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상속.증여 만점세무
세무법인 택스홈앤아웃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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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서문에서 "상속, 증여 관련 세무 처리는 더 이상 재벌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런 말이 좀 새삼스럽게 들릴 만큼, 현대 사회에서 재산의 유무상 이전을 둘러싸고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은, 웬만한 경제 활동 참여자라면 거의 보편적으로 체감하는 편입니다. 이 문제는 이제 사원끼리 점심 먹다가 불쑥 튀어나오는 수준이라 해도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가 여튼 양적으로는 예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풍요로워지다 보니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재산을 매개로 하여 대부분 맺어지는 게 원칙이 되었고, 재산이 움직이는 곳에 (달갑지는 않지만) 세금의 부과가 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들이밀기 마련이라서죠.

특히 증여의 경우, 웬만큼 재산을 모아 둔 부모님의 입장에서 인생의 어떤 단계, 과정에서건 해결을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며, 유학이나 결혼 등 수시로 찾아오는 굵직굵직한 고비에서 피해갈 수 없는 난제이기도 합니다. 증여는 부모-자식 간 뿐 아니라, 절세 등의 목적을 위해 배우자 사이에서도 행해지며, 간혹 표면적으로 꺼내기 어려운 여러 다른 이유(?) 때문에 형제, 기타 특수 관계자(이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죠) 사이에서도 이뤄집니다. 상속은 당사자(대개는 부모님)의 사망이라는, 일생에 기껏해야 한두 번인 계기로 겪게 되는 법률사건이지만, 증여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일 년 중에도 여러 번 골머리를 앓게 하는(수증 자체야 해피해도) 세무 문제를 반드시 유발합니다. 소홀히 다루다가는 금전적 손실도 크게 입을 뿐 아니라, 조세범으로 몰려 치명적 불이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상속, 증여 관련하여 평범한 시민들이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여러 사례를 뽑아, 이에 가장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해법을 쉽게 가르쳐 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물론 상속-증여 관련 세제의 전모를 알려면 최소 학부 과정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들어야 하겠지만, 중산층이 평생 살면서 마주치는 세무 문제란 어느 정도 유형이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할 일도 많은데 모든 난관을 원칙부터 캐고 들어가는 식으로 대처하는 건 비능률적입니다. 물론 세무 전문가에게 구체적인 상담을 받는 편이 낫겠지만, 납세자 자신이 대강은 개념을 잡고 있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최종 선택을 하기가 쉽습니다.

p138에 보면, 아버지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고자 하는 아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금이 담보가 된다는 상황 자체가 잘 이해 안 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보통 자유저축형(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의 경우, 통장 앞부분에 장황히 나오는 약관대로 "양도, 담보 제공" 등 대부분이 허용 안 됩니다. 사례에서 "정기예금"이기 때문에 담보 제공이 가능한 겁니다.

여튼 이 아버지의 예금이, 아들에게 증여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들이 돈 빌릴 때 담보로 제공된다는 것뿐인데, 왜 증여세가 부과되는지 의아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법규 명문과 국세청의 태도는 "담보 제공을 일종의 용역(서비스)로 보아, 무상으로 제공되는 편익으로 간주하여" 이에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취지입니다. 아마 이렇게 표현해야 일반 대중에게 납득이 된다고 판단했던 같은데, 사실 재산권 중 "물권"의 경우 소유권 유형이 있고, 용익형이 있고, 담보형이 있습니다. 빚을 질 때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는 것도 재산을 직접 증여하는 만큼이나 사회 생활에서 상당한 편익을 주는 결과이며, 물권법 질서의 기본형을 고려할 때 이게 오히려 형평에 맞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출금 상환을 못할 때 담보로 제공된 예금은 채권의 만족에 충당됩니다.

다만 그저 담보의 제공이, 완전한 소유권 이전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는 없으므로, 법은 담보 수증인(담보를 받은 사람- 위 사례에서 아들)이 실제로 이익을 본 금액이 일천만원을 넘길 경우에만 과세합니다. 사실 이것도 그저 형평성의 차원에서 해석상 과세되던 건데,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해서 법원에서 패소 판결하는 게 많았죠. 이제는 실정법으로 정해진 만큼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문제가 되었고요. 이 점만 봐도 증여세제가 평범한 중산층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지 잘 알 수 있습니다.

p133에 보면 대단히 재미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형이 동생에게(동생이므로 그저 특수관계자일 뿐 배우자, 직계 존비속과 다른 취급입니다)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5년 안에 (전혀 모르는 사람 C에게) 처분하면, 그 취득가액은 형이 동생에게 아파트를 줬을 당시가 아니라, 형 자신이 아파트를 취득할 당시의 가격으로 잡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양도 수익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죠.

(책에 그런 설명은 없지만) 이런 게 왜 문제가 되냐 하면, 양도 소득이 얼마든 간에 단일 세율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금액이 늘어나면 세율 자체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누진세). 제가 다른 예를 만들어서 좀 들어 보겠습니다. 1) 한 번으로 1억 6천만원을 남긴 거래와, 2) 두 번에 걸쳐 각각 8천만원을 남긴 거래가 있다면, 1)의 경우 6천 8십만 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2)의 경우 두 사람이 낸 세금을 합쳐도 3840만원에 그칩니다. 당사자가 남남이면 상관 없는데, 만약 2)의 경우 A→B→C에서 앞의 A와 B가 부부다, 뭐 이러면 이 집 사람들은 다른 납세자에 비해 3천만원 가까운 세금을 덜 내게 되는 겁니다. 이런 걸 막자는 게 제도의 취지입니다.

p102를 보시면 재미있는 사례가 또 나옵니다. "증여세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하느냐는 건데, 일단 자녀가 그럴 만한 소득이 없어 보이는데도 갑자기 아파트나 고가의 재산을 취득했다, 이러면 세무 당국에서는 일단 주의를 기울인 후, 특별한 사정이 없어 보이면 "증여로 인해 이 재산을 얻었다"고 추정하여, 당사자가 증여 사실에 대해 신고를 하건 말건 바로 증여세를 부과합니다. "증여 받았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같은 항변은 안 통합니다. 반대로, 당사자가 "이 돈은 내가 노력하여 번 돈"이라는 증명을 해야 이 처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자금출처 소명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사업 소득, 근로 소득, 이자- 배당 소득 등 자신이 세금을 납부한 실적이 있으면, 그런 과거의 소득을 기초로 내가 지금 이 재산을 살 수 있었다는 소명이 되는 거죠. 그 소득은 이미 세금 부과가 한 차례 이뤄졌으므로, 다시 증여세(혹은 무슨 세금이든)를 물 필요가 없게 됩니다. p102밑에 "본인"이라고 된 건, 아버지 박종부씨가 아니라 그 대학생 딸을 가리키는 겁니다. 요즘 어떤 재산가들의 경우, 자녀에게 작은 사업체라도 차려 주고(혹은 대기업에 취직시키고) 어떤 경제활동의 외관을 갖추는 건 이런 이유도 있는 겁니다. "내가 증여한 게 아니라 지가 노력해서 번 돈이다." 이런 어떤.. 명분(?)을 만들어 주는 거죠. 사업소득과 증여 이익은 부과되는 세율 면에서 차이가 크니까요.

증여의 덩치가 클 경우 증여세도 당연히 액수가 큽니다. 이때 부모님 입장에서 쿨하게 증여세도 같이 내 주는 것도 흔히 봅니다. 문제는, 세무서에 신고할 경우 증여세 포함분도 같이 신고를 해야지(즉, 본래 주기로 했던 돈+ 세금으로 낼 돈), 원 증여액만 신고를 하면 결과적으로 세금 포탈이 된다는 겁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이런 걸 이해 못하는 분들(주로 당대에 갑자기 돈 번 분들)이,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왜 세금에 세금을 또 물리냐고 항의하는 모습도 봅니다. 이건 만들어진 지 한 세기도 넘은 관행이며, 또 세금은 문명국 어느 나라나 "세금에 세금이 또 붙는" 구조입니다. 이런 게 낯설다면 자신은 부자들과 달리 많은 세금 안 내고 편안히 살아왔구나 하며 좀 수긍도 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부자들이야 다 자기들 나름대로 서민이 안 겪는 고생을 따로 하고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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