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척추 이야기
도은식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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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숱한 짐승과 생명체 중에 대지를 꼿꼿이 서서 다니는 존재는 인간이 거의 유일합니다. 이렇게 직립이 그 숙명이자 특권인 인간에게, 척추와 허리가 말썽이라면 그건 단지 신체 일부에 통증이 있고 병질을 앓고 하는 정도의 지경이 아닐 겁니다. "살 맛 자체가 안 나는, 지옥 같은 고통"이라 당사자가 토로해도 그게 절대 과장이 아닌 줄 압니다. 이게 꼭 노인들한테만 찾아오는 고생도 아니고, 나쁜 자세라든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어느 연령대에서도 치를 수 있는 질환, 증상이죠.

승풍파랑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으시는 도은식 박사님은, 밀도 넘치는 반생 동안 "그저 의술이 아닌 인술(仁術)"의 발휘를 직업인의 철칙으로 삼고 직분에 충실하신, 한국이 자랑스레 내세울 만한 신경외과 전문의입니다. 현재 더조은병원 원장님으로 여전히 시술을 베푸시면서, 생의 근본 조건을 뒤흔드는 고통에 신음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는 보람으로 하루하루를 채우시는 멋진 분이죠. 저도 논현동 인근 지나치면서 자주 건물 외관을 접하곤 합니다.

일단 선생님은 (자신이 있으셔서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허리가 아프다 싶으면 바로 권위 있는 병원을 찾아 오라고 하십니다. 보통 한국인들이 허리가 아프다고 할 때, 정해지다시피한 코스가 있죠(이 서평에다 적진 않겠습니다만). 그런데 이게 선생님의 관점에선, 괜히 치료의 적기, 골든 타임만 놓칠 뿐 전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겁니다. MRI 촬영 사진만 봐도 한눈에 증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합당한 훈련을 받은의사를 찾아야지, 괜히 이것저것 해 보다 정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찾는 게 신경외과라는 식은 금물이라는 주장입니다. 더군다나, (바람직하든 아니든 간에) 한국 최고의 두뇌가 몰려있다시피한 洋醫 섹터를 두고 다른 어떤 수단, 전문가를 찾는 게 무슨 소용이겠냐는 말씀도 하십니다.

모든 양의, 신경외과가 일단 환자가 찾아오면 수술부터 권하고 본다는 것도 잘못된 통념이라고 하시는군요. 올바른 의사라면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과 치료 코스를 권할 뿐, 무작정 수술이 방법이 될 수도 없을 뿐더러, 환자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또한,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과잉치료로 유도하는 일각의 행태에 대해서도 크게 비판하십니다. 양심적인 의사라면, 치료의 적기를 놓쳤든 다른 근본적 원인 탓이든, 환자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 줘야 한다는 거죠. 어느 병원에 가 보면 "설명을 잘하는 의사가 되겠습니다"라고 크게 써붙여 놓았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바람직한 덕목이고, 선생님은 "화술이 뛰어난 의사보다는, 치료 수완이 좋은 의사를 택하라"라고도 하십니다. 이 책에는 은연중에, 의사 중에서도 양심적인 분들, 경험 많고 기술이 뛰어난 의사들이 따로 있음을 전제로 깔고 들려 주시는 충고들이 많더군요.

그간 척추 수술은 흉터가 크게 남고 여러 부작용이 있어 환자들이 가급적이면 꺼리는 선택이 되어 온 게 사실입니다. 책에서는 최신의 시술이라 할 여러 다른 기법을 소개합니다. "정상적인 근육과 뼈의 손상, 그리고 수반되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옵션으로 미니후방고정술이 있다고 하는데요. 일단 책에 나온 대로 "수혈이 따로 필요 없다"거나, 무엇보다 통증이 적다는 게 특히 노인 환자분들에게 장점인 듯은 보입니다.

척추체 성형술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데요. 골절이 발생한 부위에 시멘트를 채워 넣어 지지해 주는 방식인데, 빠른 퇴원이 가능하고 흉터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합니다. 피부 절개가 없고, 국소마취만으로 시술 가능하다는 게 역시 노인 환자분들에게 메리트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들은 바로는, 심부정맥을 통해 폐(肺) 색전(塞栓)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하던데요. 그래서 확실한 진료, 치료를 기대하려면 지인을 통해 선생님을 소개받아야 합니다. 명의라고 소문난 게 아닌 이상 모르는 병원에는 되도록이면 가질 말아야 해요. 그래서 사회 생활에는 인맥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뜻도 되겠고요.

참 존경스러운 면이, 선생님은 대기실에서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지 모습만 보고도 벌써 증상 원인 등이 감이 온다고 하십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할 경우, "이 의사가 또 한 건 올리려고 하는구나" 같은 불신부터 대뜸 보이는 세태인데요. 그건 그럴 만도 한 게, 지난 신해철 사건에서 보듯, 도대체 그 정도 경력과 평판을 쌓은 의사가 과오를 범하면, 누굴 믿고 의존하겠냐는 생각이 들어서죠. 그래서 선생님은 먼저 의사들이 "많이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환자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의사를 추천해 줄 만큼 "협진 체제"가 공식, 비공식으로 갖춰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장성 면에서 접근해도, 가장 규모가 큰 척추 질환 분야에서 병원들이 협조 체제를 갖춰야만 개개 의사들이 과잉 설비 투자로 도산하는 결과를 막고, 환자는 환자대로 양질의 치료를 받는 win-win 이펙트를 볼 수 있다고 하십니다.

병원장은 CEO이기도 하므로, 경영인의 자세로 병원을 돌보는 게 의사들에게 필요하다고 충고합니다. 당신도 그런 코스를 밟았지만, 많은 의사들은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해서 그저 인맥만 쌓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진지하게 경영 기법을 공부하여 자신의 병원에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또 두뇌의 수월성론이 나오는데,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갖고 의사가 된 만큼 경영 쪽에서 수완을 못 보일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 자신은 우수 논문 제출로 표창도 받으신 적 있다고도 하시네요. "산업의 중심이 이미 3차 부문으로 넘어간 지 오래인 만큼" 병원도 과감한 투자와 합리적 경영 마인드가 도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 영리화, 반공익화와 연결시키는 사회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료수가는 어차피 법에 따라 정해진 바 의사 개인이 함부로 받을 수도 없다고도 하시고, 다만 관행처럼 통하는 리베이트 수수는 필히 근절되어야 함도 강조하십니다.

책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매일 10분 정도의 간단한 운동으로 미연에 척추 질환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됩니다. 바른 자세는 어찌 보면 바른 마음에서 나오고, 모든 병을 키우는 근본 원인은 조바심, 주위와의 트러블, 괜한 집착 등 마음의 요인이 큽니다. 97세 환자에게 시술하여 완치시킨 도 원장님 같은 분은, 평소에 캄보디아 등 취약지대를 순방하며 봉사하시는 등 사회적 책임을 항상 염두에 두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도 남을 원망하고 주변을 탓하기보다, 먼저 내 자신의 마음가짐을 깨끗이 간직하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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