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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아 줄 독한 충고
이토 모토시게 지음, 전선영 옮김 / 갤리온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쓴소리"라는 건 나와 별 관계 없는 이, 혹은 권력 서열상 내가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이가, 얼핏 들어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때, 공교롭게도 그 말이 핵심을 지적하고 나의 아픈 점을 제대로 짚고 있을 때를 두고 보통은 이르는 거죠, 따라서 만인의 스승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분이 입 밖에 내시는 "쓴소리"는 이미 쓴소리가 아니라, 달게 보약으로 섭취해야 할 가르침입니다. 동경대생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사표로 꼽히는 이토 모토시게 교수가 마치 강연 녹취록처럼 저술한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이 귀기울여야 할 고언과 충언으로 가득합니다.
같은 최고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왜 어떤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다른 사람은 그 자리에서 헤어나질 못하는가? 사실 일본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이런 문제는 더 실감나는 방식으로, 많은 이들을 열등감과 자괴감에 떨게 만들 것 같습니다. 특히 "쟤나 나나 무슨 차이가 있다고?" 같은 평등주의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풍조가 강한 우리 나라의 사정은 더 심각하죠. 유난히 자살률이 높은 것도 "출발점이 같았으나 현재가 달라진 모습"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지부조화 심리가 끼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토 교수는 동경대생(졸업생)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 이슈에 대해, "자기 계발과 냉정한 현실 인식"의 차이가 가장 결정적 변수였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이는 자기 재능만 믿은 나머지 후천적 연마를 게을리하고, 어떤 이는 아예 노력 자체를 아낍니다. 이유는 "어차피 모든 노력이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확실한 전망이 보이면 그때서야 전력 투구" 같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도쿄대생 특유의 몸사림이라는 거죠. 오랜 세월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을 숱하게 다뤄 온 분 답게, 그 심리를 훤히 꿰고 계신 소이입니다. (무조건 남탓 세상 탓을 하며 허송세월하는 썩은 백수는 물론 동경대에 적을 둘 가능성조차 없으므로 아예 논외입니다만)
이토 교수는 "나이 서른 다섯까지는 모든 노력이 자신의 기초 체질을 강화하는 의의가 있는 만큼, 단기 효과에 연연하지 말고 무조건 투자하고 보라"고 합니다. 이는 마치 여름에 먹는 보양식이, 신체 기관 어느 부위를 특별히 좋아지게 한다거나, 특정 질병을 완치하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님에도 누구나 그 섭취를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노력이건, 생각하는 방식과 세계관을 다듬고 개선하는 데에 투자된 것은,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오며, 특히 인생에서 수시로 닥치는 위기를 효과적으로 넘기는 데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게 이토 교수님의 주장입니다.
사실 이토 교수는 대다수의 동경대 출신/재직 학자들과는 컬러가 좀 다른 분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 손 꼽는 학문의 전당인 동경대에서 교수 노릇을 하려면, 어려서부터 천재이거나 학창 시절 내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라야 이런 경력 축적이 가능합니다. 헌데 이토 교수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학문적으로 승승장구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많은 노력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 온 스타일이었습니다. 아직도 천재, 수재들만 모여 드는 동경대에서, 실력이 시원찮아 제자들의 미심쩍어하는 시선이나 비웃음을 받기라도 하면, 교수 된 입장에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죠. 그러나 이토 교수는 후천적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한 드문 타입. 아마도 그래서 제자들에게 더욱 존경을 받으시나 봅니다.
이런 교수님도, 자신의 고향 시즈오카에는 자신보다 더, 공부에 뜻이 없던 둔재형 친구가 있었다며, 아마도 강연 실시간에 웃음깨나 유발했을 법한 사연도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튼 비결은 공부, 쉼 없는 공부, 끝이 없는 공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공부, 어떤 구체적 효용을 바라지 않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모든 공부를, 마치 보약처럼 정신에 축적하는 길만이 진정한 자기계발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틀에 박힌 공부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가 형성될 수 있는 공부를 해 오신 분이기에, 남들이 못 보던 사각을 캐치하고 창의적 관점으로 능란히 전환하는 면을 여러 상황에서 보이시기도 합니다. 한 예로, 편의점에서 부분 금융업무 수납을 대행하는 아이디어에, 소위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으나, 작금의 핀테크 열풍은 기존의 경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음은 지금 우리가 보는 대로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이토 교수가 말하는 "인생 공부"란 곧 창의요 혁신의 발판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