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
마셜 골드스미스.마크 라이터 지음, 김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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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혹은 법학이나 기타 "인과 관계"가 논제로 끼어들 수 있는 모든 학문 영역에서, 원인(remote cause. 原因이 아니라 遠因입니다), 근인(近因. approximate cause), 그리고 trigger(최근접 동기, 촉발인), 이 삼단계 구조를 인용하곤 합니다. 사리를 판단함에 있어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밝혀 내는 건, 가장 본질적이고 강력한 설명의 본체입니다. 이 부분이 해명된다면,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단계에 불과하죠. 어떤 결과를 빚은 "먼 이유", "가까운 이유", "결과를 발생시킨 직접 닿은 계기", 이 세 가지가 시원하게 밝혀지면 이론은 거의 완성됩니다.

그러나 마셜 골드스미스는 자기계발에 있어, "먼 이유나 가까운 이유"를 밝히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런 심오하고 근본적인 탐구는 순수 학문의 영역이며, 설사 그게 무엇인지 밝혀진다 해도 당사자의 생활에서 직접 유익한 결과를 낳는 데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겁니다. 총알이 총구에서 발사되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 혹은 악의"라든가 "작용 반작용의 법칙, 인화를 유발하는 화학 반응" 따위가 아닌, 가장 상식적이고 실천적인 지점을 꼽으라면 바로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일 것입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발사되며, 이곳을 손 안 대면 총알이 최소한 원거리까지 발사될 일은 없습니다. 우리의 행동 역시, 어느 지점을 손 대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질 만한" 어떤 내적 동기, 습관, 자극 기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자는 바로 이 방아쇠와도 같은 지점을 찾아 집중 공략하여(아니면 반대로, 그런 행동이 더 이상 유발 안 되게 장애물을 설치하든가)행위자의 삶, 일상, 습관을 바꾼 후 성과를 내자고 말하는 것입니다.

마셜 골드스미스뿐 아니라 (그가 이 책 속에서 지인이라며 몇 번 언급하는 사치 같은) 다른 일류 자계서 저자들도, 책을 쓸 때 일방적이고 추상적인 설교로 일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때, 독자나 청중이 지루해하며 별반 감화를 받지 않을 것임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쓰는 기법은 거의 언제나, 자신이 직접 인터뷰한 유명인사,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한 모범적인 인생 들의 사례를 인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책에도 그런 태도의 관철이 예외가 아닌데, 사치, 블룸버그 시장, 보잉 회장 앨러리 등의 구체적 예가 실려 있는데, 이렇게 책을 쓰면 다른 사람이 표절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지기도 하죠.

"트리거"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는 사실 영어 네이티브에게는 일일이 반복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방대한 발화(發話) 환경에 노출되어 온 결과 당연하게들 알고 있는 겁니다. 4장에서 골드스미스가 정리하는 이 개념의 정의는, 이런 전제를 먼저 바탕으로 깔아야 그 풍성하고 정확한 의의가 (특히 비영어권의) 독자에게 다가오겠습니다. "간접적 트리거"라는 것도 원인, 근인에 비해서는 훨씬 가까운 거리에 놓인 거고, 요걸 손만 댔다 하면 바로 총알이 튀어나오듯 결과의 양상이 바뀐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습니다(그게 아니라면 이미 "트리거"가 아님). 가족 사진을 볼 때 전화를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그 사람에게는 이런 행위가 트리거라고 간주될 수 없습니다. 반면 "옛 생각"은 독립해서 그것만이 자극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트리거"가 되지 못합니다.

요약하면, 가족사진이 "옛 생각"을 직접 자극→ 옛 생각은 전화 거는 행위를 직접 유발 (그러나 가족 사진이나 그 어떤 다른 매개 없이 옛 생각이 정상적인 두뇌에 느닷 떠오르진 않음. 만약 그렇다면 일종의 정신 이상), 뭐 이런 기제를 거쳐 (행위자가 콘트롤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트리거(비록 간접적이긴 하나)가 "가족 사진 보기"가 되는 거죠. 트리거의 또다른 특징은 그래서 "행위자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라야 합니다. 그게 아니고 내면의 자제, 절제, 조절에서 행위 변화가 가능하다면 일상인이 아니라 득도한 고승이죠. 골드스미스는 고통스럽고 달성 가능할 법하지도 않은 아득한 내면에서가 아니라, 쉽게 발견가능한 일상과 주변에서 계기를 찾아 나를 변화시키자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자계서 본연의 기능이 그런 것이기도 하겠고 말입니다.

"트리거는 예상한 것일수도, 예상 못한 것일수도 있다." 예상이 되는 건데 왜 이를 콕 짚어 내어 생산적인 실천 과정에 편입하지 못할까요? 만약 어떤 이가 성과를 제대로 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골드스미스의 관점에서라면) 이런저런 트리거를 많이 찾아서 실천화한 사람이라는 겁니다("맞아, 난 이렇게 하면 달라지더라고."). 그러나 많은 이들은 트리거를 "귀찮게" 일일이 찾아서(설사 알고 있다 해도) 습관을 교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당사자가 그저 편하게 느끼는 루틴, 타성이 있는데, 자계서뿐 아니라 많은 두뇌과학 토픽 서적에서 언급하듯 대개는 이런 루틴에 그저 따르는 걸 자기 판단, 자발적 결정에 의한다고 착각하는 거죠. 골드스미스가 명시적으로 그 말을 하진 않아도, 루틴이 그저 당연한 게 아니라 의심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마땅하며, 트리거는 그 결과로 루틴 대신에 들어간 모듈이라는 주장을 결국 이 책에서 하는 겁니다. 이렇게 "예상 가능한 트리거를 일일이 찾아내어서 대신 이식한 사람"은, 이제는 "예상 못했던 트리거"도 눈에 보이고 찾아 내며 이를 일상에서 핵심 계기로 활용까지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트리거"는 범용 만능 계기를 하나 찾아서 그날부로 사람이 바뀌는 게 아니라, A의 트리거, B의 트리거, ..... Z의 트리거, 알레프의 트리거,... 등등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일상의 나쁜(혹은 좋은) 습관에 따라 개별 트리거가 다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범용 트리거를 찾고 싶은 사람은 역시 절에 들어가서 스님과 함께 수행을 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면서부터 훌륭한 부모님께 훈육을 받아 좋은 트리거만 몸에 배어 있다면 그 사람은 따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아이겠습니다. 11장에서 "하루 질문" 등 표를 만들어서 트리거 생성의 점검을 권유하는 건 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도출되는 실천적 방침입니다.

20장은 다소 "감동적으로" 이뤄지는 책의 마무리인데요. 이렇게 일상에서 소소한 습관 하나라도 생산적인 교정이 이뤄진 사람은, "어, 저 친구 봐?"라며 주변에 어떤 자극을 주는, 공동체와 사회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가 된 사람은 저자 골드스미스처럼 책 쓰고 강연 다니면서 올린 소득으로 안락한 생활을 보상 받는 건데, 뭐 그런 단계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단 직장에서 가정에서 내 자신이 만나는 문제라도 시원하게 해결하는 인생이라면, 먼저 자신의 몸이 성취로 인한 정직한 상쾌함을 맛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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