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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16년 5월
평점 :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라는 아주 예전 속담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실제로 육류의 분별 없는 섭취(가난이 빚은 피해의식 때문이라든가)가 대사 증후군 등 탈을 일으키기도 하는 게 사실이고, 본인의 각성이나 진지한 의식 전환 없이 "그저 멋 있어 보여서, 이게 대세라서" 뭘 따라하는 선택의 경우 반드시 좋지 않은 결말을 부르는 예들이 흔히 보이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요즘, 어디에 투자하고 얼마만큼의 수익을 바라는 게 합리적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합니다. 하도 금리가 낮고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 보니 무리하게 빚을 내서 "남들 따라" 투자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집에만 쌓아 두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게 자연스러운 행태입니다. 한국이 한창 때처럼 고성장 트랙에 올라탄 상태도 아니고, 사람의 성향과 개성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투자 선택 방향도 제각각인 게 사실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과거에는 이렇지 않았죠. 남들이 뛰면 다같이 껴서 뛰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선택이 단기, 혹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본인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약간의 손실을 봤지만 더 망할 수도 있었던 시황을 고려할 때 어차피 내가 머리를 굴리고 모든 정보를 취합한 후 결정하고 내가 본 손실이라며 안도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남들 따라 묻지마 투자를 한 후 제법 재미를 봤음에도 불구, 아주 희박하나마 더 큰 대박의 가능성을 놓쳤다는 사실에 가슴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대뜸 느껴진 점은, 책의 저자님이 단편적이고 그 효용 기간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정보, 팁"을 가르쳐 준다기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더 이상의 고도 성장이 불가능한 요즘 경기에, 개인이 어떤 경제 마인드, 투자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물고기 몇 마리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거시경제의 패턴과 전망을 볼 때 마인드 세팅을 어떻게 바꿔야만 하는지, 기본 태세라고 할까? 마음가짐 자체를 어떻게 먹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저자분의 혼이 실린 여러 코칭이 논의의 전제로 제시됩니다. 그 중의 하나가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투자하는 시기가 따로 정해진 것(은퇴 후, 노년기 등)이 결코 아닌 이유가 무엇인지, 투자의 결과에서 무엇을 기대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자세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설령 투자를 한다 해도 어느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지, 성공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할지 개인마다 다 다를 겁니다.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등의 운명이 엇갈리는 건 과거에도, 앞으로도 비슷합니다. 문제는 그 손실, 이익의 폭입니다. 1990년대 초에는 주식이 폭락하자 손실을 보전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바람직한 투자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개인이 어느 선에서 만족을 얻고 결정에 책임져야 하는지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낙후한 시대의 단면입니다. 이런 시절에도 대박을 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었습니다. 대박이라고 해도 그 결과가 비이성적 과정에 의해 이뤄졌고, 건전한 사회적 후생의 증가 반영이 아님은 마찬가지지요. 반면,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이성적인 결정 과정을 거쳐 적정 수준의 투자(가처분 소득의 레벨, 객관적인 투자 조건 등)가 이뤄진다면, 결과에 대해 개인도 크게 낙담할 일도 줄어들 뿐 아니라(주관적, 객관적 모두), 사회 전체로 보아도 그 소득의 분배 결과 역시 불건전성이 감소한다는 사실입니다. 후자는 우리들 개개인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지 모르지만, 문제는 전자죠. 후회 없는 투자, 결과를 내 자신이 받아들이고 비이성적 폭주가 없는 투자 패턴을 생활화하는 게 이 책의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부동산인가? 아직도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향수에 젖은 이들, 혹은 투자의 개념부터가 잘못 잡혀져 있는 이들은 이 부동산 투자는 자신과 무관한 것이라며 선을 긋기 일쑤입니다. 저자는 대단히,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논의의 틀을 마련합니다. 1) 흔히 하는 말처럼 지금은 백세인생 시대다. 2) 이 긴 인생을 지탱할 소득의 원천이 있어야 한다. 3) 일정 연령 이후에는 근로 소득을 기대할 수 없고, 사업 소득이란 고전하는 자영업 현황을 볼 때 역시 전망이 좋지 못하다. 4) 이자소득... 말할 필요도 없다. 5) 그렇다면 남은 건 부동산 임대 소득밖에 없죠.
주식의 경우 투자의 달인이었던, 현재도 그러한 저자는 간단하게 짚고 넘어갑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그 다음엔 중국이 알짜를 모두 빼 먹는 추세. 당신이 여간 두뇌가 좋지 않은 다음에야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하고 싶으면 중국 시장에 투자하라." 안 해 본 게 없는 것 같은 저자는, 이제 경매로 돈 벌던 시대도 끝났다고 합니다. 당연한 게, 재미를 본 사람이 있으면 그 요령도 널리 퍼져 이제는 모든 참여자가 비슷한 역량으로 시장에 참여한다는 거죠. 헐값에 낙찰 받을 가능성이 클 리가 만무합니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언제나 강조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목돈은 빨리 만들어질수록 좋고, 투자는 다만 한 달이라도 빨리 이뤄지는 게 좋다." 그래서 저자는 외고/과학고, 명문대 졸업, 대기업 입사 등으로 이뤄지는 코스보다, 특성화 고교 졸업 후 대기업 생산직 취직이, 100세 시대에 노후를 편안히 꾸려갈 "더 나은 코스"라고 단언합니다. 명분보다 실리를 취하자 같은, 일시적으로 마음을 달래는 주문이 아니라, 평균적인 대한민국 경제 참여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유일하게 합리적으로 도출되는 해(解)라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사실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1960년대부터 정식화한 명제입니다만) 합리적인 투자/소비 결정은 개인의 일생 전 구간을 고려하여 이뤄져야만 한다는 겁니다.
원론적인 강의라면 대단히 심심한 책이 아닐까, 당장 현장에 뛰어들어서 활용할 정보가 필요한데.. 라고 망설이는 분이라면 그것도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저 역시 최근에 고민한 바가 많아서, 많은 생각을 거치고 말 한 마디를 꺼내는 전문가의 말이 어떤 건지는 바로 감이 오더군요. 저자는 일단 금리의 전망에 대해 간단히 짚습니다. 저도 이 책 저자가 언급한 버냉키(직전 연준 의장)이 쓴 책(<행동하는 용기>)을 최근에 읽었는데, 버냉키의 의기양양한 자랑질에도 불구하고 한국 같은 주변국에서 그런 선택을 따라하는 데는 여러 모로 무리가 따르겠죠(몇 달 전 강봉균 전 장관의 견해 피력도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저자는 최근 한국 수도권 개발 계획의 현황과 추세를 지적하며, 역세권 관련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 간단명료하게 정리합니다. 이 부분만 읽어도 솔직히 큰 도움이 된다 싶더군요(구체적인 결론은 별로 공유하고 싶지 않은).
역시 시야가 넓은 분 답게 거의 전방위적으로 중국 변수를 고려에 넣고 시나리오를 짭니다. 부동산을 다룬 책은 많지만, 현재 세계 각국에서 어떤 식으로 중국의 큰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는지에 대해선 별반 언급이 없습니다. 이 책은 현재의 패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임하는지도 아주 냉정하게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이들 의 자금이 몰려들어 아주 뜨거운 시황이 전개되는 것도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인데, 활동 반경이 넓으신 저자다 보니 자신이 겪은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려 주고 있네요. 이 책에서 명시적으로 정리한 결론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짧게 흘리는 듯 언급하는 여러 토막 정보에도 신경을 써서,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는지 전체의 감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가에게서는 지나가는 농담으로부터도 많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