라는 게 그 요지입니다.

직원들에게 이메일 이용을 금지하라면 황당하게 느껴지는 게 보통의 반응이겠습니다. 이메일은 업무상 처리해야 할 많은 용건을 담은 채 수신되거나, 반대로 거래처, 혹은 회사 내부에서 나에게 부여된 사무를 처리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이메일의 과도한, 혹은 분별 없는 접근이 멀티태스킹을 방해하고, 그 자체로 (이메일만이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입니다. 업무 시간에 이메일 사용을 극히 제한하는 정책을 이미 도입한 곳은 폴크스바겐과 벤츠 등 독일 업체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이미 "좋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은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식상하고, 나쁜 내용은 하루 내내 컨디션에 악영향을 준다"고 결론이 났다는군요.

한때 고객이 왕이라는 말이 (실천 여부와 무관하게) 유행했죠. 그런데 저자는 "고객은 2순위며, 1순위는 당신이 고용한 직원"이라고 하네요. 이 함의는 간단한 게, 직원을 잘 대우하면 업무 성과의 질이 높아지고, 신이 나고 사기가 오른 직원들은 고객을 잘 대우하며,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생기가 돌며 자연스럽게 창의가 샘솟는다는 논리입니다. 책에서는 스타벅스의 예를 드는데, 저는 한국에서도 이런 모범적인 사례를 이제는 많이 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 여직원들 친절하다고 칭찬 많이 하는데, 그렇게 강요된 분위기에서 나오는 기계인형 같은 매너가 고객 만족,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고 보지 않습니다. 형식적인 친절보다, 아 이거는 제가 책임 지고 해결해 드리겠다면서 자발적으로 발휘되는 성의가 더 중요합니다. 제가 최근에 SKT 고객센터, 삼성전자 AS 등을 겪으며 실제로 느낀 바입니다. 점장이나 윗선에서 직원들을 존중하니까 이런 분위기가 자연히 조성되는 것 아닐까요? 인적자원관리 면에서 한국이 어떤 면에선 일본을 앞지르는 면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제안도 많이 나오는데요, 예컨대 어차피 일도 못하고 조직에 적응하려 들지도 않고 분위기만 해치는 직원은, 과감하게 보너스를 줘서라도 내 보내라는 겁니다. 이는 법적으로 정리해고가 어려운 한국에는 잘 안 맞는 설명이긴 한데, 그래서 예전부터 명예퇴직 제도를 따로 두기도 한 거죠. 미국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해고가 이뤄지는데도 저자는 이런 제안을 따로 내놓는군요. 첫째 직원 입장에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게 정답이지만, 소위 "매몰비용(지금까지 적응하느라, 업무를 익히느라 정 붙이느라 애쓴 게 어딘데)"이 신경 쓰이는 직원들은 서로가 괴로운 동거를 이어나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직원들에게 명분도 주고, 회사는 비능률적 요소를 제거하고, 둘 다 윈윈하는 길이 "돈 줘서 내 보내라"는 겁니다. 이 예는 자포스와 아마존을 통해 들고 있네요.

휴가는 가고 싶을 때 마음놓고 선택해서 가게 하는 게 직원 만족도를 높이며, 어떤 지침을 만들어서 규율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선 이게 성공했고, 반대로 트리뷴 퍼블리싱(시카고 트리뷴의 자회사)에서는 회사가 몇 푼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에게 치졸한 거래를 시도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큰 실패로 끝났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회사는 어디까지나 직원들과 동료애, 신뢰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거죠. 위의 "고객보다 직원이 우선"이라는 원칙과 일맥상통합니다.

경쟁금지란 그 회사를 퇴사한 직원이 향후 경쟁업체에서 동종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할 때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근로 계약의 일부). 그런데 IBM 등에서는 일찌감치 이 조항을 없애고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게 했다는데요. 그 이유는 마치 대학교수처럼, 일류 직원들이 근무하는 IBM은 지식과 기술의 허브가 되어, 다른 기업들에게 존경받고 장래에 보다 넓은 pool로 타사의 인력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디어의 출처는 사내와 사외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건데, 제 생각을 좀 추가하자면, 이런 경쟁금지 조항을 폭 넓게 적용하면 (아주 파격적인 개별 성과급을 책정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도 고려되었다 봅니다(열심히 해 봐야 내 것이 내 것이 안 되고 회사로 귀속). 한국의 소위 공밀레 타령도 여기서 나오는 건데, 다만 기밀 유출까지 가는 지경이면 당연히 어디서건 민사뿐 아니라 형사 소추의 대상이겠죠.

책에는 "과연 개방형 사무실이 (많은 혁신적인 젊은 기업가들이 주장하듯) 능률적일까?" 같은 소소한 질문부터 해서, 자신이 평소 경제와 사업, 인생, 미래상에 대해 가져 온 여러 다양한 견해를 솔직하고 알기 쉽게 털어 놓은 대목이 보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건 "자율성이 강조되고 책임도부여되는 조직, 아예 관리자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이 앞으로는 큰 성과를 내리라는 점입니다. 또한 회사 혹은 어느 조직이라도, 끈끈한 1차적 유대가 중시되는 소위 배태성(embeddedness)가 있어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미국 기업 하면 대뜸 떠올려지는 여러 냉혹한 이미지가 불식되는 언급이기도 한데, 이런 걸 보면 우리도 고유의 장점은 잘 살려가면서 조직의 효율화를 기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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